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60)
060 전투 돌입
드디어 오늘 입찰 결과가 나온다.
아침 9시에 1번 입찰부터 시작해 오후 6시까지 33개 입찰이 마무리된다. 부디 서로 싸우지 말고 높은 가격에 받아 오거라.
변압기혁신조합은 회원사 전원 동의를 받아 입찰 신청을 했지만, 중전기조합은 입찰 신청 마감일까지도 시끄러웠다.
조합으로 낙찰을 받으면 80억 원 정도이지만, 회사 단독으로 입찰하면 하나만 먹더라도 100억 원가량을 받으니 일부 사장들이 욕심을 낸 것이다. 마감일 직전까지 동의서가 다 제출되지 않아 조합이 깨지니 마니 말이 많았다.
3년 전 한 업체가 조합 입찰에 반발해 단독으로 입찰에 응한 적이 있었다.
조합은 배신자를 죽이겠다며 예정가 85퍼센트 수준에 입찰에 응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배신자가 감히 따라올 수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업체는 80퍼센트 가격에 응찰하며 입찰 2개를 받아먹는 데 성공했다.
입찰이 끝나고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이 나왔지만, 정작 1년간 납품하고 나서는 모두가 울었다. 떨어진 단가에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물량을 반납하는 업체가 속출할 정도였다. 그해 관수에 뛰어든 업체 대부분은 적자라는 성적표를 냈다.
이런 쓰라린 경험이 있음에도 대한전력 입찰을 앞두고 매년 반복이 됐다. 사람은 욕심 앞에서 경험을 지워 버리는 망각의 동물이니 말이다. 그것보다도 중전기조합이 이 지경에 빠졌는데도 정신 못 차리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 싶더라.
우여곡절 끝에 33개로 이뤄진 올해 대한전력 변압기 입찰은 두 조합만 참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9시 30분에 1번 입찰 결과 나오지?”
“네, 공장장님. 두 조합이 서로 안 싸우고 나눠 먹기로 했다고 하니까 문제없이 마무리될 것 같네요.”
“맘 같아서는 서로 99.9프로로 받아먹었으면 좋겠구만.”
“1번 결과 나왔네요. 중전기조합에서 98.3프로로 받았네요. 변압기혁신조합이 99.2프로로 들어가서 탈락. 무난한 결과네요.”
초반에는 서로 약속한 대로 두 조합이 나눠 가져갔다. 이대로 가면 내가 받을 금액이 약간 줄어들긴 해도 아주 짭짤한 수확을 얻을 것 같다.
그러기엔 너무 순조롭다 싶더라.
역시나 입찰 후반부로 넘어가니까 중전기조합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24번 입찰을 변압기혁신조합이 98.5퍼센트로 받기로 돼 있었는데, 중전기조합이 97.8퍼센트로 들어가며 먹어 버렸다. 이런 개새끼.
당장 안성파워 강호창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24번 입찰 결과 보셨습니까? 변압기혁신조합이 받기로 약속된 것 아닌가요?”
“중전기조합 이 자식을 진짜. 기어코 이런 식으로 나오네. 아니, 전화해서 무슨 짓이냐고 따졌더니 숫자를 잘못 눌렀다대? 나 참. 걱정 말게. 이렇게 나올 줄 알고 대비하고 있었으니까.”
“제가 받은 액수가 줄어들 것보다 조합 회원사들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이 됩니다.”
“지 사장. 우리 회원사들이 나를 믿고 우리 조합까지 따라왔는데, 내가 그렇게 놔두면 되겠나! 중전기조합 장난질에 가만있을 수 없지. 지켜봐.”
25번 입찰부터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중전기조합이 신사협정을 깨 버렸으니 변압기혁신조합이 신사답게 행동할 수 없는 법.
약속한 대로면 남은 8개 입찰을 중전기조합이 5개, 변압기혁신조합이 3개를 가져갔어야 하는데, 강호창 사장이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귀신같은 예측력으로 남은 8개를 모조리 차지해 버렸다.
결국 중전기조합과 변압기혁신조합이 사이좋게 20개와 13개씩 받아 가기로 했던 신사협정은 깨지고, 입찰은 변압기혁신조합의 압승으로 끝났다.
변압기혁신조합이 18개를 차지해 회원 16개 업체가 110억 원씩 확보했다. 양아치가 되기로 선택한 중전기조합은 15개밖에 받지 못해 26개 업체가 각각 60억 원밖에 안 되는 물량으로 한 해 농사를 지어야 했다.
양아치 짓에 대한 소소한 참교육! 덕분에 낙찰율은 평균값이 98.2퍼센트로 떨어져, 내 817억 원이 802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예상했던 99퍼센트 대가 아니라 아쉽지만, 중전기조합에 쫀득한 엿을 먹였다는 것이 위안을 준다.
