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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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207화>207 정체
사업가는 돈 냄새를 잘 맡아야 한다. 돈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아이템이 지금 하는 것과 유사하다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이기 마련이다.
최근 부쩍 거론되는 ESS가 돈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안타깝게도 내 후각으로는 오래갈 냄새로 느껴지지 않는다. 6개월 가는 차량용 방향제를 샀는데, 2달 만에 향이 다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결론을 내기에는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 힘겹게 이론 강의를 들었으니 이제 실무 강의를 들을 차례다.
ESS로 한참 재미 보고 있는 안성파워 강호창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어, 지 사장. 그래그래. 지 사장이 보내 준 홍삼 덕분에 아주 잘 보냈어. 하하.”
“시간 괜찮으시면 점심 한 끼 하시죠? 강의 좀 부탁드릴까 해서요.”
“강의? 밥이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데, 강의는 웬 말인가?”
“요즘 여기저기서 ESS 얘기가 많던데, 그쪽 시장이 어떤가 해서 말입니다.”
“자네까지 관심을 가지는 건가? 이거 무서운 경쟁 상대가 되겠는걸. 하하.”
“그쪽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뭐기에 말들이 많은지 간이나 좀 보려고 합니다.”
“하하. 그래 얼마든지 강의해 주지. 강의료는 두둑이 챙겨 놨지?”
우리 사이에 강의료라면 늘 그렇듯 육회비빔밥이지. 강 사장과 오랜만에 먹는 육회비빔밥이다.
“지 사장, 어서 와.”
“아이쿠, 일찍 오셨네요.”
“월요일부터 바쁠 것 뭐 있나? 할 일도 없는데 일찌감치 나왔지. 그래서 이 방 잡은 거야.”
월요일부터 한가한 강 사장과 육회비빔밥 오찬이 시작됐다. 서로 알 만큼 아는 사이에 안부 인사야 필요 없지.
“사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뭘 말인가?”
화려하게 빨간 꽃이 핀 비빔밥 그릇을 야무지게 비비던 강 사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너무 맥락 없이 들이밀었나?
“저는 사장님께서 ESS 사업 하신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지금 보니까 타이밍이 아주 예술이십니다.”
“하하. 뭐 그런 것 가지고. 이 나이 먹고 사람 만나다 보면 들어오는 정보가 많아. 어떤 정보가 돈이 되는지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
강 사장이 다시 기분 좋은 표정으로 돌아와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변압기 한 우물을 파서 크게 성공한 나와 달리 강 사장은 사업 다각화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 런칭한 사업마다 제 몫을 하게 하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가장 최근에 시작한 ESS 사업도 그렇다. 대한전력 빨대가 ESS 보급확대 정책 나온다고 얘기해 줬으니 일찌감치 준비했을 것이다. 그래도 빠른 판단과 결단이 대단하긴 하다.
“그래서 요즘 ESS 시장은 좀 어떻습니까? 많이 뜨겁다고 하던데요.”
“나야 관수로 시작해서 대한전력 납품에 집중했는데, 민수 쪽도 아주 커졌어. 지금은 거의 반반 정도쯤 될 거야. 지 사장도 잘 생각해. 업체들 엄청 늘어나고 있어. 어중이떠중이 다 뛰어들고 있다고.”
“저야 아직까지는 딱히 생각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 다독일 땐데 신규 사업까지 벌이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해서요.”
“안 그래도 그럴 것 같더라고. 앞만 보고 달리다가 돌부리에라도 걸리면 큰일 나지. 달려온 길을 잘 다져 놓는 것도 필요해.”
박준희 사장이 전달해 준 얘기와 같은 맥락이다. 같은 분야에서 사업하는 경쟁자이면서도 이리도 챙겨 주는 고마운 사람일세. 고마운 사람들 등에 칼 꽂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근데 사장님, 뭐 같은 전기 분야이긴 해도 다른 영역인데 어떻게 금방 자리를 잡으셨습니까?”
“하하. 뭐 어려울 것 있나? 기술자만 잘 데려오면 어려울 것 없지. 회사 경쟁력이 기술에 있다고 하지만, 인재가 곧 기술이야. 직원들 대우만 잘해 주면 사방에서 기술자들이 ‘나 좀 써 주십쇼’ 한다니깐. 하하.”
