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19)
제219화
219화. 제3의 세력(5)
“크으윽…….”
“이, 이럴 수가…….”
성국에서 온 아이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그 떨림은 점점 더 심해졌다.
카론의 완벽한 수업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이해가 잘될 수가…….”
“우리를 위해 신학을 예로 들기까지 하다니.”
“신학까지 완벽히 꿰고 있다는 건가? 저 선생은 대체 정체가 뭐지?”
성국의 아이들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기존 우수반 아이들의 어깨가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킥킥! 앤우드 아카데미가 자랑하는 괴물 맛이 어떠냐. 두려움에 떨어라!”
“큭큭, 방심은 좋지 않다고. 저 괴물의 진짜 무서움은 질의응답을 할 때이니.”
“실전 수업은 그보다 더하지. 악마보다 더한 존재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 뭐, 우리한테는 별것 아니지만.”
카론 맛(?)을 막 보기 시작한 초보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
이보다 더 재밌는 건 없을 거다.
물론, 내 정신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는 상태였다.
‘아도니스에게 의심을 받는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뇌제(雷帝) 아도니스에게 적이 아님을 증명하라.
아도니스와 1:1로 만나 대화하기(0/1)
적이 아님을 증명하기(0/1)
5분 동안 살아남기(5:00)
아도니스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여섯 번째 메인 퀘스트.
그것도 까다로운 조건으로 가득한 퀘스트였다.
카론이 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걸까?
‘아니야. 카론의 성격상 정보원의 존재를 공개할 리가 없다. 설령 공개했다고 해도…… 아도니스는 나를 오히려 당돌한 아이라고 생각했을 거고.’
루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특수 페널티 : 사망]‘아도니스가 나를 죽일 수도 있다고?’
아도니스의 본질은 열다섯 먹은 아이가 아닌 나이 지긋한 노인.
적에게는 엄하지만, 아군에게는 한없이 인자한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아카데미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
그런 나를 아도니스가 죽이려 든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켰나 보네.’
게다가 나는 그 누구보다 착하고 선량한 학생이니까.
아도니스가 그런 나를 죽일 리 없다.
찌릿-.
……그런데 뒤통수가 따가운 건 어째서일까?
“뜨겁네. 너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예?”
“뒤에 있는 꼬맹이 자식이 널 계속 째려보고 있잖아. 이러다 뒤통수가 뚫리겠어.”
아도니스가 아주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눈치라곤 하나 없는 루나가 시선을 느낄 정도로.
“히, 히이익…… 주, 죽음의 기운이 가득해요! 누군가가 저를 노리고 있어요옷……!”
레제가 몸을 한껏 움츠렸다. 정수리에 난 바보털이 미친 듯이 회전하고 있었다.
음, 이로써 확실해졌다.
‘아도니스는 나를 의심하고 있다.’
왼손을 턱에 올렸다. 전 세계가 공인한 추리력이 올라가는 자세.
그래서일까. 아도니스가 나를 보자마자 의심을 시작한 이유를 간단히 알아낼 수 있었다.
‘실눈.’
이 세계의 불길함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외형을 하고 있는 나다.
그로 인해 학기 초에 괜한 오해를 사고 배척까지 당하지 않았는가?
아도니스도 같은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실눈 때문만은 아닐 거야.’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이런 퀘스트가 생길 리 없다.
유저들 사이에서 일명 ‘순딩이’라 불리는 아도니스다.
그런 그가 의심을 시작했고, 나를 죽여야겠다는 마음까지 품고 있다?
‘다른 이유가 있어. 나를 적으로 가정하는 이유가.’
그 이유를 알아내야만 했다.
그래야 내가 아군이라는 걸 손쉽게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도니스는 나를 보자마자 의심을 시작했어.’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마주친 적도 없다.
조금 전 교실에 들어온 순간. 첫인상에서 ‘무언가’를 느꼈다는 뜻이다.
첫인상이란, 전체적인 외형을 보고 느낀 첫 감상을 뜻하는 단어다.
하지만 지구와 달리, 이 세계에는 외형 외에도 첫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게 두 가지 존재했다.
‘스킬과 특성.’
이 게임에는 ‘호감도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리고 캐릭터가 가진 스킬과 특성에 따라 첫 호감도 수치가 정해지게 된다.
일반적인 캐릭터에게는 미미한 영향을 끼칠 뿐이지만, 아도니스는 9성에서도 최정점.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이나 특성에서 어떤 불길함을 느꼈고, 호감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리라.
‘나한테 그런 스킬이나 특성이 있었던가?’
정보창을 열었다. 그리고 의심 가는 스킬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오그라드는 말투], [마족의 피], [칠흑], [불길한 기운], [악마의 피부], [눈 뜨기].음…….
‘뭐, 조금(?) 오해할 수도 있긴 하겠네.’
고작 저런 것 때문에 나를 의심하다니.
완전 쩨쩨한 노인네였다.
