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쿵. 쿵.
이게 던전인지 전쟁터인지 모를 정도로 사방이 쑥대밭이 되었다.
‘…망할.’
유주한과 대치한 지 30분이 훌쩍 넘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는지라 힘에 부쳤다. 반면 저쪽은… 아직 괜찮아 보이고.
뭘 알아야 해결을 하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해결을 하려 하니 막막했다. 그렇다고 유주한에게 상처를 주자니 그건 자칫 위험해질 수 있을 것 같고. 저 몸에 기생하는 것이 유주한의 몸을 치료할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기절을 시키자니 그것도 애매했다. 가능할 확률도 애매하고, 기절한다고 기생한 것이 빠져나가진 않을 것 같으니까.
‘뭔갈 알고 있는 것 같은 녀석은 묵묵부답이고.’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나 혼자였다.
물론 해결하지 않고 도망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나 도망가면 유주한이 어떻게 될지 모를뿐더러 지금 유주한은…….
“나는 열심히 했어. 나는 노력했어. 나는 잘못되지 않았어. 나는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나는…….”
계속 저 꼴이었다. 보이지 않는 몬스터가 자존감을 갉아먹기라도 하는 건지, 점점 더 악화되는 듯한 모습에 그냥 두고 가기도 그랬다. 차라리 몬스터가 내 몸에 기생하는 게 더 마음 편할 것 같은데. 그러면 내가 별말을 다 하려나.
휘릭. 낫을 휘두르자 유주한의 몸이 재빠르게 움직여 역공했다. 최대한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제압하려니 역시 힘드네.
퐁. 포봉. 이곳저곳에서 생겨난 별들이 하얀 선으로 이어져 유주한을 포획했다. 하얀 선에 묶인 유주한이 포효하며 광적으로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새로이 하얀 선을 만들어 내 유주한을 붙잡았다.
‘이제 이것뿐인가.’
나는 묶여 있는 유주한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러곤 그의 양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유주한, 정신 차려. 네가 듣고 있는 거, 보고 있는 거 다 거짓말이야.”
스스로가 정신을 차리는 방법.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정신을 긁는 기생 몬스터라면, 가장 효과적인 게 이것일 터.
바들바들 떨리던 유주한의 몸이 서서히 얌전해지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움직이던 팔이 묶인 채로 고정되고, 다물어지지 않았던 입이 닫혔다. 거친 숨소리만 쉭쉭거리던 유주한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 진정하고―”
“크르륵.”
유주한의 입에서 짐승 소리가 난 것도 잠시, 유주한의 몸이 거대해지며 투툭 하고 기껏 해 둔 봉인이 죄다 풀려 나갔다. 완전 개방 형태다. 공격하긴 쉽겠지만 상처 내기는 힘든 모습이었다.
‘지금이라도 튀어야 하나.’
이 모습인 상태에서는 적당히 조절하며 이기기가 힘들었다. 몬스터 대하듯 공격해야 이기지.
“…별수 없나.”
하늘로 손을 뻗자, 하늘이 먹을 칠하듯 검어지며 별들이 생겨났다. 내가 살금살금 주먹을 쥐어 그대로 별을 쏟아 내려던 차.
퍼엉! 뒤에서 누군가가 쏜살같이 달려와 유주한을 공격했다.
“…유아한 씨?”
유아한 씨가 바닥으로 착지하곤 곧이어 완전 개방을 푼 유주한을 향해 한 번 더 발 차기를 날렸다. 유주한이 저 멀리 날아간 틈을 타 유아한 씨가 재빠르게 물어 왔다.
“막내가 무언가에 씐 거죠?”
“네.”
“그럼 제 추측이 맞았을 수도 있는 거네요.”
“네?”
“문양의 원래 주인들이 저희에게 생긴 문양을 다시 먹어 치우려 한다는 거 말이에요.”
“…….”
그게 그렇게 되나? 뭔가에 씐 것까진 그럴 수 있다 쳐도…….
“아. 유아한 씨! 뭐에 씐 건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됐어요!”
“뭐 형태라든가 그런 것만 간단하게 얘기해 주세요.”
“제 눈에는 안 보였어요. 기껏해야 알 수 있는 건, 주한이가 말해준 외형뿐인데. 외형을 알아봤자 인 것 같고요.”
“…안 보이다뇨?”
