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수색】
바깥의 술렁이는 소리가 얌전해지며,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 갔다. 그렇게 더 이상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 나서야 데이비드가 내 입을 틀어막은 손을 뗐다. 나는 잡혔던 볼을 쓸어내렸다.
“데이비드 헌터 맞으시죠?”
“맞아. 기억하고 있었네? 좀 다급해 보여서 멋대로 도와줬어. 괜찮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데이비드 헌터는 왜 여기 계신 겁니까?”
“여기 어디? 휴게방? 아니면 이 저택?”
“저택이요.”
“나 돈 많아.”
“…….”
그러니까, 돈이 많아서 본인도 초대됐다 이 말인가.
“근데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왜 쫓겨?”
“…그냥 제 소문이 좀 안 좋아서요.”
“아아. 그 거짓 소문?”
“거짓인 걸 데이비드 헌터가 어떻게 아세요.”
“아한이 알려 주던걸?”
그렇네. 이 사람은 유아한 씨와 친분을 가지고 있었지. 그럼 귀찮게 해명은 안 해도 되겠네.
“근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아까 다 같이 오는 거 봤는데.”
“그냥… 시선이 좀 따가워서 개인 방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 거치곤 꽉 찬 거 다 확인했을 텐데도 계속 왔다 갔다 했잖아.”
“…지켜보고 계셨던 건가요?”
“보고 있었던 건 아니고, 내가 귀가 좀 밝아서.”
기척을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잠입은 나랑 안 맞는다.
“그래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내려갈 준비 하고 있었습니다.”
“난 멍청이가 아닌걸?”
“…….”
데이비드를 신뢰해도 되는 걸까. 답은 아니라는 거였다. 단 한 번의 도움 가지고 그 사람을 신뢰할 거면 전쟁 같은 것이 일어날 일도 없을 거였다. 다만 유아한 씨가 데이비드 헌터에게 나에 대해 말한 거면, 어느 정도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일 터.
“유아한 씨가 데이비드 헌터에게 어디까지 알려 줬습니까?”
“음… 이것저것?”
“그러니까, 두루뭉술하게 말고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뭘 말하는 거야? 음… 아! 혹시 사이비?”
전부 말한 건가?
‘…그럴 만도 하긴 하지.’
데이비드도 영국의 잘나가는 헌터다. 그러니 이런저런 소문들을 듣기 쉬울 터. 정보를 얻기 위해 유아한 씨가 데이비드에게 협력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사이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너희 사이비 때문에 여기 온 거였어? 너무 눈에 띄는 거 아니야? 나라면 혼자 잠입해서 알아봤을 텐데.”
“…그러다가 실종되면 큰일이니까요.”
“그것도 그렇네. 그런데 무작정 온 것도 너무 위험하지 않아? 이 저택에 온 손님들 전부가 적이면 어쩌려고?”
물론 그런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해요. 저희는 전부 S급이고, 저희를 공격하려면 더 많은 S급 헌터가 필요할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승현 헌터도 있으니까. 뭐 하나 삐끗하면 바다로 줄행랑치면 된다. 물론 그게 더 위험할 수 있으니 정말 위험한 상황이 들이닥쳤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그래서? 이제 어쩌려고?”
“이제―”
나는 불쑥 열려던 입을 곧장 다물었다. 정말 데이비드를 믿어도 되는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하마터면 이것저것 다 내뱉을 뻔했다.
‘…애초에 저 사람 말이 진짜인가?’
유아한 씨가 그렇게 사람을 쉽게 신뢰하는 사람도 아닌데, 하물며 싫다고 해도 계속 영국으로 오라고 자기를 꼬드기는 사람을?
‘두 번째 탑에서 같이 다니긴 했는데.’
그것뿐이었다. 특별히 신뢰 가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믿어도 될까?
‘믿고 자시고 이미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이걸 어쩌나 싶어 나는 데이비드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았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데이비드는 해맑게 웃어 보였다.
