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우리는 선착장에 내렸다. 섬에 도착하니 거대한 저택이 자동으로 시야에 들어왔다. 옆에 있던 유주한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착하니까 더 떨리네요……. 실수하면 어쩌죠?”
“계속 말했잖아. 넌 누구한테 들키면 일단 화장실부터 찾으라고.”
“만약 안 속으면요?”
“그럼 뭐 어떡해. 배 째라고 해야지. 그렇다고 그들에 네게 해코지를 할 수는 없을 거야. 우리는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초대받은 귀빈이니까.”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일단 잡아가면요?”
“…그러면 간이 부은 거고. 뭐, 우리가 여기 땅을 뒤엎어서라도 찾을 거니 걱정 마. 그래도 일단 최대한 안 들키도록 노력해 봐.”
“열심히 해 볼게요.”
유주한과 대화를 끝낸 후 나는 저택을 바라봤다. 저택은 쓸데없이 넓어 무언가를 숨기기 쉬워 보였다. 하지만 보통 외부에서 보일 만한 곳에는 뭘 숨기지 않는 법. 보통 숨기려면… 지하지.
아마 유주한은 몰라도 류천화 씨와 형은 이미 그리 생각하고 있을 테다. 저택에 숨겨진 비밀 찾기가 아니라 숨겨진 지하 찾기란 말이 더 알맞지 않을까. 지하의 입구라 해도 1층이 아니라 다른 층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선착장에서 서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눈만 뚫린 흰 가면을 쓴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초대장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맨 앞에 서 있던 지화연 씨가 핸드백에서 초대장을 꺼내 들었다. 초대장을 건네받은 안내인이 내용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저희는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안내인을 따라 말없이 이동하고 있으니, 안내인이 입을 열었다.
“이번 파티는 경매가 주목적이나 다른 즐길 거리도 다양하니 모쪼록 편히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능력 등을 이용하는 싸움은 제한하고 있으니 물건을 부수는 등의 지나치게 활동적인 행동은 자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택은 금방 가까워졌다. 멀리서 봤을 때도 화려하긴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눈이 따가울 정도로 으리으리했다. 도대체 아무도 보지 않는 섬에 이런 거대한 걸 왜 짓는 걸까. 아무래도 돈이 있으니 뭐든 하는 거겠지만.
“그럼 편하게 즐겨 주십시오.”
덜컹. 안내인의 손에 의해 저택의 문이 가볍게 열리며 바깥 외견과 다를 바 없이 화려한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안엔 우리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무슨 경매 하나에 이렇게 다양한 국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건지. 그걸 또 수용하는 저택도 놀랍다, 놀라워.
지화연 씨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우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사람이 많으니 한둘쯤 빠져도 크게 상관없겠네요. 들어 보니까 휴식하는 방도 따로 마련해 둔 것 같아요. 혹시 들키면 그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부탁하면 돼요. 수색을 시작하는 순서는 오기 전에 말했던 대로 하면 되시고요. 류천화 헌터는 아는 사람이 꽤 있으실 테니 조심하시고.”
류천화 씨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곳에 오기 전에 우리는 빠지는 순서에 대해 추가로 대화를 나눴다. 경매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유주한이 자리가 어색하다는 이유로 빠지고, 그다음이 형, 류천화 씨, 그리고 마지막이 나였다. 빠지는 순서는… 놀랍게도 인지도순이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내가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헌터 쪽에서는 다르단다. 특히 알기 쉽지 않은 소문들을 듣는 상급 헌터들. 그쪽에서는 내가 탑의 보스를 대부분 처리했다는 말이 알음알음 떠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물론 탑에는 다른 사람들도 많았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두 번째 탑의 보스에 대해선 어떻게 아는지 의문이었다. 그때 분명 우리끼리 모여 있었는데.
‘뭐… 단순 추측성 말일 수도 있으니까.’
어찌 됐건 가장 큰 건 첫 번째 탑에 관한 이야기였다. 거기선 내가 탑주를 처리했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눈에 각인되었으니까.
그리고… 그것 말고 다른 걸로도 유명해져 버렸으니. 벌써 나를 알아보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몇 있었다.
