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그게 무슨 뜻이야.”
또 뭘 주워들었기에 저런 소리를 하는 건지.
“…….”
유주한은 말없이 시선을 회피했다.
“별거 아니에요.”
―엄청 신경 써 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어느새 불쑥 튀어나온 겔탄이 유주한에게 대뜸 시비를 걸었다.
―나이도 어리면서 세상에 뭐 이리 불만이 많아? 그러니까 자존심은 자존심대로 깎이고, 불만은 불만대로 많아지지. 별거 가지고 다 유난이야.
“이… 너! 말 다 했어?! 네가 우리 세상에 대해 뭘 안다고!”
―너보단 많이 알 듯해!
“아니거든? 너는 던전이나 형 그림자에서만 사는 주제에 알긴 뭘 알아!”
―헹.
유주한이 입을 뻐끔뻐끔거리며 겔탄을 가리켰다. 나에게 무어라 말하고 싶으나 어안이 벙벙해 말도 못 하는 듯 보였다.
―아무튼 그만 좀 투덜거려! 귀가 다 아프다!
“나라고 투덜거리고 싶은 줄 알아?! 누나가 말한 게 아니었으면, 누나가 그 늑대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문양조차 못 받을 인생이었으니까 이러는 거라고!”
“어?”
“아.”
유주한이 들통났다는 듯 제 입을 막아 보지만 이미 말은 나온 상황이었다.
“주한아, 그건…….”
“저도 알아요! 그냥 투정인 거! 근데… 그렇잖아요. 누나가 만약 늑대를 만나지 않았다면, 누나의 그릇에 늑대의 힘이 전부 들어갔다면…….”
“하지만 그러지 않았잖아.”
―맞아. 얘만큼 생각 참 많다, 너. 드라마를 써도 되겠어.
“넌 좀 가!”
“주한아.”
“알아요! 저도! 애 같은 투정이라는 거! 저도 아는데…….”
얘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이 많은 사람들이랑 자주 다니다 보니 본인 나이를 잊기라도 한 건가.
그리고… 또 유아한 씨인가. 도대체 이 남매는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리도 뒤틀려 있는 걸까.
“주한아. 뭘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너 어려.”
성인도 아니다. 성인의 문턱에 다다른 것조차 아니다. 이제야 성인이 될 준비를 하는 어린애지.
“그래서, 네 힘으로 이룬 게 없어서 무기라도 네 힘으로 잘 다루고 싶었던 거야?”
유주한이 양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 승부욕이 넘친다고 해야 하나.
“넌 시간이 많으니까 그리 급할 거 없어. 나중에 우연한 기회로 너한테 맞는 좋은 무기를 얻어, 잘 다룰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
“그게 언제일지 모르잖아요……. 이전처럼 또 갑자기 탑이 생겨나서 위험해질 수도 있고……. 그러면 제게 주어진 시간이 많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
―알 바야? 어차피 탑 같은 게 또 생겨날지 안 생겨날지는 누구도 모르잖아! 왜 아직 오지도 않은 일에 벌벌 떨고 앉아 있어. 하여튼 어린놈의 자식이란!
“얘 말투 왜 이래요? 꼰대 같아! 다시 집어넣어요!”
“왔다 갔다 하는 건 얘 마음이라.”
“그럼 저런 소릴 맨날 들어요? 시간 상관없이?”
“뭐… 맨날 이러진 않아.”
“형, 혹시 저 자식의 양심까지 다 먹어 버리신 거 아니에요? 형이 보살이에요?”
나도 딱히 겔탄을 데리고 다니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아직은 쓸 곳이 있으니 내버려 두는 거지. 사이비 때도 능력이라고 우길 수 있었고. 나름 쓸 곳이 있었다. 데리고 있다 보면 쓸모가 또 생길지도 모르는 법.
“어쨌거나 주한아, 너무 급한 마음 안 가져도 돼. 네가 지키지 못하는 거는 어른들이 잘 지켜 줄 테니까.”
“…시간이 너무 느려요.”
“나도 네 나이 땐 그렇게 생각했어.”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니, 정확히는 시간이 끝나길 바라는 거겠지만.
“이제 보스나 찾고 나가요. 연습할 몬스터도 없네.”
“응……. 응?”
몬스터가 없다니? 방금까지 지천에 널려 있었는데?
주위를 둘러보자, 유주한의 말대로 몬스터는 무슨, 벌레도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공허한 던전의 풍경 한가운데에 살아 있는 생명체는 우리뿐.
“왜요, 형?”
“방금까지만 해도 몬스터가 있었잖아.”
“뭐, 도망간 거 아닐까요?”
“그럴 리가. 그 수많은 몬스터가 전부? 기척 없이?”
“어……. 그것도 그러네요.”
유주한이 상황을 파악하고 입을 오므린 채 주변을 살피다가 쫑긋, 어느 한 곳을 바라보며 귀를 세웠다.
“뭐 있어?”
“뭐가 있다고 해야 하나? 이게 뭐지? 모르겠어요. 익숙한데…….”
내 어깨 위에 똬리를 튼 겔탄 역시 한쪽 귀를 쫑긋 세우더니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말했다.
―뭐야.
“뭐가.”
―빨리 자리 떠. 이게 왜…….
“그니까 뭔데.”
―말할 시간 없어. 다가오고 있어. 빨리.
털이 삐죽 세워진 겔탄이 내 그림자로 쑥 들어갔다.
‘이 던전은 B급이다.’
겔탄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그렇다 쳐도 유주한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라면… 던전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터. 그리고 그러한 던전에 무언가가 생겨나,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걸 테고.
