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유아한 씨가 주변을 훑다가, 잠시 시선이 한 곳에서 멈춰 섰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숨을 색색거리며 겨우 눈을 뜨고 있는 유주한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러며 유아한 씨는 눈살을 작게 찌푸렸다.
유아한 씨가 시선을 옮겨, 요릴리아를 쳐다봤다. 나는 그런 유아한 씨를 바라보며 물었다.
“유아한 씨? 여긴 어떻게…….”
“근처 호텔에서 휴식 중이었는데 던전 오류가 났다고 들어서 왔어요.”
“아니, 그 뜻이 아니라…….”
내 말은, 입구가 막혔는데 어찌 던전 안으로 들어왔냐는 거였다. 입구가 막혀 있는 건 분명 확인했는데. 다른 입구라도 있었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유아한 씨가 말했다.
“입구가 닫힌 게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어요. 게이트 안에서는 모를 수밖에 없었겠죠. 그야 게이트 바깥이 무언가로 막혀 있었으니까요. 게이트에 들어간 사람들에게는 닿지 않는 거리에서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설령 그 막힌 걸 치웠다고 해도 유아한 씨가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어요.”
게이트는, 몬스터 다섯 마리를 죽이거나 다음 스테이지로 가면 막힌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몬스터를 다섯 마리 이상 죽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입구가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입구가 완전히 봉해졌을 터. 이건 정해진 시스템이었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 현상과도 같았다.
그런데도 유아한 씨가 여기 들어온 이유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을 펼칠 수 있었다.
하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돈 던전이 오류로 뒤바뀐 게 아니라 단순히 우리가 다른 던전으로 납치된 것뿐이라 원래 던전의 게이트가 닫히지 않았다는 것. 원래 게이트와 관련 없는 던전에서 몬스터를 죽였으니 게이트가 닫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유아한 씨가 다른 입구로 들어왔다는 거였다.
유아한 씨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부숴서 들어왔다고 하면, 안 믿죠?”
“그게 진실이면 믿어야겠죠.”
“바깥에 나가면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
“사담은 다 나눴어?”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요릴리아가 끼어들었다.
“참 별것들이 다 있어. 가뜩이나 숲이 불타서 짜증 나 죽겠는데, 이제는 형태도 갖추지 못하게 무너뜨릴 줄이야.“
유아한 씨는, 요릴리아가 떠들건 말건 주변에 마석을 흩뿌렸다. 그 모습에 요릴리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남이 말하는데 경청하지 않는 건 무슨 버릇없는 행동일까?“
“아. 벌레가 날아다니는 소리인 줄 알았지.”
유아한 씨가 방긋 웃어 보이자 요릴리아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움직였다.
“너, 주변 애들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건 알고 있니? 네 한마디에 이것들의 목숨이 끊길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면 좋겠는데.”
“그래서 이러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게―”
화악. 흩뿌려진 마석들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였다. 곧이어 유아한 씨는 호랑가시나무의 열매 같은 마석을 꺼내 들고는 요릴리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 앞에서 생사를 쥐고 흔들려는 건 부질없는 짓이야.”
땅에 떨어진 마석이 내뱉는 푸른 기운이,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흘리던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물었다.
흔히 볼 수 없는 기술이었다.
우선, 저 기술을 쓰려면 돈이 많아야 했다. 그야 마석이 사용되는 기술이었으니까.
마석에 자신의 힘을 부여하고, 가장 등급이 높은 마석을 이용해 다른 마석들에게 부여된 힘을 증폭시킨다. 간단해 보이는 기술이지만, 마석에 자신의 힘을 부여한다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석마다 고유의 성질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성질을 상관하지 않고 마석에 자신의 힘을 부여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그리고 내 앞에, 그 미친 짓을 가뿐히 해내는 사람이 있었다.
“이게 무슨 장난일까.”
“장난이라니. 진심인데.”
유아한 씨가 꽃밭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슬며시 유주한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아?”
“…네.”
나와 유아한 씨가 나눈 대화를 듣고 있었을 터이니 부가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팟. 요릴리아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요릴리아는 유아한 씨의 주위를 돌며 공격을 가했다.
슬슬 시동을 거는 듯한 전투에, 나는 슬며시 손을 들어 유주한의 눈을 가로막았다.
“형? 뭐 하는 거예요?”
“19세 미만은 관람 불가라.”
