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기다림】
그날 이후.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순식간이었고, 당연하게도 두 부류로 나뉘었다. 믿거나, 안 믿거나.
‘아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상한 인간들까지 합치면 세 부류겠지.’
다만 온 세상이 그 얘기를 하는데 안 믿는 사람의 수는 적었다. 동시에 헌터를 그만두는 사람은 늘어났다. 아무래도 세상에 정말 몬스터들이 몰려오면 강제로 전선에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겠지.
기간은 알 수 없다는 큰 단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급하게 움직여 돈이 되는 건 다 챙기려는 자와. 1년일지 3년일지 어떻게 아느냐는 자로도 나뉘었다.
‘반응은 언제나 늘 그렇듯 다양하지만, 예상가는 거고.’
나는 그날이 올 때까지 할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됐다.
던전을 돌며 몬스터를 최대한 죽이는 일 말이다.
나는 던전 풍경을 보고 있자, 같이 들어온 이가 물었다.
“형 가족분들은 대피 잘하셨나요?”
던전을 함께 들어온 강희민의 말에 시큰둥하게 답했다.
“어 뭐. 그렇지. 너는? 가족들이랑 있어야 하는데 내가 시간을 뺏는 거 아닌지 몰라.”
“제 가족은 그나마 안전한 쪽으로 이사했어요. 정말 이삿짐 옮기는 가격이나, 남부지역 아파트 가격이 하늘을 뚫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주식은 하향가고…….”
너 주식도 하냐.
“세상이 망하는데 주식이 오를 리가.”
“그건 그렇긴 한데. 그나저나 허윤 형은 오지 말라고 하셨다면서요?”
“걔가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야 하니 부르면 붉은색 펜으로 내 이름 쓴다길래.”
“아.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라고 종용한 거구나.”
“어차피 안 부르려 했긴 했지만.”
“네? 왜요? 많으면 더 수월하잖아요.”
“너한테 할 말 있어서.”
“할 말이요?”
강희민은 이전 회차에서 계속 나를 믿고 행동해줬다. 그런 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보답이 이것밖에 없어 미안하지만. 이거라도 안 하면 내 마음이 불편할 터.
나는 강희민에게 말했다.
“바다의 군주가. 어디서 올지는 알고 있지?”
“네. 당연하죠. 혼자 바다에 점 찍어놨던데.”
“넌 어쩔 거야?”
“…이곳에 남아 한국에 온 몬스터들을 막냐. 윤시아 씨에게 가느냐를 물으시는 거죠?”
“그래.”
“남으라면 남을 거예요. 제 욕심에 남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그 시간이 언제일지도 모르고. 몬스터가 나타난 시점에서 윤시아 씨가 나타나는 장소로 가기도 어려울 테고요.”
“네가 저번에 그랬지 않아? 윤시아를 막을 방법이 있다고.”
“……네.”
“그럼 네가 바다의 군주를 막으러 가야지. 남긴 뭘 남아.”
“…그래도 돼요?”
강희민의 표정이 단숨에 밝아졌다.
“안 될 건 뭐야. 몬스터가 언제 몰려올지 모른다면 그쪽으로 이사를 가서 대기하는 방법도 있잖아. 단. 하나 거쳐야 할 과정이 있긴 해.”
“어떤 거요?!”
“네가 가능하다는 그 방법. 전부 다 알려줘야 한다는 거. 너는 한국에서 유명하고 중요한 전력 중 하나인 헌터야. 그런데 제 자국인 한국을 버리고 바다로 가면. 정말 만약 몬스터들을 막아냈다 하더라도 매국노 소리 듣기 좋지.”
“그런 건… 사실 상관없어요.”
“나나 마허윤같이 널 아는 사람들이 상관있어. 애초에 지금, 윤시아가 사실 몬스터였다. 사실 적군 스파이였다 하는 소리가 올라오고 있고.”
“윤시아 씨는,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해요. 도망가게 할 피해만 줬다고.”
“그건 모르는 일이지. 이번에 죽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걸 막고 싶어요.”
강희민이 제 목에 걸린 펜던트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니까. 그걸 원한다면 네 계획을 우리에게.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나중이든 지금이든. 원래는 말이지. 마음은 이해가지만 보내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했어. 네 능력이 출중하니까. 다만 그러기엔 내 속이 답답해서. 잘 말해서 나온 대응책이, 그러면 타당한 이유를 가져오라길래. 힘들더라도 부탁해. 나도 너한테 윤시아를 맡기고 싶거든.”
“…감사해요. 그렇게라도 된 거라면. 안 되면 밀입국하려 했죠.”
“살벌한 소리 하지 말고.”
“…정말 고마워요. 사실 형이랑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녔는데, 잘해주시고. 믿어주시고. 형만큼 착한 사람도 없을 거예요.”
“…….”