‘확신은 하지 못하고 있어. 적이라는 걸 확신했다면 이미 내 머리는 날아가고 없을 테니까.’
물론, 나는 억울할 뿐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이 세상에 나처럼 순진하고 순박한 애가 또 어디 있다고!
조금 어두컴컴한 스킬을 갖고 있다고 해서 죽이려 들다니. 아주 나쁜 놈이었다.
억울함을 억누르며 퀘스트 창을 다시 한번 살폈다.
아도니스와 1:1로 만나 대화하기(0/1)
적이 아님을 증명하기(0/1)
5분 동안 살아남기(5:00)
‘대화하는 것과 적이 아닌 것을 증명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문제는…….’
마지막, 5분 동안 살아남는 것.
5분은 무슨. 1초도 버티지 못할 거다.
번개와도 같은 속도를 자랑하는 아도니스니까.
‘……퀘스트 거절 페널티는 모든 스탯이 5씩 감소하는 것.’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페널티였다.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보상 : 300exp, 15골드, 아도니스가 보유한 스킬 중 적합한 스킬 한 개
퀘스트 거절 페널티 : 모든 스탯 5감소
특수 페널티 : 사망
‘……수락한다.’
퀘스트를 수락했다. 내가 이 퀘스트를 수락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죽음’이라는 건 실패 페널티가 아닌, ‘특수 페널티’다.
특수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한, 아도니스가 나를 죽이는 일은 없을 거라는 뜻이다.
‘순딩이인 아도니스가 사람을, 그것도 학생을 죽일 확률은 낮다.’
둘째.
‘보상이 너무 좋다.’
아도니스가 보유한 스킬 중 적합한 스킬 한 개.
2장의 초반부치고는 과한 보상이다.
게다가 뇌제라 불리는 아도니스의 스킬.
이걸 보고도 퀘스트를 포기하는 멍청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마지막 셋째.
‘죽을 것 같은 상황이 온다면, 즉시 퀘스트를 포기한다.’
퀘스트 실패 페널티가 주어지겠지만, 목숨값에 비하면 헐값이다.
퀘스트를 포기했는데도 아도니스가 나를 죽이려고 든다?
그때는 카론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가 내 결백을 증명해 줄 테니까.
“후후후…….”
“……?”
나를 향해 의아한 시선을 보내던 카론이 단상에 자리했다.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다. 그리고 다들 이걸 한 장씩 받도록.”
정체불명의 유인물이 아이들의 손에 자리했다.
다섯 가지 동작에 대한 정교한 그림과 상세한 서술이 적힌 종이였다.
그렇다. 내가 드웨너에게 제공한 [플뢰르 가문류]였다.
‘엥? 내가 만든 것보다 훨씬 정교하네?’
그림의 퀄리티는 물론, 서술도 한층 더 상세해졌다.
직접 경험해본 후 자극받는 근육의 위치를 파악한 게 틀림없었다.
역시.
‘카론은 유능하단 말이지.’
이런 걸 만든 존재가 무능한 드웨너일 리 없다.
드웨너가 카론에게 짬을 때렸고, [플뢰르 가문류]의 뛰어남을 알아본 카론이 수정을 한 것일 터.
역시 내가 선택한 비즈니스 파트너다웠다.
“오늘부터 수업이 시작하기 전, 그리고 끝났을 때마다 이 동작을 세 번씩 반복할 거다. 몸에 큰 도움이 되는 자세이니 틈틈이 반복할 수 있도록.”
우수반 아이들이 카론의 지시에 따라 다섯 가지 동작을 펼쳤다.
“흠…… 조금 개운해지는 느낌인데?”
“윽! 근육통이…….”
“고작 세 번 했을 뿐인데 근육이 자극을 받았단 말이야? 이거 대단한걸?”
계획대로였다.
‘앤우드 아카데미 학생들이 이 동작을 수련한다는 걸 알면…… 밖에서도 따라 할 수밖에 없겠지.’
앤우드 아카데미는 제국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
그런 곳에서 수련하는 동작이라는 게 알려진다면 불법 과외, 약소 가문, 평민, 입신양명의 꿈을 꾸는 천민들까지.
모두가 [플뢰르 가문류]를 익히게 될 것이다.
제국의 국민 체조가 되는 거다.
‘이 동작이 플뢰르 가문류라는 건 나중에 알리면 돼.’
시작부터 특정 가문의 수련법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괜한 반발심만 키울 수 있다.
이 동작이 [플뢰르 가문류]라는 증거도 준비해 둔 상태이니 문제 될 건 없다.
“이상, 수업을 마치겠다.”
카론이 떠나자마자 교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그러면서도 눈동자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테르온파와 유리디아파, 그리고 처음 모습을 보인 성국의 아이들.
서로를 힐끗거리며 힘을 가늠하기 시작한 거다.
‘성국의 아이들…… 아니, 빅토리아파로 불러야겠군.’
성국에서는 여신의 위대함을 설파하고자 빅토리아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앤우드 아카데미 학생회장의 자리를 노리도록 명령을 내린 상태다.