강 사장은 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호탕하게 웃으며 얘기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경영의 정도가 담겨 있다.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것도 결국 사람을 귀히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입사한 사람은 있어도 퇴사한 사람은 없다는 안성파워와 금성전기. 잘나가는 회사는 이유가 있다. 실무 강의 들으러 왔다가 기업가 정신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
“ESS라는 것이 영어라서 뭐 대단한 것 같지만, 막상 보면 별것도 아니야. 괜히 어중이떠중이들이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니까.”
“진입장벽이 낮아도 성장세는 높은 분야라는 말씀인데,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까?”
솔직히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 누구라도 뛰어들 수 있는 사업, 꿀 빨 수 있는 사업이 얼마나 오래가겠나 싶다. ESS에 뛰어들기 꺼렸던 이유 중에 하나다.
강 사장도 할 말이 많은 표정이다.
“확실히 유망한 분야이긴 하지…….”
“근데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이게 우리나라 고질병이야. 우리나라 문제가 뭔가? 뭐 하나 괜찮다고 하면 우르르 달려드는 것 아닌가?”
“요새 엄청 뛰어든다고들 하더군요.”
강 사장이 한숨을 내쉬고 나서 비빔밥을 한입 가득 집어넣는다. 지금이야 재미 보고 있지만, 앞으로 험난할 것이라는 말이 확 와닿는다. 그래, 많이 잡수고 힘내셔.
“장기적으로는 좋은 시장이 분명해. 이건 내가 장담하네. 그런데 앞으로 몇 년 동안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터지긴 할 거야. 그 위기를 이겨 내고 꾸준히 갈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지금 뛰어든 어중이들은 고생 좀 할 거야.”
“문제랄 것이 어떤 것인지…….”
“벌써부터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어. 어떤 사람들인지 알지?”
“쉽게 얘기하면 유통업자 말씀이시죠?”
“그렇지! 어디서 설계 하나 구해서 공장 돌아다니면서 싸게 만들 곳만 찾는 거야. 업체들 돌아다니면서 말빨로 조져서 계약 따내고. 스펙은 같은데, 가격이 싸. 업체들은 옳다구나 하고 사는 거지.”
중소기업 운영하면 별의별 사람이 다 찾아온다. 물건 팔러 오는 잡상인부터 전도하러 오는 사람까지.
그중에 가장 위험한 사람은 그럴싸한 명함 들고 오는 사람이다. 정부 과제, 지원금 운운하며 재미 보게 해 주겠다는 사람이다. 컨설팅 명목으로 돈 받아 가는 것은 필수지. 알고 보면 안 줘도 될 돈을 준 것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설치고 있다면 ESS 시장도 빤해 보인다.
“자네도 알겠지만, 전기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전기 좀 안다는 사람들도 함부로 못 다루는 것이 전긴데 말이야. 개나 소나 다 들어오고 있으니 문제가 안 터지겠나? ESS가 결국 시스템이 핵심인데, 어설픈 것들이 많이 나올 거야.”
그러면서 박 사장에게 해 볼 생각 없냐고 권유했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한데? 이런 생각 하면 귀신같이 읽어 내는 강 사장이다.
“자네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준희한테는 시작해 보라고 그랬어.”
“네, 저도 얘기 들었습니다. 그거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준희가 치고 빠지면서 단물 빼먹을 사람이었으면 말도 안 꺼냈지. 지금부터 준비해서 쓸 만한 시스템 만들면 장기적으로는 괜찮을 것 같아서 얘기했다고. 당장 좋다고 노다지 캐겠다는 생각이면 쉽지 않을 것이야.”
“박 사장님을 친딸처럼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된장국으로 가볍게 입을 헹군 강 사장이 눈을 크게 뜨며 말을 받았다.
“자네도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하. 내가 자네한테 ESS 해 보란 얘기 안 했다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게.”
“아이고, 그런 생각 전혀 없습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겠죠.”
“맞아. 이게 사업 오래하다 보니 생긴 감 같은 거야. 자네는 나중에라도 그냥 하면 될 것 같아. 지금도 정신없이 바쁠 텐데 굳이 얘기할 필요가 있겠나 싶더라니까.”
나에게 문자님이란 존재가 있다는 것을 모르니 그리 이해했겠지만, 그 감이란 게 참 무섭네. 역시 성공한 사업가는 남들과 다른 뭔가가 있다.
