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게이트 밖으로 나가니 사위는 조용했다. 구석진 게이트만 고른 게 틀린 선택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주변에 감시가 없는지 확인한 후 고개를 돌려 둘을 바라보았다. 마허윤이 의심쩍다는 눈빛을 내게 보냈다.
“이제 진짜로 안 돌 거야?”
“그럼 가짜로 안 돌겠어?”
“두말하기 없기다, 너.”
그러곤 마허윤은 강희민의 옷을 붙잡고는 쏜살같이 도망쳤다.
“저 자식이 부른다고 또 나가면 그땐 내가 멍청이다!”
난 널 부른 적이 없는데.
끌려가는 강희민이 당황하며 내게 외쳤다.
“형! 몸조심하세요!”
누가 할 소릴.
나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다 두 사람이 멀찍이 점처럼 보일 무렵에 흔들던 손을 멈추고 유유자적 보관소로 향했다. 그러곤 보관되어 있던 휴대폰을 꺼내 들어 지화연 씨에게 짧게 문자를 보냈다.
[저 갑니다.]일 분도 채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협회로 오세요.]협회? 보통 길드에 계시지 않나. 협회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뭐, 일단 오라니 가야지.
‘거리가 꽤 되는데.’
교통수단을 타기에는 나의 존재가 일반인들에게 거북할 것이었다. 혐오스러울 거고. 나로서는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가리는데 사람들은 체형만 봐도 나인 것을 알아본다. 그래서 교통수단을 타기가 힘들었다. 어떨 때는 버스 기사가 내리라고 했고.
‘…그냥 걸어가야지, 뭐.’
택시를 부르기도 귀찮았다. 엄청나게 먼 정도는 아니니, 아마 한 시간 뒤에는 도착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하고 나는 검은 모자를 꾹 눌러썼다. 그러곤 걸음을 옮겨 협회로 향했다.
보도를 걸어, 예상보다 30분 더 걸은 후에야 협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기엔 사람이 꽤 몰려 있어 주차장으로 빙빙 돌아갔다. 그렇게 겨우 도착하고 보니.
“왜 다들 여기 계세요?”
이래서 입구에 사람이 많은 거였나? 유주한도 있네.
형이 소파에 앉아 있다가 옆으로 몸을 움직여 자리를 냈다. 그곳에 앉자 지화연 씨가 입을 열었다.
“한지언 씨도 오셨으니까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가운데 테이블 위로 실링 왁스로 봉해진 편지봉투 한 장이 놓였다. 지화연 씨가 편지 봉투를 봉한 실링 왁스를 손톱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보라는 듯한 모습에 시선을 그쪽으로 옮기자 실링 왁스가 녹으며 찍힌 문양이 묘하게 익숙하면서 익숙지 않았다.
지화연 씨가 손을 본인의 무릎으로 올리며 설명했다.
“매번 오는 초대장 중 하나예요. 늘 거절했는데 이번에 실링 왁스가 다르게 왔더라고요. 그것도 대담하게 문양을 사용해서요.”
그러면서 지화연 씨는 그 옆에 다른 종이를 올려 두었다. 묘하게 비슷하면서 다른, 사이비의 문양이었다. 실링 왁스에 찍힌 문양은 사이비의 문양이 조금 변형된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려진 물체가 몇 개 제외된 것뿐인가? 작아서 잘 구분을 못하겠다.
“초대 목적은 단순해요. 대부호의 섬 저택에서 열리는 경매 파티에 오라는 거니까요.”
“무슨 경매요?”
“뭐, 아이템이 주력이겠지만… 아마 몬스터도 있을 거예요.”
몬스터라는 말에 곧장 밀렵꾼이 떠올랐다. 다만 지금은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중인지라 섣부르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초대에 응하고, 저택을 몰래 수색할 생각이에요.”
지화연 씨의 말에 류천화 씨가 고개를 기울였다.
“몰래 진행하는 게 가능한가? 각국의 인사들을 초대해 모이는 거니 다른 나라의 S급 헌터들도 올 텐데.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사라지면 눈에 띌 거야.”
“그래서 반대로 간단하게 생각했어요. 저희 전부가 가면 한두 명 사라진다고 해서 눈에 띌까요? 자리가 익숙지 않아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전부가 갈 필요는 없지 않나? 누가 사라졌는지 알아보기가 쉬워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저택은 넓어요. 경비도 많고. 수색할 사람이 적어도 세 명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네 명이 가서 세 명이 사라지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잖아요? 자리를 지킬 사람과 수색할 사람의 비율을 적절히 맞추기 위함인 거죠.”
