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72)
제72화
72화. 변화하는 일상(1)
결투가 있었던 다음 날 아침.
학생회실에 출근한 로델린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투장이…… 부서졌다고?”
눈을 이리 비비고 저리도 비벼 봤지만, 문서에 적힌 문자는 바뀌지 않았다.
-결투장 천장 붕괴함. 좀 많이.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은 게 고작 두 달 전의 일이다.
그사이에 노후가 됐다고?
에이, 벽돌 몇 개 떨어진 거겠지.
“일단 확인이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천장이…… 사라졌잖아?”
‘좀 많이’가 아니었다.
천장 전체가 사라져 있었다.
뭔가 사고가 터진 게 분명하다.
로델린이 문서를 뒤져 신고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신고자 : 테르온(1), 유리디아(1), 제로(1)
사유 : 새로운 마법을 실험 중 폭발. 지붕이 제멋대로 날아감.
청춘의 힘을 주체하지 못했던 걸까.
1학년 아이들이 어마어마한 사고를 쳤다.
대체 무슨 실험을 하면 천장 전체가 날아간단 말인가?
“제멋대로 날아갔다는 건 또 뭔가! 자기네들이 날린 거면서!”
다친 사람이 없기에 망정이지, 있었다면 가만 안 뒀을 것이다.
교화와 훈계의 시간, 벌점 폭격까지!
하지만 그 전에 우선.
“면담이다!”
“죄송합니다. 마법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그만.”
“죄송해요. 마법을 너무 좋아하길래 무리하다 보니. 호호호…….”
“후후, 저에게 마법은 살인입니다. 어제 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죠.”
셋의 증언이 동일했고, 두 명은 뼈저리게 반성하는 듯했다.
지식에 대한 탐구가 죄가 되는 건 아니지.
그런 그들에게 로델린이 내린 벌은.
“반성문이다! 제로 군은 벌점 1점도 같이!”
사실, 제로가 날린 건 천장의 극히 일부분이었다.
깔끔하게 일직선으로 베어진 천장.
달빛이 예쁘게 들어왔기에, 그대로 둔다면 명물이 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테르온은 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섬의 흔적이 남으니까.’
유리디아의 도움을 구하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잘 처리됐다.
반성문이면 싼 대가라고 테르온은 생각했다.
제로와 입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고.
열정적인(?) 부학생회장 로델린도 잘 속여 넘겼다.
“바쁘다!”
이러나 저러나 로델린은 바쁘게 움직일 뿐이었다.
원인을 확인했고, 아이들을 훈계했고, 대신할 결투장 섭외도 했고, 보수공사에 대한 의뢰도 완료했다.
다음은…….
“청구서다!”
청구서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린 로델린.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청구서는 자신의 담당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건 아니다.
문제는…….
‘총장에게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그 총장이 드웨너라는 게 문제였다.
하는 건 말뿐이며, 일은 도와주지도 않고, 지출되는 돈에는 깐깐한.
그 드웨너를 설득해 돈을 받아 내는 것.
그게 바로 로델린의 임무이자, 그녀에게 닥친 시련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는 법이지.”
로델린이 성큼성큼 총장실로 향했다.
그녀의 품에는 문서가 가득 들려 있었다.
정비를 해야만 하는 이유, 반성문, 청구서 등등.
쓸데없는 설교를 해 대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학생들을 위한 여가 시설 중 하나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테르온, 유리디아, 제로. 이 세 신입생이 결투장 천장을 부쉈습니다. 학도들의 안전을 위해 보수가 필요합니다.”
“…….”
드웨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노발대발할 것이라 예상한 로델린이 후배들을 비호할 준비를 했다.
‘분명 이상한 곳에 돈이 나가게 생겼다며 투덜거리는 것으로 시작하겠지. 처음부터 기세를 잡고 들어가겠어.’
때마침 드웨너 총장이 입을 열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군. 경비로 처리하게.”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꼭 필요한 보수…… 예?”