“만져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안 느껴졌어요. 주한이의 인지 능력만 건드린 것처럼요. 그렇다고 물리적인 접촉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무언가에 공격받은 듯 주한이에게 상처가 생기고 대치했어요. 그러니까 무언가 있는 건 분명한데…….”
“…우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 추측이 맞았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추측이 맞고 아니고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지금 상황에선 저걸 막을 방법이―”
“있잖아요. 여기.”
“예?”
“단순한 던전 오류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유아한 씨가 다가오는 유주한을 향해 걸어갔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던전 오류. 유아한 씨가 여기 온 이유. 이게 단순히 우연이 아닌 일부러 꾸며 낸 오류이고, 그게 딱 유주한의 몸에 무언가 기생한 타이밍에 일어났다면. 그리고 유아한 씨의 추측을 토대로 정리하면…….
“유아한 씨. 설마, 기생 몬스터를 본인 몸에 넣을 생각이신 겁니까?”
“오, 머리 좋으시네요.”
“그런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잖아요!”
“왜요? 적어도 전 막내보다 정신이 강하고, 무엇보다 몬스터는 제 몸을 더 노릴 거예요. 저는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문양을 받았으니까.”
“그런 추측만……!”
“그리고 전 연약한 힐러잖아요? 제압하기도 쉬울 거예요.”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유아한 씨가 날듯이 유주한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유주한의 머리를 붙잡은 채 그대로 바닥에 넘어뜨려 짓눌렀다.
“뭐가 안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귀는 열려 있겠지. 내 몸으로 넘어와. 네가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든 내 쪽이 더 가까울 테니까.”
순간 유주한의 몸이 덜컥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푸르렀던 눈이 평범하게 돌아왔다.
커헉. 유주한이 숨이 트인 듯 기침을 해 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멍하니 있던 유아한 씨가 유주한의 목을 콱 틀어잡았다.
“뭐야, 누나 왜……. 잠……. 컥!”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푸른 눈. 정체 모를 것이 유아한 씨 몸에 들어간 게 확실했다.
나는 몸을 날리듯 움직여 유주한에게서 유아한 씨를 떨어뜨렸다. 곧바로 유주한을 일으키자 유주한이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유아한 씨를 바라봤다. 그러곤 바로 파악을 끝낸 듯 보였다. 나는 유주한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고 자시고 그냥 정신이 이상해져요.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고 해야 하나. 울컥해요, 그냥.”
“그리고?”
“그리고… 모르겠어요. 그렇게 지속되던데.”
유아한 씨 추측대로 문양을 잡아먹거나 그러는 건 아닌 건가? 아니, 위험하기 전에 빠져나온 걸 수도 있었다.
“…감정을 이끌어 내는 능력을 가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누나는 괜찮지 않을까요.”
“글쎄. 네 말에 반쯤 동의하긴 하는데…….”
“반이요?”
얘는 벌써 잊었나. 방금 전에 본인 목을 조른 게 유아한 씨인데.
유아한 씨가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그러곤 무어라 중얼거리는 듯하더니 푸른 눈으로 유주한을 쳐다봤다.
“…난 열심히 살았어.”
풀린 눈으로 말하는 걸 보니 유아한 씨도 정신을 잡아먹힌 것처럼 보였다. 아까랑 다를 건 없었다. 다만 그나마 근거리라는 차이점이 있겠지. 맞으면 큰일 나겠지만.
유아한 씨가 계속 말을 이었다.
“난 어릴 때부터 계속, 지긋지긋하고 꽥꽥거리는 인간들 사이에서 스스로가 살아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숨을 죽이며 살았는데 너는?”
“뭔 소리야…….”
“너는 아니잖아. 이제 좀 괜찮아질 때서야 태어나 가지고, 온갖 평온함을 누리면서 평범하게 컸잖아. 그래도 되는 거야? 겨우 태어난 순서가 다르다고 그래도 되는 거야?”
내가 들어도 되는 건가. 유아한 씨가 저러는 건 정말 처음인데. 뭘 어찌해야 하냐.
‘또 원치 않게 가족 관계에 끼어드는 꼴이 될 것 같은데.’
최대한 입은 다물고, 몸만 움직여야겠네.
“이딴 게 장녀라면 그냥 태어나지 말 걸 그랬어. 첫 번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왜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건데? 왜 내가 업어 키워야 하는 건데? 왜?”
