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
9화
【익숙하지 않은 것들】
불법 헌터들은 내 공격에 맞자 하나둘 뻗어 갔다. 굳이 힘을 많이 쓸 필요는 없으니 적당하게 하고 있음에도 B급 정도의 헌터들이다 보니 내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차례차례 쓰러졌다.
그렇게 설렁설렁 공격하다 보니.
“X발……. X발!”
혼자 남은 사람이 냅다 뒤로 뛰었다. 갈 곳이 없는 것을 까맣게 잊고 달리다 멈칫.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그 전 스테이지로는 못 가는 것을 이제야 떠올린 모양인지 놈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포기하신 거죠?”
나는 성큼 놈의 다섯 걸음 뒤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내 말에 자존심에 상처가 났는지 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피어오르며 튀어나올 것 같은 눈이 나를 노려보았다. 놈은 그렇게 입술을 피 날 듯이 깨물며 화를 겨우 참는 듯한 목소리로 가까이 다가간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뭘요?”
“X발, 문양 조화가 바로 될 리가……. 능력을 이리 잘 사용할 리가 없다고! 오늘, 오늘 문양이 발현된, 경험도 없는 애새끼가……!”
“아, 그거. 쉽던데요.”
“…뭐?”
“댁이 재능이 없는 거 아닐까요?”
“이 X발 새끼가……!”
“아니, 그렇잖아요? 재능 있는 사람이 이렇게 별다른 반박도 못 하고 욕만 지껄이진 않을 거 아녜요. 아, 재능이 있었다면 애초에 날 이겼겠구나.”
자신들이 했던 것처럼 웃으며 비아냥거리니 놈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날 죽일 듯 노려봤다. 아니, 죽일 듯한 게 아니라 죽이려는 게 맞지.
더 이상 대답해 봤자 자신만 손해인 걸 아는 듯, 놈은 바닥을 꽉 쥐다가 이내 벌떡 일어나 내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미 힘을 다했는지 아까부터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로 겁도 없이.
아니, 겁은 먹었으나 나에게 달려드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기에 당연한 행동이었다.
“X발, X발!”
부웅, 붕. 놈의 개방 무기가 단검이었는지 어느새 생긴 손아귀의 단검이 나를 정확히 노리며 다가와 힘차게 휘둘렸지만……. 능력도 사용하지 않고 그저 휘두르기만 반복하니 재미는 재미대로 없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렀다.
쿵!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날을 없앤 막대로 놈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놈은 그대로 땅에 박히며 미동 없이 기절했다. 머리에서 미세하게 피가 몽글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만…….
‘…너무 셌나.’
살살 내려칠 수도 있었지만 놈이 한 짓을 생각하면 세게 맞아도 할 말이 없을 터였다. 죽으면 별수 없고.
‘내일모레까지 저렸었나.’
저릿한 오른쪽 손목 안쪽을 몇 번 매만졌다.
내가 방금 먹은 모래 유물의 과실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나타나지 않았던, 문양 조화의 속도를 단축시켜 주는 아이템이었다.
과거 비밀리에 경매장에서 팔려 나가 몇 번이나 놓치고 말았지만, 그 후로는 달랐다. 그거야 팔리기 전에 지금처럼 채 가면 그만이었으니까.
이제 모래 유물의 과실은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이나 마찬가지지.
손목이 저린 건, 조화의 시간을 단축시켜 문양이 미친 듯이 날뛰는 것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성장통이었다.
“슬슬 나가야지.”
나는 망치를 쓰던 놈의 주머니에서 보랏빛이 맴도는 실을 꺼내 들어 놈들을 사이좋게 묶은 후 그대로 질질 끌고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보상으로 나온 아이템도 덤으로 챙겨 밖으로 나간 순간 나는 게이트 앞에 서 있던 E급 헌터와 시선이 마주쳤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한지언 맞죠.”
상처투성이인 E급 헌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 네.”
“…허. 미친. 잠깐 봤는데 알아봤어. 나 진짜 천재인가? 기억력 미쳤네.”
