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72
72화
퍼엉! 배들이 으깨짐과 동시에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바닷물이 철썩이며 튀어 올라 나에게까지 밀려왔다 물러갔다. 5번 배와 8번 배는 거세게 흔들리다 이내 바다와 함께 다시 잠잠해졌다. 튄 물에 머리가 젖긴 했다만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바다가 일렁였다. 그러다 이윽고 푸확! 바다 위로 하나둘 헌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개중 한 명이 날 발견했는지 손가락질을 해 댔다.
그러건 말건, 멀쩡한 바다를 향해 한 번 더 능력을 사용했다. 철썩이는 바닷물에 몇 명이 균형을 잃고 밀려 나갔고, 몇 명은 그새 물 밖으로 나왔다. 개중 일찍이 나온 헌터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내게 다가왔다.
“이게 뭔 짓이야!”
“밀항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막은 건데요.”
“밀항…이라니! 우리는, 그래! 허용된 아이템을 운반하는 거라고!”
거짓말을 하는 걸로 보아, 내가 누구인지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결계는 왜 치셨나요?”
“그건… 비싼 거니까!”
“그러셨구나.”
쿵! 나는 단숨에 그를 걷어차 바다로 빠뜨렸다. 뒤이어 다른 헌터들이 앞으로 나와 공격을 가하길래 그들 역시 바다로 빠뜨렸다. 쓰레기를 던져 바다에게 조금 미안했다.
A급이 몇 있어서인지 쉽게 밀리지는 않았다. 이따금 오는 공격을 감탄하며 맞받아쳤다.
그러다 덜컥, 몸이 심해에 가라앉은 듯한 감각에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가,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멀쩡해졌다.
“뭐―”
갑작스러운 감각에 의문을 표하기도 전, 나는 날아온 공격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연속해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자, 피한 방향 쪽으로도 공격이 쏟아졌다.
“아이씨.”
방금 뭐였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이런 것들한테도 이변이 일어날 확률이… 없진 않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이런 것들에게 이변이 일어난 적은 없었는데.
‘이변이 일어날 만한 게… 있긴 하지.’
그건, 던전이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던전 안에서도 이변이 있었으니. 만약 저것들이 우연히 들어간 던전에서 이변이 일어나 어떠한 아이템을 구하기라도 한 거라면. 그것이 내 발목을 묶는 거라면.
‘귀찮게.’
적당히 상대하며 배가 출항하지 않게끔 시선을 끌 생각이었다만,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을 바꿈과 동시에 나는 가장 앞에 있는 헌터를 향해 낫을 휘둘렀다. 낫날을 막으려는 헌터의 모습에, 곧바로 날을 없애 자루로 머리통을 공격했다. 그러곤 손을 뻗어 헌터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이어 헌터의 작은 비명을 무시하고 바다로 빠뜨렸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손수 어딘가를 탈골시켰다. 탈골에는 포션도 소용이 없었다. 그야 뼈가 다른 자리로 간 거지, 신체가 훼손된 건 아니니까. 차라리 뼈에 금이 가거나 부서진 거면 모를까, 탈골에는 포션이 소용없었다.
“네놈이 이러고도 괜찮을 줄 아냐?!”
“아프니까 참으시건 소리를 지르시건 알아서 하세요.”
나는 바닥에 누워 내게 밟혀 있는 헌터의 팔꿈치를 붙잡아 힘을 주었다. 뒤틀리는 느낌이 느껴지며 헌터가 제 입술을 이로 짓눌렀다. 그런데도 공격해 오길래 공격한 부위를 그대로 붙잡아 탈골시켰다. 그러던 와중.
부아앙! 바다 위에서 소리가 들려오며 남은 두 척의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나는 붙잡고 있던 헌터를 버리고 곧장 바다를 향해 뛰었다. No. 5라고 적힌 배 위로 착지한 뒤 곧장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무슨…….”
아무도 없었다. 분명 납치된 사람들이랑 헌터 몇 명이 있어야 할 텐데.
‘일단 8번 배로 가야 한다.’
여기 없다는 건, 저기로 몰렸단 뜻일 테니까.
내가 배에서 배로 이동하기 위해 한 발 움직이려는 순간. 콰아앙! 배 안쪽에서 무언가가 터졌다. 충격에 흐트러진 정신을 다잡기도 전에 나는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잔해물을 피해 가며 바다 밖으로 나오자 남은 배는 이미 저 멀리 가 있었다.
