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59)
059 물량전 참전
공장장이 어떻게든 월 8천 대 생산도 가능할 대안을 짜 오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려 보자.
“저, 제가 대충 계산을 해 봤는데요.”
대충 마무리하고 회의를 끝내려고 했는데, 황미연 대리가 손을 들며 발길을 잡았다.
“네, 대리님. 말씀하세요. 자, 자, 받아 적읍시다.”
“하하. 뭐예요. 여튼, 한 과장님이 정리한 자료 보면 월 5천 대 만들려고 해도 인원이 지금보다 2배는 더 있어야 해요. 그런데 3천 대 추가하려면 30~40명은 더 채용해야 하구요. 설비를 다 갖췄다는 것을 전제로요. 매달 나가는 월급만 6억이 넘구요, 자재비는 얼추 50억은 될 것 같네요.”
“맞습니다. 잘 계산하셨네요.”
“그만큼 돈이 들어오니까 상관없겠지만서도, 월 8,000대 생산량을 유지하면 캐파가 남아돌아요. 불필요한 낭비는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일단 자동권선기만 더 늘려서 준비해 놓고 채용은 이후에 상황 지켜보고 진행했으면 좋겠네요.”
“제수씨! 아니, 아니, 황 대리. 자네 경리 아니었나? 이거 사업해도 되겠어? 허허. 황 대리가 사장하고 김 상무가 영업하면 되겠네?”
황 대리, 보면 볼수록 황병기가 연주하는 미궁 같은 인물이다. 사이어인도 아니고 회의만 하면 저리 돌변해서 청산유수로 대사를 뽑아낸다. 그동안 일하고 싶어서 어찌 참았나 싶네.
이젠 경리가 아니라 재무부장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겠다. 이거 내년에 승진시킬 사람이 한둘이 아니네.
“대리님! 제가 할 얘기를 다 해 버리시면 어떻게 합니까!”
덕준이가 광광 울부짖었다. 분명 덕준이의 롤인데, 황 대리가 선빵을 쳐 버렸으니 삼겹살 굽겠다고 브루스타 케이스 열었는데 전동 드릴 나온 격일 것이다.
“사장님께서 회의는 계급장 떼고 얘기하는 거랬잖아요. 누구든 얘기하면 됐죠 뭐. 호호.”
“제가 할 말이 없어지네요, 이런. 대리님이 얘기하셨는데, 저도 완전 동의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갑자기 인원이 확 늘면 관리가 어려워요. 기존 직원분이 간부 역할을 하긴 하는데, 자기 일하기도 바쁘잖아요. 여기서 인력을 지금보다 3배 늘리면 어휴, 전 솔직히 엄두가 안 납니다.”
“네, 맞아요.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아직 월 5천 대 생산도 못하는데, 8천 대는 무리예요.”
현장파의 거두 공장장이 어떻게든 월 8천 대 생산이 가능하도록 고민하겠다고 하자, 사무실파의 신진 2명이 ‘아니되옵니다’며 만인소를 올렸다. 이 긴장감, 짜릿하니 좋다.
회의가 길어졌다.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으니 쉬이 결론이 나지 않는다. 옛말이 떠올랐다. 부먹이냐 찍먹이냐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먹어라.
“쉽게 결론 날 문제가 아니니까, 일단 계획한 대로 5천 대 생산 준비는 서둘러 끝내는 걸로 하시죠. 더 늘릴지 말지는 한두 납기 더 지켜보고 추진하는 것으로 하죠. 공장장님께서는 설비만이라도 월 8천 대가 가능할 정도로 준비해 주세요. 한 과장은 백지원 최봉숙 원장님하고 연락해서 30명 채용 준비하구요.”
“넵!”
아무리 생각해도 탕수육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소화가 안 될 것 같다. 9월 3일 첫 발주가 나오니, 발주량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날파리 방역한다고 회사 일에 소홀했더니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친 것 같아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날파리 새끼들 진짜, 아오.
“공장장님! 가시지 말고 저랑 얘기 좀 더 하시죠.”
“외함 때문에 그러지? 내가 이제 사장님 눈만 봐도 다 알겠어. 하하.”
정말 귀신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어떻게 이달 말까지 초도품 나오겠습니까?”
“무조건 나오게 할 테니까 걱정 말어. 그 쩐주가 알려 준 설비 보니까 아주 예술이야. 분체 도장이 얼마나 지랄 같은 공정인가? 그런데 말이야. 도장이 자동으로 입혀지니까 이건 뭐 일도 아니겠어. 기흥기업에서 온 애들이 아주 화들짝 놀라. 이렇게 했으면 기흥도 망했을 리 없다고 말이야. 하하.”
“대한전력 첫 납품 전에 시험까지 다 통과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이달 말까지는 나와야 합니다. 외함 나오면 바로 시제품 만들어서 전기 연구원 보내야 하니까 신경 많이 써 주셔야 합니다.”
