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9
69화
【그저 조용한 나날】
던전은 리플 길드의 소유였다. 그렇기에 던전의 총책임은 리플 길드장, 승현 헌터의 것이었다.
나는 리플 길드원인 유주한의 훈련을 위해 함께 갔던 것이었다. 이에 따른 피해를 보았다고 볼 수 있었기에, 승현 헌터에게 직접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하던 차였다.
“보상은 차후 빠르게 지급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그럼 보고는 이쯤이면 된 듯하니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승현 헌터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한지언 헌터. 따로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부탁할 일이요?”
“정확히는 유아한 헌터의 부탁에 가깝긴 합니다.”
“가깝다는 건 승현 헌터의 의견도 반영되었다는 건가요?”
“네.”
그 말에 나는 도로 소파에 앉았다. 승현 헌터가 말을 이었다.
“유주한 헌터를 한지언 헌터의 팀에 넣자는 목소리가 큽니다.”
“어느 무리에서요?”
“…협회와 다른 길드장의 의견입니다. 그리고, 제 의견이기도 하고요.”
“협회까지 그런다는 건… 뭐가 크게 조정되나요? 주한이가 미성년자이니까… 미성년자 법?”
“네, 정확합니다.”
예상은 했었다. 전에도 만들어진 법이니까.
다만 이걸 내게 미리 알려 주는 건 처음이었다. 유주한을 내 팀에 넣자는 의견도 생전 처음이고. 애초에 이맘때쯤에 팀을 만든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 법이 흐지부지될 정도로 멸망의 징조가 난리를 피우기도 했으니.
“정확히는 미성년자 헌터에 관한 법입니다.”
“미성년자 헌터에 관한 법은 이미 있지 않나요?”
하루 클리어 가능 던전 세 개 이하, 자신의 등급보다 낮은 던전 서른 개를 클리어하고 시험을 본 뒤에야 자신의 등급과 맞는 던전 클리어 가능, 자신의 등급보다 높은 던전 클리어 불가 등등, 미성년자 헌터에 대한 던전 관련 법은 꽤 빡빡한 편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겠다만.
“물론 그 법도 적용되겠지만… 유주한 헌터는 S급 헌터이기 때문에 새로운 조항이 만들어지는 듯합니다.”
“S급 헌터라는 이유 때문에요?”
“지금까진 전례가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다른 나라의 법을 가져오기엔 기존 법이랑 색이 다르다는 점도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다는 법은 어떤 내용인가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본인의 등급의 던전에 들어가려면 같은 등급의 성인 헌터가 동행해야 한다, 라는 법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즉 다시 말해, 유주한이 S급 던전을 A급 이하 헌터들만 데리고 클리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꽤 비효율적이네요.”
이 법이 전처럼 흐지부지될 가능성은… 제로. 지금은 멸망의 징조마냥 S급 던전이 와르르 터지거나 생겨나 S급 헌터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니까.
승현 헌터를 슬쩍 쳐다봤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런 얘기를 훈련 때처럼 갑작스레 알리지 않고 미리 알려 주는 이유? 간단했다.
‘팀에 S급 헌터가 둘이 되는 거니까.’
언뜻 들으면 응? 그게 왜? 싶을지 몰라도, 팀에 S급 헌터가 둘이 되는 건 자칫 파벌이 나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A급 헌터라도 S급 헌터들의 힘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A급 헌터이니 구분하기 쉬울 터.
보통, 약한 사람은 더 강한 쪽을 따른다. 그게 힘이건, 지략이건, 자신이 살 가능성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드는 쪽에 붙기 마련이었다. 특히 문양을 발현한 헌터들은 그런 경향이 강했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고.
외국의 헌터와 불가피한 이유로 팀을 합쳐 던전을 돈 적이 있는데, 던전을 공략하고 얼마 있지 않아 헌터 한 명이 외국 헌터의 팀으로 들어갔다. 그가 팀에서 나가며 했던 말이, 당신같이 약한 인간과 팀이었던 게 내 인생의 오점이었다고 했었나.
그 밖에도 임시로 맺은 팀에서 불화를 겪거나……. 뭐, 다양했다.
그리고 이건, 누구나 쉽게 당할 수 있는 문제였다. 승현 헌터도 겪었을 터.
그래서 이 일을 미리 내게 알리고 의견을 묻는 거였다. 나는 상대적으로 능력이 약하니까. A급에 뒤처지는 건 결코 아니지만, S급인 유주한과는 타고난 차이가 있으니까.
