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70)
070 돈 씀씀이
대한전력 첫 납품 대금이 들어왔다.
60억 5,728만 원! 어지간한 중소기업들의 1년 매출을 한 방에 벌어 버렸다.
9월 2차분 발주가 4,300대, 금액으로 55억 9,000만 원이 나왔으니, 빡세게 빨리 만들어 내면 10월에만 관수로 116억 4,700만 원을 벌게 된다.
자재비가 평균 60퍼센트 선이니까 인건비나 그 외 비용을 15퍼센트로 잡으면, 25퍼센트인 29억 원이 떨어진다. 솔직히 15퍼센트도 넉넉하게 잡은 것이다.
직원 1인당 인건비가 동종 업계 대비 높지만, 고용인 자체가 많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 공정 자동화가 아주 효심 지극한 효자다. 사회적 기업 혜택으로 지원 받는 액수가 많아 인건비 비중이 낮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누군가는 매출이나 영업 이익을 보면 사기 아니냐고 의심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짓을 내가 해내고 있다.
생산 현장은 물건 뽑아내느라 정신이 없지만, 나는 자금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니 정신머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돈이 부족해서 미뤄 뒀던 일들에 속도를 낼 시간이다.
혁신산단 최대근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장 시급한 하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리 지 사장님! 사업이 날로 번창한다고 나주 바닥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하하.”
“잘 지내셨죠? 산단도 분양이 척척 이뤄진다고 하던데, 많이 바쁘시겠습니다.”
최 사장이 내 덕분에 이 지역에서 인지도가 올라갔다고 생각하는지 아주 옥동자 대하듯 한다. 내가 스타트 끊어 준 이후로 혁신산단 분양이 순항 중이니 말이다.
이미 나주에서는 최대근이 덕분에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영웅 대접까지 받고 있다. 총선을 준비하는 자에게는 최고의 칭찬이다. 총선 때문에 이제 곧 사장 자리를 내던지겠지만, 그동안 많은 도움 받은 것으로 만족하지 뭐.
“아이고, 아무리 바빠도 우리 사장님이 전화 주시면 바로 받아야지요. 무슨 애로 사항이라도 있으십니까?”
“혁신산단 일이 아니고, 사장님 개인 회사에 의뢰 좀 하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돈 벌었으니 공장에 좀 써야지요. 하하.”
“아따. 돈을 얼마나 벌으셨길래 공장 지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공사를 하신답니까? 요새 아주 정신없이 바쁘긴 한데, 사장님 의뢰면 바로 해 드려야지요. 내가 우리 상무한테 얘기해 놓을 테니까 쪼매 기다려 보시요.”
내가 정말 좋아서 그런지, 총선 앞두고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흔쾌히 바로 수락이다. 길게 말할 것도 없고 적당히 근황 전하다가 마무리하면 되겠군.
“요즘 사장님 사업도 번창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나야 뭐 동네 장사 아닙니까? 혁신도시랑 혁신산단이 자고 일어나면 바뀔 정도라 우리 회사도 정신이 없네요.”
“저 도와주신 분들이 다들 잘되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나저나 사장님. 이제 나주에 정착했으니까 지역 활동도 하셔야지?”
“지역 활동요? 봉사 말씀입니까?”
“그렇지라. 노블리스오블리제라고 지역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겄습니까? 이참에 로터리클럽 가입해 보는 것은 어떻소? 로터리클럽은 아무나 가입 못해요. 그 자체로 큰 명예란 말이지요.”
라이온스클럽과 로터리클럽.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궁의 단체.
사장 되면 그런 것도 해야 하나? 하긴 사장들 보니까 이런저런 직책들 주렁주렁 고구마로 달고 다니긴 하더라. 역시 사장 노릇 쉽지가 않네.
“요즘 정신이 없어서 미처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안정되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참! 사장님께 빌린 돈은 연말까지 꼭 상환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이자도 짭짤하니까. 하하하.”
전화가 하염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급하게 마무리 쳤는데, 잘 따라와 줘서 고맙네.
공장 공사 대금 20억 원도 빨리 갚아 버려야겠다. 한 달 이자만 1,300만 원이니 계속 묵혀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돈이면 치킨이 800마리이다!
검사동 추가 공사는 5억 정도로 예산을 짰다. 검사동을 2층으로 나누고, 2층에 호이스트를 4대 달아 마당까지 빼는 공사이다. 처음 공장 지을 때 층고를 높게 잡아서 2층으로 나누고도 호이스트 작동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2층 호이스트를 마당까지 빼면 검사동 1층에서 트럭 3대, 2층 호이스트로 마당에서 트럭 4대를 동시에 하역할 수 있다. 마당 적재 구역에 있는 호이스트도 3대로 늘리면 총 트럭 10대 하역 체제가 갖춰진다. 지게차도 있고, 정 부족하면 생산동을 이용하면 되니 이만하면 충분하다.