“그게 무슨 어이없는 소리예요. 이미 사람들 살갗 뚫리는 것까지 다 봤는데.”
“아무튼, 안 돼.”
나중에야 상관없지만, 지금은 좀 곤란했다. 아직 사람이 죽는 것도 본 적 없는 유주한인데, 자비 없는 유아한 씨의 전투를 보게 된다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 수도 있었다.
물론 자비가 없다는 건, 유아한 씨 본인에게 자비가 없다는 뜻이었다.
푸욱. 요릴리아의 손이 유아한 씨의 팔을 꿰뚫었다. 요릴리아가 작게 미소를 짓는 듯하다가.
“잡았다.”
휘릭, 연하늘색 천이 허공에서 생겨나며, 요릴리아의 몸을 감싸 억좼다. 곧이어 유아한 씨가 요릴리아의 손목을 붙잡고, 가볍게 손가락을 빼냈다. 손가락이 빠진 자리에는 어떠한 상처도 존재하지 않았다.
연하늘색 천이 점점 요릴리아를 억죄는 듯싶다가, 꾸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요릴리아의 몸이 으깨졌다.
“…….”
연하늘색 천을 풀어낸 유아한 씨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미간을 찌푸렸다. 꾸득, 꾸드득 소리를 내며 몸이 뒤틀린 요릴리아가, 스스로 뼈를 맞추며 기괴하게 일어섰으니까.
“이래서 못 죽이고 있었던 건가.”
쿵! 가볍게 다리를 올린 유아한 씨가 일어서려는 요릴리아의 머리를 밟았다. 터져 나간 머리가 이내 시간이 되돌아가듯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어린애들을 데리고 그렇게 질기게 싸우고 싶나 봐?”
“질기다니. 내 본분에 충실한 것뿐인데.”
“그런 것치곤, 주변에 무신경한 것 같은데.”
유아한 씨의 말에 요릴리아가 곧장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요릴리아의 시선 끝엔, 박주완을 부축하는 내가 서 있었다.
“…어느새.”
“봐 봐.”
유아한 씨가 단숨에 요릴리아의 두 날개를 쥐었다.
“무신경하잖아.”
꾸드득 찢겨 나가는 날개에, 요릴리아는 고통보단 짜증에 휩싸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전투하는 동안, 나는 조용히 다른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요릴리아는 주변에 관심이 얼마나 없는지, 내가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마석을 쥐게 하고 기력을 회복시켜도 몰랐다.
‘폰이랑은 다른 멍청함인데.’
그래도 폰은 쓰러지기라도 했지, 요릴리아는 아니었다. 끝이 없었다.
‘불사인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전투에 집중하고 있어. 불사였다면 자신을 죽이려 하건 말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나는 요릴리아가 유아한 씨에게 신경을 몰두하고 있을 때를 이용해 기억을 더듬었다.
무엇일까, 저것의 약점은. 적어도 하나라도, 약점이 있어야 했다. 만약 약점 같은 게 없는 죽지 않는 존재라면 흡사 신과 싸우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나 상대는 우리와 다를 바 없게 만들어진 존재. 즉 다시 말해, 상대가 되는 존재라는 거였다. 적어도 약점이 하나는 있을 터.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다른 사람들을 챙기던 윤시아가 물었다.
“근데 숲은 왜 저래요?”
“네? 아. 주한이랑 유아한 씨가―”
잠만.
나는 휙, 고개를 돌려 검게 물든 땅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검게 물든 땅은 숲에서부터 길게 나 있다가 어느 순간 뚝 끊겨 있었다. 그 뚝 끊긴 지점은.
‘꽃밭?’
자연스레 끊겨 알지 못했다만, 한번 구분하니 확실했다. 검게 물든 땅은 분명 끊겨 있었다.
살며시 몸을 옮겨, 꽃을 향해 갔다. 그러곤 살짝 꽃줄기를 잡아 툭 끊어 냈다.
“뭐 하세요?”
윤시아의 물음에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치켜세우자 윤시아가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파삭, 땅과 멀어진 꽃이 단숨에 시들었다. 그리고 꽃이 끊긴 줄기 위로, 또다시 새로운 꽃이 피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분명 꽃들이 사람들의 피를 흡수하는 듯 보였다. 갑자기 생겨난 나무가 내 피를 빨아들이며 힘을 흡수했다. 거대해진 유주한이 꽃밭 위에서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
‘설마.’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유아한 씨가 위험했다. 곧장 고개를 올려 유아한 씨를 부르려던 찰나.