E급 헌터는 너덜너덜한 휴대폰과 나를 번갈아 보며 확신에 찬 눈으로 나를 지독하게 쳐다봤다. 눈이 어딘가 과하게 반짝이며 이상했지만 무시했다. 나는 사이좋게 묶어 놓았던 놈들을 마저 게이트 밖으로 꺼내고 E급 헌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일은 어디서 말하지 말아 주세요.”
“왜요?”
“그냥요.”
“왜요? 이런 건 널리 퍼뜨려야죠. 미담이잖아요, 미담.”
미담은 개뿔. 문양을 발현한 지 끽해야 하루 지났는데 이런 일을 벌인 걸 알게 되면 문양 발현 신고 늦게 했냐고 의심받고 욕 처먹는다, 이 새끼야.
…그래, 말이 안 통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두 분 계좌 번호 좀 알려 주실래요.”
“…네?”
상처투성이의 E급 헌터는 뜬금없는 소리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굳이 거절하진 않았고, 박우윤은 마지못해 계좌 번호를 알려 줬다.
그리고 난 두 명에게 똑같이 백만 원씩을 보냈다. 형이 줬던 용돈들을 그대로 저축해 놓았던 이었다. 뭐, 특별히 쓸데도 없으니까.
“입막음용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헉, X발.”
“…….”
상처투성이의 E급 헌터는 잠시 나를 흘긋 쳐다보았다. 내가 생글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곧장 입을 열더니 아까와는 다른 대답을 꺼냈다.
“저는 어차피 말할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얘기할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만 가 보겠습니다!”
그러곤 냅다 어디론가 뛰어갔다. 내가 돈을 다시 달라고 할까 봐 도망간 거지만, 굳이 잡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이제 두 번 다시 안 만날 사이이니.
한 명은 마약 중독으로 당장 마약 살 돈이 급급한 사람, 다른 한 명은 가족 병원비로 당장 십 원 한 장도 급급한 상황. 그렇기에 둘 다 백만 원이면 충분했다. 물론 박우윤은 이거론 모자라겠지만… 너무 많은 돈을 주면 아마 박우윤의 성격상 부담스러워할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저.”
박우윤이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물쭈물하며 말을 하지 못하는 박우윤을 바라보며 나는 생긋 웃었다. 박우윤이 흠칫 놀라며 겨우 입을 열었다.
“저는 이런 돈 안 받아도 돼요.”
“…….”
“제가 번 돈도 아니고, 되레 구해 주시고 돈을 주시는 거는…….”
“돈 필요해서 이런 일 찾으신 거 아녜요?”
“그건 맞긴 하지만…….”
“그러면 그냥 간단하게 투자라고 생각해 주세요.”
“예?”
“검색하면 괜찮은 길드 많이 나와요. 아니면 협회에 들어가셔도 좋고요.”
“무슨 소리를……. 저는 그, 조절도 못해서…….”
헌터 관련 교육을 제대로 듣지 못했으니, 박우윤은 능력을 조절 못하는 헌터가 귀한지도 모를 것이었다. 조금만 뒤져 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하루하루 급급히 살아가는 박우윤이 그걸 알 리 만무하지.
“그러면 3대 길드 아무 곳이나 들어가세요.”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가능해요. 아니면 중견 길드라도 들어가세요. 교육 시설은 거기도 충분할 테니까요. 뭐, 협회도 교육 시설은 멀쩡해요. 일단 뭐라도 해 봐요. 그러라고 준 돈이니까.”
박우윤은 돈을 버는 데만 급급해 헌터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도 모른 채 살았다. 자신이 길드에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다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길드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던전을 돌았고, 그 과정에서 같은 편을 공격해 트라우마가 생긴 거였다. 처음부터 길드에 들어갔다면 아마 그러진 않았을 테지. 한마디로, 운이 없었다고 볼 수 있었다.
능력 조절을 못한다. 물론 처음에는 쓸모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야 팀을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지금은 B급이지만 차후 A급으로 진화할 수도 있는, 말 그대로 미래가 보장된 불안정한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교육 시설이 좋은 길드로 어디든 지원해 봐요. 뭐든 그냥 해 보세요.”
