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4
64화
그 말에 신서하라는 보조 헌터가 답했다.
“불가능해요. 저 몬스터는 개미귀신의 외형을 띠고 있으며, 모래 속에 있는 이상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흘러내리는 모래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또한 외피가 딱딱해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타격이 불가능하며…….”
“우와. 사전이세요?”
신서하의 말에 윤시아가 감탄을 내뱉었다. 신서하는 멋쩍은 듯 가슴께까지 내려온 애시바이올렛색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제 능력입니다.”
“우와! 이런 거 처음 봐요! 대단하다!”
“감사합니다…….”
신서하의 말에 나는 어찌할지 고민했다. 사방이 모래이니 우선 모래를 처리해야 했다. 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강희민 헌터.”
“어? 네?”
내가 헌터를 붙여 불러서인지 어색한 듯 잠시 당황했지만, 강희민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내 말에 집중했다.
“구덩이 안쪽 벽면들을 전부 나무로 뒤덮을 수 있습니까?”
“…….”
거대한 구덩이였다. 대충 어림잡아도 서울 광장의 잔디밭 정도는 되는 크기였다.
강희민이 구덩이의 크기를 잠시 가늠하다 입을 열었다.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구덩이의 벽면을 전부 나무로 막고, 그 위로는 돔을 높이 세워 모래가 흘러내리지 않게 해 주세요. 돔 꼭대기에는 공격이 가능하도록 어느 정도 크기가 되는 구멍을 만들어 주시고요.”
“네.”
강희민이 나무 모양의 지팡이를 쥐고 구덩이를 향해 걸어갔다. 붉은 모래가 흩날려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음에도 강희민이 문양을 개방해 생겨난 진녹색 점퍼가 시야에 선명히 들어왔다.
강희민은 구덩이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이윽고, 콰득! 지팡이를 바닥에 꽂았다. 잠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다가―
꽈드드득! 지팡이가 꽂힌 지점을 시작으로 거대한 나무들이 줄줄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자라나던 나무들은 이내 의지라도 가진 것처럼 구덩이 위아래로 향해 갔다.
순식간에 생겨난 돔에 대다수가 놀란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능력을 이렇게 세밀하고 완벽히 조종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니까. 게다가 큰 능력을 사용한다면 더욱. 이러한 이유 덕에 강희민이 유명해진 것이었다.
꽈득. 구덩이 위로 돔이 생기고 나서야 나무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떨어질 곳이 없는 모래들 역시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강희민이 숨을 크게 내뱉고는 뒤로 돌았다.
“…이 정도면, 됐나요.”
“완벽해. 수고했어.”
강희민이 헤실 웃었다. 그러곤 곧바로 헛구역질을 했다. 기력을 한꺼번에 끌어다 쓴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해 익숙지 않아 그런 모양이었다. 나는 비틀거리는 강희민에게 회복하라고 하고선 다른 사람들을 호명했다.
“유주한 헌터, 신서하 헌터, 마허윤 헌터는 저를 따라와 주시고, 나머지 두 분은 강희민 헌터 옆에 있어 주세요.”
“맡겨 주세요!”
윤시아가 커틀러스를 쥐고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세 사람을 두고 돔 위로 올라갔다. 돔 꼭대기에는 내가 말했었던 구멍이 나 있었다.
“지금부터 공격을 퍼부으면 됩니다.”
“네?”
“신서하 헌터의 말대로라면 단순 공격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단숨에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게 통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그러니 신서하 헌터가 저희에게 버프를 부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뚫린 곳 안으로 공격을 하시면 됩니다.”
“아니, 잠깐만요. 외피가 단단하면 폭발 같은 거에 강한 거 아녜요? 아까도 불이 붙지 않았잖아요.”
“그렇기에 마허윤 헌터가 먼저 공격을 합니다.”
“…나?”
문양 개방을 해 가죽으로 된 보호구가 생겨난 마허윤이 인상을 찌푸렸다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걸 뒤늦게 깨닫고는 표정을 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브리핑을 이었다.