그렇게 대한전력 변압기 입찰이 끝이 났다.
“사장님, 고생 많았어. 드디어 결실을 맺었네. 정말 축하하네.”
“공장장님, 뭐 저만 축하 받을 일입니까? 직원 모두 다 고생한 결과죠. 특히 인천에서부터 고생한 직원들이 더 축하 받아야죠.”
“그나저나 금액이 조금 줄어서 어쩌나? 15억 원이면 적은 돈이 아닌데 말이야.”
“내년에 더 많이 벌면 됩니다. 이제 다음 주에 대한전력 첫 발주 나오니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열심히 해 봅시다.”
“몇 대가 나오더라도 내가 화끈하게 뽑아 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15억 원이 날아갔지만, 기분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802억 원을 받았는데, 어떤 미친놈이 15억 원 날아갔다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눈물, 콧물 빼고 있겠나!
회식이다! 투뿔 한우를 통째로 대령하라!
창업 1주년을 미리 기념한다는 의미도 더해서 거한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마음 같아서는 호텔 하나 빌려서 새벽에서 황혼까지 럭셔리하게 1주년을 기념하고 싶었지만, 대한전력 발주를 앞두고 흐트러질 여유가 없었다.
창립기념일 9월 1일이 바쁠 때라 매년 이럴 것 같은데, 앞으로 어쩌나. 이럴 바엔 나주 공장 준공일을 창립기념일로 할까 보다.
일단 올해는 이렇게 넘어가자. 앞으로 쏟아질 물량 생각하니까 창립기념일이고 나발이고 머리에 들어오질 않네.
새로 충원한 30명은 입사한 지 일주일 만에 투뿔 한우를 맛보는 진귀한 체험을 했다. 그래, 많이 먹어라. 이게 진정한 체험 삶의 현장이야.
“많이 안 먹어도 돼요. 앞으로 이런 기회 자주 있을 테니까요. 하하.”
“사장님! 잘 먹겠습니다!”
먹는 건 좋은데, 얼굴이라도 쳐다보면서 잘 먹겠단 소리라도 하든지. 아주 먹는 데 정신이 팔렸네.
백지원 봉숙 원장이 오히려 미안하다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30명을 요청했는데, 지원자가 14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지역 보육원 출신들을 싹 다 긁어 갔나 봐. 백지원이 인력 사무소도 아니고 이해해야지.
보육원 출신으로 신입 직원 모두를 뽑을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 덕분에 사회적 기업 자격을 받았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사회적 기업이 되면 취약 계층 직원에게 1년간 최저 임금만큼 급여를 지원해 주고 4대 보험도 내준다. 좋은 일 하겠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개꿀이 돼 버렸다.
세금 감면과 대출 지원 혜택도 있지만, 이미 세금 면제 혜택을 받고 있고 대출 풀로 당긴 상황이라 해당이 안 됐다. 아깝다 아까워.
봉원 원장에게 듣기로 고아들은 보육원 내에서 아주 험하디험한 전사로 길러진다고 한다.
군대도 안 간 것들이 개군기를 어찌 아는지 서열별로 구타를 동반한 폭력이 매일같이 이뤄진단다. 통제 인력이 부족해 아이들에게 일임하는데, 망나니에게 칼자루 쥐여 준 격이랄까?
전사로 길러지니 오히려 사회성이 부족한 이들도 많다. 보육원 내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사회에 나가서 적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군대에서만 십수 년을 산 사람이랄까?
“사장님, 이건 일반적인 얘기구요. 우리 애들은 절대 그러지 않아요. 솔직히 애들 관리하기 힘들긴 한데, 전 인성 교육만큼은 확실하게 했어요.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날마다 강조했어요.”
“잘 알고 있습니다. 백지원 애들은 하나같이 순하고 일도 열심히 합니다.”
“아휴,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우리 애들은 사회성 길러 주려고 외부에도 자주 내보내고 여러 교육도 많이 했으니까 잘 적응할 거예요. 우리 애들은 정말 내 새끼같이 키웠으니까 사장님, 정말 잘해 주셔야 합니다.”
확실히 백지원 출신은 타 보육원 애들보다 행동거지가 다르긴 했다.
저번에 추가로 채용한 10명 중에서 타 보육원에서 온 6명은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경향이 더러 있었다. 그래 봐야 기름밥 수십 년 경력으로 완벽한 노가다 근육을 자랑하는 베테랑들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했다.
생산 현장은 위험한 일투성이라 베테랑들은 현장에서 만큼은 군기교육대 교관이었다. 긴장 풀었다가는 어디 한 군데 터져 된장 발라야 하는 일이 숱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일한 베테랑들도 일과시간만큼은 절대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만큼 신입들에게도 엄하게 대했다.
