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5
65화
계획은 의외로 성공했다. 아마 광역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세 사람이나 있어 가능했던 듯했다. 물론 버프도 한몫했고.
“더 이상 개미가 나오지 않는 것 같으니 개미집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우리는 컴컴한 개미집으로 들어갔다. 바깥도 컴컴해서인지 안쪽은 암흑 그 자체였다.
벽을 더듬으며 개미집으로 들어가던 와중, 파앗. 은은한 빛이 개미집 안쪽까지 퍼져 나가며 시야가 밝아졌다. 뒤로 돌자 마허윤이 능력을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허윤 헌터의 능력인가요? 덕분에 앞이 잘 보이네요.”
“와, 무척 밝아졌어요. 대단하네요.”
유주한과 신서하의 칭찬에 마허윤의 광대가 작게 올라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앞으로 이동했다.
바스락거리며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를 제외하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개미집엔 먹이 저장소가 있습니다. 다른 헌터들이 거기에 있을 확률이 큰데…….”
“그곳이 어디냐가 관건이죠.”
“네…….”
흩어져 찾기엔 이미 사라진 사람들이 있어 쉽게 행동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개미집 깊이 들어가던 와중, 썩은 내가 코를 찔렀다. 그 냄새를 따라 이동하니 음식이라 보기엔 어려운 것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먹이 저장소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없네요.”
사람이 없다는 말에 유주한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그럼 나가도록 하죠.”
“네?”
내 말에 모두가 왜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없으니 폭파해도 상관없으니까요.”
“그러…네요!”
썩은 악취에 진저리가 난 듯한 신서하의 표정이 밝아졌다.
우리는 다시 개미집을 나왔다. 중간중간 몬스터를 만나긴 했으나 크게 힘을 쓸 필요도 없는 놈들이었다.
“그럼…….”
나는 유주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주한 역시 준비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시 밝은 별과 푸른 불이 사방에 생겨났다. 그리고 개미집으로 쏘아졌다. 계획대로라면, 개미집 안쪽이 전부 터져 무너져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은,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돌연 사그라졌다.
“안 되지, 안 돼. 너희도 내 집 마련에 그렇게나 힘을 들이면서 남의 집을 태울 생각인 거야?”
딱. 무언가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풍경이 변했다.
몽환적인 숲속. 우리가 원래 들어와야 했던 던전과 비슷했다. 그러나 달랐다.
“얼마나 죽인 거야. 나 참. 그나마 금방 생겨나는 애들이라 다행이지.”
낌새가, 느껴지는 감각이, 쑤셔 오는 고통이, 차원이 달랐다. 던전이라기엔 그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공간이었다. 던전이 아니라, 그래, 영역이었다. 누군가가 완벽히 지배한 영역에 들어온 감각이었다.
“이리로 오렴.”
“…….”
포로롱. 우주를 담은 듯한 가루가 허공에 뿌려지며 길을 안내했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숨을 죽였다. 동시에 어딘가 무언가에 현혹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환상? 아니, 매혹인가.’
목소리만으로 이런 영향을 줄 수 있는 몬스터가 있을 줄이야. 낭패다. 단순 던전 오류인 줄 알았거늘.
옆에 있던 유주한이 작게 속삭였다.
“저, 형, 이게 무슨…….”
다행히 유주한은 매혹에 걸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게.”
우선 숨을 죽이고 흩날리는 가루를 따라 이동했다. 숲의 나무들은 고요했고, 풀잎들은 바람에 몸을 맡겨 노래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던전만 아니었다면.
가루를 따라, 나무를 지나, 이윽고 끝에 도달했다. 꽃으로 가득한 정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꽃밭 군데군데 익숙한 얼굴들이 상처가 가득한 채 쓰러져 있었다. 그중 박주완의 부상이 가장 심각했다.
“이게 무슨……!”
유주한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주한이 죽기 직전의 사람들을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사람들의 피가 땅으로 흡수되어 꽃들의 양분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전원 숨은 쉬고 있었다.
“어서 와.”
길게 내려와 살랑이는 연둣빛 머리칼, 머리칼과 대비되는 붉은 드레스, 길게 흩날리는 반투명 숄, 그리고 깊게 빛나는 에메랄드빛의 눈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림보다 완벽한 인물이, 빛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연하게 빛나는 날개를 펼쳤다. 흡사 요정의 모습과 같았다.