나는 낫을 고쳐 쥐고 유주한이 바라보고 있는 곳을 똑같이 바라보았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뭐를 보고 있는 거지?
“주한아?”
“…….”
“주한아. 내 말 들려?”
“…….”
“유주한!”
갑자기 유주한의 몸이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끼는 공포. 그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뭔데. 왜 내 눈에만 안 보이는 거지?
유주한이 뒷걸음질 치다, 쿵! 뒤로 넘어졌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주한아!”
“형… 저 좀… 도와…….”
유주한은 팔로 무언가를 막고 있었다. 물리기라도 했는지 막고 있는 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나 무엇을 막는 건지, 무엇에 물린 건지, 내가 알 방법은 없었다. 보이지 않았으니까.
무작정 유주한이 막고 있다 생각되는 곳에 낫을 휘둘렀으나 휑, 바람만 불었다. 눈을 감고 기척을 읽어 내려 해도 소용없었다. 그것은 나는 인식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주한아, 지금 뭐가 습격한 건지 설명해!”
“…몰라요!”
“뭐?”
“모른다고요! 무슨 슬라임 같은데 눈알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근데 형태는 또 애매하게 잡혀 있어요! 이게 뭐예요, 대체!”
“지금 내 눈에는 안 보여.”
“도대체 왜 나한테만 보이는 거야!”
“그니까 네가 처리해야 해. 나한테는 닿지도 않아.”
“…으.”
팍! 유주한이 물린 팔을 휘둘러 무언갈 던지는 듯 보였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단순 환상으로 만들어진 몬스터인가? 아니, 그러면 유주한의 팔의 상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환상은 말 그대로 환상. 물리적 타격이 아닌 정신적 타격을 위해 존재하는 능력이다.
‘환상이 아니라면 나한테 안 보일 이유가 없는데.’
그러다 문득, 겔탄 역시 저 존재를 느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곧장 겔탄을 불렀다.
“겔탄. 나와, 빨리.”
그러나 겔탄은 반응이 없었다. 몇 번을 불러 보았지만 겔탄은 본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전혀 응답을 하지 않았다.
늘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와서 입을 나불거리던 녀석이 안 나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뭔가 연관이 있는 모양인데. 아니면 녀석이 무서워하는 존재라거나.
‘…슬라임. 불완전한 형태?’
그리고 겔탄이 알아보는 것.
‘…하나밖에 없잖아.’
실험체.
그런데 그것들은 내 눈에 보였다. 반면 지금 유주한을 공격하는 것은 내 눈으로도, 손으로도, 오감 중 그 어느 것으로도 안 느껴졌다. 게다가 겔탄이 보여 줬던 것들은 살상 능력도 없어 보였는데.
‘도대체 뭐가―’
커헉! 나는 유주한의 신음에 곧장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살폈다. 그러나 고통에 절여진 소리와는 달리, 유주한은 조금 비틀거릴 뿐 주저앉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
“주한아, 괜찮아?”
내 물음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동시에 더 이상 유주한의 움직임도 없었다.
‘끝난 건가?’
…아니. 찝찝한 기분으로 샤워한 느낌인데 끝났을 리가 있나.
“유주한.”
비틀. 유주한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걸음 내게 다가왔다. 내가 다가가려 걸음을 뗀 순간, 휙! 유주한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허.”
유주한의 검은 홍채가 푸르게 변해 있었다. 초점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무언가가 유주한의 몸에 든 게 뻔해 보였다.
“이건 또 무슨 난리야.”
기절시켜서 데려가? 아니, 그랬다 일어났을 때도 그대로면 건물 하나 날아가는 건 금방일 텐데. 그럼 여기서 내쫓아야 한다는 건데, 유주한의 몸에 들어간 무언가가 유주한의 몸을 제대로 활용할 확률은―
쾅! 고민하는 중에 대뜸 불덩이 하나가 날아와 잽싸게 피했다. 뒤를 돌아보자 땅이 터져 나간 듯 갈라져 있었다.
‘…일 났네.’
휙! 유주한이 손톱을 세운 채 나에게 달려와 공격했다. 막아 내니 그는 한 손으로 불덩이를 또 만들어 내 내 안면에 쏘았다. 안면 전체가 불타는 일은 면했으나, 눈 한쪽에 부상을 입었다.
유주한에 빙의한 무언가는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건가. 왜?
‘…몬스터한테서 이유를 찾을 바에는.’
죽이는 게 빠르겠지.
‘가능한가, 이거.’
기술이 뛰어나도, 뛰어난 힘에는 밀리는 법이었다.
‘큰일 났네.’
이런 데에서 뜬금없이 목숨의 위협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계속 오는 유주한의 공격을 받고 상처 입기를 반복하던 차. 콱! 유주한의 손에 목을 잡혔다.
‘죄다 목부터 잡아. 내 목에 원수졌나.’
그대로 땅에 처박혀 유주한의 손을 떼어 내려 끙끙거려 봤지만 소용없었다. 유주한에게 능력을 사용하기도 애매했다. 그럼 유주한의 몸에 충격이 가니까.
“유주한… 정신 차려.”
“…난 부족하지 않아.”
“뭐?”
“난 부족하지 않아. 난 부족하지 않아. 난 부족하지 않아. 난 부족하지 않아…….”
…트라우마를 자극시켜 조종하는 건가? 말세다.
이러다 목이 터질 것 같아 유주한의 배를 뻥 찼다. 유주한이 고통받는 얼굴을 하는 것에 미안했지만 지금은 사과할 틈이 없었다. 사과는 나중에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