지화연 씨의 말에 수긍한 듯 류천화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현 헌터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경매 파티는 언제 열리는 겁니까.”
“이 주 뒤요.”
“…….”
“일정이 촉박한 건 죄송스럽게 생각해요. 저도 뒤늦게 발견한 거라. 설마 이렇게 가까운 곳에 단서가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 했죠.”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시간 괜찮으신 겁니까?”
누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구는 침묵을 유지했다. 전부 참석 의지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가서 누가 수색하고 누가 자리를 지킬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화연 씨가 선수 쳐 입을 열었다.
“그것도 생각해 봤는데요. 저랑 유아한 헌터, 류천화 헌터, 유주한 헌터가 남고 승현 헌터, 한지언 헌터, 한지운 헌터가 움직이는 건 어때요? 아무래도 남는 쪽은 파티에 잘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자 류천화 씨가 이의를 제기했다.
“난 수색 쪽으로 빠지고 싶은데.”
“이유는요?”
“파티는 취향이 아니야.”
“…뭐, 좋아요. 그럼 류천화 씨도 수색 쪽으로 가서 자리에 남는 쪽이 3, 수색이 4인 걸로 할까요?”
“유주한 헌터를 수색 쪽으로 빼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승현 헌터가 자리에 남고요.”
지화연 씨가 형한테 이유를 설명하라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주한 헌터는 수색에 특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니 수색하기가 더 수월할 거예요. 무엇보다 아직 어리니, 만약 들킨다 하더라도 길을 잃었다 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요?”
“아마 그럴 가능성은 적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쪽은 전부가 가니, 일행 중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저희가 난동을 부릴 거라는 것을 그쪽도 알 테니까요.”
“나쁘지 않네요. 승현 헌터의 생각은 어때요?”
“상관없습니다.”
“좋아요, 그럼. 자리에 남는 쪽은 저와 유아한 헌터, 승현 헌터. 그리고 수색 쪽은 한지운 헌터, 류천화 헌터, 유주한 헌터, 한지언 헌터. 더 수정할 점은 없는 거죠?”
새로운 의견이 나오지 않자 지화연 씨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주 뒤에 뵙죠. 정확한 시간과 위치는 따로 보내 드릴게요.”
대화가 끝나는 듯 보여 나는 곧장 입을 열었다.
“저 던전에서 이런 걸 발견했어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몬스터의 가죽을 꺼내 들었다. 몬스터의 사체 일부는 떨어져 나간지 1분이 지난 후에 아이템으로 분류되어 인벤토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몬스터의 재생이 빠르면 어렵지만, 다행히 그런 류의 몬스터는 아니여서 손쉽게 들고올 수 있었다. 텅. 테이블 위에 가죽을 올리자 사람들이 곧장 가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정확히는 가죽 위 문양으로.
“최종 보스의 몸에 새겨진 문양이에요. 강희민과 마허윤의 말에 따르면 공격이 중간에 막혔다고 했고요. 그래서 문양에 무슨 능력이라도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그건 이따가 확인해 보려고요.”
“굳이 이따가 확인할 필요 있어요? 길드장님.”
유아한 씨가 고개를 까딱이자 승현 헌터가 알겠다는 듯 가죽에 가까이 다가왔다. 곧이어 물고기들이 문양을 향해 다가갔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특별한 능력이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만 제 능력이 정확하지 않은 걸 수도 있으니 보다 전문적인 감정이 필요해 보이네요. 제가 유능한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승현 헌터가 알아봐 주세요.”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이곤 가죽을 가져갔다.
“그리고 또 말할 게 있어요.”
나는 또다시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맨 처음 얻었던 카메라였다. 분명 평범한 구식 카메라가 맞을 터인데 어째서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만 들어가는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것인지는 의문이다만.
“여기에 던전에 들어가서부터의 제가 쭉 찍혀 있어요.”
그 말에 형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곤 카메라를 확인하려 했으나 조작법을 모르는지 금세 도로 내려 두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거는, 사이비가 던전과 손을 잡은 건 아닐까 하는 거예요. 물론 이건 추측이고, 현재로서는 던전에 손을 뻗었다 정도에요.”
“확실히 던전에 손을 뻗은 건 확실해 보이네요. 몬스터의 문양도 그렇고.”
지화연 씨가 카메라에 손가락을 가져가 두드리다가 말했다.
