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6
66화
패배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두 가지나 있다는 게 유감이지만.
첫 번째로는 나와 적의 상성. 상성에서 웬만큼 불리한 정도라면 어떻게든 극복하겠지만, 완벽하게 차이가 나 버리면 이길 수 없었다.
제트리스처럼 가까이 다가오기라도 하면 또 모를까, 요정은 내가 반항도 못 할 상황에서만 가까이 다가왔다. 싸울 때 가끔 가까이 다가오긴 하지만, 재빠른 속도에 한 번도 붙잡지 못했다.
두 번째는 유주한의 실력 차.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주한은 아무리 문양의 힘이 있다고 해도, 실력을 쌓았다 해도 결국 초보였다. 그렇기에 유주한을 보호하며 싸우다 이 꼴이 났다.
‘유주한은, 기절한 건가. 요정이 나만 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네.’
쓰러진 유주한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 요정은 질기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지치지도 않니? 군주를 죽인 이름값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나는 숨을 골랐다. 지금까지 싸우며 분석한 바로, 요정은 상처가 나도 금세 치료됐다. 요정의 날개 역시 마찬가지였다. 뜯어내도 금세 자라났다. 힘의 원천이 자기 자신, 그 자체라는 걸 몸소 표현하는 듯 보였다. 마치 신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겨우 틈을 만들어 내 요정의 급소들을 찔렀다. 차근차근 머리부터, 심장, 복부 등.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위는 전부, 겨우 공격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듯, 요정은 금세 재생했다.
‘뭐라도 좀.’
기절한 유주한의 상처도 방치하면 위험했다. 그리고 저 멀리 떨어진 나머지 사람들 역시 치료를 했는지 안 했는지, 혹시 근처에 몬스터가 나타나진 않았는지 몰랐기에 서둘러 살피러 가야 했다.
‘내가 공격하려 하면 절실하게 막았던, 그런 부분이 정말 없었나?’
기억을 되감았다. 그러나 곧바로 들이닥친 공격에 생각이 뚝 끊겼다.
그 과정이 무한 반복 됐다. 조금이라도 기억을 되감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뚝뚝 끊기는 기억이라도 억지로 끌어냈다. 그러나 없었다. 요정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는 행동 따위 하지 않았다. 숲이 불탈 때는 화를 냈지만, 숲은 이미 불탔다. 설령 숲이 약점이었다고 해도 이미 이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도망은 불가능해.’
요정은 속도가 무자비했다. 지금까지 만난 상대 중, 어쩌면 제트리스 다음으로 빠른 상대가 아닐까. 아니, 어쩌면 봐주고 있던 제트리스보다 더 빠를지도 몰랐다.
공격 하나하나는 치명타가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들어오는 목소리 공격과 독 때문에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결론은, 더럽게 강했다.
‘망할, 내 몸은 왜 독이 통하는 거지.’
적어도 독이라는 방해물만 없었다면, 그나마 상대할 수 있었을 텐데.
또다시 독 때문에 다리가 무거워졌다. 콰득, 꽃 몇 송이가 발밑에 깔렸다. 그렇게 내가 다시 올 공격에 대비하려던 찰나.
“한지언 헌터! 이게 무슨……!”
익숙한 얼굴들이 검게 물든 숲속을 파헤치고 나왔다. 윤시아와 강희민, 마허윤과 박주완, 그리고 신서하, 모두 멀쩡했다. 그건 다행이다만…….
“아, 맞아. 너희도 있었지?”
훅. 멀찍이 서 있던 요정이 사라지더니, 내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요정이 가볍게 팔을 휘두르자 요정의 팔에 엮여 있는 천이 함께 움직이며 사람들을 공격했다.
쿠웅! 윤시아가 커틀러스로 힘겹게 공격을 막아 냈다. 뒤이어 강희민이 검은 나무 사이로 푸릇한 나무를 만들어 내 공격했고, 마허윤이 떠는 손으로 화살을 쏘았다.
큰 굉음 속, 사람들이 공격을 한 자리에는 요정이 없었다.
“뭐 저리 빠른 거죠?”
신서하가 말을 하며 요정을 빤히 쳐다보다 몸을 휘청였다.
“정보가……. 인식이……. 왕?”
“뭐라고요?”
왕. 그건 분명, 던전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설마 저게……? 그렇다기에는 틈이 많았는데.’
다만 틈이 잠깐이어서 문제인 거지.
