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3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13화
* * *
사라는 클로드의 유모로서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기 위해 앞으로 암브로시아 저택에서 지내기로 했다.
밀런 백작가는 암브로시아가로 사람을 보내 사라의 짐을 옮겨 놓기로 하였다.
그래서 암브로시아 공작가는 때아닌 손님들로 인해 오랜만에 북적거렸다.
“소가주니이이이이임. 꼭 여기서 지내셔야 해요?”
“그냥 출퇴근하시면 되잖아요오오오오오.”
“으아아아아앙……. 가지 마세요.”
사라는 두 팔에 밀런 백작가의 사용인들을 주렁주렁 달고 힘겹게 앞으로 걸어 나가며 난처하게 웃었다.
“내가 영원히 가는 것도 아닌데 이럴 거니?”
“자주 안 오실 거잖아요!”
“아직 가주도 아닌데 내가 자주 갈 필요는 없지.”
“으앙. 몰라요, 몰라.”
밀런 백작가 사람들은 사라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으며 투정을 부렸다.
그 진귀한 광경을 구경하던 암브로시아가 사람들의 입은 떡하고 벌어졌다.
“너는 우리 주군께 저럴 수 있어?”
“절대 못 하지.”
수군대는 사용인들 틈으로 클로드는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그 광경을 함께 구경했다.
까르르 웃으며 제 사람들을 골려 대며 웃는 사라와 그런 그녀에게 편하게 투정하며 징징거리는 백작가 사람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클로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밀런 백작가 사람들 표정이 좋지는 않네요.”
“솔직히 밀런 백작가라고 하면 황제 폐하께서 직접 인정한 가문이잖아요? 그 지체 높은 백작가의 후계가 고작 유모를 한다고 하니 자존심이 적잖이 상했겠지요.”
암브로시아의 사용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이야기를 듣자 클로드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것 봐. 누가 날 좋아하겠어. 내 유모라서 저 사람들이 싫어하는 거야.’
클로드는 제 뒤에 있는 암브로시아의 사용인들을 힐끔 바라보았다.
사용인들은 클로드가 한 발짝 다가가면 한 발짝 멀어지고, 또 한 발짝 다가가면 그만큼 멀어졌다.
자신에게 깍듯하지만 절대 곁을 내어 주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도 클로드는 그들이 자신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한 달 전 클로드가 크게 앓았을 때부터 더 심해졌다.
이젠 클로드가 닿는 것조차 두렵다는 듯이 사용인들은 작은 스킨십에도 덜덜 떨었다.
‘메이는 날 안 피하는데…….’
클로드는 자신을 피하지 않고 잘 대해 줬던 건 메이뿐이라는 걸 떠올리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찾아보았다.
클로드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론다를 향해 물었다.
“론다, 메이는 어디 있어?”
“그 아이는 지은 죄가 있어 잠시 벌을 받고 있습니다.”
“무슨 죄?”
“클로드 님께서 신경 쓰실 것이 아닙니다.”
“…….”
클로드는 울컥했지만 꾹 참았다.
이 공작가에서 메이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론다와 베론만이 클로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 주었다.
게다가 그 둘은 아버지가 매우 아끼는 사람이었다.
괜히 론다를 귀찮게 해서 아버지한테까지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메이가 어디 있는지 찾아서 구해 줘야지.’
클로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사라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앗!”
그러다 사라와 눈이 마주치자 클로드는 화들짝 놀라 론다의 치맛자락을 끌어당겨 얼굴을 가려 버렸다.
왜 날 보며 웃지? 사실은 싫은 주제에.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사라는 한숨처럼 중얼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려 버렸다.
저 귀여운 생명체는 대체 뭐지.
얼굴만 가리면 숨겨질 거라고 생각했을 클로드의 행동이 너무나 귀여워서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사라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클로드를 향해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클로드 님?”
“…….”
클로드는 제 앞으로 다가온 사라를 경계하며 더욱 론다에게 바짝 붙었다.
그러자 론다가 곤란한 눈빛을 하고는 사라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소백작님. 작은 주인님께서 낯을 가리셔서…….”
“괜찮아요, 귀여우니까.”
사라는 클로드의 눈높이에 맞추려 쪼그려 앉았다.
아직 경계의 눈빛을 지우지 않고 론다의 치맛자락 사이로 그녀를 바라보는 클로드를 보며 사라는 입을 열었다.
“왜 심통이 나셨을까요?”
“뭐가?”
“화나셨잖아요.”
제 속을 콕 집어내는 사라의 말에 클로드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걸 유모가 어떻게 알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암브로시아의 사용인들은 클로드를 두려워하고 피하는데, 사라는 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서 질투가 났다.
하지만 들켰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클로드는 고개를 휙 하고 돌려 버렸다.
“클로드 님이 이러신다고 제가 클로드 님을 안 귀여워할 줄 아세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클로드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아이가 작게 비명을 지르며 바둥거렸다.
“뭐야! 내려놔!”
“아하하!”
사라는 시원하게 웃으며 클로드를 품에 안은 채 내달렸다.
본격적으로 클로드의 유모 노릇을 하기 전에 아이와 좀 친해지고 싶어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순식간에 작은 주인을 납치해 간 사라를 보며 암브로시아 사용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벌렸다.