“우리 사장님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것이면 무조건 지켜야지. 하루라도 더 당겨 볼게.”
아직 담배를 끊을 때는 아닌 것 같다.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네. 물량전의 주력 부대를 이끄는 유재준 부장을 더 쪼는 수밖에 없겠네.
“부장니임~.”
“사장님! 마침 잘 왔어.”
일 많이 시킨다고 투덜거리기 일쑤였던 유 부장이 웬일인지 이몽룡이 춘향이 만나듯 반긴다.
“무슨 좋은 일이 있길래 그러십니까?”
“뭐 별건 아니고,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라서 좀 그려 봤어. 내가 설계를 못해서 그냥 그려 봤는데, 이거 아무래도 될 것 같아.”
“뭔데요?”
“코아 만드는 것 말이야. 혼자 종일 해도 40개밖에 안 나오잖아?”
변압기에서 제일 중요한 코아가 생산량이 처참한 수준이라 고민이긴 했다.
“내가 자동권선기 만들면서 생각해 보니까, 이거 응용하면 코아성형기도 거의 자동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퇴근하고 혼자 할 것도 없고 해서 이것저것 구상해 봤는데 되겠더라고. 이거 만들어 보면 어떨까?”
아나 진짜. 이 형까지 왜 이러실까? 형! 형까지 이러면 내가 또 감동의 도가니탕 들통째로 퍼마셔야 한다고!
이거 설비 제작 좀 빡세게 해 달라고 쪼으려고 왔다가 유 부장 얼싸안고 사랑가 부르게 생겼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아무래도 자동권선기를 기억에서 지워 버려야겠다. 자동권선기가 워낙 대박이다 보니, 설비 유재준 선생의 월야강판도 감상이 자꾸 방해를 받는다.
유 부장이 그려 낸 이 설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 무려 변압기 핵심 중의 핵심인 코아를 만드는 설비란 말이다!
코아는 그냥 핵심이다. 뭐 구질구질 말 붙일 것도 없이 그냥 핵심이다. 붕어빵 먹는데 안에 팥이 없다? 그럼 붕어빵이라고 할 수 없지. 변압기도 마찬가지다. 코아가 있으니 변압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핵심인 만큼 단가도 세다. 변압기 단가의 20퍼센트는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귀한 녀석이다. 이게 철로 맨든 귀한 코아……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대부분 업체는 코아 제작을 외주로 맡겨 버리지만, 우리는 포스코가 만든 코아 원단을 직접 사서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재고와 로스 부담이 있지만, 처리해야 할 양이 워낙 많으니 한 푼이라도 싸게 만드는 것이 낫다 싶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시 생산량이다. 코아 제작 라인 설비 하나당 5천만 원을 투자해 3개 라인을 갖췄는데, 라인 하나당 하루에 40개 생산이 고작이다. 철 원단을 잘라서 사람이 한 장씩 포개어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걸 또 하루 정도 소둔까지 해야 하니 물량이 너무 달렸다. 5천 대 생산을 위해서 당장 라인을 7개로 늘리고 인원도 보강하려고 생각했는데, 유 부장이 ‘까꿍!’ 하면서 그림을 척 내밀어 버렸다.
“아니, 부장님! 바뻐 죽겠다면서 언제 이런 생각까지 하셨습니까!”
달려가서 궁디 팡팡해 주고 싶은 맘을 꾹 참았다. 내 손은 소중하니까.
“가족들 다 인천에 있고, 혼자 할 것이 없잖아. 아휴, 술도 하루 이틀이지. 뭐라도 해 볼까 하다가 머리가 번뜩하더라고.”
“부장님.”
“왜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부장이 싫으십니까? 이사라도 달아 드려야 직성이 풀리시겠습니까?”
“하하하. 아휴, 됐어. 난 꿈도 안 꾸고 있으니까 괜한 소리 하지 마. 내 위로 형님들이 몇 명인데 그래.”
“이거 당장 공장장님한테 보여 드리고, 바로 진행하죠. 자동권선기도 5대는 더 만들어야 하는데, 할 게 너무 많네요.”
“뭐 일 많은 거야 내 복이지. 사람 딱 3명만 더 붙여 줘. 강 형이랑 심 형이 워낙 잘해 주고 있어서 한 명씩 붙여서 맡겨도 될 것 같아. 나는 사람 하나 데리고 이거나 후다닥 만들고 말이야.”
“오케바리! 안 그래도 한 과장이 30명 채용하겠다고 준비하고 있으니까 며칠만 기다려 보세요. 일단 공장장님한테 가죠.”
공장장이 얼마나 자극을 받을지 안 봐도 장갑오이다.
“재준이 너 제정신이야? 이 자식 요새 술 마시자고 불러도 안 나오더니 제정신이 아니었네?”
“공장장님하고 술 마시다가는 내가 죽게 생겼어.”