공장장 심복으로 불리는 이상철 부장은 애들 잡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자, 봐 봐. 한 명이 이렇게 철판을 잡으면 한 명은 임팩트로 아래쪽을 사정없이 조여야 한단 말이야. 사정 봐주면 안 돼. 오케이?”
“네!”
“이거 살살 조이면 옥수수 강냉이 터지듯 펑펑 터진다고. 우리 대가리도 같이 터져요. 그러니까 힘들어도 아주 빡세게 조여 줘야 해. 오케이?”
“네!”
“좋아. 아주 좋아. 항상 긴장을 놓으면 안 돼. 그리고 몸이 경직되면 허리고 무릎이고 작살이니까 일하기 전에 몸을 확실히 풀어 주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누가 너네들 안 지켜 줘. 내 몸뚱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알았어?”
“네!”
“사고 예방을 위해서 아침에 출근하면 30분씩 건조로에 들어가 있으라고. 뜨끈뜨끈하니 땀을 쫘악 흘리면 몸이 노골노골해져서 일하기 아주 좋아. 오케이?”
“네!”
“네는 무슨 얼어 죽을 네야! 하하하. 아주 대답들은 잘하네. 군기가 아주 바짝 들었어. 그런 의미에서 군가 한번 부를까?”
“…….”
“이 자식들 봐라. 몸이 아직 덜 풀린 거야? 야, 너 신나 좀 가져와 봐.”
“신나요?”
“그래, 인마. 신나 한 잔씩 하면 몸이 흐물흐물 좀 풀릴 거야.”
“진짜 가져와요?”
“뭘 진짜 가져와요야! 하하하. 자, 여기 조이자고! 오늘 저거 다 하려면 허리 펼 시간도 없어.”
우리는 이미 익숙했다. 아는 사람들은 저 맥락 없는 50대 아무 말 드립에 그저 웃고 말지만, 신입 애들에게는 아주 엄청난 문화 컬처, 아니, 컬처 쇼크일 것이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에 군기가 바짝 들어가 버렸다.
검사과 이규철 과장은 정반대였다.
그저 전기 위험하니까 조심하란 말뿐이었다. 감전되면 바로 팔 잘라야 하니까 그리 알고 있으란 말을 곁들여서 말이다.
검사과에 배정된 아이들은 그저 이규철 과장에 절대 복종이었다. 충격기 전기 터지는 광경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덕준이는 전투 체육과 제식 훈련으로 애들을 단련시켰다. 공장 마당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축구장으로 바뀌었다.
아스팔트에서 즐기는 축구는 꽤 스릴이 넘친다. 넘어지면 파상풍 쾌감에 오금이 저릴 터이니 엉거주춤 매치가 따로 없다.
그런데 사장이 공 잡으면 홍해 바다 갈라지듯 길이 뻥 뚫려야 하는 것 아니냐? 왜 내가 공만 잡으면 덤벼드는데? 그냥 족구나 하자니까.
애들은 빠른 시간에 회사 조직에 녹아들어 갔다. 간혹 저들끼리 일 끝나고 술 마시고 놀다가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20대 젊은 혈기이니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
그러나 공장장은 가만두지 않았다. 정신 교육을 담당하는 정훈장교로서 공장장은 가히 인간 개조를 시켜 버렸다. 공장장과 함께하는 시간과 정신의 방 수련을 거치고 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 나왔다.
30년 기름밥 인생역정이 담긴 지난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솟아오르던 해가 달과 배턴 터치하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을 게야. 우리 회사에서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 것이고.
부족한 인력은 공채로 뽑았는데, 사람이 많이 몰려 버렸다.
연봉은 협의 후 결정, 복리후생은 4대 보험과 연차 휴가, 석식 제공.
이따구로 적는 짓을 하지 않았더니 지원자가 많아 추리기 힘들 정도였다. 운 좋게 변압기 회사에서 일한 경력자도 더러 있었다. 30대 초반 위주로 뽑아 놨으니 비어 있는 중간 연령대를 잘 메워 줄 것 같다.
아직 설비가 약간 부족하긴 했지만, 일단 월 5천 대 생산 체제 구축은 마무리됐다. 돈이 여전히 아쉽기는 했지만, 창업 공신들의 봉헌으로 급한 불은 껐다. 이제 한 달만 잘 버티자.
대한전력이 퍼붓는 물량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대처하는냐!
노르망디에 상륙해 바스토뉴 공방까지 무사히 잘 마쳤다. 끝나지 않았다.
태평양으로 날아가 과달카날에 상륙했다. 가진 것은 M2 브라우닝 중기관총뿐이지만, 이걸로 적을 말살하겠다. 와라 물량전아! 커래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