“어.”
꽃밭에 핀 꽃들이 시들었다가 다시 피기를 반복했다. 유아한 씨를 부르려다 만 내 목소리에 유아한 씨가 살짝 시선을 굴려 나를 쳐다봤다. 우선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나는 입을 열었다.
“꽃 위에 있으면 힘을 흡수당해요!”
“알아요.”
“네?”
턱, 꽃밭 밖으로 나온 유아한 씨가 말을 이었다.
“기분 나쁠 정도로 몰래 훔쳐 가더라고요. 힘을 별로 안 쓰는데 이상하게 많이 빠져나가서 혹시나 해 실험을 좀 해 봤죠.”
실험은, 꽃을 시들게 하는 걸 말하는 모양이었다. 설마 유아한 씨의 과유불급 능력조차 통하지 않는 건가. 왜 요릴리아가 전투에 몰입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시선을 돌리려고.’
꽃밭 그 자체가, 본인의 힘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래서 꽃밭 바깥 사람들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은 건가.’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
근데 그러면 뭐 하나. 이제 꽃을 어떻게 없앨지 생각해야 했는데…….
‘유주한의 불은… 안 통했고. 강희민의 능력에도 금세 자라났고. 내 능력도, 유아한 씨의 능력도 마찬가지야.’
저 꽃이 힘을 흡수해 요릴리아가 강해지는 거라면, 꽃이 흡수할 만한 게 없으면 됐다.
꽃밭 바깥에서 공격해? 아니, 꽃이 얼마나 힘을 지니고 있을지 몰랐다. 그리고 요릴리아가 꽃밭 바깥으로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면 꽃을 없애는 쪽으로 도전을? 아니, 얼마나 베든 간에 꽃은 다시 자라났다. 어쩌면 땅 자체가 힘일 수도 있었다. 꽃이 힘의 근원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추측이니까.
힘을 흡수하는 대상을 상대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흡수하기 전에 죽이거나, 흡수하는 것에게 닿지 않거나… 혹은.
‘더 큰 힘으로 흡수해 버린다거나.’
푸른 장미 한 송이가 떠올랐다.
‘여기서 그걸 찾아 봤자.’
이미 사라진 능력이었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고.
‘허무맹랑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유아한 씨를 흘긋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좋은 생각 있으신가요.”
“음……. 상대의 능력이 까다로워서 말이죠. 게다가 죽지를 않으니 어찌할 방법이 없네요.”
“그렇― 잠만요.”
“네?”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바라봤다.
더 큰 힘으로 흡수하는 것. 더 큰 힘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중에도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한 명 있지 않은가.
시선을 돌려 바라본 사람을 향해 말했다.
“윤시아 헌터.”
“네?”
“저 꽃들에서, 무슨 느낌 안 드시나요?”
“들죠.”
“네?”
당당한 대답에 순간 당황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자, 내가 계획을 말하기도 전에 윤시아가 부정적인 말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요. 저거 못 써요.”
“…그런가요.”
“네. 소환수의 일종은 아니긴 한데, 올곧게 박혀 있어요. 뭐라고 해야 하나. 뜨개질된 목도리? 실 가닥을, 그러니까 힘을 뽑을 순 있지만 극소량이고요. 뺏어 봤자 바로 빼앗겨요. 아까 해 봤거든요.”
단숨에 사라진 계획에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쿵!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 요릴리아와 전투 중이었다. 나도 중간중간 합세하고 있었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지형을 폭파해? 아니, 지금껏 무너지지 않은 걸 보면 그건 어려울 것 같고.’
뿌리째 뽑자니, 꽃들이 눈치채고 줄기를 잘라 버린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와 같아 보였다.
‘역시 더 큰 힘으로 흡수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런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난감하네.’
나는 꽃밭 위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걸 작게 느끼며 싸웠다. 만약 내 힘이 다양했다면, 지금쯤 이미 이기고 게이트를 나가지 않았을까. 난 왜 이리 무능력할까.
‘하다못해… 그 능력이라도 있었더라면.’
퍼석, 꽃밭에 발이 닿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미 자라 있는 꽃들 사이에 새로운 꽃이 피어났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