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나는 옷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일어나자. 던전 공략하려고 들어온 거잖아.”
“…….”
형도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어디로든 이동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며 형의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형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묻기 전, 형이 먼저 말했다.
“…하나 더 궁금한 게 있어.”
“궁금한 거?”
충분히 말해 준 거 같은데 아직도 궁금한 게 있나 싶었지만, 나는 그러려니 하고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머뭇거리다 물었다.
“예전에는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조차 몰랐다 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성장한 거야? 다른 사람들의 도움 하나 없이?”
“말했잖아. 지독하게 살아남아 실력을 가꿨다고.”
“그래도 혼자서 그렇게까지 성장했다는 게 놀라워서.”
“…어. 사실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존재가 있기는 했지.”
형의 말에 그동안 머릿속 한구석에 묻혀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떠오른 기억에 나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이 있었어.”
“선생님? 누군데? 내가 모르는 사람이야?”
“모르는……. 사람이 아니야, 애초에.”
“…뭐?”
나는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내 선생님은 몬스터지.”
“…….”
“선생님 덕에 크게 성장했지. 그래서 지금 내가 S급 타이틀을 잘 유지하고 있는 거고.”
“그 선생님이라는 몬스터는… 뭐 하는 몬스터야? 네가 회귀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어?”
“알고 계셨어. 회귀 중반쯤에 나타나셨지. 정체는 나도 몰라. 그저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 날 도와줬지.”
아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정체가 감이 왔다. 그야 이후로 얻은 정보가 많으니까.
‘아마… 관리자시겠지.’
그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러나 맞는지는 물어볼 수 없었다.
형이 물었다.
“지금도 볼 수 있는 거야?”
“아니.”
“…왜? 네가 회귀하는 걸 알고 있고 중반에 네 앞에 나타난 거면 어느 정도 행동이 자유롭고 너를 기억하고 있는 거 아냐?”
“맞는데…….”
나는 떠오르는 옛 기억에 입을 다물었다.
“지언아?”
“묻지 마.”
나는 재빠르게 걸음을 옮겨 던전을 탐색하려 들었다. 형이 내 뒤를 따라오며 계속 물었다.
“왜 그래?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너를 죽이기라도 했어? 아니면 네가 죽여서 이제 못 보는 거야?”
“그런 거 아냐.”
“그런데 왜 못 봐?”
“묻지 말라니까. 그냥… 내가 잘못한 게 좀 있어서 그래.”
“잘못이라니?”
“묻지 마, 묻지 마.”
나는 손을 휘저으며 형의 물음을 무시했다. 그러곤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으나, 공간은 인위적으로 같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보스 몬스터를 어떻게 찾냐.
“형, 그것보다 길 좀 찾아봐. 길 찾는 능력 있잖아.”
“그거… 해도 어려울 거야. 맞는 길을 찾아서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일정 수치 이상의 능력 사용이 감지됐을 때 그 장소를 알려 주는 거니까. 던전엔 그런 게 많으니 아마 능력을 사용해 봤자 여러 갈래로 갈라질 거야. 네가 봤을 때는 운이 좋았던 거고.”
“그래도 해 보는 게 낫지 않아?”
“그래.”
형이 바로 수긍하더니 이어 능력을 사용했다. 검은 안개가 길게 늘어져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첫 번째 탑에서와 달리 명확하지 못한 안내였다.
“사방에 몬스터가 깔린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한 건축물 같은 게 있는 걸 수도 있어.”
“랜덤이네, 그럼. 그냥 직진하자.”
곧바로 걸음을 앞으로 향하려던 찰나, 다른 곳과 달리 유독 금이 가고 무너질 것 같은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에도 안개가 뻗어 있네.’
거리도 가까우니 저것부터 수색하는 게 낫겠다 싶어 나는 그리로 방향을 틀었다. 형도 따라 방향을 틀었다.
“형. 형은 다른 곳 수색해.”
“같이 다녀. 혹시 위험한 게 나올 수도 있잖아.”
