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32)
132 공부하자
중국 전력 소비량은 세계 탑이다. 인구가 넘사벽으로 많은 데 따른 당연한 결과 같지만, 소비 관련 순위에서 미국을 제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전력 분야에서 엄청난 공룡으로 성장했고, 그만큼 기회가 많은 시장이다. 그 시장을 내가 야금야금 잡숴 주겠다.
말은 이렇게 해도 중국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일단 공부부터 하자. 내가 아는 것부터 덕준이에게 알려 주자.
“내가 대충 알아보니까 중국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 대한전력의 발전 자회사가 전기를 만들잖아? 그럼 대한전력이 변전부터 배전까지 책임지면서 공장이나 가정에 전기를 주는 것처럼 중국도 그런 식이래.”
“대한전력도 엄청난 공룡인데, 중국이 한 회사로 했으면 아주 어마어마했겠네? 큰 회사는 쪼개는 맛이지.”
“그래. 원래 중국국가전력공사라고 있었는데, 덩치가 너무 크니까 변전, 송전, 배전, 판매 분야를 쪼갠 거지. 그걸 맡은 회사가 중국국가전망공사라고 하는데, 시댕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려. 어떤 데는 중국전력청이라고도 하더라고.”
중국 회사 이름을 우리말로 부지런히 외워 봐야 소용이 없긴 하다. 현지 발음으로 알아 둬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까지 가려면 멀었다. 언어의 장벽이 내 공부를 방해하는군.
“암튼 전망공사라는 곳도 워낙 커서 지역별로 자회사를 두고 있어. 너 변전, 송전, 배전이 뭔지는 알지?”
“아이 진짜. 나를 뭘로 보고. 그 정도는 기본 아니겠어? 발전소에서 갓 나온 뜨끈뜨끈한 전기를 잘 다독거리는 것이 변전이고, 이걸 초고압으로 쏴 주는 것이 송전. 송전된 전기를 변압기를 통해 집으로 보내는 것이 배전 아니야?”
“뭐 대충은 알고 있군. 우리나라는 그걸 대한전력이 도맡는데, 중국은 지역별로 또 쪼개 놨어. 무슨 무슨 구역 전망 공사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중 하나를 잡는 거야. 지역 공사라고 해도 관할 구역이 우리나라 10배는 될 거야. 대륙이 괜히 대륙이 아니지.”
수첩에 글자인지 지렁이인지 그려 대던 덕준이가 이상함을 느낀 표정이다. 수업 들으면서 의문이 생긴다면 그건 훌륭한 학생이지. 무엇이 궁금한고?
“중국, 그러니까 관수라고 하자고. 관수에 진출을 할 수 있어? 동남아야 되니까 했겠지만, 중국은 안 될 것 같은데? 우리나라도 외국 회사가 못 들어오지 않나?”
“그치그치. 민수는 상관없는데, 관수는 쉽지 않을 거야. 그래서 구역전망공사에 변압기 납품하는 회사를 잡는 거지. 제일 좋은 건 합작 회사 차려서 직접 입찰 뛰어드는 건데, 그건 나중 일이고.”
“그러니까 중국 변압기 회사에 파는 거네?”
“그렇지. 중국도 워낙 별천지라 변압기 회사 이름만 걸어 놓는 회사가 많다고 하더라고. 직접 만들기도 하겠지만, 하청으로 처리하고 중간에서 돈 챙겨 먹는 것이지. 우리나라도 그런 회사 꽤 있잖아?”
“그럼 결국 가격이 중요하겠네? 안 그래도 싼 게 장땡인 시장에서 하청이면 더 싸야 할 것 아니야?”
중국 변압기 시장 규모는 15조 원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크다.
다만, 중국이 늘 그렇듯 기술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다. 수백이 넘는 변압기 회사 상당수가 길거리 돌아다니는 변압기 설계 주워다 싸게 대충 만들어 파는 수준이다. 우리랑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맞아. 그래서 우리나라 회사들이 중국은 쳐다보지도 않은 것이지. 동남아야 기술이 워낙 떨어지니까 수입 아니면 힘들지만, 중국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까.”
우리나라 대기업은 미국에, 중소기업은 동남아에 집중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중국만큼 노다지인 곳도 없다.
중국에서 가장 큰 변압기 회사의 연간 매출이 2천억 원 정도일 정도로 고만고만한 회사들이 난립해 있으니, 드라이브 제대로 걸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잠깐만! 어차피 원자재야 국제 시세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 중국이라고 더 쌀 이유는 없잖아? 그럼 인건비 싸움인 건데…… 오호라! 그래서 우리가 승산이 있다고 하는 거지?”
