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정보】
이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유아한 씨를 만나고 던전에 들어섰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다만 문제는 들어가고부터였지. 이전 던전도 평야에서 설원으로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평야로 바뀌었다. 도서관이라면서? 왜 평야인데.
“오류 난 모양이네요.”
유아한 씨가 태평하게 말하며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전에 공략했던 던전도 오류가 나서 몇 번 배경이 바뀌었었는데 말이죠.”
“그래요? 최근에 던전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별로 없었는데. 그 정도면 운 좋으신 편 아닐까요?”
“이거로 운이 좋느니 마느니… 별로 기분이 좋진 않네요.”
“하하. 뭐… 도서관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며 유아한 씨가 가리킨 곳엔, 거대한 건물 하나가 하늘 위에 둥실 떠 있었다. 건물 바깥까지 책장이 떠다니는 걸 보니 도서관인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저길 어떻게 가냐는 거지.
“분명 도서관 안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왜 내쫓겼지.”
“그러게요. 처음 수색한 사람은 분명 아무도 없는 도서관이라 했는데 말이죠.”
“저희가 공략조라는 걸 알고 내쫓은 거 아닐까요?”
“그럼, 저기 도서관에 갈 방법부터 찾아야겠네요. 혹시 아는 거 있어요?”
“아뇨. 도서관 외관을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이네요. 제가 비행 능력이 있긴 한데 써볼까요?”
“그거 기력 소모 심하다면서요. 기다려보세요.”
그러곤 유아한 씨가 주변을 살피다, 근처에 나뒹구는 돌 하나를 줍고는 도서관으로 내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이 도서관에 닿기 직전. 파지직! 노란색 빛과 함께 돌이 분해됐다.
“그냥 갔다간 분해되겠네요.”
“……그러게요. 그럼 출구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주변에 딱히 특별한 것도 없는 것 같죠?”
“일단 둘러보죠. 땅 아래에 입구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유아한 씨의 말에 따라 주변을 살피자 있으라는 문은 없고 웬 작은 몬스터만 가득했다. 하물며 몬스터라기엔 평범한 동물처럼 우리로부터 도망치기 바빴다.
유아한 씨가 감흥 없다는 듯 말했다.
“토끼네요.”
“그러게요.”
그러곤 비키라는 듯 발로 휘젓자, 모양새가 토끼와 비슷한 몬스터들이 줄줄이 도망쳤다.
몬스터는 두 발로 꼿꼿이 서 있는 데다가, 털이 꼭 원피스처럼 되어있다는 점이 일반 토끼와 달랐지만, 뭐. 얼굴이 토끼 같으니까.
‘그러고 보니 눈이 붉네.’
하물며 털은 하얗다.
“유아한 씨.”
“네?”
“털이 하얗고 눈이 붉은 토끼 뭔가 익숙하지 않아요?”
“…아. 근데 한쪽은 귀가 늘어지고 남색 털 아니었나요? 여기에 그런 종은 안 보이는데.”
“그러게요. 그런데 형제라 하지 않았나?”
주어를 따로 붙이진 않았지만 서로 무얼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괴인 중 하나였던 토끼 형제. 분명 유주한과 유아한 씨가 살린 채 떠났다고 했지.
‘겔탄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살아있고. 헤이라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살아서 교주 노릇 하고 있던 거 보면, 그것들도 본래대로 돌아와 살고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기에 마저 숲속을 걸으려던 차.
―삐이익!
어린 동물의 울음소리에 무심코 걸음을 멈추자, 바로 한 발짝 앞에 웬 토끼 두 마리가 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아니 얘네는 초식동물이긴 하지만 하여튼.
“유아한 씨.”
“네?”
“이것 보세요.”
유아한 씨가 내 말에 다가와 한 손보다 작은 몬스터를 내려다봤다.
“허?”
유아한 씨가 몸을 쭈그려 하염없이 작은 몬스터들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툭. 손가락으로 밀쳤을 뿐인데도 너무나 쉽게 기울어져 너머지는 몬스터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삑! 삑!
쥐똥만한 눈물을 흘리는 것마저 어이없어 나와 유아한 씨는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이게 본래 모습인가 봐요.”
“그러게요.”
이전에 봤던 하얀 토끼들과 달리 더 작은 새하얀 털에 붉은 눈의 토끼. 그 뒤로 좀 큰 남색 토끼.
“다쳤나 본데요.”
하얀 토끼가 도망치지 못하는 이유가, 아마 이 남색 토끼 때문이겠지.
남색 토끼는 털이 군데군데 빠져 상처투성이에 비해, 하얀 토끼는 상처하나 없이 멀끔했다. 유아한 씨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보아하니 털 색이랑 귀가 다르다고 차별받는 모양인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보시면 이빨 자국이 작아요. 무엇보다 다른 토끼들은 서로 챙기기 바쁜데, 다치기까지한 이 토끼를 안 챙긴 거 보면 확실하죠 뭐. 힘없는 애들이 원래 서로 뭉치기보단 하나 인질로 내놓고 도망치기 바쁘거든요.”