“그럼 그러지 말든가!”
“이제 와서? 똥오줌도 못 가렸을 때나 그렇게 말하지 그랬어? 시끄럽게 뺑뺑 울기나 하고 아무것에도 집중 못 하게 해 놓고 이제 와서 그러지 말라고 하면 어쩌라는 건데?”
턱. 유아한 씨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유주한을 밀어내려 했으나, 내가 한 발자국 움직인 순간 유아한 씨가 처음 보는 속도로 다가와 유주한을 공격했다. 천만다행인 건, 유주한이 공격을 막아 냈다는 거고.
“왜 책임져야 하는 거야. 왜 책임져야 하는 거야. 왜 책임져야 하는 거야. 왜. 왜. 왜.”
꾸득. 유주한이 막아 낸 유아한 씨의 손에서 손톱이 길게 자라났다. 곧이어 머리 양옆으로 푸른 불꽃이 피어나… 꼭 늑대 인간의 모습을 취했다.
“유주한! 물러나!”
“물러나면 뭐 해요! 어찌 됐건 이 상황을 끝내야 하는데!”
맞는 말이긴 하지만, 우선 거리를 벌려 놓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다만 말을 해도 들을 것 같진 않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유주한이 조용히 물었다.
“왜 그렇게 나를 원망해?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해? 단순히 내가 평온하게 자라서 그러는 거야?”
“그래. 뭔 이유가 더 필요하지?”
“그러면 그냥 막 살지 그랬어! 나 같은 건 그냥 무시하고!”
“그럴 여유도 없었어! 나에게는 그냥 한길밖에 없었다고! 출세! 막 사는 데에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걸 평생을 풍족하게 살아온 네가 알기나 해?”
“그냥 누나가 열심히 살고 싶었던 거잖아! 누나가 열심히 살아 놓고 왜 내 탓이야! 그냥 내가 싫은 거잖아!”
“그래, 싫다. 어쩔래!”
“그럼 죽이지 그랬어!”
“그래. 죽여 주마.”
…도대체 뭔 대화야, 이게.
근거 없는 남 탓과 질투 속에서 나는 유주한에게 조용히 말했다.
“중간중간 대답은 유아한 씨가 말한 게 아니야. 말투가 달라.”
“적어도 절반쯤은 본심이라는 거잖아요……. 괜찮아요. 어차피 다 알고 있었던 거고.”
이 이상 말해 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 둘의 관계는 둘이 알아서 할 거고, 나는 유아한 씨 몸에 들러붙은 것만 떼어 내면 된다.
…고 생각했지만, 일이 그렇게 늘 뜻대로 되지는 않으니…….
“어.”
유아한 씨 옆으로 게이트가 생겨났다. 무슨 게이트지 생각하기도 전, 유아한 씨가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
혹여 게이트가 사라질까 나와 유주한은 서둘러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게이트를 통해서 온 곳은… 우리 세상이었다.
망할, 출구가 갑자기 왜 나와.
‘그보다 더 문제인 건…….’
정신을 먹히고 있는 유아한 씨였다. 불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난동을 피우는지라 조금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곧장 기절이라도 시켜야 했다.
쿵! 유아한 씨가 유주한을 향해 달려들어 공격했다. 그 충격으로 도로에 금이 가 달리던 자동차들이 멈춰 섰다.
“주한아! 기절시켜!”
“그게 생각대로 안 돼요!”
“그냥 죽어 버려. 너 같은 건 필요 없어.”
“뭐? 누나한테나 필요 없는 거잖아! 멋대로 죽어라 마라 헛소리 그만하라고! 누나야말로 혼자 세상 불행한 인간처럼 굴지 마! 꼴 보기 싫으니까!”
“세상 불행하지 않아. 하지만 나에겐 차고 넘치는 불행이야. 너같이 태평한 사람은 알 리 없는 힘든 고통이었다고.”
“그걸 왜 나한테 푸냐고, 이 망나니야!”
“너만 없었으면, 내겐 짐이 하나 없어지는 거였어.”
툭.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와중 누군가가 자리에 서서 가방을 떨어뜨렸다.
“어서 대피하세― 어.”
내가 말리기도 전에, 벙쪄 있던 사람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야, 이 미친 망아지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