“말하기 좀 그런 거면, 내가 맞혀 봐도 돼? 음, 사이비 관련해서 온 거라고 했으니까 이 저택 자체가 사이비와 연관이 있다는 뜻일 테고. 그렇다면 네가 이곳을 돌아다니는 건 사이비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지? 사실 사이비라는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어.”
“…….”
“나 멍청이 아니라니까?”
“그……. 예에.”
“왜 이것만 못 믿지?”
“아뇨, 안 믿는 게 아니라… 그래서 그걸 맞히고 확인을 받으려는 이유가 뭡니까.”
“나도 끼워 줘.”
이게 숨바꼭질같은 간단한 놀이도 아니고. 미쳤나.
“싫습니다.”
“왜? 나 강한데?”
“강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맞지 않아?”
“…조금 다르죠. 이건 숨어서 찾는 거니까 힘보다는 기술이 더 중요하죠.”
“나 기술도 좋아.”
“…그래도 싫다면요?”
“그럼 같이 안 가고 뒤에서 따라갈게.”
“똑같잖아요.”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 도움을 받은 것까진 좋은데, 수색에 끼워 달라 할 줄 누가 알았겠어.
“혹시 몰라. 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잖아?”
올 리가 없다.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곧장 홀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되니까. 다만 그렇게 말해도 이 사람이 설득될 것 같진 않아 보이고.
“…알아서 하세요.”
입씨름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그냥 포기하는 게 낫지, 뭐. 그나마 유아한 씨가 아는 사람이니까. 모르는 사람보단 낫겠지 싶었다.
“조용히 따라오셔야 합니다.”
“그래.”
끼익. 나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제각기 다른 방 안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 방에서 포커라도 치고 있나.
‘일단 이 층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3층이나 4층으로 올라가 봐야 하는데.’
과연 다른 사람들이 그쪽을 수색 안 했을까. 이미 저택 내부를 다 둘러봤을 것 같은데.
‘그럼 이미 뭔가를 찾았을 수도 있지만, 찾지 못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일단 수색을 하긴 해야 해.’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와중, 데이비드가 중얼거렸다.
“저기에 사람이 많네.”
그 말에 데이비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평범한 휴게방이 있었다.
“아는 사람들끼리 따로 모여서 쉬거나 놀고 있나 보죠.”
“응? 아니, 아니. 저 방 말고. 저 너머.”
“너머요?”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너머라고 해도… 저기로는 갈 수 있는 길이 없는데? 애초에 저 너머는 바깥 아닌가? 이곳 구조를 아는 게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 애초에 이사람 투시같은 능력도 없는데 뭘 느끼고 저런 말을 하는 거지.
“기분 탓은 아니고요?”
“그럴 리가 없어.”
데이비드가 옅은 노란빛 머리를 흔들었다. 단호한 표현에 내 머릿속만 혼란스러웠다. 바깥으로 나가서 확인해 봐야 하나?
“있잖아. 영화에서 보면 비밀의 문 같은 거 하나쯤은 나오지 않아?”
“그래서, 여기에도 그런 게 있을 거라는 뜻이신가요?”
“없다는 증거도 없잖아.”
“어린애 같은 말씀 마세요.”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러며 데이비드가 204호와 205호 사이에 있는 벽을 툭 건드렸다. 물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뭐라도 나타날까 봐 놀랐네.’
어떤 사람은 칼을 휘두르다가 벽에 걸려 장치를 발견했었는데. 그럼 그렇지. 직접 만들어 낸 우연은 이루어질 수 있어도 운에 따른 우연은 이루어지기 쉽지 않지.
“흠,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네.”
“일어날 리가 없죠.”
“뭐, 던전 같은 것도 있는데 영화 같은 일이 안 일어날까?”
“안 일어났잖아요.”
“그건 그래!”
“바깥으로 나가 보죠.”
말을 끝내고 나는 곧장 복도 끝 창문으로 향했다. 창밖은 어두컴컴해 잘 보이지 않았으나 간간이 불이 들어온 가로등과 등불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내려가니 데이비드가 내 뒤를 따랐다.
