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살피다 다시 앞을 바라봤다.
“오늘은 평범하네.”
피로 범벅된 것치고 사지는 멀쩡했다.
“지금은 행복해?”
“왜 자꾸 묻는 건데.”
강희민은 계속 문양인 듯한 힌트를 주기라도 했지. 나는 뭐냐. 계속 이전 회차만 보여주고. 이게 문양의 힘일 리가 없는데. 그럼 역시 악몽인가.
‘살다 살다 악몽도 다 꾸고.’
환영은 내가 대답하길 기다리는 듯 빤히 쳐다봤다. 진저리나는 상황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 역시 환영을 빤히 쳐다봤다.
“뭔 대답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몰라 나도. 그니까 그만 물어봐.”
차라리 기준을 정해주면 몰라. 기준도 없이 그냥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내가 뭘 알까. 애초에 이루고자 하는 것도 이루지 못했는데. 행복을 느낀다면 너무 염치없지 않을까.
내 모습을 한 존재는 텅빈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이어, 나는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별. 진짜.’
언제 왕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런 뒤숭숭한 꿈까지 꾸니,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기에는 꼭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했다.
‘던전 공략이나 해야지.’
적당히 옷을 걸친 이후 나가 정처 없이 걷자 머리 위로 무언가 날아왔다. 피하기에는 그 정체가 살아있는 생물이라 별생각 없이 얼굴로 받자, 부드러운 털이 안면을 감쌌다.
‘이건 또 뭐야. 날다람쥐?’
아니. 날다람쥐가 하얗던가?
“죄송합니다. 괜찮으세… 한지언 씨?”
하얀 무언가가 얼굴에서 떨어지며 그 정체가 드러났다. 붉은 스카프를 두른 작은 족제비였다. 다만 보통 족제비와 다른 점이 있다면 털이 긴 요크셔테리어처럼 털이 길어 다리를 가렸다. 길고 풍성한 꼬리도 마찬가지로 털이 길어 늘어진 미역처럼 보였다.
그 족제비의 주인은 다름 아닌 지화연 씨였다. 설마 그럼 이 족제비가.
“이전에 꿈의 군주를 죽이면서 나타난 그 족제비인가요?”
“네 맞아요. 많이 컸죠?”
“…보통 이 정도 기간으로 이만큼 크진 않죠.”
“그쵸. 아 물론 그렇다고 위협적인 능력이 있거나 하진 않아요. 몬스터와 저희 세상 동물 그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동물병원에서도 검진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대요.”
“실제로 평범하던가요?”
“음. 제 말을 정말 잘 알아듣더라고요. 지능은 훈련된 반려견 정도예요.”
말하면서 족제비가 지화연 씨의 몸을 타고 올라가 목에서 똬리를 틀었다. 직후 겔탄이 말도 없이 튀어나와 내 목으로 올라와 똑같이 똬리를 틀었다.
무거워.
“별 특이점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괜찮겠네요. 이름은 지으셨어요?”
“백양이에요. 단순하죠?”
“지화연 씨답네요.”
“음… 저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꿈의 군주에게서 나왔는지도 확실치 않으니까요. 그나저나, 길거리에서 떠드니 시선이 따갑네요. 어디 카페에 들어가서 얘기 나눌까요?”
“아. 괜찮긴 한데 원래 던전을 공략하려 해서요.”
“그래요? 그럼 같이 들어가죠.”
“그러셔도 되나요?”
“제가 왜 여기 있겠어요? 산책 나온 거예요. 휴가거든요. 곧 큰 거사를 치를 텐데. 못한 것들 미리 해야죠.”
휴가인데 던전 공략을?
‘뭐. 심심하셨나.’
나는 지화연 씨와 본래 생각해뒀던 던전으로 향했다. 등급은 C로 여유롭게 공략할 수 있는 등급이었다.
던전에 들어서고 지화연 씨가 제 목에 있는 백양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생각 이상으로 온순하고. 애교도 많아요. 그래서 더 조심하고 있어요. 확실친 않지만 꿈의 군주에게 나온 거라면, 적어도 데리고 있던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 걱정거리라면 처음부터 없애는 게 나을 텐데요.”
“정들었나 보죠. 정이 참 위험해요. 그쵸?”
“정이 그렇게 많으신 분인 줄 몰랐네요.”
“…최근에서야 그런 거예요. 예전에 저는 생각보다 많이… 매정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봐도 되나요?”
“뭔지 알아야 답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화연 씨가 예전에는 꽤 괴팍하셨다면서요.”
사실 괴팍 까지는 잘 모른다. 그냥 추측에 불과하지.
“괴팍…! 정도는 아니고. 그냥 입이 험했어요. 못 배운 인간이어서. 그러고 보니 한지언 씨는 저에 대해 많이 아시는 게 없어 보이네요. 이전에 제가 말해준 건 없었나요?”
“…음. 시설에서 자라셨다는 것까지는 말씀해 주셨어요.”
