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6
26화
내가 공격 태세를 갖추는 데 몇 초가 걸린지는 모르겠다. 다만, 무척 빠른 속도였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무섭네!”
야상 후드를 눌러쓴 연회분홍색의 머리칼. 눈을 가린 검은 수면 안대. 머리카락 색과 같은 거대한 여우 꼬리.
그 꼬리에 달린 입이 빠르게 목을 노려 휘두른 내 낫을 가볍게 잡아 막았다. 하물며 빠지지도 않았다.
“살기 좀 어찌해 봐. 난 싸울 생각 없다고.”
“그런 자식이 갑자기 튀어나와?”
“갑자기 튀어나온 게 뭐 어때서! 공격 안 했잖아!”
“…무기나 놓지?”
“응? 아, 그러네. 미안!”
툭. 꼬리에 달린 날카로운 이가 내 낫을 놓았다. 나는 낫이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 곧장 다시 낫을 휘둘렀다.
“아, 진짜! 싸울 생각 없―”
그러고는 놈이 뒤로 조금 물러선 것을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승현 헌―”
“잠깐만!”
턱. 소리치려던 내 입이 재빠르게 막혔다.
“진짜, 진짜 싸울 생각 없이 대화만 하고 싶은데. 한 번만 봐주라. 응? 너도 대화 원하잖아!”
“…….”
그러니까 더 수상했다. 같은 팀인 것 같은 애들이 저리 피 터지게 싸우는데, 누구는 그냥 평화롭게 대화나 하려 하고.
“…….”
“응?”
뻐억! 있는 힘껏 발길질하자 꼬리에 입 달린 이상한 것은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아프잖아!”
“그러라고 친 건데.”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그건 확실했지만.
“일부러 힘 안 줬지?”
“뭐야. 왜 이렇게 눈치가 빨라?”
놈은 일부러 나를 봐주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그건 놈에게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이었다. 충분히 위험 요소였지만…….
“그래, 뭐. 들어는 줄게.”
“앗.”
대화만 할 생각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바깥의 저것들처럼 피부를 짓누르는 살기 하나 존재하지 않으니. 물론 그게 더 위험할 수도 있지만.
놈은 꼬리에 달린 이만큼이나 날카로운 이가 달린 입으로 방긋 웃으며 후다닥 나에게 달려왔다. 어느 정도 가까워진 순간, 퐁! 별이 놈의 앞에서 가볍게 터졌다.
“왜, 또!”
“거기서 말해. 내가 널 뭘 믿고.”
“어차피 바로 달려갈 수 있는 거리인데.”
“…뭐, 좋아. 1km 떨어져서 대화하고 싶으면 그러든가.”
“아냐. 지금이 딱 좋아.”
풀썩. 놈은 바닥에 앉아 책상다리를 하곤 살갑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봐야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어 정말 살갑게 웃는 것인지 입만 웃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뭔 대화를 하고 싶은 건데.”
“…성격이 휙휙 바뀌네!”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분위기 전환! 분위기 전환!”
놈은 꼬리를 휙휙 저으며 목을 가다듬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일단 내 이름은 □― 아니, 아니다. …겔탄이야!”
뜸을 들인 거 보니 방금 지어낸 이름인 것 같은데. 본명이 아니거나.
크게 신경 쓸 필요성은 없겠지.
“…먼저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그 망할 이상한 외계어는 너희 세상 언어냐?”
“이상하다니. 일단 우리 세상 언어인데.”
“그래.”
그럴 것 같지만 확실히 해야 했기에 물어봤다. 혹여 언어가 아닌 암호문일 수도 있으니까.
“그럼―”
“그 전에!”
“…….”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 딱 네 번!”
“뭘.”
“네 번 질문할 기회를 줄게!”
“뭐든지?”
“아니!”
“…….”
하는 행실을 보니 그냥 날 짜증 나게 하려고 온 것 같은데. 꼬리를 살랑거리는 꼴을 보니 더욱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들었다.
‘참자.’
뭐든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기회니까.
“아! 만약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해도 그대로 기회에서 깎을 거다? 그것도 대답이라 생각해!”
“…….”
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으니, 차라리 죽기 직전으로 만들어서 대답을 얻어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
나는 세상 평온하게 앉아 있는 놈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아니. 그건 불가능했다. 당장은 이것을 이기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랑 합세해야 가능할 터. 혼자서는 절대로 불가능했다. 밖에 있는 토끼 귀와 흰 가면은 적어도 승산은 있었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러니까 겔탄이라는 자식은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 그 흔한 살기도 안 느껴지니.