클로드는 사라의 어깨 너머로 그 표정들을 보고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었다.
“짐을 정리할 동안 클로드 님이 저랑 놀아 주세요.”
“내가 왜?”
“그야 제가 클로드 님이랑 놀고 싶으니까요!”
“……유모는 진짜 이상해.”
왜 나랑 놀고 싶어 하지? 모두 날 싫어하는데.
클로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사라의 목에 팔을 둘렀다.
암묵적으로 허락했다는 듯한 클로드의 태도에 사라는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뭐 하고 놀까요?”
사라의 물음에 클로드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몰라!”
“그러지 말고 좀 알려 주세요. 클로드 님은 평소에 뭘 하면서 노세요?”
“…….”
클로드는 살짝 침울해져선 사라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알려 주고 싶어도 알려 줄 게 있어야지.
그는 친구도 없었고 놀아 주는 사람도 없었다.
클로드 또래 아이들은 그가 곁에만 있어도 울음을 터트리며 다가오려 하지 않았으니까.
조금 나이가 있는 귀족 자제들은 클로드가 아버지의 관심을 못 받는 걸 눈치채고는 교묘하게 괴롭혔다.
그러니 재밌게 논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난 안 놀아. 나랑 노는 거 다 싫어해.”
“어머나?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냥 알아. 다 나를 싫어하는걸.”
아이답지 않게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클로드에게서 희미한 울음기가 느껴졌다.
‘어둠의 꽃’에서 클로드의 유년기를 봤던 사라는 아이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저렇게 말을 하기까지 아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 왔다.
“그렇지 않아요. 사실 모두 클로드 님을 좋아할 거예요!”
“아니야!”
“맞아요!”
“아니라니까!”
“맞다니까요?”
“이씨이…….”
클로드는 심통이 났는지 발을 크게 구르며 사라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바닥에 안정적으로 착지한 클로드는 사라를 노려보다가 이내 몸을 휙 하고 돌렸다.
작은 다리로 심통이 났다는 티를 팍팍 풍기며 앞으로 뛰듯이 걷는 클로드의 뒤를 사라가 웃는 얼굴로 바짝 쫓았다.
“같이 가요, 클로드 님!”
“싫어! 유모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몰라요? 저는 다 알고 있답니다.”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에요. 전 대마법사니까, 다 알아요.”
사라의 말에 앞서 걸어가던 클로드의 발걸음이 우뚝 멎었다.
클로드는 살짝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정말 대마법사는 다 알아?”
귀를 쫑긋하며 물어보는 클로드의 귀여운 모습에 사라는 웃음을 삼켰다.
그러곤 양손을 허리에 얹고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요! 전 거짓말 안 해요.”
“…….”
“클로드 님은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그러니 모두 클로드 님을 사랑할 거예요.”
“하지만, 하지만……. 아버지도 날 싫어하는걸.”
클로드는 아버지가 싫어하는 날 좋아해 줄 사람은 없다며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클로드의 머리 위로 사라의 다정한 손길이 내려앉았다.
“대마법사인 제가 장담하건대, 공작님은 클로드 님을 사랑하세요.”
“…….”
“다만 두려워하고 계실 뿐이에요.”
사라의 말에 클로드는 고개를 들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었다. 평생에 걸쳐서 한 번 받아 보기도 힘든 손길.
그렁그렁한 눈망울이 사라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보았다.
“우리 아버지는 강해. 무서운 것 따위 없어.”
“강한 것과는 다르답니다. 너무 소중한 것이 생기면 사람은 두려워지거든요.”
“…….”
“잃게 될까 봐.”
클로드는 사라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그가 이해하기엔 너무나 심오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버지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사라의 말을 믿고 싶었다.
클로드는 자신도 모르게 고인 눈물을 소맷자락으로 슥슥 닦았다.
그러곤 선심이라도 쓰는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한 번만 믿어 볼게!”
아이는 흥흥거리면서 엄지와 검지로 사라의 치맛자락을 살며시 잡았다.
나름 허락한다는 의미였다.
“아…….”
그러자 사라는 작은 신음과 함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유모? 왜 그래?”
클로드는 깜짝 놀라 주저앉은 사라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사라는 클로드의 그 작은 손길에도 힘없이 흔들리며 앓듯이 말했다.
“클로드 님이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아파요…….”
“뭐야? 지금 날 놀리는 거지?!”
클로드는 분노로 파르르 떨며 등을 돌렸다.
아이의 귓불은 잔뜩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씩씩거리며 걷는 클로드의 뒤를 사라가 재빨리 따라갔다.
“제가 사과드릴게요. 정말 화나신 거예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사과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아이는 휙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곤 달아오른 귓불만큼이나 발그레한 볼을 씰룩이며 말했다.
“놀자며? 빨리 따라와.”
“뭐 하고 놀까요, 클로드 님?”
“그런 건 유모가 정해!”
아이의 목소리는 퉁명스러웠으나 사라의 얼굴에는 해사한 미소가 피어났다.
상처받고 위축되었어도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 클로드가 사랑스러웠다.
‘잘해야지, 잘 키워야지.’
사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클로드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