“빙고! 우리 경쟁력이 그거잖아. 우리가 중국 수출에 성공하잖아?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 것 같아? 그냥 누워서 떡 먹기지. 처음부터 어려운 길 걸어야 재미있지 않겠어?”
“좋다, 좋아! 사장님은 에이전트 만나 봐. 난 혹시 모르니까 우리 자재 수입해 주는 포워더에도 물어볼게. 아몰퍼스메탈 만드는 난퉁전기랑 친분 좀 있다니까 그쪽 통해서도 연결될 수 있잖아?”
“오케바리!”
하나를 알려 주면 알아서 열까지 하는 덕준이가 있으니 수출 길도 아스팔트 곱게 깔린 고속도로일 것이란 기대감이 샘솟는다.
그렇게 중국 수출을 위한 사전 조사와 준비로 바쁜 한 주를 보냈다.
준비라고 해 봐야 구글링 부지런히 하면서 이것저것 찾아서 읽는 정도이다. 끙끙거리면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는데, 박아름 대리가 박씨 하나를 물어 왔다.
“사장님, 수출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래요?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기대하게 합니까? 하하.”
늘 당당하던 박 대리가 살짝 부끄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의외의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이런 말씀드리기 좀 염치없긴 한데요.”
“회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운을 띄운 것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 안 할 테니까 걱정 말고 얘기해 보세요.”
“제 친구 중에 중국에서 살다 와서 중국어 잘하는 애가 있거든요. 혹시나 해외 영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왜 진즉 얘기 안 했어요? 중국어 잘하는 사람 있으면 당연히 좋죠! 근데 외국어 능통자면 어디든 갈 수 있을 텐데요?”
“요즘은 중국어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잖아요. 여기저기 이력서 내고 면접도 봤는데, 급여가 너무 짜서 그냥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어요.”
요즘 애들은 공무원이 꿈과 희망인 모양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수 지분으로 계열사 전부를 집어먹고는 한 달에 월급만으로도 수십억 원씩 받아먹고, 그걸 자손 대대로 물려받게 하는 놈들이 청년들의 어려움을 이해는 할까?
“지방대의 설움을 또 느끼네요. 박 대리 추천이면 뭐 인성과 능력은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고, 당장 오늘이라도 오라고 하세요.”
박 대리표 추천은 믿을 만하다. 자재부와 총무부 신입으로 데려온 이들도 며칠 지켜봤는데, 적응 잘하며 실력발휘 중이다.
혹자는 여자 셋이 보이면 파벌 넷이 생긴다고 폄하하지만, 사람 쓰기에 달린 것 아닐까? 김지연 대리가 능숙한 사무실 수장 역할로 갈등 요소를 뿌리부터 밟아 버리고 있다. 말 같지도 않은 선입견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지.
박 대리가 데려온 중국어 능통자 친구가 입사를 결정하면서 자료 조사에 속도가 붙었다. 어차피 구글링해서 나온 결과들이지만, 중국 원문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대학 시절 필독서라고 해서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다가 던졌다. 분명 읽는 것은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더라. 오기가 생겨 원서를 찾아 읽고 나서, 번역자에게 쌍욕을 날렸다. 이따위 번역으로 돈을 받아먹었다니! 원문과 번역의 차이는 그토록 크다.
중국, 구체적으로 장쑤성에 대한 각종 정보가 차곡차곡 쌓이는 와중에 금성전기 나주 공장 완공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완공식 축하와 함께 중국 에이전트를 만나 새 사업을 논의하면 된다. 가격과 수수료율로 언쟁이 오가겠지만, 통과 의례 아니겠는가?
띠룽띠룽 띠루루룽.
전화벨 소리 오랜만이네. 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진동으로 바꾸는 통에 그동안 벨소리를 못 들었는데, 오랜만에 들으니 반갑네. 로타리클럽 박창규 회장이 무슨 일로 전화를?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번 주에 봤지만, 그간 별일 없었지?”
“그럼요. 저번 주 봉사 활동 정말 힘들었습니다. 끝나고 술 마신 것이 더 힘들었죠. 하하.”