‘육지로……. 아니, 그 전에 시야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육지에서의 속도와 바다에서의 속도 차는 보통 사람과 같았다. 수영보다 달리는 게 빠른 것처럼 말이다.
‘파도 방향을 바꿔서라도 속도를 늦춰야 한다.’
8번 배 앞으로 능력을 사용했다. 곧 능력이 쏟아져 내리려던 찰나, 투명한 벽이 생겨나 능력이 다른 쪽으로 흘러내렸다.
아, 결계 능력을 지닌 헌터가 저기 있었지.
‘…망할.’
나는 바다에 떠 있는 잔해물을 향해 헤엄쳐 가 겨우 그 위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바로 배로 뛰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어찌해야 하나 주변을 둘러보자, 제각기 다른 크기의 잔해물들이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나는 곧장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잔해물을 잡고 멀리 던졌다. 던져진 잔해물이 바다에 가라앉았다 떠올랐다. 나는 즉시 점프해 그 잔해물을 디디고 배로 뛰어올랐다.
배에 발을 디디기 직전. 덜컥. 또다시 몸이 멈춰 섰다.
찰나의 순간 멈칫한 몸 뒤쪽에서 길게 뻗은 와이어가 목을 휘감았다. 당황하지 않고 풀려 하자, 이번에는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졌다.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쿵! 공격에 맞기 직전 와이어를 풀어내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배는 이미 앞으로 나아간 상황이었다.
‘이제 잔해물도 없는데.’
아이템을 꺼내서 잔해물을 대신할 수도 있겠지만, 내 몸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 크기의 발판이 될 물건은 없었다. 또한 그렇게 해서 바닷속에서 빠져나온다 해도 바깥의 헌터들이 방해할 가능성이 컸다.
‘실을 이용해서 배를 붙잡는다 쳐도, 끊을 가능성이 커.’
저걸 어찌 잡아야 하나 잠깐 고민하고 있는데, 파도가 일렁였다.
“오.”
익숙한 느낌에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일렁이는 파도 위로, 누군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떨어진 몸이 바다에 닿기 직전, 바다가 스스로 솟아나며 얼어붙어 그의 안전한 착지를 도왔다.
사내의 발이 얼어붙은 바다에 닿자마자, 싸늘한 냉기가 퍼져 나가며 순식간에 주변을 얼어붙게 했다. 일렁이던 파도 그대로의 모습으로, 거칠게 포효하던 바다가 얼어붙으며 사위가 조용해졌다.
나는 조용해진 바다 위로 올라와 배 근처로 다가갔다. 누군가가 나를 불러 세웠다.
“한지언 헌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자, 승현 헌터가 말을 이었다.
“왜 여기 계신 겁니까. 본래 계셨던 곳과 거리가 꽤 될 텐데요.”
“바다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
“…….”
“어찌 됐건 주변에 피해는 없고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붙잡았으니 된 거 아닐까요?”
일부러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공격했는데. 칭찬할 부분 아닌가.
“…우선 배부터 확인하도록 하죠.”
아무런 반박도 없는 승현 헌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석을 먼저 확인하려 문을 열자 단검이 세차게 날아왔다. 그 앞으로 빠르게 얼음이 솟아나 공격을 막아 냈다. 나는 공격한 헌터를 제압하고 얼굴을 확인했다.
‘…아니야.’
그 판단이 들자마자 밖으로 나가 본래 납치되어 있던 사람들이 있을 곳으로 향했다. 승현 헌터가 무어라 외쳤지만 일단 무시하고 숨겨진 장소로 들어서자.
“…없어.”
“뭐가 없다는 겁니까, 한지언 헌터. 개인적인 행동은 자제해 주세요.”
“분명, 사람이 네 명 더 있었어요.”
“확실합니까?”
“제가 느낀 게 맞는다면요.”
“알겠습니다.”
승현 헌터가 배 갑판으로 나갔다. 뒤이어 승현 헌터 주변에 물로 이루어진 물고기들이 생겨나며, 하나둘 주변에 있는 헌터들을 향해 유영했다. 그중 네 마리는…….
“…….”
우리는 조용히 유영하는 물고기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물고기들이 향해 가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바다를 바라보았다.그러다 나는 퍼뜩 뭔가를 깨닫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뒤이어 승현 헌터 역시 내 뒤를 쫓았다.
‘왜 못 느꼈지.’