물론, 성국의 계획은 시작하자마자 엉망이 되고 말았다.
저 아이들을 통솔하는 자가 ‘빅토리아’이기 때문이었다.
‘제국의 열세 번째 황녀.’
황제의 ‘딸’이라는 뜻이다.
치료를 위해 10년 전에 성국으로 밀입국한 빅토리아.
그녀가 뛰어난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아낸 성국은 빅토리아를 키우기 시작한다.
‘빅토리아가 황녀라는 걸 몰랐기에 발생한 참사지.’
그리고 2~3년 전쯤부터 몸 상태가 좋아졌기에 어떻게 제국으로 데려올까 고심하던 와중.
악마가 제국에 계속해서 출현하자 그걸 빌미로 아이들을 파견하게 된다.
제국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의도였지만…….
‘도리어 황녀를 제국의 품으로 돌려주는 꼴이 되고 만 거지.’
아무튼, 그렇게 황녀가 제국으로 돌아오고 주연들과 엮이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주인공 파티의 주력 힐러가 될 예정이고.
‘새로운 얼굴들이 많지만, 기억해야 할 건 두 명뿐이야.’
빅토리아, 그리고 아도니스.
저 둘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물론, 나는 저 엑스트라들 중에서 쓸만한 파티원을 찾아야 하지만 말이다.
파지직-.
테르온파, 유리디아파, 빅토리아파.
그들 사이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히, 히이익……!”
그 교차점에 위치한 레제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눈빛에 타격을 입고 있는 거다.
눈빛에 피가 까이다니. 진짜 빌어먹을 개복치 토끼였다.
“가시죠.”
“구경하고 가면 안 돼? 싸움 날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싸움은 구경하는 게 아니라 말려야 하는 거고요.”
“쳇! 혼란을 틈타 저 재수 없는 꼬맹이를 혼내주려 했는데.”
루나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도니스를 보고 재수 없는 꼬맹이라 하다니.
‘루나와 아도니스의 상성이 좋지 않은 건가?’
뭐, 중요한 건 아니다.
루나와 아도니스가 싸우는 일이 생길 리 없으니까.
교실을 떠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이었다.
“아, 악마다!”
“……?”
사제복을 입고 있는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심지어 손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 현상이 주변으로 전염됐다는 거다.
“저, 저 눈을 보세요!”
“성서에 그려져 있던 악마의 모습과 똑같구나!”
“저런 불경한 자가 있을 수 있다니!”
“존재 자체가 불경합니다!”
이내 빅토리아파 대부분이 들고일어났다.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도 있었다.
저 아이들이 저러는 이유?
‘실눈이니까.’
신성력을 지닌 존재들이라 그런지 혐오와 경멸이 일반인보다 심했다.
‘뭐, 됐어.’
평소보다 조금 심할 뿐,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익숙해진 지 오래니까 말이다.
“저것들이…….”
“후후, 루나 양. 저는 괜찮습니다. 그냥 가죠.”
“……이번만 참는다.”
상대하지 않고 이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다.
아도니스의 의심을 사고 있는 상태.
이런 상황에서 준비도 하지 않고 행동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해. 사고가 터졌다간 언제 목이 베여도 이상하지 않다.’
어차피 다른 아이들은 내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컨트롤해야 하는 건 루나 하나뿐. 그녀의 손을 꽉 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교실 중간쯤을 지나던 때였다.
“악마라니. 그 말은 그냥 넘길 수 없겠는데?”
알렉스였다. 이 게임의 주인공이자, 정의(正義) 바보.
불의에 맞서는 캐릭터다 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후후, 알렉스 군. 저는 괜찮…….”
“마, 맞아요! 악마는 바로 당신들이라고요! 제로는 천사고요!”
레이몬이었다. 성직자들에게 악마라고 하다니. 오늘도 느그 레이몬의 활약은 놀라웠다.
문제는 그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거다.
“부, 불경한! 저런 놈을 감싸다니!”
“이단이다! 이단이야!”
“당장 성국에 알려야 합니다!”
빅토리아파의 아이들이 들고일어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항의를 시작한 거다.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는 내 선에서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
“닥치세요.”
“뭐라고……?”
“닥치라고 했습니다. 제로 군이 저렇게 생기긴 했지만, 사랑에는 진심인 존재라고요. 이 유리디아, 이 이상은 두고 보지 않겠습니다.”
유리디아가 벌떡 일어나 내 옆에 섰다. 유리디아파가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 이 사랑에 미친 여자가!’
그래도 괜찮다. 내가 루나를 이용해 유리디아를 설득한다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
“그릇된 일을 자행한다면, 몰매를 때리라고 했던가? 지금이 딱 그때로군.”
테르온이었다.
아니! 얘는 또 왜 이렇게 화가 났어!?
테르온이 내 옆에 자리하자, 우르르 몰려나온 테르온파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찌릿-.
아도니스의 미간이 구겨졌다.
음, 아무래도.
제대로 찍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