내 팀에 나보다 강한 S급이 들어오게 된다? 그럼 헌터들은 자신과 내가 아닌, 유주한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그러다 저 사람은 약한데 내가 왜 말을 따라야 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끝내는 던전에서 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내 팀은…….’
두 명은 잘 모르겠다만, 분명한 건.
“그래서, 그게 왜요?”
“…유주한 헌터를 한지언 헌터의 팀에 넣어도 상관없다는 뜻인 겁니까?”
“네.”
수없이 많이 봐 왔던 사람들이기에 확신하는데, 적어도 내 팀은 내 말을 무시할 리가 없었다. 헌터이기 이전에,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본능이 스스로를 부추긴다 해도 본능보단 이성을, 이성보단 주변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전… 괜찮아요. 여기서 제가 도망치면 다른 사람이 죽잖아요.」
「여기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막을 거예요. 수없이 많은 사람이 저기에서 기도하고 있잖아요.」
「전 본래부터 지키기 위해 헌터를 시작했습니다. 죽는 것쯤은 각오했습니다.」
떠오르는 옛 생각을 뒤로하고, 나는 승현 헌터의 말을 경청했다.
“한지언 헌터, 문양이 발현된 헌터들은 무의식적으로 힘의 강약을 따집니다. 그렇기에―”
“괜찮아요. 뭐, 주한이는 잘 모르겠지만 전 상황 파악이 특기거든요. 그나저나 리플 길드는 괜찮은 거예요?”
“무엇이……. 아. 유주한 헌터가 리플 길드 안에 구성된 팀이 아닌 것에 대해 묻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승현 헌터가 잠시 말을 고르는 듯 생각하던 와중, 갑작스레 응접실 문이 열렸다.
“…진짜네.”
교복 셔츠 위에 체육복을 입은 유주한이 모습을 보였다. 유주한은 문고리를 잡은 채로 나와 승현 헌터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다 한숨을 내쉬곤 입을 열었다.
“저 진짜 한지언 형 팀에 들어가요?”
“…합의된 것 아니었습니까.”
“저랑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어 보여서요.”
유주한의 뒤로, 유아한 씨가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 그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 승현 헌터가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도 의견을 물어보라고 했잖습니까.”
“안 듣는다니까요.”
“애초에 내 앞에 나타난 적도 없으면서.”
“애초에 미리 말 안 했어도 승낙했을 거잖아?”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아.”
“싫으면 지금 거절하면 되잖아?”
“…….”
“거봐. 굳이 번거롭게 물어볼 필요 없었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또 이런다. 도대체 뭐가 문제이길래 이 남매는 붙기만 하면 말다툼이 일어나는 건지. 그나마 몸싸움으로 안 번져서 다행인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유주한의 몸에서 푸른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문양이 개방되려는 걸 억누르는 모양새였다. 그 모습을 보자 유아한 씨의 표정이 팍 무거워지더니 마찬가지로 푸른 연기를 스멀스멀 피워 올렸다.
“유주한. 적당히 해.”
“…….”
탁. 유주한이 단숨에 달려 나갔다. 곧이어 뒤따라가려는 유아한 씨를 내가 붙잡았다.
“제가 따라갈게요.”
“아뇨, 제가―”
“승현 헌터가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그 말에 유아한 씨가 승현 헌터를 바라보았다. 승현 헌터는 답지 않게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며 유아한 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제가 따라가 볼게요.”
“…네.”
나는 둘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섰다. 유주한이 나간 지 별로 안 됐지만, 그 속도라면 금세 멀어졌을 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수소문해 겨우 찾은 곳은, 리플 길드 구석에 있는 훈련장이었다. 문 앞에 쓰인 안내판에는 길드장의 훈련으로 변이된 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자 문 너머에서 흘러나온 한기가 잔잔하게 몸을 휘감았다. 그러건 말건 나는 문을 완전히 열었다. 시야에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방이 들어왔다. 그러나 보통 얼음이라기엔 투명하고 맑았다. 얼음이라기보단 수정 비슷했다.
그리고 자라난 얼음 사이, 유주한이 웅크려 있었다.
“안 추워?”
유주한이 작게 끄덕였다. 하긴, 불 속성인데 이거 가지고 추울 리가 없겠지.
‘우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나는 유주한의 주변을 기웃거렸다. 거슬렸는지 유주한이 팍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왜요.”
“괜찮나 싶어서.”