“…….”
“그럼 서로 힘내죠.”
“…네.”
박우윤은 현재를 위해 힘내고, 나는 미래를 위해 힘내고. 이 얼마나 서로에게 좋은 말인지.
내가 박우윤에게 이리 성심성의껏 행동하는 이유? 당연히 미래를 위해서였다.
강한 헌터는 많을수록 좋았다. 그것이 설령 죄를 지은 헌터라도, 감옥에서 꺼내 와 방패로 세울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불법 헌터들도 죽이지 않은 것이었다. 박우윤도, 장차 도움이 되는 사람이니 미리 이쪽에서 도움을 줘 나쁠 거 없었다.
그러면 왜 상처투성이였던 E급 헌터에게는 동기 부여를 하지 않았는가. 간단했다. 저놈은 회생 불가였다. 무슨 좋은 말을 해 줘도 설렁설렁 듣고 실력을 갈고닦을 생각은 조금도 없이 내가 준 돈으로 그대로 마약을 사거나 불법 도박장에 가서 전부 도박에 투자하거나 사치를 부리는데, 굳이 내가 붙잡을 이유는 없지.
뭐든 열심히, 성실히, 깨끗하게 하는 게 제일 보기 좋았다. 암.
“그러면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예? 어……. 네.”
깔끔한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돌려 트럭 사이를 지나가려던 찰나.
“한지언 씨.”
누군가가 나를 불러 세웠다.
박우윤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날 부른 목소리는 또렷한 여자의 목소리였으니 박우윤일 리가 없었다.
“…….”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당황한 마음을 숨기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나를 불러 세운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
“맞으시죠?”
여자가 생긋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긴 웨이브 머리칼, 또렷하고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반듯한 정장 차림.
시선을 조금 굴려 박우윤을 쳐다보자, 박우윤은 자빠지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로 입을 벌린 채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박우윤도 아는 인물이었기에,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만큼, 유명하디유명한 인물.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지만, 제 소개부터 해 드리자면.”
알고 있다. 익숙하기 그지없었다.
“저는 화진 길드의 길드장.”
한때 아군이자 동료였으며, 어떨 때는 적이었고, 또 어떨 때는 모르는 사람이었던.
“지화연이라고 합니다.”
지화연. S급 길드장 중 한 명.
“…….”
“갑자기 불쑥 찾아온 건 죄송합니다만, 댁에 안 계셔서요.”
좀 놀랐다. 아니, 많이, 아주 많이 놀랐다. 그 때문인지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절 왜 찾으시는…….”
“그야 한지운 헌터의 동생분께서 헌터가 되신 것을 경축드리고자겠죠?”
그럴 리 없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다. 단 한 번도. 절대.
“그런데…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말이죠.”
날카롭던 지화연 씨의 눈이 반으로 접히며 뒤에 쓰러져 있는 불법 헌터들을 흘긋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어 박우윤을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작게 올리며 입을 열었다.
“문양이 이제야 막 생기셨는데, 던전을 도신 건가요?”
내가 S급이 되었다고 지화연 씨가 축하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왜 지금…….’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지금, 이 상황에 나타난 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나는 입가에 웃음이 번지려는 걸 겨우 참고 여전히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형만 바뀐 줄 알았는데…….’
그간 바뀐 것이 그리 많지 않아 실망스러운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그야 나도 사람이니까. 기대가 어긋나면 실망스럽지. 변화를 기대했건만 누가 봐도 달라진 건 형뿐인지라 슬슬 지루해지던 찰나였는데.
‘이렇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줄 줄이야.’
기억이 돌아온 후 내가 주요 인물들의 그간의 행적을 살펴보며 확실히 알게 된 것은, 그들은 모두 예전 그대로라는 점이었다. 형처럼 무언가 더 잘나가지도, 못 나가지도 않고 그대로였다.
기억이 돌아온 지 하루 남짓. 내가 무언갈 한 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화연 씨의 행동이 바뀐 이유는 단 하나.
‘형.’
이변의 주요 원인이자, 아마 주인공일 형이 분명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