그러곤 유아한 씨가 대뜸 하급 포션을 꺼내 들더니 토끼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하얀 토끼는 화들짝 놀라며 유아한 씨 발등에서 몇 번이고 팔을 휘둘렀으나, 개미도 저것보단 아플 것 같다는 생각 말고는 안 들었다.
―삑. 삐익…….
남색 토끼가 찡그렸던 눈을 서서히 뜨고는, 우리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제 동생을 입으로 물고 그대로 줄행랑 쳤다.
“배은망덕하네요.”
“이럴 거 예상하고 도와주신 거 아녜요? 애초에 몬스터는 별로 안 좋아하시면서 도와준 것도 신기한데요.”
“몬스터 안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이전에 말씀드렸었나?”
“몬스터한테만 반말하시는 거 보면 모를 수가 없죠.”
“아.”
유아한 씨가 바지를 털며 일어나곤 주위를 살폈다.
“뭐 그건 그렇죠. 실제로 싫어하기도 하고. 애초에 누가 몬스터를 좋아하겠어요?”
“그런데 왜 도와주셨어요?”
“주한이가 살려뒀잖아요. 기껏 살렸는데 본인이 명예롭던 왕의 측근인 것도 잊은 채 이렇게 같은 동족한테 죽으면 괜히 제가 다 밤잠 설칠 것 같네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죽이지 않아도 이미 미움받는 게 일상인 것 같은데요 뭐. 제가 미워해봤자, 본인 동족이 미워하는 게 더 마음 아플 걸요? 한지언 씨는 그런 적 없어요?”
“싫어하던 상대가 이미 상처를 많이 받아 봐준 적이요?”
“네.”
“글쎄요. 복수는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지는 좀 돼서요. 옛날 기억 좀 뒤져봐야 하는데.”
“저는 헌터가 아닐 적을 말하는 거예요.”
“헌터가 아닐 적이라면… 마허윤 정도겠죠.”
“마허윤 헌터요? 같은 팀 아녔던가요.”
“아 모르세요? 대학 다닐 적에 몬스터가 처음 나타났는데, 그때 제가 넘어졌는데 그냥 도망쳤거든요. 사실 그때도 엄청 싫어한 건 아니라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야? 정도의 미움이었는데. 누가 그 장면을 보고 소문을 퍼뜨렸더라고요. 그래서 마허윤은 그대로 군대 갔죠.”
“그럼 마허윤 씨는 계속 군대에 있었던 거겠네요. 그러고 보니 한지언 헌터는 군대에 안 갔었죠?”
“네. 미루고 미루다 보니까… 휴학을 하기도 해서 그냥 졸업하고 가야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안 하길 잘한 것 같네요. 괜히 갔다가 회귀할 때마다 군대 가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 어.”
유아한 씨가 말을 멈추고 앞을 바라봤다. 나 역시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토끼 형제들이 주춤주춤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삑. 삑.
하얀 토끼가 빙그르르 몸을 돌리고는 우리를 바라봤다. 유아한 씨가 고개를 갸우뚱 하자, 하얀 토끼는 남색 토끼에 몸을 툭툭 건드리고는 다시 빙글 돌았다. 그 모습에 내가 말했다.
“감사 인사 아녜요?”
“감사 인사 한번 독특하네요.”
그러곤 유아한 씨가 무언갈 고민하더니, 가방 안을 뒤적이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연고 하나를 꺼내 들었다. 쓰다만 연고의 뚜껑을 열곤, 제 손에 상처를 살짝 내 연고를 바르고, 상처가 나은 것을 토끼 형제에게 보여주곤. 연고를 토끼 형제에게 건넸다. 토끼가 삑삑 반복적으로 울더니 폴짝 뛰며 우리를 계속 바라봤다.
“싫어하신 다면서요?”
“재밌잖아요. 이전엔 서로 혐오하며 싸웠는데. 지금은 이들의 구원자가 됐다는 게.”
“참 성격 무서우시네요.”
“어찌 됐건 서로에게 이득이잖아요?”
“예. 예.”
토끼 형제가 한참을 삑삑 거리다가 다시 우리를 바라보곤, 하얀 토끼가 손을 조물거리다가 무언갈 쑤욱 꺼내 들었다. 아니 저 작은 손에서 어떻게 저런 큰 게 나와.
아장아장 걸으며 유아한 씨에게 제 몸만 한 물체를 건넸다.
“이건… 열쇠네요.”
이걸 어디에다 쓰는 건지, 몸짓을 하더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차.
―뭐야! 잠깐 눈 감은 사이에 얘네 만난 거야! 치사하게 왜 나 빼고 만나!
겔탄이 쑥 튀어나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토끼 형제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토끼 형제는 겔탄에 모습을 보자마자 저 멀리 줄행랑쳤다.
―어디가! 돌아와! 너희 친구 겔탄이라고! 어이! 야!
“…겔탄.”
―아니. 도망가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같은 동물 친구인데?
“네 몸이 쟤네 5배인 건 인지하고 있는 거야? 빨리 다시 들어가기나 해.”
―맨날 나만 미워해!
미워할 짓을 하지 말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