나는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 한쪽 구석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로 빼곡한 홀을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평범한 파티처럼 보였다. 화려한 음식과 디저트 등도 그런 분위기에 한몫했다.
‘의외로 문양 발현자가 아닌 사람도 있고.’
S급 헌터가 있는 곳에 일반인을 두는 건 보통 위험한 일이다. 언제 문양 발현자들이 싸움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우리를 믿고 있다는 표시일 수도 있지만.
‘하기야… 문양 발현자가 짐승도 아니고.’
대부분 사람들은 문양 발현자를 원초적 욕구에 지배된 이들이라 표현하곤 했다. 싸움을 좋아하고 능력 과시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들로 말이다. 실제로는 멀쩡히 지성을 갖춘 사람들인데.
아무리 갑자기 능력을 얻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전까지 평범히 법을 지키고 질서를 지키며 살아온 인간들이었다. 그런데 능력이 생겼다고 그걸 안 지키는 사람으로 변하면 그건 미친 인간이지.
음식이 진열된 곳에서 어슬렁거리던 유주한이 무언갈 들고 내게 다가왔다.
“형은 뭐 안 드세요?”
“별로…….”
“찝찝하긴 해도 맛은 있어요.”
금방 익숙해졌나 보다.
텅. 그 순간 홀의 불이 꺼지며, 맨 앞 단상 쪽으로 빛이 몰렸다. 흰 가면에 보라색 페도라를 쓴 이가 지팡이를 따각이며 나타났다. 그는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서 무언갈 확인하더니, 곧이어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이 파티의 주최자인 K라고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럼, 경매 규칙부터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규칙은 다른 경매와 다를 바 없었다. 다른 점은 번호판이 아니라 그냥 손을 들고 말하면 된다는 거 정도?
“그럼 지금부터 쉽게 볼 수 없는 물건들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언갈 들고 왔다. 그러곤 붉은 덮개를 걷어 내 그 안에 있는 것이 드러났는데… 몬스터였다. 그것도 살아 움직이는.
옆에 있던 류천화 씨가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몬스터가 나올 줄 몰랐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보통 몬스터 같은 건 하이라이트로 마지막에 보여 줄 텐데.
K라는 인물이 목이 터져라 신난 톤으로 몬스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다 경매가 시작되고, 몬스터가 팔리고, 다음엔 평범한 아이템이 등장했다. 나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다가 옆에 있던 유주한에게 속삭였다.
“주한아. 지금.”
“아, 네…….”
“왜?”
“아녜요.”
멍하니 있던 유주한의 모습에 내가 의아함을 품기도 잠시, 조금 떨어져 있던 유아한 씨가 유주한에게 말했다.
“뭐라도 사 놔 줘?”
“어? 아니? 됐어.”
“그래? 그럼 빨리 가.”
“말 안 해도 갈 거야.”
유주한이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자리를 떴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고개를 돌려 유아한 씨를 바라보았다. 유아한 씨가 고개를 까닥였다.
“왜요?”
“아뇨… 그냥.”
예전 같았으면 보지도 않고 그냥 가게 내버려 뒀을 것 같은데. 조금 의외였지만 그럴 수 있겠거니 싶었다.
내가 별말을 하지 않자 유아한 씨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눈치 보여서 그런 거예요.”
“눈치라뇨?”
“저희만 너무 사이 안 좋으면 좀 그렇잖아요?”
“…….”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이었던가.
그 전에 나랑 형 사이가 괜찮아진 건 언제 또 알아챈 거야.
‘다들 진즉 눈치챈 것 같긴 하다만.’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이지.
힐끗힐끗 쳐다보는 내 눈초리에 유아한 씨가 물었다.
“왜 눈을 그렇게 떠요?”
“…아녜요. 아무것도.”
“저도 나름 사회생활 하는 사람이에요.”
“보통 그걸 본인 입으로 말하지는 않지 않아요?”
“할 수도 있죠?”
“그…래요.”
유아한 씨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형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상태였다. 형 쪽은 굳이 걱정할 필요 없겠지, 뭐. 알아서 잘할 거다.
