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뭐긴 뭐예요. 방금 말한 걸 실천하기 위한 첫 단계의 도구죠. 이상한 질문한 건 보통 지어내서 답할 때 말을 더듬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거 때문에 물어본 거예요. 이율 씨는 지어낸 것 같진 않았고.”
“이걸로 줄이 잘려요? 날이 먼저 나갈 것 같은데.”
“그거 S급 몬스터의 이빨로 만든 거라 그럴 일은 없어요.”
“S급이요?!”
화들짝 놀라 칼날을 떨굴 뻔했던 이율이 칼날을 고쳐 쥐곤 조심히 손을 움직여 발뒤꿈치 부근의 밧줄에 갖다 댔다. 작고 무딘 칼날을 줄에 가져가자마자 거짓말처럼 손쉽게 줄이 잘렸고, 이율은 수갑을 제외한 나머지 구속이 전부 풀린 해방감에 속이 다 시원한지 두 다리를 쩍 벌리고 누웠다.
“이율 씨? 저희도 부탁드려요.”
“아아! 네! 네! 당연하죠!”
이율은 쓸데없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우리에게 다가와, 수갑으로 묶인 두 팔을 최대한 옆으로 옮겨 우리의 줄을 잘라 냈다.
다만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해서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목에 있는 이 문양이 우리의 위치를 알려 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
다만, 옥상에서 습격을 당했을 때 데이비드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데이비드가 지금 능력의 주인이라는 것도 거짓일 수 있지만.
‘우리가 능력에 당했다는 건 변함없지.’
나는 찌뿌둥한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유아한 씨의 말을 경청했다.
“아까 말했던 대로, 이율 씨를 저택에서 내보내기 위해 저랑 한지언 씨가 미끼가 될 거예요. 다만 데이비드가 이 대화를 전부 듣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방 바깥에 헌터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저나 한지언 씨와 달리 이율 씨는 수갑만 채워진 걸 보면 그다지 중요한 인물로 여기지는 않는 듯하니 어쩌면 이율 씨가 더 위험해질지도 몰라요.”
“네? 두 분이 아니라 제가요?”
“인질을 허투루 다룬다는 건, 그만큼 손쉽게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아.”
이율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낭패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고민을 하는 듯 입술을 짓이기다가 답했다.
“아무튼 저는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요. 당장 나가서 집으로 가고 싶어요. 어차피 여기 있는 거 자체가 위험한 거니까…….”
그는 말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도 불안하니 일단 해 보겠다 이건가.
불확실한 이율의 답에 유아한 씨가 다시 말했다.
“정말 죽을 수도 있어요. 전 지금 능력을 못 써서 치료를 해 줄 수도, 보호를 해 줄 수도 없고요.”
“그래도 여기 가만히 있는 것보단 시도라도 해 보는 게 나아요!”
“…좋아요. 그럼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이율 씨는 저희가 나가고 1분 후에 나오세요. 최대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출구로 나가시는 거예요. 바깥에 CCTV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그것도 최대한 피해 다니시고요. 혹시 영어 할 줄 아세요?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도와 달라 하세요. 대사관에 가는 게 제일 낫지만… 멀리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경찰서 가셔서 최대한 아는 영어 사용해 사정을 설명해 보세요. 가능하면 승현 헌터나 지화연 헌터에게 연락이 닿으면 더 좋고요. 협회도 좋고.”
“그… 일단 해 볼게요!”
“좋아요. 그럼 바로 움직이죠. 시간 끌어 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요.”
유아한 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 문고리를 잡았다. 밖에 누가 있으면 바로 끝날 작전이기에,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았지만 꽤 긴장됐다. 능력이 멀쩡히 있었다면 이런 작전을 세울 필요도 없었을 텐데.
‘긴장해서 뭐 하냐.’
긴 한숨을 내쉰 후 살며시 문을 열어 바깥의 소리를 들었으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했다.
끼이익. 문을 열고 틈새로 고개만 빼꼼 내밀어 바깥을 보니, 그 누구도 없었다. CCTV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넓은 저택이라면 CCTV 한두 개쯤은 설치할 것 같은데. 오히려 없다는 게 더 이상했다.
‘필요가 없는 건가.’
하기야, 누가 S급의 저택에 쳐들어오겠어. 심지어 데이비드는 능력인지 모르겠지만 벽 너머의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보는 건지,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눈으로 빤히 쳐다보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보는 쪽에 가깝겠지.
‘어쩌면,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있는 방에 도청기가 설치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이전의 왕이 유희에 미쳤던 것처럼 사이비들도 유희에 미쳐서, 다 알면서도 가만히 구경하며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 속에 소속되어 있는 데이비드도.
“전 저쪽으로 가 볼게요, 한지언 씨. 살아서 뵙죠?”
“네. 유아한 씨도 조심하세요.”
“이율 씨는 아까 말한 대로 움직이시고요.”
이율이 고개를 거세게 끄덕이며 점차 멀어지는 우리를 지켜보았다. 코너를 하나 돌면서 뒤를 돌아보니 더 이상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뭔 집이 이렇게 넓지. 아무리 걸어도 복도와 방, 창문뿐이었다. 내려가는 계단은 보이지 않았다. 창문을 보면 대략 3층인 것 같은데, 떨어져도 안 죽지 않을까.
덜걱덜걱! 창문은 무슨 원리로 잠긴 건지, 잠금장치도 없는데 열릴 생각을 안 했다. 아까처럼 부수면 부서질 여린 유리창이었지만, 창문을 깨는 순간 데이비드가 찾아오겠지.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이고.’