적어도 시간이 지나면 모를까, 지금은 불가능했다.
“…후.”
나는 한숨을 내쉬고 겔탄을 바라보았다. 살기도 없고 싸울 의지도 없어 보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래, 겔탄.”
“응?”
“가벼운 질문은 기회를 사용하지 않고도 가능해?”
“음, 그러지, 뭐. 난 네가 마음에 들거든.”
“…질문. 너희는 일단 우리랑 적인 거지?”
“그렇지?”
“너희는 헌터냐?”
겔탄은 잠시 고민하는 듯 침음을 내뱉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문양은?”
“문양?”
“아니다.”
되묻는 걸 보니 없는 모양이지. 그리고 문양이 없다는 건, 우리 세상 사람이 아닌 걸 테고. 애초에 헌터는 문양이 생긴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까.
“그럼 다음 질문. 너희는 무슨 이유로 생겨났지?”
“왜 생겨났냐니?”
“말 그대로.”
“어… 이건 기회 하나 없앨게.”
“뭐?”
“그리고 대답도 두루뭉술! 대답은, 그게 우리 역할이니까!”
“그걸 내가 모르는 게― 아니다.”
그래. 확실한 답을 얻으려는 내가 멍청이지.
“다음 질문. 왜 이곳에 나타났지?”
“아……. 이것도 기회 하나 없앨게.”
“…마음대로.”
“우리가 왜 여기에 나타났냐면, 여기는 일단 가장 많은 흐름이 나오거든.”
“흐름?”
“그건 비밀! 시크릿!”
“그래서 그게 너희가 나타난 거랑 무슨 상관인데.”
“흐름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걸 막으러 왔지.”
“그러니까……!”
겨우 그런 대답으로 기회를 깎아 먹어?
푸, 작게 한숨이 튀어나왔다. 일단은 적이기에 내가 그간 겪은 회차에 대해 말하기도 그래서 영 답답했다. 말해 봤자 알아들을 리도 만무하지만.
“…그러니까 네 말은, 여기가 흐름이라는 게 가장 많은 곳인데 우리가 쳐들어와서 내쫓으러 왔다?”
“어……. 내쫓으러 온 거는 아니야.”
“뭐?”
“그러니까 □이, 아니, 그 흰 가면 쓴 애가 지원 요청 해서 온 거야.”
별로 도움이 되진 않았다. 흰 가면도 이번이 처음 나타난 것이니 놈이 지원 요청을 해서 왔다는 말은 정말…….
도움이 안 되네, 진짜.
“넌 나한테 도움을 주려고 이러는 거냐, 약 올리려고 이러는 거냐?”
“둘 다 아닌데.”
“뭐?”
언제 봤다고 벌써 지겨워진 꼬리가 살랑였다.
“난 그저 우리를 위해 이러는 거야.”
“뭔 개소리야, 그게. 우리?”
“자세한 거는 기회를 까도 말 못 해!”
“…그래.”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자, 앞으로 두 번 남았어!”
두 번. 앞의 두 번을 너무 가볍게 사용했다. 어쩌면 핵심을 파고들 수도 있는 기회였는데 바보같이 낭비해 버렸다. 저 망할 겔탄이라는 놈의 멍청함이 나한테까지 옮은 건지.
“…….”
진정하고, 질문을 어찌할지 생각해야 했다. 저 자식이 눈치를 채지 않고 답을 해 줄, 간단하면서 간단하지 않은 질문.
“…아.”
“응?”
“질문.”
문양이 없는 헌터라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해 봤자 이득은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그 위의 것을 파고들면 어떨까.
“왕이라는 작자에 대해 들었는데.”
“와. 그걸 떠들어 댔어? 진짜 입단속 좀 제대로 하라니까. 겁도 없나.”
“…어쨌거나 그 왕이라는 놈은 여기, 던전의 개발자냐?”
“어… 그렇지?”
“그래. 그럼 그걸 죽이면 던전은 사라지고?”
“글쎄? 그건 나도 몰라.”
뭐든지 아는 것처럼 굴었으면서 인제 와서 모르는 척인 건지, 아님 정말 모르는 건지. 전자이든 후자이든 겔탄은 더 말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기회는 이제 한 번!”
“…….”
솔직하게 까놓고, 왜 우리 세상을 멸망시켰냐고, 왜 하필 우리 세상이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왕이 아닌 존재가 그 대답을 알 리 없으니 굳이 묻지 않았다. 왕이라는 존재를 알았으니, 이제 그 자식 앞에 가서 물어야지. 대충 그 왕이라는 작자가 이 판을 짠 것 같으니.
