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269)
****************************************************
[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269화>269 과식
국민의례 대신 치러진 박수 증정식. 변압기혁신조합에서 차지하는 나란 존재의 비중이 이 정도이다. 조합을 낳은 사람은 강호창 사장과 박준희 사장이지만, 업어 키운 사람은 내가 아닐까?
뿌듯함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니, 상석에 앉은 강 사장이 인자한 아빠 미소로 발언 기회를 제공했다.
“지 사장, 이렇게 박수 받는데 한마디 해야지?”
중전기조합을 무너뜨린 것. 그저 내 배를 쑤시려는 사시미를 낚아채 배때지를 갈라 곱창을 빼 줬을 뿐이다.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고기 값을 번다는 자본주의적 개념으로 한 일이라고 얘기하려다 참았다. 난 아귀가 아니지.
“네, 뭐. 받은 만큼 되돌려줬을 뿐입니다. 제 행동이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사장님들께서 다들 좋아하시는 걸 보니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하하. 사업하는 사람이 일거리 늘어나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유달리 기분이 좋은 일심전기 유원태 사장이 추임새를 넣어 준다. 중전기조합에 있을 때 금성전기와 함께 제일 피해를 많이 봤던 사람이니 아나스타샤를 외치고 싶겠지.
“이번 입찰에서 우리 조합이 가져올 물량이 대폭 늘어날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칼날에 베인 그 업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죠. 더 이상 관행이라며 눈감아 버리는 행태를 버릴 때가 됐습니다. 사장님들께서 힘이 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지 사장님이 말씀 잘하셨습니다. 솔직히 변압기처럼 사업 쉽게 하는 업계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남는 것 하나도 없다면서 직원들 쥐어짜고…… 우리는 그러지 말자구요.”
큰어른인 강 사장이 경고 섞인 정리 멘트로 내 말에 힘을 실어 줬다. 그래, 정도를 걷고도 돈만 잘 버는 우리 삼총사를 본받으라고!
“하하. 우리 조합 사장님들은 그럴 분들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번 입찰 잘 끝내서 내년엔 직원들 월급 팍팍 주면서 좋은 사장 소리 좀 들읍시다.”
일심전기 유 사장이 추임새 넣는 소리꾼 역할을 잘 수행했다. 옆에 앉은 아주전기 이충원 사장도 질세라 한마디 내던졌다.
“우리 지 사장님께서 여기 혁신산단에 기숙사 크게 짓는 건 왜 얘기를 안 합니까? 다 해서 400억 넘는 큰 공사인데 그것도 박수 한번 쳐야지요.”
기숙사 얘기에 사장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쏟아 내기 시작했다. 나주로 공장 이전했지만, 열악한 편의시설과 정주 여건에 고민들이 많았던 사람들이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사장들은 나주 일대에 사택을 구해 미혼 직원들을 머물게 했지만, 많은 회사들은 개당 50만 원짜리 주거용 컨테이너를 숙소로 대체했다.
내가 공구상가도 크게 세웠고, 공구상가보다 몇십 배는 큰 기숙사까지 세우겠다고 하니 환영 일색이다.
띄엄띄엄 공장만 황량하게 서 있던 혁신산단이 이제는 점심 먹고 나면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 마실 수 있고, 편의점에 들려 2+1 상품도 살 수 있다.
라떼는 말이야,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고. 내가 돌 골라 가면서 그나마 사람 있을 곳으로 만들었다고. 기다려 봐. 상업구역이 상가로 가득 차게 만들어 줄 테니까!
이렇게 허세 가득한 기쁨을 누리려 무리한 결과, 난 이제 숫자상으로만 부자 신세가 됐다. 재작년에 번 돈은 회사 자본금 늘리고 투자하는 데 다 쓰고, 작년에 번 돈은 기숙사 세운다고 다 쓰고. 나도 성과급만 기대하는 처지다.
“자, 자. 다들 돈 벌어서 지 사장님처럼 좋은 일 하면서 삽시다. 하하. 그럼 이제 돈 벌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강 사장이 좌중을 정리하며 다음 달에 있을 대한전력 입찰을 화두로 던졌다. 이 본론까지 오기 참 오래 걸렸네.
“우선 기쁜 소식을 전하자면, 지역우선배정이 20프로에서 30프로로 늘어났습니다.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하하. 기쁜 소식이긴 한데, 전우산업 배 상무도 있으니까 너무 기뻐하진 말자구요.”
대한전력이 혁신산단 입주업체에 어드밴티지를 강화하겠다며 지역우선배정 규모를 30퍼센트로 확대하고, 기간도 5년으로 늘렸다. 이춘배 부사장이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잘 사용했다.
