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92)
092 보상
회사 세우고 나서 두 번째 새해가 찾아왔다. 올해는 정말 중요한 해이다.
매출 천억 원 돌파가 확실할 정도로 회사가 크게 성장할 해이며, 그 성장을 내후년에도 이어 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해이다.
역시 핵심은 대한전력 관수 매출이다.
지난해 혼자 다 먹었던 지역 배정 20퍼센트가 올해는 3퍼센트 대로 떨어지지만, 고효율주상변압기 신제품 우선 배정으로 전체 물량의 16퍼센트 정도는 먹는다.
이것만으로도 올해 8월 입찰에서 20퍼센트는 확정이다. 내년에나 적용 가능할 것인 컴팩트패드변압기를 제외하고도 거둔 성과이다.
올해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 입찰에도 참여해서 토탈 천억 원 정도는 확보할 생각이다. 관수로 천억! 유례가 없는 일이다.
대한전력 입찰이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라 계산이 복잡해지긴 하지만, 올해 매출이 대략 윤곽이 나온다.
지난해 입찰에서 확보한 802억 원에서 올해 9월까지 남은 것이 550억 원이고, 10월부터 연말까지 새 입찰의 30퍼센트가 나온다고 하면 300억 원이니, 올해 관수 예상 매출은 850억 원이다.
민수 매출이 43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못해도 100억 원은 넘길 생각이다. 작년에 관수 물량 처리하느라 민수에 신경을 못 썼는데, 올해는 신경 좀 써야지. 좀 출혈이 있더라도 공격적인 영업으로 어지럽고 더러운 시장을 정화할 것이다.
여기에 SPRD 판매로 350억 원 매출이 가능하고, 일반 코아와 아몰퍼스 코아 판매로도 못해도 20억 원은 계획하고 있다.
올해 목표 매출 1,300억 원! 영업이익 350억 원! 다 죽었어!
시무식에서 신년사로 올해 목표 매출을 얘기했더니, 강당에 정적이 흘렀다.
작년 매출이 302억 원이었다. 이 성과로도 이 업계 랭킹 5위 안에 들어가는 성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4배를 더 늘리겠다니! 누군들 안 놀라겠나.
“올해는 작년보다 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확실하게 약속하겠습니다. 올해 급여는 대대적으로 오를 것이고, 연말 성과급 총액도 최소한 30억 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년은 연습이었습니다. 올해 진짜 제대로 해 봅시다!”
“와!”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정적도 잠시, 우렁찬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짧은 시간에 계산이 끝났을 것이다. 빡세겠지만, 계획대로 회사가 커진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1년 치 연봉이 들어오니 말이다. 내 너희들에게 돈벼락을 날릴지니라!
신명나는 시무식을 끝내고 회의를 소집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복이 쏟아질 것입니다. 하하.”
다들 각오를 단단히 한 표정이다. 작년에 경험해 봤으니 올해 얼마나 바쁠지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선명할 것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올해가 정말 중요한 해입니다. 뭐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입니다. 관수 발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2월에 많이 나올 것이니까 생산은 여전히 박차를 가해 주세요.”
대한전력의 고약한 취미가 있다. 명절이 있어 휴일이 많은 달에는 발주를 확 늘린다. 소문에는 연체료 받아먹으려고 그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2월은 대한전력의 고약함이 백프로 드러나는 달이다. 다른 달보다 2~3일 적은 데다, 설 연휴까지 껴 있으니 말이다.
2월 3일에 발주가 나와도 납기일은 3월 3일로 변동이 없다. 일주일은 빼먹고 들어가니 물량 터지면 진짜 답이 없다.
“대한전력 놈들 보나 마나 물량 쏟아 내겠지. 안 그래도 여유 되는 대로 재고 계속 만들고 있으니까 어디 한번 해 보자고.”
“공장장님 계시니까 걱정은 안 합니다. 엄포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기분 좋은 소식만 전하겠습니다.”
“기분 좋은 소식이라, 음. 우리 사장님 결혼이라도 하나? 허허.”
“공장장님,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하하.”
웅성거리는 것이 괜한 소리를 했나 보다. 그냥 덕담이라구요, 덕담.
“첫 번째 좋은 소식은 승진 인사입니다. 고생하신 분들에게는 그 노고에 대해 회사가 마땅한 응답을 해 줘야지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직원들의 업적도 어마무시하다. 신생 기업이니만큼 업적에 따른 보상을 제대로 해 줄 필요가 있다.
직급 인플레가 심한 중소기업에서 직급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월급쟁이에게 승진이란 성취감도 무시할 수 없다. 월급도 올라가니 이만한 선물이 또 있겠나.
가장 먼저 선물을 안겨 줄 사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우선 유재준 부장님. 이사 승진 축하드립니다. 설비 제작에 더 힘써 주세요.”