3층 정도 되는 높이에, 한 층에서 이렇게 헤매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대저택 같은데, 일하는 사람 하나 안 보인다는 건 죄다 내쫓았거나 혼자 살거나 둘 중 하나겠지. 아니면 이 아래층에 득시글거리거나. 데이비드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건 확실한데. 이율을 데려온 사람도 있었고.
‘복도엔 아무것도 없으니 방 안을 뒤져 봐야 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데이비드도 본인 집을 다 못 외우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넓은 저택이었지만 너무나 허전했다. 복도에 흔한 장식 하나 달려 있지 않아서 마치 최근에 지어진 빈집처럼 느껴졌다.
문도 다 똑같이 생겨서는, 어떤 걸 열어야 할지 정할 수가 없었다. 함부로 열었다가는 함정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단 말이지.
‘위험하지만 다 열어 보는 게 나을까.’
아니면, 문이 아닌 다른 걸 살펴볼까.
‘…아니다. 내가 눈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감각이 예리한 것도 아니고.’
그냥 문이나 열고 다녀야지. 어차피 내 역할은 미끼니까.
‘창문을 부수는 게 미끼로서는 제일 제격이겠지만, 당장 부술 만한 물건이 안 보이네.’
맨몸으로 부수면 내 몸만 상한다. 유리 조각이 박혀 살을 파고들어 가면 그것만큼 귀찮은 게 없지.
덜컥. 덜컥. 나는 문고리를 하나하나 잡아 열어 방 안을 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텅 빈 방들을 보며 나는 이곳이 정말 데이비드의 집인 것인지 의아함을 느꼈다. 그냥 이번 일을 위해 빈 저택을 사들인 건 아닐까? 아니면 아래층은 멀쩡한데 이 층만 계단을 메워 아래층과 분리시키고 이처럼 허전하게 방치한 걸 수도 있었다. 우리를 가둬 놓았던 방만 약간 꾸미고서 말이다.
‘아니, 사들인 게 맞는 거겠지.’
데이비드의 성격이라면, 이 집을 한가득 꾸며 놓았을 것 같으니까.
‘…내가 아는 데이비드의 성격이라면, 이지만.’
사실은 지금 보는 집 안의 풍경이 데이비드의 실제 성격을 알려 주는 걸 수도 있었다. 진실은 데이비드에게 물어야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지금 만나고 싶진 않지만 말이야.’
문을 몇 개를 지난 건지 모르겠다. 나는 텅 빈 방을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나서야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율은 우리의 말대로 움직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방 안은 우리가 나갔던 모습 그대로, 아무도 안 온 듯 변함이 없었다.
분명 데이비드 말고 누가 더 있는데, 아무도 안 보인다. 그렇다면 무슨 숨겨진 길 같은 게 있는 게 분명할 텐데 내가 간 쪽에서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유아한 씨가 간 쪽에 계단이 있는 건가? 단지 내가 운이 안 좋아서 계단이 없는 쪽으로 간 걸 수도 있으니까.
‘…유아한 씨가 여기로 안 돌아온 걸 보면, 저쪽에 뭐가 있는지도 몰라.’
그리고 오는 동안 이율을 만나지 못한 걸 보면 이율도 저쪽으로 간 것일 테고.
‘좋아. 가자.’
성큼. 나는 두 사람이 갔을 거라 추측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갔던 곳과 다를 바 없이 고요하고 텅 빈 방들만 이어졌지만, 끝에는 무엇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대강 복도 중간쯤 온 것 같은데 아무도 안 보이고 다른 특별한 것도 안 보이니까. 만약 아무것도 없다면 유아한 씨가 벌써 확인하고 되돌아왔거나 창문을 부수고 바깥으로 몸을 던지기라도 했겠지.
‘…아무것도 없네.’
드디어 마지막 방문만을 남긴 채, 복도 끝에 다다랐다. 주변에 창문마저 없는 이곳은 유아한 씨와 이율이 안 보이는 게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만약 아래층으로 갔다면 작은 소음이라도 들렸을 터. 비명이나, 붙잡으려고 달려가는 소리 그런 거 말이다. 그러지 않았다는 건… 여기에 뭐가 있어야 하는 건데.
“…….”
덜그럭. 나는 문고리를 천천히 돌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 틈새로 보니 다른 방과 같이 아무것도 없이 어두컴컴하기만 한 방인 듯했다. 이번에도 꽝인가 싶어 나는 벌컥 부주의하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쿠당탕. 쿵. 누군가가 잡아당겨 그대로 바닥에 나뒹군 바람에 얼굴이 얼얼했다.
곧장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으나 그와 동시에 몸이 뒤로 잡아당겨지며 허공에 붕 떴다. 나는 벽에 처박히는구나 반사적으로 생각하며 팔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나 푹, 예상외로 안전하게 의자에 앉혀졌다.
“딱히 해칠 생각은 없으니 겁먹지 마.”
팔을 슬쩍 치워 앞을 보니 데이비드가 턱을 괴고 나와 마주 앉아 있었다. 곧장 일어서려는데 턱, 무언가가 내 몸을 붙잡고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얀 팔.’
나는 내 몸을 붙잡은 하얀 팔을 보다가, 시선을 천천히, 하얀 팔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 끝에는, 데이비드가 있었다.
‘능력이, 하나가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