구토 유발하는 포장은 해결이 돼 버렸고, 이제 하역 문제도 해결했다. 생산 문제에 집중하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문제들이 해결되니 미안한 마음이 싹 가신다. 검사과로 인원만 더 충원해 준다면 문제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검사 문제를 해결했으니, 우리 원년 멤버들 처우를 개선해 줄 차례다. 돈 쓸 일이 허다하지만, 나한테는 이 문제가 우선이다.
부동산 투자의 대가 덕준이를 불렀다.
“이제 우리 돈이 콸콸 들어오고 있잖아? 급하게 쓸 돈 말고 여윳돈이 있으면 직원들 숙소를 구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너 부동산 투자 대가잖아.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래푸 신화!”
“마래푸 신화면 뭐 해. 그 돈 다 회사에 집어넣었지 않습니까요.”
“배당 빠방하게 해 줄 테니까 기대해. 지금 혁신도시에 아파트 막 입주하더라고. 몇 채 구해서 직원들한테 전세로 내주려고 하는데, 어때? 맡아서 추진해 보시지.”
“혁신단지 아파트가 평당 700만 원이 안 되니까 33평이면 2억 3천 잡고. 숙소 사는 사람이 15명이니까 15채면 대략 35억이네. 어휴, 어림도 없어. 일단 아쉬운 대로 살고 나중에 돈 벌면 그때 해 주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 자식은 나주 부동산 가격까지 꿰고 있냐? 머리에 아주 백과사전이라도 있나 보네. 소설처럼 과거로 회귀하면 아주 슈퍼영웅 되겠네.
“35억이라…… 직원들한테 그냥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 5천 정도 생각하고 있어. 알잖아? 그냥 공짜로 사는 것보다 자기 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거.”
“전세 5천이면 적당한 선 같긴 한데, 그래도 어림도 없지요. 취등록세랑 이것저것 따져도 30억은 들어갈 텐데?”
“보증금이랑 대출 끼면 넉넉잡아 5억 정도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아파트 매입하는 것이 갭투자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내가 뭐 아파트 사서 돈 벌겠다는 것은 아니니까.”
“그거 괜찮네. 아파트는 담보 비율 높게 잡아 주니까 어차피 빚낼 바엔 주택 대출이 낫지. 근데 말이야.”
덕준이뿐이 아니다. 우리 직원들 말끝을 흐리며 뜸 들이면 뭔가가 있다는 얘기다. 좋다면서 또 뭐가 걸려서 그러시나?
“근데 말이야 뭐? 문제 될 것 있어?”
“아니, 사장님 말대로 부동산으로 돈 번다는 게 좀 그렇긴 한 게 맞아. 남들은 투자라고 하는데, 솔직히 투기잖아?”
“맞아. 난 땅으로 돈 버는 것은 투기라고 생각해.”
우리나라 제조업은 부지런히 제품 만들고 팔아서 돈 벌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돈 버는 회사가 대부분이지만, 많은 기업들은 땅 장사로 돈을 번다.
땅 사서 공장 세우고 버티다가 땅값 오르면 팔아서 싼 데로 가고, 계속 반복이다. 서울에서 시작한 공장이 부천과 인천을 거쳐 북쪽으로는 김포, 파주로, 남쪽으로는 화성, 안성까지 퍼진다.
수도권은 땅으로 돈 벌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비수도권에서 산업단지를 아무리 조성해 놔도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성급한 결론일 수 있지만, 수도권 집중의 원인은 부동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본사를 나주로 이전한 대한전력이 서울 강남에 있던 구본사 건물을 파는 것을 두고 한바탕 시끌벅적했었다. 그 비싼 땅을 누가 사겠느냐 했는데, 웬걸. 대기업들이 돈 싸 들고 진을 쳤었지. 돈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왜 진을 쳤겠나. 회사가 땅으로 돈 버는 씁쓸한 현실이다.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 따위는 없다. 돈이란 땀 흘려 일해서 벌어야 하는 법. 뭐 이 동네 부동산 가격 오르면 땡큐이긴 하지.
“그래. 나도 사장님이 어떤 생각인지 잘 알겠어. 그런데 또 그렇게만 볼 수가 없단 말이지. 5억이라고 치자고. 그 돈은 회사 돈이잖아? 회사 돈으로 투자하는 건데 당연히 투자 수익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직원 복지 차원이지만, 땅값 조금이라도 올라서 자산 가치가 올라가면 좋은 거잖아.”