“예? 제가 이사라구요? 아니, 다른 형님들도 있는데 내가 어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공장장님께서 설명해 주시죠.”
“재준이 너 고생한 것 모르는 사람 없어. 상철이야 회사 옮겨서 이사 달기로 했고, 호준이도 아무 불만 없다. 쓸데없는 걱정 말고 니 일이나 잘해!”
초기 멤버로 들어와 현장 막내로 궂은일 다 하던 유재준 부장이 설비 제작으로 포텐을 터트렸다. 이사로 승진한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혹시 불만이 있더라도 자동권선기 돌아가는 모습 보면 과묵해질 것이다.
유재준 부장이 과장으로 들어와서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저 사람 혼자 벌어들이는 돈만 60억 원이 넘었다. 나로서는 최고의 투자 중 하나이다.
그나저나 해가 바뀌었으니, 자동권선기 어서 팔아야지 원. 박준희 사장이 물건 기다리다 망부석이 됐을지 모른다. 이제 5대 다 만들었으니 얼른 팔고 돈 시원하게 받자.
“승진이 또 있습니다. 다들 예상하시겠죠? 한덕준 부장. 축하합니다.”
“그래그래, 덕준이는 진즉 부장 달고도 남지. 한 부장 앞으로 고생 좀 해! 하하.”
“부장님, 축하해요!”
다들 덕준이 승진을 축하한다. 솔직히 나보다 더 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사무실 책장에 빼곡히 자리한 서류철이 덕준이의 고생을 말해 준다. 현장 사무실과 검사부 사무실에 있는 서류철도 빼놓을 수 없지.
그것뿐인가? 300종류가 넘는 자재들을 관리하면서 적재적소에 자재를 갖다 바치며, 한 번도 현장이 멈추는 일 없도록 한 것도 덕준이기에 가능했다.
나도 자재 관리를 했었기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그래서 돈 걱정하지 말고 시원하게 발주하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내 말동무도 해 줬고, 보육원 애들과 축구도 하고 술도 사 먹이면서 노무 관리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부장으로도 부족하지만, 많이 참았다.
“부장으로 승진한 한덕준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년에는 이사 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우리 한 부장님, 앞으로 일 많이 시킬 테니까 각오하시죠. 부장 승진이 또 있습니다. 이 자리에 없지만, 이규철 과장! 검사과 총 책임자로 단 한 건의 불량도 없이 품질 관리 잘해 준 공로로 부장에 임명하겠습니다.”
우리 검사과 꼴통. 작년에 2만 4천 대가 넘는 변압기를 출하했지만, 단 한 건의 불량도, 하자도 없었다.
생산에서 잘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온도와 진동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변압기 특성상 품질 관리 꼼꼼하고 제대로 안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이규철 부장은 그 개고생을 하면서도 매의 눈으로 애매한 것들을 귀신같이 골라냈다. 그것 때문에 생산 현장과 마찰을 빚기도 했을 정도다. 꼴통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놈. 부장 승진했다고 해도 표정 하나 안 바뀔 거야. 가끔 보면 사람인가 싶더라니까.”
꼴통 부장을 우리 회사로 데려온 김 상무가 저렇게 동생의 승진을 축하한다.
“마음 같아서는 다들 승진시켜 주고 싶었지만, 많이 자제했습니다. 혹시나 아쉬워할 직원들 잘 달래 주세요.”
“저야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기대도 안 했습니다. 고생한 직원들이 보답을 받는다는 것만큼 확실한 동기도 없을 것입니다. 보기 좋습니다.”
유일하게 상장사에서 일한 김신우 이사가 총평다운 한마디로 승진 인사에 의미를 부여해 준다. 상장사에서 부장으로 일했는데, 연봉이 고작 4천만 원이었다니. 말도 안 되지. 그래서 2탄을 준비했소이다.
“두 번째 좋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런 말 하면 테이블 두드리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던데, 여긴 뭐 없습니까?”
“사장님이 원하는데, 원하는 대로 해 줘야지.”
두구두구두구두구.
“하하. 좋은 소식은 올해부터 연봉을 대폭 올릴 생각입니다. 지금껏 많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이번엔 제가 고집 부릴 테니까 그냥 받아들이세요.”
“에휴. 얼마나 올려 주려고 그래? 뭐 작년에도 많이 벌었고, 올해도 많이 벌 거니까 아무 소리 안 하겠네.”
직원들 월급 인상 얘기 꺼낼 때마다, 회사 걱정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리던 공장장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공장장부터 일빠로 올려 줘야지.
“직급별로 설명하겠습니다. 같은 직급이라도 근속 일수와 역할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대략적으로 이렇다는 것만 알아 두시면 됩니다. 우선 전무는 지금 공장장님뿐이죠? 공장장님 헌신은 모두가 다 알 것입니다. 전무 연봉은 1억 원부터 시작합니다.”