“그거는 검색하면 다 나오는걸요. 정말 아무것도 말 안 해줬나 보네요. 하기야. 다른 분들이랑 잘 지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함께 일하니 친한 거지 그 이상으로 친하진 않았으니까요. 뭐. 한지언 씨도 큰 비밀을 말씀해 주셨는데. 저도 하나 말씀해 드릴까요?”
“저는 계속 기억할 텐데요. 저한테 비밀을 털어놓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만약 이번 회차가 끝나고 다음 회차가 있다면. 비밀의 당사자는 나에게 말해줬다는 기억이 없어질 테니까.
지화연 씨가 평소와 달리 나사 빠진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이번 회차에 다 끝내 버리면 되죠.”
“다음 회차에서 제가 지화연 씨의 비밀을 다 말해버리면 어쩌려고요.”
“뭐 그러실 것 같진 않는데. 음. 그러신다면 제 얼굴만 붉어지겠죠. 그래서 듣기 싫으신가요?”
“하고 싶으면 하셔도 상관없어요. 저는 경고했으니까요.”
“경고는 이번이 처음인가요?”
“아뇨.”
“그럼 제가 경고를 듣고 말을 안 했나 보네요? 그럼 전 할 거예요.”
새삼 느끼는 것인데, 나의 회귀를 듣고 질문하는 것들이 사람마다 참 다양한 것 같다. 승현 헌터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고. 류천화 씨는 어쩌라는 식의 답. 유아한 씨는 그때그때 궁금해지는 것들을 사고하게 물어보고. 유주한은 로또 번호 같은 걸 물어보고. 지화연 씨는 과거의 자신을 이기려는 듯 질문한다.
“음.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까. 일단 제가 시설에서 자라긴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평범하게 지냈어요. 그걸 약점으로 잡는 이도 있긴 했지만, 안 그러는 쪽이 더 많으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잘나기도 했고요.”
“쉽게 말씀하시네요.”
“잘난 건 약점이 아니에요. 강점이지. 그걸 너무 내세우면 겸손하지 못하다 소리를 듣긴 하지만요. 뭐 학생 때기도 했고. 공부도 잘했으니까요. 못난 부분 하나 없이 인기 많은 학생이었으니. 누가 약점으로 따돌리려 들겠어요?”
생각보다 그러려는 이는 많겠지만. 지화연 씨가 강해서인지 주변이 다행스럽게도 평화로워서인지는 몰라도 큰일은 안 일어난 듯했다. 하기야. 드라마처럼 그런 일이 일어날 일은 적겠지.
“뭐. 요점은 이게 아니고. 저한테는 친한 친구가 있었어요. 매일 같이 하교하는 친한 친구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저를 피하더라고요. 말도 잘 안 하고. 그래서 저도 그냥 그렇게 내버려 뒀어요. 그때 해나랑도 친해져서 해나랑 더 자주 다니기도 했고요. 그랬으면 안 됐는데.”
“친구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정말 어느 날이었어요. 그날의 어제처럼 날씨는 같고. 수업도 똑같았어요. 근데 그날 하교 직전에 인사만 하던 친구가 다가와 말하더라고요. 제 친한 친구가 따돌림을 심하게 당하고 있다고. 그리고 오늘 좀 위험한 거 같다고. 그 말에 곧장 친구를 찾으러 갔어요. 근데 아무 데도 없더라고요.”
지화연 씨가 죽은 몬스터의 옆에 나뒹구는 쓸모없는 아이템을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그러던 중에 계단 쪽이 소란스럽더라고요. 들어보니까 누가 뛰어내리려다 잡혔대요. 그 친구였어요. 전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친한 친구임에도 모르고 있었고요.”
“그 친구분이랑 대화는 하셨나요?”
내 말에 지화연 씨가 작게 한참을 웃다 말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요. 사람들한테 끌려내려 오는 사이 원망 어린 눈으로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뭐. 그 아이 전후 사정을 안 어른들이 적당히 끝내려 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적당히 못 끝내게 했어요.”
…학생 때부터 그런 쪽에 재능이 있으셨네.
“너무 늦게 도움을 줬죠.”
“…….”
“괴팍하니 어쩌느니 하셔서 유쾌한 이야기라 생각하셨으면 죄송하네요. 생각보다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어서요.”
“아뇨 뭐. 그런 이야기가 없는 게 신기한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어떠세요?”
“저요?”
“지화연 씨나, 그 친구분이나요.”
“…지금도 여전해요. 예전에 대학까지 졸업하고, 적당한 곳 취업해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사느라 바쁘기도 했고요. 애석하게도 잊히더라고요. 그러다가 헌터가 됐고, 길드장까지 됐을 때 책임질 것이 늘어나며 그 친구가 떠오르더라고요. 이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는 안 되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최근에 대화해본 적은 있으세요?”
“대화까진 아니고. 우연히 그 애 SNS를 봤어요. 다행히 잘 지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그 사이에 낄 수 있겠어요. 이제야 다시 평안을 되찾은 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