“몬스터의 몬 자도 안 보이는데 퍽이나 위험하겠다. 그리고 설령 그런 게 나온다 해도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하겠어?”
“…….”
내 말에 형이 뭐라 반박을 하고 싶었는지 입을 작게 벌렸다가 닫고는 결국 다른 곳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무너질 것 같은 건축물을 살폈다. 입구는 따로 없고, 창문으로 보이는 사각형 구멍이 네 개 뚫려 있었다. 나는 그중 아무 창문으로 몸을 집어넣어 들어갔다.
‘뭐… 가구로 보이는 것도 없네.’
아무래도 집으로 지어진 곳은 아닌 모양이었다. 방도 없고.
‘애초에 바닥에 흙이……. 응?’
나는 조심스레 걸음을 뒤로 해 벽에 붙었다. 그러곤 흙으로만 이루어진 바닥을 빤히 쳐다보았다. 황토색 흙에 뭔가 거무죽죽한 것이 섞여 있다. 그리고 그것은, 무언가 형태를 띠고 있었다.
‘…마법진 같은 건가?’
꽤 선명한 자국이었다. 누가 헤집기라도 했는지 몇 군데는 지워졌지만, 그런데도 뚜렷한 마법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뜬금없이 왜 이런 게 있지.’
뭐 던전이니 그럴 수 있다지만, 몬스터도 없는 조용한 이곳에 이런 게 있으니 괜스레 더 이상했다. 그렇다고 뭐 탐색할 만한 것도 없지만.
‘여긴 이것 말곤 별게 없나 보네.’
그러며 다시 나가려던 차, 어두운 구석, 무언가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
그것에 다가가 한 손으로 번쩍 들자 흙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나는 한 손에 들어오는 그것을 유심히 관찰했다.
‘왜 이게 여기 있지. 이건 여기 있으면 안 될 텐데.’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건, 사람의 두개골이었다.
탑에서도 모든 몬스터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두개골 정도야 던전에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싶지만, 아니었다. 그건 탑에 한정해서였다. 그 외의 던전에는 사람의 형태를 취한 것이 없었다.
‘우선 형과 합류해야지.’
곧장 건축물 바깥을 나가니, 형이 마찬가지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형에게 방금 내가 본 것을 말하려 다가가다가 형의 손에 쥐어진 것에 입을 다물었다.
사람의 두개골이 형이 갔던 곳에서도 발견된 모양이었다.
“형도 두개골을 찾았어?”
“너도 찾았나 보네.”
“맞아. 덤으로 마법진도 있었지.”
“이번 왕도 몬스터를 인간의 모습으로 보이게 할 생각인 걸까.”
“그건 아닐 거 같은데. 그랬다면 정보 수집을 위해 돌았다고 했던 하급 던전의 몬스터가 사람이었겠지. 그리고 이건 옛날에 사망한 사람의 걸로 보이잖아. 적어도 최근 거는 아닌 거 같은데.”
어떤 능력도 느껴지지 않으니 아이템은 아니다. 그럼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가짜?
‘우선 챙겨야 하나.’
내가 골똘히 고민하고 있자, 형이 말했다.
“이 던전, 예전에 다른 헌터가 공략했던 던전인 거 아닐까.”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던전은 우리의 세상과 다른 또 다른 세상이다. 그러니 예전에 우리가 돌았던 던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그야 그 공간 자체를 부수지는 않았으니까.
“…생각해 보니까, 던전이 바뀐 게 아닌 것 같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깜빡하고 말 안 했는데, 왕이 던전은 또 다른 세상이라 했어. 그러니까 공간이 한정되어 있던 이전의 던전이 현재의 던전으로 바뀐 게 아니라, 본래 이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그런 걸 왜 지금…….”
“까먹었다니까.”
“계속 방 안에만 있었으니 까먹지. 왜 그렇게 방에만 있었던 거야?”
“…허무해서.”
“허무해서라니?”
나는 침음을 내뱉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머리를 털며 그냥 답했다.
“내가 왕을 안 죽였다는 건 들었지?”
