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지화연 씨의 말에 간간이 대답을 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나에게 그저 있었던 일들을 말하는 것뿐이지 어떠한 조언을 바라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계속해서 하고 싶은 말이 튀어나오려 들었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참고 있자, 지화연 씨가 말을 이었다.
“뭐. 사실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저 변명거리들이죠. 그 아이에게 무엇을 몰래 해주었건, 정작 중요한 걸 말 안 했으니까요.”
후회 느껴지는 말에 오지랖인 걸 잘 알고 있음에도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그럼 한 번 만나보시는 건 어떠세요?”
“네? 아니. 음. 충분히 잘 지내는데 굳이 그때 기억을 들추는 게 맞을까요?”
“친하셨다면서요. 그리고 아직도 계속 생각하고 계신 거 보면 그러고 싶으신 것 같은데.”
“그래도 이제 한참 지났기도 했고. 오래전 친했던 거니까.”
글쎄다. 그렇게 말은 하면서 목소리에는 후회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행동 하나하나가 그렇게 보여, 차마 넘길 수가 없었다. 나답지 못해 덩달아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최근에서야 느끼는 게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입은 계속해서 열렸다.
“지화연 씨가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헌터 일을 해왔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거 보면, 지켜보고 계신 거 아닐까요. 만약 지화연 씨가 승승장구하는 게 배 아플 정도로 미워했다면 이미 논란으로 뉴스 헤더라인을 장식하셨겠죠. 그런데 아무런 일도 없잖아요. 아시잖아요. 저희 잘못이 아닌데도 욕먹는 게 흔한 자리인데.”
지화연 씨가 표정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마른세수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 나이 먹고도 사과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네요.”
“사람마다 못하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
“한지언 씨는 학창 시절 어떠셨어요? 연애는 해 보셨나요?”
“학창 시절이랑 연애랑 무슨 상관이에요… 제 학창 시절은 평범했어요. 그냥. 친구들이랑 끝나고 뭐할지 정하거나 수업 시간에 자거나. 뒤늦게 후회하고 미친 듯이 몰아서 공부하거나.”
“의외네요. 저는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실 줄 알았는데.”
“지화연 씨는 공부 잘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모범생이셨나요?”
“모범… 까지는 아니죠. 매점에서 시간 보내다가 수업 늦은 적이 한두 번 아니었거든요. 물론 정말 늦어도 2분 정도여서 큰일은 없긴 했지만. 그리고 입이 좀, 많이 험하기도 했고요. 담도 넘어보기도 했고……. 물론 어른들 앞에선 안 그랬고요!”
“해나 씨랑은 어쩌다가 친해지셨나요?”
“…아~ 그건 정말 말하기 싫었는데.”
지화연 씨가 백양의 몸을 제 손과 팔에 올리고 이리저리 쓰다듬었다가 말했다.
“해나는 학기 말 즈음 전학 왔었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친하지도 않았고요. 애초에 다른 반이었고. 그런데 실수로 어깨가 부딪쳤어요. 그리고 제가 조금 건성으로 사과했죠. 그 후로는… 음. 싸웠어요. 주먹다짐.”
“예?”
“복도 한가운데에서 한 명 깔고 주먹으로 싸우니까 애들 다 몰리고 난리도 아니었죠.”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친한 거지?
내 생각에 해나 씨도 지화연 씨 만만치 않게 괴팍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변함없는 것 같고.
“그러다가 뭐. 눈 마주치면 서로 매섭게 노려보다가 해나가 제가 친구들이랑 지내는 걸 지나가다 봤나 봐요. 그것도 좋은 부분만. 그렇게 해나가 오해한 것 같다며 화해하자 하고 매번 저희 반으로 와서 얼떨결에 친해졌죠. 생각보다 잘 맞더라고요. 애초에 무슨 오해를 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인생에 굴곡이 많으셨네요.”
“이 정도 굴곡이야 뭐― 멈춰요.”
지화연 씨가 풀려있던 표정을 굳히며 앞을 바라봤다. 나 역시 덩달아 앞을 바라봤다. 그리곤 곧장 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몸을 숨겼다.
멀리 있을 때는 안개에 가려져 안 보였던 것이, 가까워지며 너무나 선명히 보였다. 사람의 몇십 배는 되어 보이는 골렘 여러 개가 제자리에 일렬로 서 있다. 저런 거대한 것이 있음에도 눈치 못 챈 거로 보아 움직이진 않는 것 같지만…….
나는 조용히 말했다.
“지나치게 깔끔하네요.”
“그쵸? 어제 만들어진 것같이 깔끔하네요.”
“저것들 혹시 저희 쪽으로 넘어올 때 움직이려는 건 아니겠죠?”
“아니길 바라야겠지만. 저도 그래 보여요.”
주변에 다른 생명체는 없는 것 같다. 어쩐지 지나치게 조용하다 했어. 몬스터도 별로 없고. 여기가 보물창고였던 모양이지?
‘어찌 됐건 감시하는 존재도 없으니.’