한 달에 한 번씩 봉사 활동이 있는데, 난 가입하고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
주로 독거노인 집 치워 주는 일이 많은데, 저번 주는 대박이었다. 저장강박증에 걸린 노인이라 집이 말이 아니었다. 14명이 하루 종일 매달려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서야 겨우 사람 사는 집이 됐을 정도였다. 그거 끝나고 술을 또 얼마나 마셨는지 원.
“그 양반이 두 번째야. 3년 전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증세가 더 심해진 것 같어. 아마 2년 뒤에 또 치우러 가야 할지 모르니까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하.”
“그나저나 무슨 일로 전화 주셨습니까?”
“아니 뭐. 직원들 건강 검진도 우리 병원으로 밀어 주고 고맙기도 해서 전화 한 통 했지.”
로타리클럽 정신이 상부상조 아닌가? 회원이자 회장이 나주제일병원장이면 당연히 직원들 건강 검진은 거기로 보내는 것이지. 근데 뉘앙스가 그것 때문에 전화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에이, 형님. 우리 사이에 뭘 망설이십니까? 뭐 부탁하실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아이고 참. 지 사장 혹시 강호원 교수 아나? 고조선대학 교수 말이야. 회원인데 봤을지 모르겠네.”
나주에 있는 대학 이름이 왜 고조선인 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고려, 조선까지 없는 이름이 없네. 발해대학은 중국에 있고.
그나저나 대학 교수 이름을 왜 꺼내는 것일까? 동네 사람끼리 무리한 부탁을 할 리는 없으니, 맘 편히 들어 보자.
“이름은 넌지시 들은 것 같은데 뵌 적은 없네요.”
“강 교수가 뭐, 말이 교수지, 지방대는 영업쟁이나 마찬가지야. 학생이 없으니까 과가 없어질 모양인가 봐. 벌써부터 학생들 모집하러 다니는데, 나한테도 와서 등록금 다 내줄 테니까 등록만 해 달라고 사정하는데, 딱 자네 생각이 나지 뭔가?”
지방 대학들은 국립대와 유명 사립대 정도 빼면 학생 모집이 어렵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다.
중국 유학생으로 채우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우리나라 학생이 있어서 과가 유지된다는 전제에야 가능하다. 그러니 교수들은 연구보다 돌아다니면서 학생 모집에 더 힘을 쏟는 실정이다.
“우리 직원들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내가 자네 회사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그 보육원 아이들 대학 가는 건 어떨까 해서 말이네.”
“좋은 제안인 것 같네요. 저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일하면서 대학 다니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 강 교수님은 전공이 어떻게 됩니까?”
“신재생에너지과라고 하는데, 강 교수는 전기공학과 나왔어. 전기 쪽이라 자네 회사랑 딱 맞을 것 같더라고. 강 교수 좀 도와주게. 유학까지 갔다 와서도 한참을 시간강사로 고생하다가 이제야 자리 잡나 했는데, 사람 일이 안 풀려.”
오호라. 좋네. 안 그래도 내년부터 우수 직원 뽑아서 대학 보내 주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말이다. 전기 쪽이면 더할 나위가 없겠군. 학비도 다 마련해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그러지 말고, 저녁 자리 한번 마련해 주시죠. 우리 직원들 교육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겠습니까? 편의만 봐준다면 좋은 일 아닙니까?”
“그래? 역시 지 사장이야. 말 나온 김에 오늘 저녁 어떤가? 실은 여기 와 있거든. 하하.”
“좋습니다. 일 마치고 병원 앞으로 가겠습니다.”
강 교수란 사람,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좋은 기회가 생겼다.
솔직히 나도 등록해 전기 공부 좀 하고 싶다. 전기란 것이 알면 알수록 어렵다.
안다는 것도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고, 깊이 들어가고 싶어도 머리가 빠개진다. 왜 그러냐고 질문만 던지다가 하루가 다 간다. 그래서 더 배우고 싶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키는 대로 코아 끼우고 변압기 조립하고 있지만, 그게 어떤 원리인지 알고 싶지 않을까?
검사부로 보낸 애들은 이규철 부장으로부터 수시로 전기에 대해 배우고 있지만, 기본 지식이 얕아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부사수를 키워 일을 편하게 해 보려던 이 부장이 한탄해 마지않더라.
이번 기회에 우리 직원들 대학물 좀 먹여 보자. 남들 다 간다는 대학도 못 경험해 보고, 공장에서 변압기 조립하면서 청춘을 보내기는 아깝지 않겠나?
수출도 중요하지만, 직업 훈련도 중요하지. 할 일이 참 많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