“그래. 너구나.”
“…….”
요정이 맨발로 꽃밭을 밟으며 내게 다가왔다. 천천히 다가와 손을 뻗는 듯싶다가…….
화악! 나는 숨을 참고 뒤로 물러났다. 기분 나쁜 향기에 온몸이 도망치라 내게 소리치고 있었다.
‘독…….’
몬스터는 온몸을 독으로 감싸고 있었다. 게다가 그 독이 점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소매로 코와 입을 막고 쳐다보자, 몬스터는 사악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픽. 신서하가 힘없이 쓰러졌다. 피부에 보라색 반점이 점점 커졌다. 뒤이어 마허윤 역시 쓰러졌다.
나 역시 멀쩡한 건 아니었다. 눈은 따끔거렸고, 옷자락 사이로 보이는 피부에는 이미 보라색 반점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
‘유주한은… 멀쩡할 거고.’
유주한은 실제로 멀쩡했다. 문양의 능력 중 독 면역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의 누나인 유아한 씨 역시 마찬가지였고. 뭐, 집안 내력인 모양이지.
매혹에 걸리지 않는 건… 글쎄. 또 다른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매혹이라는 능력 자체가 보기 힘드니,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형? 이거 무슨 일……. 아니, 어떡해야…….”
유주한이 안절부절못하며 뒤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능력은 독, 그리고 아마 비행, 매혹……. 이 정도인가?’
뒤에 있는 유주한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시선을 끌 테니 사람들을 데리고 최대한 멀리 가 있어.”
“형은요?”
“시선을 끈다니까.”
“있지. 다 들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해독제를 들이마시고 숨을 최소한으로 쉬었다. 낫을 치켜들고 요정 같은 것을 노려봤다.
“빨리!”
“네……!”
다섯 명을 옮기는 건 옷이나 팔 등을 잡으면 어떻게든 가능했다. 문제는…….
“뭐야. 혼자서 나랑 싸우려고?”
저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안 그러겠지.
나는 숨을 깊게 내뱉었다. 피부 위로 흰 문양들이 떠오르며 능력치가 오른 게 느껴졌다.
“그래, 뭐. 그렇다면야.”
요정은 말을 끝내자마자 훅,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럼 빨리 처리하고 다른 애들도 처리하지, 뭐.”
쿠웅! 공격이 맞붙었다. 그와 동시에 유주한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뛰었다.
‘속도가…….’
제트리스가 힘이 많이 떨어졌을 때와 비슷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속도였다. 이걸 지금 상태에서 이기라니, 내 운명도 참 너무하지.
나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연둣빛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든, 독이 전신에 퍼져 나가든, 요정의 처리가 먼저였다.
그렇게 수차례 공격이 맞붙던 와중. 텁.
‘잡았―’
내가 놈의 팔을 붙잡은 그 순간이었다.
“―”
요정의 입이 벌어지며, 형용할 수 없는 소리가 귀를 찢어 왔다. 삐― 하는 소리가 들리며 머리가 울렸다. 단순히 소리를 친 것 같은데 피부가 뜯겨 나갔다.
나는 휘청이는 몸을 겨우 가누고 버텨 섰다. 요정이 무어라 말하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상처는 입혔다.’
문제는 과연 저 상처가 요정에게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었다. 하얀 날개 때도 그랬다. 뼈를 부수건, 머리를 날리건 재생했으니까. 이번에도 날개를 뜯어야 하나.
“무슨 생각 해?”
머리를 잡고 생각하던 와중, 단숨에 코앞까지 다가온 요정의 목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쩌억, 뒤에서 자라난 식물이 식물에 달려 있으면 안 되는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이건 또 무슨……!’
식물을 단숨에 잘라 내자 땅에 떨어진 식물이 미친 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그 탓에 머리가 울려 왔다.
‘상성이 최악이다.’
그래도 뭐 별수 있나. 이겨 내야지.
꽈악. 나는 주먹을 쥐고 눈을 치켜떴다. 주변에 수없이 많은 별이 생겨나 빛을 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정은 공격이 오길 기다렸다. 그래서 나는 발을 내디뎌 공격을 가했다. 수차례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이것뿐이야? 좀 실망인데.”