부숴버려야지.
“부수러 가죠?”
“그 전에 먼저. 이 던전의 보스부터 잡죠. 혹시 모르니까.”
그러며 지화연 씨가 가리킨 방향에는 보스로 추측되는 몬스터가 어슬렁거렸다. 곧장 움직여 몬스터를 처리하고 게이트가 생겨난 것까지 확인한 후에 우리는 별말 없이 골렘 쪽으로 달렸다. 혹시 모를 존재가 따라오기 전에 재빠르게 선수 쳐 부서뜨릴 수 있도록.
콰과광!
온갖 광역 능력을 사용하자 골렘은 겨우 하나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단순 광역 마법을 사용한다고 부서지는 정도가 아니었다. 힘을 최대한 실어야 금이 가는 수준이고, 한 번 더 공격한 후 물리적으로 타격을 크게 줘야 부서져 내렸다.
이런 녀석이 수십, 수백 개 정도 되어 보이니, 마음이 오히려 초조해졌다.
‘이딴 게 넘어오면, 그것도 한 곳에 몰려버리면.’
S급 헌터가 아무리 많아도 S급은 만능이 아니니 이것에만 신경 쓸 수는 없다. 애초에 전쟁터 한복판에서 뒤를 생각하지 않고 힘을 막 사용하기도 힘들다.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일 테니까.
그러니 이건. 큰 방해다.
‘다른 곳에도 이런 게 쌓여있는 건가?’
그럼 좀 많이 곤란할 것 같은데.
타닥. 탁. 골렘을 겨우 반 정도 무너뜨리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니. 반은 맞긴 한가?’
물을 마시며 남은 골렘들을 바라보고 있자, 지화연 씨가 비척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물을 건네자 페트병을 접으며 남은 한 방울까지 다 마신 지화연 씨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휴가 때마다 뭐가 일어나는 것 같네요. 도대체 이건 뭘까요? 아니. 애초에 이런 게 왜 존재할까요. 이제껏 안 나오다가 이제서야. 그동안 봐줬다는 것처럼 이런 걸 준비하는 걸까요?”
“음. 글쎄요. 오히려 반대 같은데요.”
“반대요?”
“만만하게 봐서 준비도 안 하려 했다가, 생각 이상으로 강하니 만반의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그럴 것 같기도 하네요. 저쪽 최고 전력을 이미 하나 죽여버렸으니.”
공격하길래 열심히 받아 반격했더니 더 큰 게 오려나 보다.
‘…괜찮나.’
아니. 괜찮을 리가 없다. 그쪽이 이렇게까지 준비를 안 하더라도 세상이 아비규환이 될 확률이 큰데, 이런 상태라면… 손을 쓸 순 있을까.
“마저 부수죠.”
지화연 씨의 말에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계속. 계속. 아무런 생각도 안 하며 골렘 부수기를 한창 하던 와중.
덥썩. 내 몸이 지화연 씨에게 잡혀 그대로 어디론가 끌려갔다.
“지화연 씨?”
“말은 나중에!”
내 속도가 다른 이들보다 좀 느린 걸 생각했는지, 내 옷을 잡고 놓지 않은 채 계속 달렸다. 나는 그사이 뭐 때문에 이러는지 싶어 주변을 살피다, 저 멀리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는 없던 태엽들이 허공에서 빙빙 돌았다. 곧이어 하늘과 주변이 태엽으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설마 이 골렘의 주인이었나?
‘…태엽. 기계.’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뒤로하고 무작정 날개를 꺼내 지화연 씨를 붙잡고 아까 열어둔 게이트로 날았다.
그러나 이미 바닥날 대로 바닥나 버린 기력에 날개는 게이트까지 얼마 안 남았을 때 사라졌고, 그대로 바닥을 뒹굴다 곧바로 일어난 지화연 씨의 손에 이끌려 달렸다.
상대하지 않고 도망가는 이유가 피부를 통해 너무나 잘 느껴졌다. 게이트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무언가의 소리가 들렸다.
긱. 기기기기기기긱. 긱.
기계가 아무리 고장이 나더라도 저런 소리는 안 들릴 것 같다. 귀신과 기계 그 중간의 소리에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게이트에 몸을 던졌다.
쿠당탕! 요란하게 우리 세상으로 넘어오자, 주변인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하필 상가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게이트였던 게 문제였다.
끙끙거리며 나와 지화연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게이트는 곧바로 닫혔다. 지화연 씨가 그 광경을 보며 말했다.
“곧바로 닫히는 건 오래간만에 보네요.”
“또 부수러 올까 봐 그런가 봐요.”
“정작 저희가 도망칠 때는 닫지 못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휴가는 그만 즐겨야겠네요.”
그러곤 지화연 씨와 헤어졌다. 그 후로 별다른 일이 없길 바랐지만.
[72:00:00]세상 사람들의 휴대폰. 컴퓨터. 기타 등등 모든 전자기기의 타이머가.
[71:59:58]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