내 말에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랬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는 기쁨도 아무것도 없었어. 그냥 끝났다. 이 생각뿐이었지. 내가 지금까지 이런 허무한 결말을 보려고 회귀를 했나 싶기도 했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던 것도 있어. 한평생을 헌터만 했으니까.”
“…달리 하고 싶은 거 없어?”
“지금은 이 지긋지긋한 던전을 끝내고 싶은 것 말곤 없는데.”
“그거 말고… 더 미래에.”
“글쎄.”
미래를 그리는 건 내게 너무나 과분한 사치라 해 본 적 없다. 평화로운 날을 산책하는 모습을 그려 보긴 했어도, 맨날 산책만 하고 있을 순 없고.
“형은? 던전이 사라지면 하고 싶은 거 있어? 아니다. 던전이 사라졌을 때 형은 뭐 했어?”
“나? 나는…….”
형이 답지 않게 쭈뼛거리다 답했다.
“요리… 배웠는데.”
“…요리?”
그동안 형이 만들었던 요리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죽이 된 밥, 피 묻은 사과, 그 밖에 태워 버린 모든 것들. 나는 잠깐의 침묵 후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다는 건 무슨 말이야…….”
“형도 잘 알잖아?”
“…….”
형의 침묵에 나는 작게 웃어 보였다. 형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웃음이 서서히 멎었다.
“글쎄. 내가 그런 과분한 것을 생각해도 되는지 몰라.”
“무슨 뜻이야, 그게. 혹시 세상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이 너한테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 그건 아니지. 난 형처럼 나 때문에 전부 바뀌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런 건 없어. 그저 오랫동안 회귀를 거듭했음에도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는 데 책임을 지고 멸망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정도지. 어차피 한 명 가지고 결과는 변하지 않거든.”
“…그런데 왜 책임을 지고 있어? 한 명 가지고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며.”
“이건 책임이라기보단… 그래, 사명감이야.”
“이게 왜 네 사명인데?”
“…내가 말했지? 주어진 길로 가지 않으면 멸망이 더 빨리 찾아온다고. 그러니 이게 사명이 아니면 뭐야.”
“…….”
“아무튼 그래서 난 미래를 안 그려. 애초에 미래가 올지 안 올지도 모르고, 나로서는 악화되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형의 표정이 바뀌었다.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대신해서 슬퍼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자. 이러다 하루 다 가겠다.”
“…반드시 오니까.”
“어? 뭐라고?”
“미래는 반드시 오니까, 생각해. 하고 싶은 게 뭔지, 뭘 할지. 지금부터라도 생각해. 허무하긴 했어도, 잠깐이었어도 끝이 왔었잖아. 그런데 왜 미래가 없을 거라 생각해. 현재와 미래는 반드시 이어져. 이번에는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야.”
“형 때문에 내가 바뀐 게 아닌데도?”
“이건 형으로서 당연히 져야 할 책임이잖아.”
“아닌 거 같은데.”
“동생인 네가 뭘 알아.”
“…그건 그렇네.”
형의 말대로 오지 않을 것 같던 평화는 과정이야 어쨌건 내게 왔었다. 그러나 미래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평생을 낫을 휘두르고, 별을 만들어 내기만 한 내가.
‘여전히 별생각은 안 드네.’
무언가가 머리를 꽉 막고 있어 생각을 못 하게 해 버린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겐 난생처음이었다.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내겐 기적이고, 기회고, 행운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무언갈 또 바라는 건 사치스럽다. 내가 사치를 부려도 되는 걸까.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저 회귀 좀 한 인간일 뿐인데.
“형이 부럽네.”
“어?”
나와 비슷하지만 완벽히 다른 형이 참으로 부러웠다. 현재를 꾸려, 미래를 그리고.
형이 말했다.
“…뭐가 부럽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걸 말하는 거라면, 너에게도 반드시 있을 거라 생각해. 잊은 거뿐이지.”
“…그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역시 나는, 이 모든 것이 끝나기 전까지, 미래를 그리긴 힘들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