“마허윤 헌터의 무기는 화살입니다. 헌터들은 보통 자신의 무기에 힘을 부여할 수 있죠. 마허윤 헌터가 힘을 부여한 화살로 단단한 외피를 공격해 찢어 내면 그때 유주한 헌터와 제가 공격을 하면 됩니다. 물론 그걸로 안 될 확률이 높으니 신서하 헌터가 마허윤 헌터에게 버프를 걸어 주시고, 제가 마허윤 헌터의 화살에 능력을 덧붙일 겁니다.”
“외피가 찢어진 건 어떻게 알죠?”
“아까 제가 더듬이를 공격할 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더듬이가 부러지자 놈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즉 공격을 당해 어딘가 손상을 입으면 비명을 지를 확률이 높습니다.”
“더듬이가 아니라 입이에요.”
신서하의 말에 나는 입이라고 고쳐 말했다.
“그럼 슬슬 계획을 시행하도록 하죠. 신서하 헌터, 마허윤 헌터.”
신서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허윤에게 버프를 걸었다. 마허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당황을 하는 듯싶다가 이내 진정하고 활시위를 잡았다. 뒤이어 신서하가 마허윤에게 온갖 버프를 걸어 주었다.
마허윤이 잡아당긴 활시위에서 환한 빛을 내뱉는 화살이 생겨났다. 이윽고 마허윤은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하늘로 향한 화살이 어느 순간 멈춰 섰다가 빙그르 돌아 뚫린 구멍으로 화살촉을 향했다. 이윽고 다시 아래로 내려오며 수없이 많이 갈라진 화살이 순식간에 구멍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떨어지는 화살에 내 능력을 덧붙여 보냈다.
잠시 정적이 이어지는 듯싶다가.
―끼기기긱! 끼이익!
“신서하 헌터! 주한아, 지금!”
신서하 헌터가 이번엔 우리에게 버프를 걸었다. 이내 환하게 빛나는 별과 푸르게 타오른 불이 구멍 안으로 쏟아졌다.
그렇게 몬스터에게 공격이 닿기 전.
“…잠만.”
“네?”
“모두 내려가.”
“무슨 소리…….”
“빨리!”
쿠구궁. 나무가 형태를 잃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한 공격에 부서진 낌새는 아니었다. 능력을 사용한 주체가 능력을 푼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강희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붉은 모래 위로 내려오자, 무너지는 나무 틈으로 번쩍, 빛이 났다.
“모두 몸을 보호―!”
쿠구궁!
모래가 미친 듯이 날렸다. 가림막이 사라져 튕겨 나오는 공격들에 전신이 따끔거렸다. 바람에 눈을 뜰 수가 없는 와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다만 의외로 큰 피해는 없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잠잠해진 상황에 눈을 뜨자.
“주한아?”
거대한 늑대가 앞에 서 있었다. 늑대가 나를 바라보며 잠시 입을 벌리다 멈추곤, 훅, 사람의 형태로 돌아왔다.
“괜찮으세요?”
“나야 괜찮지만 너는…….”
“아, 괜찮아요. 최종 개방 형태는 단단해서.”
“아무 상처도 없어?”
“네.”
나는 한숨을 내뱉고 다른 사람들을 확인했다. 같이 내려온 사람들은 전원 무사한 듯 보였다. 전원이라 해 봐야 유주한과 나를 제외하면 둘뿐이었지만.
신서하가 모래를 털며 말했다.
“…몬스터는 죽은 것 같아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유주한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물었다.
“도대체 뭐가 어찌 된 거예요?”
“…강희민 헌터의 능력이 해제됐어. 이유는 강희민 헌터가 기절했거나, 범위에서 멀어졌거나, 일부러. 셋 중 하나고.”
“강희민 헌터랑 아는 사이 아니에요?”
“맞아.”
“그럼 일부러는 빼야죠.”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
“우선 흩어…지긴 위험하니 함께 주변을 둘러보며 강희민 헌터와 윤시아 헌터, 박주완 헌터를 찾아 보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데다 던전 오류까지 일어난 상황이니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합니다.”