“괜찮아요.”
그러나 표정이 괜찮지 않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내가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유주한이 시선에 못 이겨 고개를 다시 푹 숙였다. 몇십 분은 이러고 있겠다 싶어 나는 유주한의 옆에 슬쩍 앉았다. 유주한이 몸을 옆으로 옮겨 자리를 내줬다.
그렇게 잠깐 있자, 유주한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전에요. 그러니까 제가 각성하기 전에요.”
“응.”
“인터넷에 누나에 대한 악플이 달린 걸 봤어요. 그것도 여러 개.”
뭐 그런 걸 보냐.
“그래서 누나한테 이런 거 다 신고해야 하지 않냐고 말하니까,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거예요. 신고해 봤자 계속 생겨나는 거, 신경을 쓰는 게 손해라고.”
“그래서?”
“그래도 몇 명을 잡아 놔야 다른 사람들도 덜 하는 거라고 하니까,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에 쓸모 있는 일을 하래요. 그렇게 말하면 걱정한 저는 뭐가 돼요.”
“뭐가 되긴, 넌 그냥 가족을 걱정한 것뿐이잖아.”
“그런데 정작 제가 걱정했던 누나가 그런 말을 해서 속이 엄청 상했었어요. 그 뒤로도 헌터 생활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누나가 아예 선을 그어 버렸고요.”
“그 이후로 사이가 안 좋아진 거야?”
“그건 아닌데……. 몰라요. 더 이상 말 안 할래요. 애초에 왜 말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누구한테 털어놓고 싶었나 보지.”
왜 두 사람의 사이가 안 좋아졌는지 알 수 있나 싶었는데, 역시나 유주한은 사정을 털어놓지 않았다. 전에도 늘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은 누나와 있었던 일을 말하지, 사이가 안 좋아진 이유를 털어놓진 않았다.
“원래 모르는 사람한테 고민을 털어놓는 게 가장 쉽다잖아.”
“형은 모르는 사이가 아닌데요.”
“들켰네.”
“뭐예요…….”
수정처럼 투명한 얼음을 바라보자, 안쪽에 물이 고여 있는 게 보였다. 컨트롤 훈련을 하느라 훈련장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건가.
나는 시선을 얼음에서 다시 유주한에게로 가져갔다. 요즘 애들은 교복 조끼를 안 입고 셔츠랑 넥타이 위에 체육복을 입나 싶었다. 나 때는 체육복 안에 뭐 입으면 혼냈는데.
나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뭐를요.”
“유아한 씨랑 관계.”
“…몰라요, 저도.”
“그럼 생각해 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지금쯤이면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도 대화가 끝났겠지.
“누나와의 관계를 어찌하건 나와는 상관없는데, 되돌리지 못할 거면 후회할 짓 하지 마. 잃고 나서야 그때 그럴걸, 같은 거 말이야. 한번 잃은 거 평생 안 돌아온다?”
“그거 경험담이에요?”
“비슷하지.”
문고리를 돌리자, 유주한이 같이 가자고 말하며 슬쩍 일어섰다.
“다시 응접실로 돌아갈 건데?”
“상관없어요. 어차피 누나 다른 지역 갈 일 있어서 지금쯤 거기 없을걸요.”
세상 사이 안 좋은 듯 굴면서 스케줄 같은 건 왜 이리 잘 아는 건지. 같은 집 사니까 당연한 건가?
“형, 있잖아요.”
훈련장에서 나와 걷던 중 유주한이 물었다.
“후회했다는 거 뭔지 알려 줄 수 있어요?”
“음. …반려동물을 키웠었는데, 그날따라 내 말을 안 듣고 놀아 달라고 날뛰었어. 그래서 밉다고 안 놀아 줬었는데, 다음 날 병에 걸렸어.”
“…죽었어요?”
“그렇지.”
유주한이 그렇구나 하며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사실 반려동물 같은 거 안 키워 봤다만.’
부모님이 털 날리는 건 두 명으로 족하다고 해서.
‘어차피 유주한이 이런 걸 남에게 물어볼 리도 없고.’
설령 물어본다고 해도, 애초에 자기 반려동물이 죽은 걸 동네방네 다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리가.
“내 말이 도움이 됐어?”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천천히 생각해.”
그러나 천천히 하라는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나 보다. 유주한이 유아한 씨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기도 전, 유아한 씨가 확실한 계획과 훈련을 이유로 진입을 미루었던 두 번째 탑에 가게 되었으니.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