말로만 듣던 억대 연봉. 이제 우리 회사도 나와야지. 중소 제조업에서 억대 연봉자는 많이 오바스럽긴 한데, 줄 여력이 된다면 주는 것이 맞다. 회사의 자존심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직원에게 억대 연봉을 줄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것, 얼마나 자랑스럽나!
“아니, 아니. 사장님. 너무 올려 주는 것 아닌가?”
“그렇게 드리고도 엄청나게 남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무 소리 안 하기로 약속하셨으니까, 약속 지키세요.”
“이거 참. 고맙네, 고마워.”
돈 앞에서 그리 태연하더니, 억대 연봉 선언에 고맙다는 소리뿐이다.
조용히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것도 있겠지만, 월급쟁이의 자존심을 드높여 줬으니 기분이 많이 좋았을 것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억대 연봉이라고 자랑 많이 하시길.
“이야. 우리 공장장님도 이리 해 뜰 날이 있네. 20년 넘는 그 고생을 여기 와서 보상 받네. 공장장님 축하해!”
“다음 타자가 상무님인 것을 어찌 알고 이리 말씀을 해 주십니까? 하하. 상무도 상무님밖에 없네요. 솔직히 상무님도 당연히 승진하셔야 하지만, 아시죠?”
“아이, 그럼 그럼. 난 불만 없어.”
일종의 연좌제랄까? 황미연 대리가 새 회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파격적인 인사 때문에 상무의 승진을 미뤘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다. 김 상무는 당연히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는데, 역시나다.
“상무는 연봉 8천으로 시작합니다. 이사는 7천부터구요. 이사부터는 기존대로 차량 제공합니다. 이사진은 회사의 얼굴인데, 대우가 너무 박해서 계속 맘에 걸렸습니다. 부족한 감이 있겠지만, 앞으로 성장할 일이 많으니 올해는 이 정도로 만족해 주세요.”
승진 얘기할 때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더니만, 연봉 인상 얘기할 때는 꿀 먹은 벙어리들이다.
좋으면 좋다고 내색을 해야지 원. 돈 벌겠다고 일하는 것이니까 마음껏 좋아해도 됩니다요!
“부장은 6천, 과장은 4,500, 대리는 3,500으로 책정했습니다. 신입은 2,800으로 시작해서 1년 만근하면 3,000으로 올리겠습니다. 말씀드린 것은 다 1호봉 기준이니까 실제로는 더 받으실 겁니다.”
임원은 50퍼센트, 직원은 20퍼센트 이상 파격적으로 올렸다. 날고 긴다는 회사들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그래도 보상을 확실하게 해 준다는 믿음은 주고 싶다.
“작년보다 많이 올렸습니다. 제가 돈 많이 벌게 해 드리겠다고 약속한 대로 한 것이지만, 본전 뽑아야 하니까 아주 열심히 일해 주세요.”
“사장님, 고맙네.”
“공장장님하고 상무님은 더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우리 사장님 덕분에 호강하겠네. 하하. 사장님은 더 많이 받는 것 맞지?”
“그럼요, 상무님. 제가 자선 사업가는 아니잖아요? 저도 월급 많이 받아 갑니다. 하하.”
공장장과 상무가 대표로 나서서 얘기했을 뿐 다른 이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내색을 하지 못해 조용히 있을 뿐. 딱 봐도 흡족해하는 표정을 감추려 안간힘이다.
돈 벌겠다고 일하지만, 돈 얘기를 하면 탐욕 부린다고 손가락질하는 이상한 풍토.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만큼은 없애고 싶다.
빡세게 일하고, 일한 만큼 대우를 바라는 것이 맞지. 난 사장으로서 그 이상으로 벌면 되는 법이다.
“자, 시간 너무 뺏었네요. 뭐 하실 얘기 없으면 회의 마치죠.”
“저기, 사장님.”
오늘은 웬일로 황 대리가 조용하다 했다. 새 법인을 세웠으니 이미 사장이지만, 아직 공장을 세우지 못해 여전히 동거 중이다.
“네, 말씀하세요, 사장님.”
“제가 계산해 보니까 본사와 급여를 맞춰도 충분한 여력이 될 것 같은데, ODI 급여도 본사와 맞추겠습니다.”
“같은 회사나 마찬가지이니까 그렇게 하면 좋겠죠. 근데 사장님한테 다 일임하기로 했으니까 알아서 해 주세요.”
“돈 잘 벌면 본사보다 월급 더 줄 수도 있습니다. 호호.”
황 대리의 돈벌이 경쟁 선언. 좋은 자세다. 회사를 키워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망이 잘 보여서 너무 좋다. 새 회사 사장으로 임명하길 참 잘했단 말이지.
회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시끌시끌해졌다. 벌써 소식이 전해졌는지 생산동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오늘 나주 시내 술집 난리 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