내 말에 모두가 전적으로 동의했다. 우리는 곧장 구덩이 근처, 강희민이 있었던 곳, 그리고 능력의 폭발로 인해 날아간 곳 주변을 포함하여 온갖 곳을 수색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도 아니고,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이 상태로 나가면 무슨 폭언이 쏟아질지, 참.’
던전 오류로 인한 피해, 높아진 등급에 결국 한지언 헌터의 A급 종합 능력치가 발목을 잡아 팀원 잃어…라는 뉴스가 돌아다닐 미래를 생각하니 그다지 달갑진 않았다.
사람들을 찾느라 바쁜데 개미 외형의 중형 몬스터까지 생겨나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여기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도 못 잡던 와중, 신서하가 입을 열었다.
“개미 외형의 몬스터는 습성마저 개미와 비슷합니다. 그렇기에 개미집이 있을 확률이 높으며, 개미귀신을 처리하였음에도 스테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걸 보니 그 개미집이 이번 스테이지의 클리어 조건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숨어서 개미들을 따라가 스테이지를 넘어가도록 하죠.”
“네? 사라진 사람들은요?!”
유주한의 외침에 답했다.
“사막의 온갖 곳을 30분 넘게 둘러봤어. 그런데도 발견하지 못했고. 다시 구덩이로 돌아와도 세 사람은 없었어. 즉 다시 말해, 세 사람은 이 스테이지에 없다고 봐도 무방해. 아예 흔적도 없이 소멸했거나.”
“기절한 걸 수도 있잖아요!”
그 말에는 신서하가 답했다.
“개미는 먹이를 집으로 가져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즉, 정신을 잃었다면 세 분은 먹이로 취급되어 개미집으로 옮겨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거기 없으면요? 이 스테이지에 있는데 모르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 영영 잃게 되면요?”
“게이트를 나간다고 바로 게이트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 배웠지? 우선 클리어하고 다시 들어와서 찾으면―”
“그 전에 죽으면요!”
“그럼 별수 없지.”
“…네?”
“헌터는 죽을 각오로 던전에 들어와.”
그리고 헌터가 던전에서 죽는 것은, 운이 안 좋았다, 라는 말로 일축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비판이 조금 있겠지만 그거야 당연하고, 별수 없으니 금세 지나갈 터. 잃기엔 아까운 사람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리기엔 아직 나와 형이 멀쩡했다. 세상도 멀쩡했고.
“…알겠어요.”
유주한의 꼬리와 귀가 축 처졌다.
“그 대신 다른 사람들 죽어 있으면 전 두 번 다시 던전 안 돌 거예요.”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닌데.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우리는 기척을 숨기고 저 멀리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개미를 따라 이동했다. 꽤 먼 거리를 이동했으나 크게 힘들진 않았다.
“개미는 보통 먹이의 냄새를 금방 포착하지만, 현재는 사막 지형인 데다가 모래바람까지 불어 저희의 냄새가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렇군요. 이동하죠.”
“네.”
걸어 다니는 지식 백과에 이번 생에도 감탄하며 개미를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기인 듯합니다.”
개미들이 줄을 지어 바닥에 난 구멍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기엔 금방 들킬 것 같아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다.
“새로운 구덩이를 만들어 침입하는 건요?”
“금방 알아챌 겁니다.”
“그럼 제가 불을 쏘아서 산소를 없애는 건요?”
“과연 몬스터에게도 산소를 막는 게 통할까. 그리고 저곳에 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안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전부 제외해야 해.”
주변 탐색을 할 수 있는 박우윤이 조금 그리워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최대한 생각해 낸 계획을 말했다.
“입구 부분만 건드려 개미들이 알아서 나오게 하죠. 그리고 밖으로 나온 개미들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움직이자는 게 제 생각인데,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수가 꽤 많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안쪽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클리어하는 방법은 이뿐입니다.”
“차라리 기습하는 건요?”
“안쪽이 어찌 되어 있을지 모르는데 기습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으음, 그렇네요.”
마땅한 의견이 없었다. 내가 낸 의견도 어디까지나 그나마 할 수 있는 계획일 뿐이었다.
그렇게 불안한 상황 속, 뭐라도 해야 했기에 우리는 결국 내가 제안한 계획을 진행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