신서하가 머리를 부여잡고 말을 이었다.
“이게 무슨 글……. 요정?”
그건 알고 있던 정보였다.
‘아니면 그런 건가.’
요정 왕. 뭐 그런 거 말이다.
요정이 신서하의 말을 듣고 잠시 침음을 내뱉다 입을 열었다.
“남의 개인 정보 멋대로 빼 가지 말아 줄래? 내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내용이 남들한테 퍼지는 건 별로 좋아하진 않거든.”
“그럼 네가 말하든가.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공격해 놓고.”
“음, 그렇지만 그게 내 역할인 걸 어쩌니. 그래, 뭐. 자기소개 정도는 할까?”
촤악. 빛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일렁이는 투명한 날개를 자랑하며 요정이 말을 이었다.
“나는 요정들의 왕. 모두의 축복을 한 몸에 받으며 태어난 자. 깊은 숲속의 주인.”
그러곤 잠시 고민을 하던 요정이 이내 입을 열었다.
“요릴리아.”
요정이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눈을 치켜떴다. 반투명한 천이 바람에 몸을 맡겨 흩날렸다.
“소개는 이쯤 하면 됐지? 그러면…….”
시선을 살짝 굴리자, 강희민이 몰래 유주한을 챙기고 있었다.
“죽음 뒤에 백일몽이 너를 찾길 빌렴.”
쐐액! 유주한의 상처를 치료하던 강희민의 바로 앞, 요릴리아가 버쩍 다가왔다. 황급히 능력을 사용해 큰일은 면했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냥 가만히 있지 왜 온 거야.’
쿵! 바닥이 울릴 정도로 공격이 오고 갔다. 뒤에서 충분히 서포트를 해 주고 옆에서 공격을 돕기도 했지만 요릴리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공격했다.
누군가는 독에 취하고, 누군가는 목소리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가만히 있었더라면, 살았을 텐데.’
요릴리아가 사람들을 잊었다는 전제하의 이야기지만.
‘애초에 던전을 클리어하지 않는 이상 게이트가 다시 열리는 건 안쪽의 사람들이 전부 죽었을 때이기는 하다만.’
오지 않고 버텼더라면, 모두 요릴리아에게 걸려 죽거나, 길 잃은 미아처럼 숲속의 미로를 떠돌다 죽었을 거다.
그래. 다시 생각해 보니 생존 신고를 한 게 제일 낫네. 문제는 생존 신고를 하자마자 다시 죽을 위기라는 점이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이라도 도망쳐서, 다음 스테이지로 가게 해야겠네.’
피투성이의 손으로 커틀러스를 쥐고 있는 윤시아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윤시아 헌터,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도망쳐 주세요.”
“네?”
“지금으로선 어떻게 해도 요릴리아를 상대하기 힘들어요. 여러분들만이라도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셔서―”
“그게 무슨 빵 굽는 소리예요?”
“…예?”
“아니지. 빵 굽는 소리도 이것보단 좋아요.”
평소와 다른 윤시아의 말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윤시아는 제 할 말만 했다.
“저희도 살고 싶죠. 네. 그건 당연한 거죠. 그런데 말이에요. 그렇다고 남을 방패로 삼아서 튈 생각은 없어요. 그 방패가 강하든 약하든. 애초에 왜 ‘팀’이겠어요. 합동하라고 만든 게 팀이에요. 위험할 때 한 명씩 버리자고 만든 게 아니라고요.”
“…….”
“짐승도 몬스터도, 한지언 씨보단 잘 알겠어요.”
“…조별 과제에선 한 명 방패로 두고―”
“그건……! 학교 다닐 때 얘기잖아요! 저희가 뭐 학점 받으러 여기 왔어요?!”
“아뇨.”
“잘 아시네! 지화연 헌터한테 다 이를 거예요! 한지운 헌터한테도!”
“왜 다른 길드장한테 말씀하시는 건가요, 도대체.”
“저희 길드장님은 자신의 팀을 지키려고 제 한 몸 불사른다며 되레 칭찬만 늘어놓을 게 뻔하니까!”
마허윤의 빛나는 화살이 윤시아의 지휘에 요릴리아에게 완벽히 꽂혔다. 요릴리아에게 화살이 꽂히자마자 달려든 윤시아가 요릴리아의 팔을 싹둑 잘라 냈다.