‘저쪽이 휴게방 창문이고, 저 뒤쪽은… 창문이 없는데.’
확인할 만한 게 없다. 휴게방 뒤쪽에 정체불명의 벽이 나 있긴 했지만, 단순히 벽이 두꺼운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창고일 수도 있었다.
저택을 빙 돌며 혹여 뒷문이 있진 않을까 확인했으나 그건 아닌 모양이고.
‘데이비드의 말이 진짜라는 가정하에, 분명 뭐가 있을 것 같긴 한데.’
만약 정말 무언가가 있다면 찾기 어려울 테지만. 여기 사람들도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을 거니까.
“부수고 들어가는 건 위험하겠지?”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있잖아. 이렇게 빙빙 도는 게 의미가 있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만약 들어가는 데 필요한 아이템이 따로 있다면 아무것도 안 하나 빙빙 도나 마찬가지 아니야? 그, 왜… 회사도 들어갈 때 사원증이 필요한 것처럼.”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요. 아무래도 그런 걸 구하는 건 조금 어렵지 않나 싶어서요.”
“왜? 이런 간단한 거일 수도 있잖아?”
그러며 데이비드가 꺼내 든 것은 흰 가면이었다. 주최자인 K나 안내인들이 쓰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가지고 계세요?”
“휴게방 구석에 있던데. 뭔가 싶어서 쉬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네가 온 거야. 써 볼래?”
데이비드는 내 의견을 듣지도 않고 내 얼굴에 흰 가면을 씌워 버렸다. 고정줄까지 머리에 감은 후에야만족한 듯 그는 본인 역시 흰 가면을 썼다.
“그럼 이 상태로 한번 찾아보자!”
“…….”
데이비드가 내 손목을 붙잡고는 벽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수색을 해야 하는 건 분명 난데 중간에 끼어든 사람이 더 신나 있었다. 아니, 애초에 수색할 때 신나는 게 이상하잖아. 보물찾기도 아니고.
데이비드에게 산책당하는 강아지처럼 끌려가며 멍하니 벽을 둘러보던 와중, 정말 작은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내가 발걸음을 멈추고 다리에 힘을 주자 데이비드가 곧장 멈춰서 물었다.
“왜?”
“저기 뭐가 있어서…….”
그러곤 벽 앞에 있는 덤불을 헤쳐 벽에 가까이 다가가니 벽이 묘하게 반짝이는 게 확실히 보였다. 베이지색 벽에 보랏빛의 무언가가 미세하게 반짝였다. 무언가 묻었다기보단 박혀 있다는 게 더 알맞은 표현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진짜네!”
내가 벽을 유심히 관찰하자, 데이비드가 옆에서 손을 뻗어 왔다. 막으려 했으나 이미 데이비드의 손은 벽에 닿은 상태였다.
“데이비드 헌터. 위험한 거면 어쩌시려고……!”
“뭐 어때. 죽기밖에 더 하겠어?”
사람이 이렇게 가벼워도 되는 건가 싶은 찰나. 쑤욱. 데이비드의 손이 벽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 봐! 비밀의 문이야!”
“…그러네요.”
“가자, 어서!”
그는 내 팔을 붙잡아 함께 벽 속으로 들어갔다. 이 사람의 머릿속에는 위험하다라는 개념 자체가 안 박혀 있기라도 한 건지.
안으로 완벽히 들어왔는지, 공간이 비어 있었다. 나는 뭔가 잡히는 것이 있나 해서 앞으로 손을 허우적거렸다.
“올라가는 계단인데?”
데이비드가 발로 무언가를 툭툭 건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 턱을 때리는 모양이었다.
“지금부턴 정말 아무런 말도 하지 마세요.”
“그래그래.”
나는 조심스레 계단을 오르고 올랐다. 데이비드가 말한 것처럼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니,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야 정말 아무런 것도 안 느껴졌으니까.
그렇게 계단을 다 오르고 나서야, 나는 데이비드가 무엇을 알아챈 건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