로델린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바쁘게 돌아다녔나? 경비로 수리를 하라니.
환청을 들은 게 분명했다.
“지금…… 경비로 처리하라고 하신 겁니까?”
“그렇다네. 학생에게 돈을 쓰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
“폭발이라……. 뭐, 그럴 수도 있지. 애들이란 원래 호기심이 많으니까.”
“하지만 건물이 부서질 정도의 실험은…….”
어쩌다 보니 로델린이 반대를, 드웨너가 찬성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 즉시 경비로 처리하라는 말은 그만큼 충격적인 말이었다.
“후후, 로델린 양은 아직 잘 모르나 보구먼.”
“……?”
“원래 실험을 하다 보면 건물도 부서지고 땅도 내려앉고 마을이 날아가고 하는 거라네. 나도 어릴 때 다 해 봤어.”
“???”
로델린은 자신의 상식이 잘못됐나 생각했다.
그녀가 가져온 문서를 읽던 드웨너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이 제로라는 아이는 아주 훌륭한 마법사가 되겠구먼.”
“예?”
“이걸 보게, ‘저에게 마법은 살인입니다’라니. 패기가 아주 넘치지 않는가?”
허허허!
드웨너의 웃음이 총장실에 울려 퍼졌다.
“예…… 아니, 뭐 그럴 것 같군요. 그럼 저는 이만…….”
로델린이 재빨리 총장실을 나섰다.
마음이 변하기라도 하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웨너는 그 후에도 계속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후후, 제로 군처럼 착한 아이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지.”
드웨너가 힘들 때마다 찾는 작은 연못.
그곳에는 오늘도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사고를 쳐서 죄송합니다’라는 쪽지와 함께.
제로를 위기에서 구해 내다니.
역시 자신은.
“너무 유능하단 말이야.”
만족의 웃음을 짓던 드웨너.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10분 업무, 50분 휴식.
유능한 자신에게 딱 맞는 워라밸이었다.
달칵-.
“…….”
드웨너가 떠나고 아무도 없는 총장실.
뽈깍!
갑자기 구석에서 뚜껑이 열렸다.
구석에서 뚜껑이 열리다니. 있을 수 없는 표현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본다면 누구나 저렇게 표현할 것이다.
“휴우. 다, 다행이에요.”
구석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레제였다.
고드너에게 끌려가 폭행당하고, 루나에게 구원받은.
앞머리가 눈을 가릴 정도로 긴 여자아이.
지금 그녀는 상자 안에 들어가 있었다.
총장실 벽 무늬와 똑 닮은 상자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벽히 똑같은 상자였다.
‘다행이야. 루나 양이 벌을 안 받고 끝나서.’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지나 걱정돼서 숨어 있었다.
오늘 새벽부터 말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레제가 생각한 게 하나 있다.
‘루나 양과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소심한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사삭-.
레제가 든 상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카론 선생님은?”
“오늘도 휴가시라는데?”
“뭐야, 또 공강이야?”
오전 수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끝났다.
카론이 아카데미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때 어디 간 거야?’
카론이 사라진 지 벌써 일주일째.
만약 카론이 있었다면 이번 사건을 더 쉽게 끝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야, 여기 봐 봐!”
찰칵-.
루나의 손에 들린 카메라가 불을 뿜었다.
마나석의 힘으로 작동하는 카메라다.
그나저나 포즈를 잡을 시간도 주지 않고 찍다니.
“오! 잘 나왔다.”
“후후, 제 눈이 감겨 있습니다만?”
“네 눈은 항상 감겨 있잖아, 이 바보야.”
아하, 그랬지. 난 실눈이니까.
다음부터는 [눈 뜨기]라도 사용해야겠다.
눈이 감긴 사진은 영 볼품없었으니까.
“어머 어머! 화해했나 봐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죠. 전 알고 있었답니다.”
“루나 양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어제는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다고요.”
아이들이 우리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뭐야? 나 결혼도 했었어? 대체 언제?
좀 있으면 애까지 낳겠다?