“준희는 노력형이라 지금부터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서 얘기한 거고, 자네는 천재형 아닌가? 시장이 안정되고 나서 뛰어들어도 충분할 것 같아서 나중에 얘기하려 했지. 하하.”
“아휴, 과찬이십니다.”
문자님에 대한 칭찬을 내가 대신 들어야 하니 좀 부끄럽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도 누구 못지않은 노력형입니다요.
“준희가 말이네, 그 성격에 죽어라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을 거야. 자네가 옆에서 고민 좀 잘 들어 줘. 자네도 이참에 같이 공부도 하고 말이야. 그래야 서로 좋은 일도 생기지 않겠나? 하하하.”
큐피드 역할까지 해 주는 강 사장. 아무것도 아닌 나를 좋게 봐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수업료로 18,000원 치르고 나왔다. 투자 대비 높은 수익률을 안겨 주는 강 사장이 사겠다는 걸 어거지로 막아 냈다. 좋은 강의 해 줬는데, 밥까지 얻어먹으면 양심이 없는 거지.
“거참. 내가 이 나이 먹고 자네한테 밥까지 얻어먹어야겠나?”
“계산할 때는 아들로 봐 주시지 말고 사장으로 대해 주시죠. 하하.”
“하하. 그 말도 좋네. 강의는 맘에 들었나? 모르는 것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고 찾아와. 공장도 바로 옆에 있는데 자주자주 좀 보자고.”
이론 강의에 이어 실무 강의까지 잘 들었다.
유망한 분야인데, 과열 조짐이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신이 내린 특별한 비법이 없는 한, 딱히 재미 보긴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다. 민수 변압기 시장이 그러지 않았나?
신이 내린 특별한 비법. 문자님이 한 말씀 해 줄 법도 한데, 여전히 침묵 대기 중이라는 것은 내 판단이 맞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요, 문자님?
띠링.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들려온 문자 소리에 놀라서 논두렁에 차를 꼬라박을 뻔했다.
왔구나! 왔어! 문자가 왔어! 이젠 문자님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경이란 말인가!
내 질문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문자님의 문자가 날아왔다. 일단 확인부터.
-지금은 때가 아님. 하던 것에 집중할 것.
오호라. 역시 내 판단이 옳았군. 첨부 파일도 있네?
차를 잠시 세워 놓고 첨부 파일을 열었다. 놀랍다. 이건 새로운 경지이다.
문자님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란 추정은 했었지만, 이번에 확실해졌다. 미래의 일을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첨부 파일에는 두 건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2년 뒤 2018년 12월 기사에는 ESS 설비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총 16건의 화재가 있었는데,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배터리 제조사와 ESS 제작사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설명도 있다.
또 다른 기사는 무려 4년 뒤 기사다! 놀랍다, 놀라워.
‘ESS 개점휴업…… 위기에 처한 ESS 업계’란 제하의 기사는 화재 발생 2년이 지나도록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정책이 만료되면서 업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섣부르다는 판단이 맞았다는 안도감보다 불만이 먼저 터져 나왔다. 사람이 그러는 것 아닌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생각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렇게 미래 일까지 다 알고 있다면, 시원하게 돈 벌 수 있는 길이라도 알려 주지! 하다못해 주식 종목 하나만 알려 줘도 평생을 편안히 살 수 있지 않겠나!
후환이 두려워 간사한 생각을 이내 접어 버렸다. 내가 감히 문자님 신경을 건드릴 수 없지. 미래까지 훤히 알고 있는 그분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생각만 하자.
대략 그분에 대한 정체와 성향이 그려졌다. 일단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과학적으로,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이다.
문자님은 처음에야 낚싯대와 떡밥, 물고기까지 다 던져 줬지만, 나와 우리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관여를 줄이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고민하고 심사숙고한 것에 대해서만 솔루션을 제공해 줄 뿐 그 이상의 역할은 마다하고 있다.
나를 허수아비로 바라보지 않는 것은 참 고맙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고마운 존재이지만.
문자님 성향을 알게 됐으니 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업가로서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고민하지 않는 것까지 어드바이스해 주지 않으니 말이다.
며칠을 끌어 온 ESS 고민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했으니, 머지않은 미래에는 다시 부상할 것이란 뜻이렷다. 공부는 계속해 두는 것으로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