글쎄다. 내 얘기를 들으면 미안해 죽으려 할 듯한 강희민한테 회귀를 말할 일은 없겠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나는 순진하고 바보 같은 강희민을 잘 믿지 못했고. 강희민은 겨우 팀의 팀장이라고 나를 믿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건 대가 없이 날 믿어준 강희민에게, 내가 보답하는 방법인 거다. 윤시아를 죽이는 쪽이 났다는 마음을 숨기고 강희민에게 윤시아의 생사를 넘기는 것 말이다.
“가족들한테는 말 안 해도 돼?”
“제 가족들은, 제가 옆에 있는 게 낫지 않냐니까 허튼소리 말고 싸우던, 하고 싶은 대로 하러 가라는데요. 윤시아 씨에 대해 얼추 알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아 물론 다 말한 건 아녜요! 그냥 윤시아 씨 헌터 행적이 멋져서 조금 알려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말이 없으니까… 형 말대로 윤시아 씨가 바다의 군주니 뭐니 하는 말이 올라오고 있으니. 아마 쉽게 알 수 있었겠죠.”
“그렇게 해명 안 해도 되는데.”
강희민이 멋쩍게 웃는 모습에 나 역시 덩달아 실소했다.
“어서 몬스터나 잡으러 가요. 던전에 들어온 목적은 그거잖아요?”
“그래.”
“형. 그러고 보니까 하나 여쭤볼 게 있는데요.”
“뭔데.”
“혹시… 꿈같은 거 해몽 좀 잘하세요?”
뜬금없는 강희민의 말에 의아하게 쳐다보자, 강희민이 멋쩍은 듯 제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요즘 들어 비슷한 꿈을 꿔서요.”
“윤시아?”
“아뇨아뇨! 그거였으면 내가 너무 그 생각만 했구나 하고 말죠.”
“그럼 뭔데?”
“그… 꿈이라고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자는 날에는 받아들이라는 말이 들리며 잠에서 깨어나고. 꿈을 꾸는 날에는 제가 고향에 있는 산을 타고 올라요. 그러다 이쪽으로 오라는 목소리가 들리고요.”
“개꿈 아니야?”
“그러기엔. 그 목소리가 계속 들려서, 제정신이 이상한 건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니까요?”
“그것 말고도 다른 말을 들은 거 없어?”
“그밖에도 뭐 아가, 나를 마주하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말이 계속 들려요. 꼭 저를 안심시켜서 꼬드긴 후 잡아먹으려는 요괴처럼요.”
“다른 사람은 그런 적 없데?”
“아! 허윤 형도 최근에 그런 적이 있긴 하다는데, 허윤 형은 멍청한 놈 소리만 들었다는데요? 그래서 지언 형이 말했던 게 노이로제처럼 들린 건 줄 알았대요.”
“…그런 소릴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그래서 인터넷에 증상도 찾아봤는데. 그냥 병원 가라길래 한 번 여쭤봤어요.”
“병원 가.”
“역시 그래야겠죠?”
“…농담이고.”
나는 잠시 입을 달싹이며 기억을 떠올렸다. 나 역시 저 증상을 겪고 있다.
“문양 아닐까?”
“문양이요? 문양이 왜요?”
“말 안 했던가.”
나는 강희민에게 문양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충격받지 않을 선에서 최대한 착하게 설명하자, 강희민이 제 지팡이를 보며 말했다.
“그럼 저는 드루이드 뭐 그런 건가요?”
“그건 나도 모르지.”
“문양에 의식이 남아있어서 그런 거구나… 근데 최근에서야 말을 거는 건 그럼 왜일까요?”
“아마…….”
네 몸을 집어삼키려고 하려는 걸 수도 있고. 조화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지.
“저랑 대화가 하고 싶은 걸까요. 그럼 그냥 말하지 왜 그렇게 저를 부른 걸까요?”
“나야 모르지.”
“형은 이러신 적 있으세요?”
“…있긴 하지.”
“진짜요? 형 문양은 뭐라고 말했어요?”
“……그냥. 나도 비슷해.”
“그렇구나. 위험한 걸까요? 안 따라가는 게 낫겠죠?”
“지금은 그래 봐. 혹시 모르니까.”
“역시 형에게 묻길 잘했어요. 마허윤 형은 그냥 병원이나 빨리 가라면서 매사에 진지하지 못하다니까요.”
강희민에 말에 웃음으로 답했다. 직후 몬스터를 처리하며 시답잖은 이야기나 주고받고. 몬스터 처리에 우선이라 늦어진 공략 시간에 다른 길로 새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얕은 잠에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지금은 행복해?”
온통 검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는 아주 잘 보였다. 그 때문인지 이곳이 꿈이라는 건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었고. 지속되는 악몽이라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행복해?”
문양 개방을 한 채 피로 범벅진 내가 서 있었으니까.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걸 다른 이에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언제는 팔이 잘리고. 언제는 눈 두 쪽이 없고. 언제는… 됐다. 기억해서 뭐하냐.’
그러니까. 지금 내가 보는 이 모습들은. 내가 겪어온 회차들의 나라는 거다. 강희민이 말한 증상과 비슷하지만, 나는 악몽이라 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