‘문제는 나지.’
아직도 시선이 따갑다. 누가 이렇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나 했더니, 내 얼굴을 알아본 사람이라면 다 한 번씩 쳐다보는 모양이었다. 얼굴 뚫리겠네.
‘…시선이 따가워서 자리를 비웠다고 하면 돼서 좋기야 하지만.’
길을 잃은 척 복도를 걷고 있으면 십중팔구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숨어서 다녀야겠지.’
그게 제일 낫겠다.
경매는 계속 진행되고, 류천화 씨 역시 수색하러 간 지 오래였다. 이제 슬슬 내 차례일 터.
‘어디로 갈까.’
1층의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복도도 있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었다. 다만 1층은 홀이 가장 거대해 그다지 둘러볼 게 없을 테니 다른 사람이 이미 수색을 끝낸 상태일 터. 그렇다면 위로 올라가야겠지.
나는 슬쩍 뒤로 물러나 화장실에 가듯 유유자적 사람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곤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CCTV도 없네.’
보통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CCTV를 설치하기 마련인데.
‘그럼 반대로, CCTV가 있다면 중요한 장소일 수도 있다는 거지.’
나는 CCTV가 없는 복도의 벽에 손을 스치며 나아갔다. 혹여 벽지 너머에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으니.
복도를 걷던 나는 다른 복도에 비해 문이 많은 곳에 도달했다. 뭘 하는 곳인가 생각해 보니, 답은 간단했다. 여기가 휴게방인가?
‘사람들이 들어갈 만한 곳에 이상한 짓을 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다른 곳으로 가 봐야겠다 싶어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웬걸. 여기도 저기도, 다 휴게방으로 보이는 곳투성이였다.
‘무슨, 한 층을 호텔로 꾸며 놨어.’
파티에 왔으니 대부분 홀에서 띵까띵까 놀지, 휴게방에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내가 파티를 많이 다녀 봤어야 알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다른 층으로 가야겠다 싶어 몸을 빙글 돌린 찰나.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걔가 맞긴 해?”
“아, 맞는다니까! 가뜩이나 우리 인식 안 좋은데 더 나쁘게 한 자식!”
…오. 너무 내 얘기 같은데.
“이쪽으로 올라오는 거 내가 봤다니까?”
“그럼 휴게방에라도 들어간 거 아니야?”
“못 들어가! 꽉 찼거든! 아까 어떤 사람이 휴게방 꽉 찼다고 내려오는 거 봤어.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내려오는 건 아직 못 봤으니 분명 복도나 어슬렁거리고 있겠지!”
“실력은? 약한 거 확실해?”
“그래! 뭐 탑의 보스를 잡았네 어쩌네 하지만 그거 그냥 다 거품이야! 어차피 A급이랑 비등한 놈이니까! 일반인 개팬 자식은 뒤져도 싸!”
개팬 적 없는데.
‘아무튼 저거 내 얘기는 맞는 것 같고.’
역시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같았던 느낌이 내 착각은 아닌 모양이었다.
문제는 지금 저 사람들 말대로 숨을 곳이 없다는 거였다. 계단 쪽에선 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고.
철컥철컥. 아무 문고리나 돌려 봤으나 문은 굳게 잠겨 열릴 생각을 안 했다. 남이 들어간 곳에 들어가 봤자 내쫓길 것 같긴 하다만.
‘그냥 좀 맞아 줘야 하나.’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별수 없나.
나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는 듯 말하는 걸로 보아 S급 헌터일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두 명. 이런 비좁은 곳에서 내가 도망치려면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파티가 중단되어 수색이 힘들어질 수 있었다.
‘그냥 좀 맞아 줘야겠―’
덥석. 그때 무언가가 내 팔을 잡아당겨 어느 방 안으로 끌어 들였다.
“무슨―!”
덜컥. 문이 잠기고, 동시에 누군가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곧장 떼어 내려 손목을 잡자 조용히 하라는 듯 쉬이 하고 달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어두운 방 안에서 겨우 눈을 부릅떠 상대를 확인했다.
‘…데이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