어느 정도 앞으로 뛰어나가자, 허공이 일렁이며 바다에 새로 생겨난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요트. 크기가 작은 요트가 재빠른 속도로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보이자마자 얼어붙은 바다를 디디고 뛰어올라, 요트에 가까워졌을 무렵 낫을 휘둘렀다. 결계가 쳐지며 방어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부서져 흩어졌다.
뒤이어 내가 배를 반으로 가르자 그 즉시 바다가 얼어붙어 갈라진 그대로 고정됐다. 그 덕에 바다에 빠진 사람은 없었다.
“우와악!”
밧줄에 묶여 있던 사람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앞에 서서 요트를 운전했던 헌터를 향해 가볍게 낫을 휘둘렀다.
“니들 뭐―!”
헌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 목에 깊지 않은 상처를 만들어 내 하던 말을 끊었다.
“…….”
겁에 질린 헌터의 표정을 무시하고, 똑같은 상처를 다른 부위에도 만들어 냈다.
‘귀찮게 하고 있어.’
이런 쓸데없는 것들에게 이변이 일어나고, 농락이나 하고, 도망이나 가고.
던전에 이변이 일어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쳐. 그야 멸망의 원인이나 다름없으니까. 다만 이것들은? 그냥 범죄나 저지르는 것들이었다. 이것들이 뭘 한다고 멸망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즉, 다시 말해, 쓸데없었다. 내가 이변을 원하고 이변을 좋아한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가 변할 수 있는 이변이라는 전제하의 이야기였다. 이건, 아니었다. 이건 그냥 방해다.
마허윤 같은 경우도, 나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니까 천만번 이해했다. 하지만 이것들은 아니었다.
‘기껏, 적당히, 상대했더니만.’
그렇게 베고, 베고, 베자, 누군가가 내 어깨를 붙잡으며 말리듯 말했다.
“그만하십시오!”
승현 헌터가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막아 세웠다.
“어. 네.”
어차피 죽을 정도로 공격하진 않았는데.
아무 반박 없이 휘두르던 낫을 없앴다. 그 모습에 승현 헌터가 더 어이없다는 듯 날 쳐다보다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바깥으로 도망치던 헌터들은 제압했다고 합니다.”
“그럼 저희는 여기 정리하고 가면 되겠네요.”
승현 헌터가 끄덕였다.
대화가 끝나고, 나는 납치된 사람들을 바라봤다. 이변 때문인지는 몰라도 납치된 사람들의 수가 현저히 적었다. 겨우 세 명.
그러나 수는 적어도 질은 압도적이었다. 우선 한 명은 말했다시피 S급 대장장이.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문양이 발현되자마자 납치된 S급 기술자. 마지막은 둘과 달리 평범한 B급 헌터. 마지막 한 명을 제외한 다른 둘의 몸값이 어마어마했다. 그렇기에 나도 구하러 온 것이었고. 마지막 헌터는 이름도 잘 모르겠다. 어차피 목적은 둘이었으니.
끈을 풀어 주기 위해 다가가자, 사람들이 몸을 뒤로 물리며 겁에 질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개중 한 명은, 무언가 의아하다는 듯 내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더니 홀로 중얼거렸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말에 하양과 분홍빛의 그러데이션 헤어를 한 여성이 답했다.
“한지언이잖아요, 한지언!”
“아니, 그건 저도 아는데, 뭔가 직접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을 데리고 육지로 돌아갔다. 결계가 사라져 일반인들이 얼어붙은 바다를 구경하고, 제압되어 체포당하는 헌터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피해자들을 데리고 협회 사람에게 가 상황을 요약해 보고했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며, 나를 거슬릴 만큼 계속해서 쳐다보는 S급 대장장이에게 속삭였다.
“본 적 있으니까 그만 노려보세요.”
“맞지? 있ㅈ―”
소리치려는 입을 나는 서둘러 손으로 막았다.
“비밀 보장해 준다고 들었는데요.”
“…….”
그 말에 S급 대장장이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가 이내 번쩍 떠졌다. 이제야 를 알아보는 듯한 모양새였다.
“어쨌거나 앞으로 잘 부탁해요?”
S급 대장장이인 게 밝혀졌으니, 앞으로 이 사람은 공식적으로 협회의 사람이 될 것이었다. 선택지? 없다. 문양 발현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무조건 협회에서 일해야 했으니까.
입을 막힌 대장장이가 자신이 협회 소속으로 될 거란 사실을 모른 채, 내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제 입을 막은 손을 부여잡았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