“우리 재준이 많이 컸다. 첨에 회사 들어왔을 때 내가 코 닦아 주고 기저귀 갈아 주고 그랬는데, 이제 다 컸네.”
“왜? 젖동냥도 해 줬다고 하지?”
의좋은 형제들아! 제발 만담은 나 없을 때 좀 하시라구요.
“공장장님, 요거 바로 설계로 뽑아 주시죠? 최대한 빨리 제작해서 시월 전에는 가동 들어가죠. 첫 납품은 어렵겠지만, 두 번째 납품부터는 이걸로 가는 것으로 하죠. 부족한 코아는 일단 외주로 사는 것으로 할게요.”
“이거 참 일이 묘하게 됐네.”
“아휴. 또 뭡니까?”
제발 아무 일 아니라고 해 주세요. 지금은 한시가 급합니다요.
“아니, 내가 패드변압기 새로 설계 만들지 않았나? 이거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코아를 굳이 이렇게 안 해도 될 것 같더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리람?
“원단을 잘라서 코아로 만들면 자성이 잘 안 나오니까 소둔을 하잖아? 내가 생각해 보니까 모서리에 각을 주면 자속 밀도가 높아져서 굳이 소둔을 안 해도 되겠단 말이지? 테스트를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이왕 만드는 김에 이것까지 같이 추진해 보면 어떨까 싶네.”
이 의좋은 형제들은 왜 멈춤이 없단 말인가! 공장장 말대로라면 소둔 공정이 없어지니까 생산 효율이 확 높아지다는 말 아닌가! 이 사람들이 아주 나를 미치게 하네.
공장장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이건 백프로 변압기 성능 개선으로 우선 배정 받을 일이다. 황금알 낳는 오리가 알고 봤더니 듀얼 자궁이라 알을 여러 번씩 낳는다 이거네!
살짝 고민이다. 이거 급히 먹다가 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성능 개선 우선 배정은 3년간 최대 10퍼센트이다. 이거 노리는 업체들은 말 같지도 않은 것으로 성능 개선했다면서 우선 배정 척척 받아먹기도 한다. 그렇게 3년 받아먹고, 또 하나 만들어서 3년 먹고.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나주 우선 배정이 20퍼센트이지만, 내년이면 혁신산단에 변압기 회사가 늘어나니 4퍼센트 정도로 뚝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고효율주상변압기 개발로 해당 품목에 한해서 20퍼센트 배정이 확정돼 있다. 이것만 해도 전체 물량의 20퍼센트는 먹는다.
여기에 공장장이 개발한 패드 변압기로 또 20퍼센트를 받을 수 있으니, 다 합치면 내년에만 전체 물량의 23퍼센트가량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코아 성능 개선까지 더해서 추가로 10퍼센트를 더 먹는다? 욕도 우선 배정으로 받아먹을 일이다. 제아무리 안성파워와 금성전기라도 이거 너무한 것 아니냐며 욕할 상황일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 소화 불량에 욕까지 얻어먹으면 금가루 뿌린 참치 눈알주라도 마시다 코로 넘어올 수 있는 법이지.
“공장장님! 이거 테스트는 해 보시되, 일단 묵혀 둡시다. 특허 신청해서 보호 장치 걸어 놓고 놔두죠?”
“응? 그건 무슨 소리야. 소둔만 빠져도 코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수월해지는데?”
“이거 전력 신기술 아니면 성능 인증 백프로입니다. 아시죠? 대한전력에서 최대 10프로까지 우선 배정 받을 수 있는 거? 이러다 내년에 우리 혼자서 입찰 물량 절반 가까이 먹게 생겼어요. 반드시 말 나옵니다. 우리가 다 소화도 못하고 말이죠.”
“음…….”
“이제 겨우 아군 생겼는데, 우리가 기술 개발했다면서 우선 배정으로 다 먹어 봐요? 사방이 다 적으로 돌아서죠. 아직 초반이니까 눈치 보면서 서서히 키워 가자구요.”
공장장이 영 아쉽다는 표정이다. 내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안아 주기라도 바랐던 것이겠지? 아 참, 내 정신 좀 봐라. 고생했다는 소리조차 안 했네.
“공장장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대한전력 발주 나오는 것 보고 상황 진정되면 실계 인력 바로 충원할 테니 기술 개발 빡세게 해 주세요!”
“이거 당장이라도 적용하고 싶었는데, 사장님 말도 일리가 있으니 확실해질 때까지 더 검토해 보겠네.”
“지금 당장 급한 건 대한전력 납품 준비하는 것이니까 코아 라인 제작부터 서두르죠.”
“좋아! 해 보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이 와중에도 온갖 아이디어 들을 내며 경쟁하고 있으니, 날마다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이다.
이거 첫 단추가 너무 잘 꿰진 것이 아니야? 내 역할은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겠지? 돈벼락을 맞게 해 줄 테니까 피뢰침 잘들 챙기시라!
돈벼락을 몇 번씩 날려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젖과 꿀을 약속한 그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