“다만 이 카메라로부터 무언갈 알아내기는 어려울 거예요. 더 이상 판매 안 하는 카메라 같거든요. 그럼 중고로 샀거나 했을 텐데, 그건 증거가 안 남아요.”
“저도 알아요. 그래서 그냥 증거품 중 하나로 두려고요.”
“그럼 이건 저희 쪽에서 보관해 둘게요.”
“아, 그리고, 혹시 밀렵꾼들에 대해 알아보실 수 있으신가요?”
“가능은 한데, 왜요?”
“던전에서 밀렵꾼을 우연히 봤는데, 어쩌면 사이비 중에 밀렵꾼이 있거나, 밀렵꾼 중에 사이비와 접촉한 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음……. 우선 확인은 해 볼게요. 다만 그건 파티 이후에 알아보는 게 좋겠네요. 그 파티가 사이비와 관련되어 있다면 수사 폭이 좁혀질 터고요. 이번 파티에서 몬스터 경매를 진행할 확률이 크니, 파티에 들렀거나 연관이 조금이라도 있는 쪽을 수사하면 되니까요.”
지화연 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할 말은 다 한 것 같으니 먼저 일어나 볼게요. 아. 한지운 헌터랑 한지언 헌터는 저를 따라오세요.”
“저희요?”
지화연 씨가 뭘 묻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정쩡하게 지화연 씨를 따라가니 협회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옷과 미용 도구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앞치마에 집게 핀을 꽂고 있는 세 명의 사람이 우리에게 고개를 꾸벅였다. 나 역시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지화연 씨에게 시선을 주자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미리 사이즈 확인하고 정장 맞춰야 해서요. 헤어를 어떻게 세팅할 건지도 정하고요. 다른 사람들은 길드에 이미 소속되어 있거나 길드장이시니 알아서 하겠지만, 두 분은 아니시잖아요.”
“굳이요?”
“굳이라뇨. 엄연히 성대한 파티인데. 누구 고개 숙이게 할 생각이에요?”
“저 하나 안 꾸민다고 지화연 씨 고개가 숙여질 리는…….”
“정면 봐요. 거울 속의 자신이랑 시선이나 맞추고 있어요. 한지언 씨 형을 봐요. 얼마나 얌전히 잘 있어요.”
지화연 씨의 말에 시선만 옆으로 돌려 형을 확인하니, 정말 형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물론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지만.
“한지언 씨는 이런 자리에 참석한 적이 적어서 어찌해야 할지 조금 고민이네요.”
지화연 씨가 고민하자 앞치마를 두른 사람 중 한 명이 의견을 냈다. 머리를 까 보는 건 어떤가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조금 돌렸다.
“저 이마에 흉터 있어요.”
“흉터요?”
나는 머리카락을 조금 넘겨 오른쪽 눈썹 위에 있는 흉터를 보여 주었다. 그다지 진하진 않았으나 유심히 보면 보이는 흉터였다.
“그러게요? 이걸 왜 여태 못 봤지?”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못 보신 거 아닐까요.”
“그럼 머리는 그냥 내버려 둬야겠네요. 어차피 움직여야 하시니까 화려하게 할 필요도 없지만요.”
“그럼 그냥 정장 치수만 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음……. 그런데 본판이 나쁘지 않아서요. 꾸미면 꽤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평범한 편이라 생각하는데요.”
“오, 아뇨? 한지언 씨 정도면 괜찮은 편이죠. 아래 속눈썹도 유달리 짙고 길어서 포인트가 되고요.”
“…….”
그냥 대답을 말아야겠다.
“그런데 한지언 씨, 흉터는 어쩌다 생기신 건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흉터요? 어…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형은 알지 않을까 싶어 나는 형 쪽으로 고개를 슬쩍 돌렸다.
“형은 내 이마 위 상처 왜 생긴지 기억해?”
“…아니.”
“그래?”
나는 어릴 적 기억을 거의 통으로 잊었다. 여러 기억이 쌓아 올려져 그 아래가 너무 밑으로 간 탓이었다. 굳이 기억할 만한 것도 없고, 뭐. 장난치다 생긴 거겠지.
“흉터 없애는 치료 같은 건 하실 생각 없으세요?”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어차피 돌아가면 다시 생기고.
“한번 생각해 봐요. 사람들은 남의 작은 흠에도 생각보다 까다롭거든요. 점의 위치를 거슬려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으음. 네.”
어차피 안 할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