“내가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이 없다는 것이지, 아파트 값 오르는 게 싫다는 것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이니까, 갭투자니 뭐니 하면서 마음의 부담 갖지 말라는 것이지.”
우리 덕준이가 이상해졌어요! 예전에 안 그러던 놈인데, 5천 원짜리 공장식 한식뷔페 먹어서 그런지 원. 원래 속이 깊은 놈이긴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조언까지 해 주다니. 이 자식 요물 다 됐네.
“오케바리. 맘 편하게 생각할 테니까 바로 추진하자. 이 기러기 아빠들 일 끝나고 소주 마시면서 자식들이랑 영상통화 하는 것도 그만두게 해 줘야지.”
“법인 사업 목적에 부동산 임대도 추가해야겠네?”
“그래서 너를 이리 긴히 부르지 않았겠냐.”
“이거 차 한 대 받았으니 무를 수도 없고. 이래서 뇌물은 받는 것이 아녀. 일이 너무 많아. 이쯤 했으면 이제 좀 알아서 관리 직원 한 명 더 뽑아 주시지? 자재야 뭉탱이로 발주 넣고 있어서 일이 좀 덜긴 한데, 솔직히 한 명만 더 있으면 아주 칼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케바리! 네가 데리고 다니면서 일할 직원이니까 쓸 만한 애로 뽑아 봐. 이왕이면 남자로. 여자면 너 분명히 정신 못 차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도 좀 즐겁게 일하면 안 되냐?”
“좋을 대로 하셔. 참! 아파트는 절대 같은 단지로 하면 안 된다. 알지?”
“왜?”
지방으로 내려간 한 기업이 직원들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빌라 한 동을 통째로 사 버린 일이 있다. 관리하기도 편하고 직원들이 같은 곳에 살면 좋지 않겠냐는 순진한 생각으로 말이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야 형님 동생, 언니 동생 하지만, 가족들은? 대령 부인이면 자신도 대령이라고 소령, 중령 부인들 부려 먹듯이 회사도 똑같다. 직원 가족들끼리도 자연스레 서열이 나뉘는 법이다. 아마 김장철은 스트레스가 최고치를 찍는 시기일 것이다.
결국 지방으로 내려갔던 그 기업은 과장, 대리급 직원들이 몇 달 버티지 못하고 다른 데로 이사를 가 버리면서 공실이 된 빌라 처분에 애를 먹었다. 절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이건 다른 뜻인가…….
“오호. 그렇게 깊은 뜻이. 우리 사장님도 가만 보면 이것저것 아는 것이 참 많아.”
너만 하겠니.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 들어갈 일이 많아도 직원들 처우 개선해 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지. 그 직원들이 돈을 벌어 주니 말이다.
이 바닥의 흔한 사장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한다고 타박할지도 모른다.
저것들은 잘해 주면 기어올라서 안 된다고 얘기할지도. 채찍질하다가 썩은 당근이라도 던져 주면 마냥 좋아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회사를 운영해 왔으니 그게 답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 것이다.
그게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회사가 데굴데굴 잘 굴러간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말 나온 김에 바람도 쐴 겸 부동산이나 다녀올까? 덕준이야 할 일도 많은데, 내가 하는 것이 좋겠다. 나도 하루쯤 쉬자. 퇴사하고 지금까지 정말 쉼 없이 달려만 왔다. 나도 쉴 권리가 있잖아?
“한 과장님아, 바빠?”
“하하. 알면서 그럽니까?”
너도 좀 쉬어야 할 텐데. 생산직들이야 연차 내 가면서 자유롭게 쉬었는데, 관리직은 말 그대로 마냥 잡혀 있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있을 때는 모르지만 자리를 비우면 빈자리가 눈에 확 들어온다.
보나 마나 엄청 힘들 텐데도 내색 않고 헛소리나 하면서 웃기만 하는 덕준이. 고맙다 이 자식아. 그런 의미에서 읍내 나들이는 나 혼자 다녀올게.
“황 대리님. 저 오늘 반차 낼게요.”
“반차요? 사장님도 그런 것 해요?”
“에이, 사장은 직원 아닙니까? 저도 똑같은 월급쟁이입니다.”
“회사에서 잠까지 자면서 일만 하시던 분이 웬일이래요? 어디 좋은 데 가세요?”
“그냥 뭐. 영산강 흘러가는 거나 보면서 커피나 한 잔 할라구요.”
“아휴. 여자 좀 만나요!”
여자 좋지. 나도 나이가 나이이니 결혼도 하고 말이야.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