“그러니까! 희생 같은 거 할 생각 하지 마세요! 희생했다 죽으면! 자기편한테 엄청난 슬픔을 주는 거라고요! 알아먹었어요?!”
“네, 죄송합니다.”
“거참 빠르게 알아들으시네!”
마허윤이 도망가지 않은 걸 보니, 내가 참 멍청했구나 싶었다.
이 사람들은, 헌터가 된 지 별로 되지 않았건, 오래됐건, 헌터의 자리를 지켜 오고, 유지해 온 사람들이었다. 유주한도 마찬가지였고.
사람으로서 죽고 싶진 않지만, 헌터로서의 본분을 다하려고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추하게 도망이나 가라고 하는 건, 명예를 씹어 뜯는 소리나 다름없겠지.
‘조금 감동―’
퍼버버벅!
그 순간 땅에서 솟아난 뾰족한 나무들이 사방에 있던 사람들을 꿰뚫었다.
‘…역시 억지스러운 주장을 해서라도 보낼 걸 그랬나.’
서둘러 나무들을 베어 냈다. 그러나 요릴리아의 뒤에 있던 박주완에겐 다가가지 못했다. 방어 특화 헌터라 쉽게 죽진 않겠지만, 상처 치료는 빠르게 하는 게 좋았다.
저 관통된 나뭇가지를 처리해야 치료를 하든 뭘 하든 하겠지만.
“비켜 줄 리는… 없겠지.”
“도와주러 가려고? 아, 정말 감동적인 우정이네.”
“그럼 감동한 김에 풀어 주면 안 되나.”
“응.”
그럼 그렇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기절한 채 움직이지 않는 유주한에겐 요릴리아가 관심이 없다는 거였다. 상처가 다 치료됐음에도 깨어나지 못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형?”
아까의 타격에 후유증이 생긴 건지 유주한이 팔을 부들거리며 일어났다.
“…….”
“어머, 그래. 쟤도 있었지.”
인생의 타이밍은 언제나 개같았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언제……! 이……!”
“유주한, 잠깐―!”
거대한 늑대로 변한 유주한의 검은 눈이 요릴리아를 노려봤다. 잠시 숨을 내뱉는다.
쿠웅! 유주한이“ 앞발을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요릴리아를 들이덮쳤다. 그러곤 무자비하게 움직여 휙휙 날아다니는 요릴리아를 집요하게 쫓아갔다.
쩌억. 거대한 늑대의 입이 열리며, 그 앞으로 푸른 불이 생겨나 쏘아졌다.
거대한 것들은 대부분 단단했다. 그리고 그건, 유주한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단단한 데는 단단한 이유가 있었다.
푸슉! 늑대의 모습을 한 유주한의 검은 털 사이로 상처가 길게 나며 피가 주룩 새어 나왔다.
크기가 거대하기에 표적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고, 공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었기에 단단했다. 그러나 상대가 그 단단함을 꿰뚫는다면, 거대한 건 도리어 치명적인 약점이 될 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분명 한 번 주욱, 손톱으로 벴을 뿐인데 단단한 유주한의 표피를 그었다. 내 목도 쉽게 베지 못했으면서, 유주한은 어찌 저리 쉽게?
‘아니, 애초에, 유주한은 왜 저 정도밖에 공격을 못 하는 거지?’
의문 가득한 상황 속 유주한을 도와주려던 찰나, 유주한이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람으로 되돌아온 모습으로도 그는 곧장 꼬리를 이용해 요릴리아를 공격했다. 그러나 다급한 마음과 덜 훈련된 행동에 유주한의 공격은 맥없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요릴리아의 발 차기에 유주한이 뻥 날아가 상한 나무에 부딪쳤다.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상황이 왜 자꾸 반복되는 거야.’
역시, 한 명이라도 일어나면 도망치라 해야겠다, 고 생각하며 나에게 오는 공격을 막아 냈다.
요릴리아가 공격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서로가 노려보며 대치하던 와중,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것 참. 무슨 난리인지.”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이 점점 거대해지며, 빠르게 발밑까지 다가왔다. 발밑은 어느샌가 썩어 문드러져 검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왜 여기에…….’
있을 리 없는 사람이, 한 걸음마다 주변을 썩게 만들며 다가왔다.
검은 단발에, 푸르른 안쪽 머리칼. 찰랑거리는 푸른 귀걸이. 편한 카디건과 심플한 티셔츠 차림의 유아한 씨가, 검은 나무 사이에서 나타났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