‘……나도 이젠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찰칵! 찰칵!
“후후, 루나 양…… 도촬은 범죄입니다.”
“뭐야.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사진기 너머의 루나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어제 있던 일 때문에 부담을 내려놓은 걸까.
표정이 퍽 다양해졌다.
뭐, 귀여우니 일단 봐주기로 했다.
“수업도 없고, 놀러 갈까요?”
“음…… 그 전에, 나 좀 잠깐 도와줄 수 있어?”
“도움이요?”
루나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잠시 후.
루나가 나를 끌고 간 곳은 훈련장이었다.
충격 흡수 마법이 걸려 있는 전문 훈련장.
이곳을 예약해 둔 모양이다.
‘무슨 도움을 요청할지는 대충 알겠네.’
훈련을 도와 달라는 부탁일 가능성이 컸다.
아직 1장이 끝나기 전.
할 게 없었기에 훈련에는 얼마든지 어울려 줄 수 있었다.
마침 생각해 둔 것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몸을 풀고 있는 루나를 향해 말했다.
“어제는 루나 양이 울어서 얘기를 못 했습니다만, 얘기해 둘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나 안 울었는데? 눈에 물이 들어갔을 뿐인데?”
루나야, 우리는 그걸 ‘울었다’라고 표현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했어요.
“곧 놈들에게서 반응이 올 겁니다. 어제 덫을 던져 놨거든요.”
“덫? 결투장에서 있었던 일은 함구하기로 했잖아?”
“하지만 테르온 군과 다이크 군, 유리디아 양은 알고 있죠.”
“그게 무슨 말이야?”
테르온의 뷀른 가문, 그리고 유리디아의 로운터 가문.
“만약 저 가문들 중 레스터 가문을 멸문하거나 협력한 존재가 있다면, 뭔가 반응이 있을 겁니다.”
“가문의 명예를 걸고 함구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다른 가문을 모함해 무너뜨린 놈들이, 가문의 명예를 중시하겠습니까?”
“아, 그렇구나. 하긴, 사람도 막 죽이는 놈들인데 약속 따위 지킬 리가 없지.”
루나가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던 중, 그녀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잠깐! 그럼 네가 위험하잖아!”
루나의 걱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 앞에서 [일섬]을 사용한 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후후, 의도한 겁니다.”
“뭐?”
“제가 미끼가 되겠습니다. 놈들을 끌어낼 미끼가.”
“……너무 위험하잖아, 바보야.”
루나가 투덜거리며 땅을 톡톡 찼다.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불만인지, 아니면 내가 위험해졌기 때문인지.
어느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루나 양이 약속했잖습니까.”
“……뭘?”
“절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전 그 약속을 믿는 것뿐입니다.”
루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바보! 넌 진짜 바보야!”
“후후, 루나 양은 울보고요.”
“나 안 울어! 눈에 물이 들어간 거라고!”
루나가 내 몸을 퍽퍽 때렸다.
아아, 그래. 바로 이거다.
이틀 동안 느끼지 못했던 루나의 폭행(?).
이제 이게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물론, 내가 변태라는 건 아니다.
루나의 폭행 마사지가 탁월하기 때문에.
그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다.
“아무튼, 접근해 오는 모든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분명 루나 양에게도 접근하려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알겠어. 그런 사람이 있으면 바로 알려 줄게. 뭐, 애초에 나한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으니까 무조건 그놈이 범인 아닐까?”
확실히, 루나의 말대로였다.
루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
‘루나 친위대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들은 멀리서 응원하는 걸 선호했다.
단둘만의 시간을 존중한다나 뭐라나.
내가 봤을 땐 그 애들이야말로 진짜 변태였다.
“참, 근데 도와 달라는 건 뭔가요?”
“아아, 마침 잘됐네. 네가 말한 것과 관련 있는 일이었거든.”
루나가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아공간에서 검을 꺼내 내게 겨눴다.
스릉-.
“나랑 한판 붙자, 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