우리 조합 회원사는 전우산업을 제외한 모두가 나주 입성을 완료했다. 다들 가만히 있지만, 어깨를 들썩이는 것 같은 착시가 보인다. 나주 빨리 내려오라는 강 사장 말을 듣길 잘했다는 표정들이다.
“입찰 얘기를 계속하자면, 올해 입찰은 신규 업체도 없고 자격 지로 빠진 업체도 많아서 다 해도 스물일곱 곳밖에 안 됩니다. 여기 지 사장님이 개발우선배정으로 좀 많이 가져가지만, 우리도 작년 이상으로 받아 갈 수 있습니다.”
“프라임일렉트릭이 기술 개발해서 그 대가 챙겨 가는 걸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지 사장님 덕분에 우리가 개발도 수월하게 했는데,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아주전기 이 사장이 혹시 나올지 모를 질투와 시기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렇다. 올해 입찰에서 우리 회사는 우선배정만으로도 작년 수주액 이상을 받아 간다. 품질개선 우선배정 2건은 아직 신청조차 안 했다. 기술 개발의 힘!
이 사장 말에 슬쩍 회의장을 훑어보니, 나랑 눈이 마주친 사장들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 회사의 자문으로 고효율아몰퍼스와 컴팩트형 패드변압기 개발을 끝낸 사장들이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면서 SOS를 친 회사들에 설계 수정해 줬더니, 건당 3~4천만 원씩 돈이 굴러들어 왔다. 우리 조합 사장들, 부지런히 돈 벌어서 우리 회사에 잘도 가져다준다.
강 사장이 모두발언을 이어 갔다.
“새로 생긴 중부변압기조합은 우리에게 어드밴티지를 주기로 약조했습니다. 지 사장님 덕에 살아났으니, 뭐라도 해 주겠다는 것 같군요. 중부 쪽 사장들은 그나마 양심이 있지요? 하하.”
“어드밴티지는 어떤 식으로 준다는 겁니까?”
“우리가 입찰 한두 개 더 가져올 수도 있고, 아니면 대한전력 생각해서 중부가 가져가는 것에서 낙찰률을 조금 낮게 잡으라고 할 수도 있죠. 어떤 게 나을지 이 자리에서 결정하지요.”
누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대한전력이 우리 생각해서 지역배정 혜택을 주는데, 우리도 대한전력 생각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입찰은 낙찰률이 높을 텐데, 중부변압기조합만이라도 1~2프로 낮추는 걸로 하는 게 어떨까 싶네요.”
“그래요. 그렇게 합시다. 물량 더 받는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평균 낙찰률 조금이라도 낮춰서 대한전력 체면이나 살려 줍시다. 우리가 그 정도는 해 줘야지요.”
일심전기 유 사장이 넙죽 받아 냈다. 반대 의견 없이 그렇게 결정 났다.
우리가 98퍼센트 선에서 받아 가고, 중부변압기조합은 97퍼센트 정도로 하면 대한전력도 만족할 것이란 결론. 이춘배 부사장이 99퍼센트만 아니면 된다고 사정을 했으니, 체면도 살려 주고 우리 실속도 차리고. 뭐 좋아.
“회의 뭐 길게 할 것도 없겠습니다. 이 상무가 이번 입찰에 대해서 대충 정리했으니까 그거나 듣고 회의 끝냅시다.”
강 사장이 회의 종료를 선언했다. 박수 증정식 한다고 회의가 좀 길어지긴 했지만, 이제 할 얘기도 딱히 없다. 그만큼 이번 입찰은 수월할 것이다. 이게 다 내 덕이라고!
사장들 머리 위에는 저녁 먹고 술 마시는 광경이 홀로그램처럼 떠 있다. 코에서 소고기 익는 고소한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다.
회의 이후에 조합 이사장이자 내 따거 강 사장이 크게 한턱 쏘기로 했다. 그저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말이다.
다들 기분 좋게 고기 먹으러 갈 생각에 빠져 있는데, 아주전기 이 사장이 회의 연장을 선언하고 나섰다.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회의의 부작용이다. 이러다 닭이 새벽 왔다고 울부짖을지도 모르겠다. 고기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러 갑시다 쫌.
“다 좋은데, 중전기조합이 아직 남아 있지 않습니까? 거기가 입찰 몇 개 가져가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입찰이 작년보다 수월할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아주전기 이 사장은 중전기조합의 잔불에 신경을 썼다. 살아남은 두 업체. 복수심에 불타 입찰을 난장판으로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걸 모를 강 사장이 아니었다.
“그놈들은 입찰하는 방법도 모를 것입니다. 중전기조합 박 상무도 구속돼서 지금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에요. 입찰 준비도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할 수나 있겠습니까?”