‘그리고, 아직은 멸망시키지 않았으니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말해 봤자 뭐 어쩌겠는가.
나는 겔탄을 잠시 바라보았다. 생전, 그 어떤 회차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
잘 모르겠지만 형뿐만 아니라 던전에도 이변이 생긴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는 건 그 중심에 형이 있다는 것. 아니면 그냥 정말 단순 이변의 연속일 수도 있다만, 인제 와서 그럴 리가.
“…마지막 질문.”
궁금한 것은 단 하나였다.
왜 우리 세상을 멸망시키려 하냐.
나는 달싹거리는 입을 겨우 열어 말을 꺼냈다.
“…너희 왕이라는 건, 뭐 하는 작자냐? 그러니까, 생겨난 이유라든가 그런―”
“우리의 신.”
“뭐?”
“우리들의 모든 것.”
“창조주라도 되냐?”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진실은 오직 왕밖에 몰라.”
“그럼 도대체 질문은 왜 하라고 한 건데.”
“그런 깊은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지. 그나저나 너 진짜 대화할수록 마음에 드네!”
겔탄의 꼬리가 헬리콥터의 날개처럼 살랑거렸다. 곧 날아갈 것같이 붕 소리가 났다.
“있잖아, 혹시 우리랑 함께할 생각 없어?”
“미쳤나.”
“음, 싫구나. 그랭.”
“…….”
내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자 겔탄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 나는 더는 겔탄을 신경 쓰지 않고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가 언제 싸움을 끝낼지만을 기다리며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곧 이길 것 같은데.
“슬슬 가야겠네.”
“어?”
“네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우웅. 돌연 게이트가 생겨나며 겔탄이 그 안에 팔 하나를 집어넣고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죽지는 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제 왕의 세상이 도래하거든.”
“잠만, 무슨 소리―”
겔탄이 빙그르 입을 벌려 웃으며 날카로운 이를 독보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안녕!”
우웅, 내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겔탄이 게이트 속으로 사라졌다.
“왕의 세상이 도래한다고?”
그래. 이번 던전이 끝나면 강한 던전들이 마구잡이로 생겨나고 던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S급 던전이 터져 이상하리만큼 강한 것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세상이 멸망하긴 했다만.
“그러면…….”
“한지언 헌터?”
“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아까와는 달리 꾀죄죄한 승현 헌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 끝났나요?”
“사라졌습니다.”
“사라져요?”
유아한 씨가 걸어오며 말을 마저 이었다.
“왕의 세상이 도래한다, 라고 말하고는 갑자기 게이트 속으로 사라졌어요.”
“…….”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나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빨리 다른 사람들과 합류한 다음에 공략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아.”
현재 모인 건 세 명. 형은 아직도 혼자 다니는 것인지 보이지 않고, 따로 떨어진 류천화 씨 역시 마찬가지―
“혹시 나를 찾는 건가?”
휙.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먼지를 뒤집어쓴 듯 꾀죄죄해진 류천화 씨가 서 있었다.
“어… 류천화 씨?”
“이리 엉망인 걸 보니 이쪽도 뭔가 나타난 모양이군.”
“류천화 씨 쪽에도 그, 헌터들이 나타났어요?”
류천화 씨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왕의 세상이 도래한다고 말하고는 사라지더군.”
“이쪽도입니다.”
승현 헌터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아무래도 빨리 클리어한 뒤 나가 봐야겠습니다.”
“그러기에는 형이―”
“나?”
익숙한 형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는 형이 게이트에서 나왔다. 짰냐?
“형이 왜 거기서 나오는데.”
“다음 스테이지 깨서 전 스테이지로 갈 수 있길래.”
“뭐?”
“여기서 바로 다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어.”
“아니, 잠만. 그 전에 뭐라고?”
“다음 스테이지 깼어.”
“왜?”
“그냥.”
“어떻게?”
“…그냥.”
나만 이리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유아한 씨는 하하 웃었고, 승현 헌터는 한숨을 내쉬었고, 류천화 씨는 아무런 기색도 없었다. 아니, 나만 당황한 건가?
“다들 알고 있었어요?”
“얼핏.”
대답한 것은 류천화 씨였다. 그리고 그다음은 유아한 씨.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녀서요.”
마지막으로 승현 헌터.
“다 같이 하자고 늘 말씀드렸는데.”
전에 지화연 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평가지만, 한지운 헌터는 왠지 미래를 보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요.」
그건 개인적 평가가 아니라, S급들의 총평이었나 보다.
이 망할 자식은 도대체 얼마나 쏘다닌 거지?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