나는 몇 걸음 떨어진 요정의 말에 답했다.
“그럼 이거나 먹어.”
“응?”
요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내 꽉, 주먹을 쥐었다.
쿠르릉. 하늘에서 진동이 울렸다. 묘한 낌새가 느껴졌는지 요정이 고개를 올려 시야에 들어온 것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살기 하나 없는 작은 별 하나가 떨어져 내려왔다. 그리고 이내 톡,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한 요정의 이마에 닿았다. 그와 동시에 쿠구궁! 거대한 폭발에 주변이 단숨에 초토화됐다.
‘안 피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탑에선 온갖 것들이 공격을 피해 내 사용하지 못한 기술이었다. 적어도 치명상은 주었을 터.
숨을 고르며 흩어지는 안개 사이를 바라보았다. 희미한 인영이 비척였다.
“…….”
이내 안개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요정이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보였다.
‘공격을 더 퍼부어야―’
텁. 움직이려던 다리가 무언가에 막혔다. 아래를 바라보자 나무가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나무를 떼어 내려 움직이던 찰나, 단숨에 자라난 나무가 나를 집어삼켰다. 동시에 피가 빨려 나가는 기분과 함께 힘이 쭉 빠져나갔다.
“놀라웠어. 군주를 죽인 값은 하는 모양이네. 근데 군주가 너무 봐준 모양이야. 겨우 이런 녀석에게 군주가 죽다니.”
“군주라니…….”
“탑 있잖아. 거기의 왕.”
“…….”
제트리스를 뜻하는 듯했다.
제트리스는 내가 죽인 게 맞았다. 동시에 내가 죽인 게 아니었다. 정확히는 내가 죽였으나 내 힘으로 죽인 게 아녔다. 나도 도움을 받은 거지.
“그래서 조금 기대했는데, 기대 이하. 진짜 별로야.”
꾸욱. 요정이 손으로 내 목을 짓눌렀다. 나는 힘없이 목이 짓눌리는 걸 받아들였다.
“상처가 났는데도, 독이 퍼졌는데도 반응이 적어. 살면서 너 같은 애는 처음이야. 이렇게 재미없는 건!”
숨이 막혀 왔다.
“짜증 나, 짜증 나, 짜증 나! 우리가 왜 이런 것들을 상대해야 하는 거야! 겨우 경고 목적으로!”
탁. 타닥.
“응?”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이내 푸른 불이 시야에서 일렁였다.
“…내 숲이…….”
온 숲이 불타올랐다. 이윽고 불씨가 날 묶은 나무까지 다다랐다.
요정이 뒤로 물러나 유일하게 타지 않는 꽃밭 중앙에 머무르며 불을 진화했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괜찮아요?”
투둑, 나무가 갈라지며 몸이 빠져나왔다.
“아니.”
목소리가 맛이 갔다. 입 안에서 피 맛이 맴돌았다. 나는 서둘러 해독제와 포션을 들이마셨다.
“왜 돌아왔어.”
“그야 저 사람 죽여야죠. 몬스터잖아요.”
“위험하게.”
“형이 헌터는 죽을 각오를 하고 던전에 들어온다면서요.”
“…….”
입이 방정이다, 입이.
“그래서 나름대로 각오하고 왔는데… 꼴이 대단하네요.”
“나름 열심히 한 거야.”
“그런 것 같아요. 저 사람도 만신창이잖아요.”
“…사람 아니야. 그럴듯한 외형이지.”
“아, 그렇죠.”
요정이 불타는 숲을 바라보다, 이내 우리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야?”
듣는 것만으로 피부에 고통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유주한이 그 목소리에 흠칫 놀라 살짝 뒤로 물러났다.
“네가 숲을 불태운 거야?”
“…….”
“나의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을, 감히.“
걸레가 된 붉은 드레스가 모습을 뒤바꾸며 끝자락이 꽃 모양으로 변했다. 누가 봐도 화가 나 폭주한 듯한 모습이었다.
망한 느낌이 물씬 들었지만 유주한이 긴장한 채 전투태세를 취하니 일단은 나도 일어나 다시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완벽하게 패배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