박희태 그놈이 구속됐다는 말에 사장들이 밤새 계속된 속쓰림이 한 방에 해소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름 주제에 완장질하면서 건들거렸던 그놈. 최웅민 범죄의 공범이자 조합 돈 빼먹은 횡령범으로 플라스틱 식판에 밥 먹는 신세가 됐다. 꼬시다 개새끼. 꺄악 퉤!
“그 자식 잡혀 들어갔다는 소식에 내가 불면증이 사라져 버렸다니까요! 그놈이 나한테 큰소리치면서 대든 거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부들부들 떨려.”
또 다른 강경파인 수원중전기 박철원 사장이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어 대는 표정으로 후련함을 만방에 과시했다.
“하하. 박 사장님뿐입니까? 아마 이사장님 빼고는 다 한 번씩 당했을 겁니다. 우리가 내는 돈으로 월급 받는 주제에 아주 상전도 그런 상전이 없었지. 아니, 월급쟁이 비하하는 건 아니고…… 그놈이 싸가지가 많이 없지 않았습니까?”
일심전기 유 사장이 몇 마디 덧붙이다가, 이 자리 유이한 월급쟁이인 조합 상근 이호영 상무와 전우산업 배소열 상무를 쳐다보고는 알아서 말조심하며 북 치고 장구 쳤다. 오늘 추임새 전문으로 롤을 정한 모양이다.
아주전기 이 사장이 그래도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그래도 고춧가루라도 뿌리면 우리가 입을 피해가 적지 않을 겁니다. 괜히 그놈들 신경 쓰다가 낙찰률 떨어지면 우리 손해 아닙니까?”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혹시 모르니 내가 한번 만나고 올 참입니다. 얌전히 굴겠다고 약속하면 입찰 준비 좀 도와주고 입찰 하나 정도 가져가게 할 생각인데, 사장님들 의견은 어떻습니까?”
이 업계 최고의 입찰 전문가 강 사장의 말에 토달 사람은 없다.
“좋습니다.”
잔불 끄겠다고 힘쓰는 것보다 높은 낙찰가로 제값 받자는 데 의견이 일치됐다. 지난 2년간 조합끼리 경쟁으로 낙찰가 떨어져서 날아간 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강 사장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제 회의 그만하자는 눈빛을 보냈다.
“이 상무가 입찰 결과를 예상해서 정리한 것이 있는데, 그거 듣고 회의 마무리합시다. 오늘 내가 아주 제대로 살 테니까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구요.”
이 상무가 입찰 예상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우선 입찰 규모는 작년 수준으로 해서 4,500억으로 잡았습니다. 여기서 개발우선배정으로 프라임일렉트릭이 900억을 가져갑니다.”
“잠시만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디션 프로에서 슈퍼어게인이라도 쓰는 것처럼 브리핑을 멈췄다. 나도 모르게 광고 후 찾아오겠다고 할 뻔했다. 선심 베풀 듯 한마디 할 타이밍이다.
“이번 입찰 때 네 품목 모두 우선배정을 받는데, 고효율아몰퍼스와 패드변압기는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작년이랑 똑같이 고효율주상변압기만 우선배정으로 받아 갑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계산을 다시 해야겠는데요. 잠깐만 기다려 주시죠.”
계산 다시 해야 할 생각에 바쁜 이 상무와 달리 관중석에서 웅성거림과 탄성, 찬사 등 온갖 소리가 터져 나왔다. 추임새 전문인 일심전기 유 사장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아니,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그거 두 가지 우선배정만 해도 200억은 넘을 텐데요?”
“우리 회사가 한 번에 너무 많이 가져가는 것 같아서 뺐습니다.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고효율주상변압기 우선배정이 내년까지라, 그거 끝나면 신청할 생각입니다.”
“지 사장님 덕분에 이번 입찰 때 물량 확 늘어나는데, 이거 더 늘어나게 생겼습니다. 하하. 이거 박수 한 번 또 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짝짝짝.
박수만으로 배가 부를 판이다. 개발우선배정 신청에서 컴팩트형 지상변압기와 고효율 아몰퍼스변압기를 제외한 것은 배가 너무 부르기 때문이었다.
다 가져가면 개발과 지역 합쳐서 우선배정만으로도 960억이나 된다. 거기에 일반 입찰로 더 먹으면 천억을 거뜬히 넘는다. 중소기업이 맞냐 아니냐 시비 걸릴 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우선배정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 욕심낼 필요가 없다. 원투데이 해먹고 말 것도 아니고, 천천히 빼먹자고. 아따 마, 배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