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56
입질 (3)
6월 2일 늦은 오후, 라이넛 게임즈 한국지사장 정한주가 퇴근 시간이 훌쩍 넘었음에도 자리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뚫어지라 보고 있다.
“흠.”
흔들림 없이 하늘로 치솟은 앞머리를 자랑하는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강주혁과 관련된, 지났거나 현재 뜬 기사들이었다.
『 [스타이슈]구단주 강주혁, 게임구단 ‘V1’에 전폭적인 지원하나? 게임센터 가보니……』
최근 강주혁이 산 ‘V1 게임구단’을 포함해 어제 저녁쯤 터진 ‘스톤맨1’ 소식이나.
『 헐리웃 영화 ‘스톤맨1’ 관련 인종차별 문제, 보이스프로덕션 측 “유재은이 촬영장에서 당한 차별, 매우 유감”』
또는 강주혁의 배우 복귀 이슈, 해외 문화산업 기사까지.
『강트맨 ‘강주혁, 배우 복귀 언제 하나? 대중들 기대감 ↑』
『[단독] 김재황 사장”해외 문화산업 문제없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 넷플렉스도 노릴 것”』
심지어 기사들을 보며 페이지 파도를 타던 정한주 지사장은 너튜브에 개재된 ‘보이스프로덕션 지사 탐방기’라는 영상까지 보게 됐다.
그만큼 강주혁의 이슈는 끝없이 쏟아졌다. 기사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처음 클릭했던 기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정보가 넘쳐났고, 그런 인터넷 상황을 보며 정한주 지사장이 턱을 쓸었다.
“확실히 국내서 강주혁의 파급력은 무시 못 해. 거기다 해외 문화산업까지 진행하고 있고.”
그의 눈은 빛났고, 야심이 가득 담긴 혼잣말을 뱉었다.
“이 정도면 강주혁이 뭘 하든지, 일단 국내는 깔고 가는 거고, 해외도 곧……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때.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책상 위에 올려뒀던 그의 핸드폰이 진동을 뱉었다. 덕분에 노트북을 보던 정한주 지사장이 핸드폰을집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강주혁이었다.
정한주 지사장은 지체없이 전화를 받았고.
“네. 접니다. 어디쯤 오셨습니까?”
핸드폰에서 강주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사장님. 지금 내려오시죠. 라이넛 게임즈 바로 앞입니다. 비상등 켜고 있겠습니다.”
잠시 뒤.
네모난 갈색 가죽 가방을 든 정한주 지사장이 건물 로비를 지나, 입구 유리 회전문을 통과했다. 곧, 그의 눈에 비상등을 켜고 있는 고급 외제차가 보였다. 잠시간 그 외제차를 보던 그가 읊조렸고.
“저 찬가?”
천천히 외제차 방향으로 걸어가자, 외제차의 조수석 쪽 창문이 내려졌다. 그 창문을 통해, 팔뚝까지 셔츠 소매를 올린 강주혁의 얼굴이 보였다.
“지사장님? 정한주 지사장님 맞습니까?”
“아……예. 접니다.”
대답을 들은 주혁이 미소지었다.
“반갑습니다. 정차 중이라 내리진 못하고, 일단 타세요.”
그런데 차 앞에 선 정한주 지사장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유는 간단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현재 국내를 떠들썩하게 흔들고 있는 강주혁이 바로 앞에 있으니 얼어붙은 것.
“……”
잠시간 운전석에 앉은, 누가 봐도 배우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외모인 강주혁을 정한주 지사장이 빤히 쳐다보자, 주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사장님?”
“……예? 아! 예. 죄송합니다.”
-덜컥!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정한주 지사장이 강주혁의 차 조수석에 올랐고, 그가 안전벨트를 맬 때쯤, 주혁이 차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약 3분간은 차에 침묵이 흘렀다. 정한주 지사장은 바짝 올린 앞머리를 어색하게 만질 뿐이었고, 강주혁은 말없이 운전에 집중했다. 그런 분위기가 영 가시방석처럼 느껴졌는지, 정한주 지사장이 어렵게 물꼬를 텄다.
“그……운전도 직접 하시네요.”
“예? 제 찬데, 제가 운전하지 누가 합니까?”
“…아니. 저는 당연히 기사가 있을 줄 알고, 회사가 크지 않습니까? 업무상 전화가.”
무릎에 올렸던 네모난 가죽 가방을 밑으로 내린 정한주 지사장의 말에 주혁이 픽 웃었다.
“하려고 하면 다 되는 법이죠. 안 하려고 하니까 안하는 거고.”
짧게 답한 주혁이 살짝 흘러내린 셔츠 소매를 끌어 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어디 가서 식사를 대접해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이 일이 좀 예민해서, 보는 눈이 없었으면 해서요.”
“예. 이해합니다. 그래서 지금 가시는 곳이.”
“보이스프로덕션 청담 지사로 갑니다. 여기서 가까워서요. 마니또 멤버들은 다음에 같이 보시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정한주 지사장이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마치 자세한 얘기는 도착해서 하겠다는 듯. 하지만 강주혁은 그럴 생각이 없었고.
“지사장님.”
정한주 지사장의 뒤통수에 대고, 대뜸 본론을 던졌고,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라이엇은 가능성이 몇이나 됩니까?
살짝 놀랐다가, 이내 진정한 정한주 지사장이 읊조렸다.
“……그 전에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네. 말씀하세요.”
“우리 라이넛 말고, 어느 게임사와 접촉하셨는지.”
“현재로선 완성된 순으로 영상을 보내고 있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현재로선 라이넛에만 들어간 셈이죠.”
“그렇…습니까?”
필요에 의해서 거짓말을 보탠 주혁이었고, 강주혁의 눈을 쳐다보던 정한주 지사장이 네모난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제가 사장님 쪽에서 보낸 뮤비를 보며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생각을요?”
“예. 제 나름대로.”
“말씀하세요.”
그쯤 강주혁의 차는 신호에 걸려 멈췄고, 정한주 지사장이 종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대뜸 프로 게임구단을 사셨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저희한테 보낸 영상은 소속된 걸그룹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거기다 뮤비 컨셉이나 의상이나 재창조한 캐릭터 등등을 보니, 한가지 답이나오더군요.”
“답이 뭐였습니까?”
“스킨. 그러니까 그 뮤직비디오는 올해 저희 ‘Legend of Legends’ 롤드컵(월드 챔피언십)의 우승국 스킨을 노리고 제작하신 겁니까?”
정한주 지사장의 물음은 꽤 조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게 국내 어느 엔터회사가 소속된 걸그룹을 해외에 런칭하기 위해 게임사를 이용하겠는가?
현재로선 시도한 엔터 회사는 없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어이없는 물음임을 그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정한주 지사장이 주혁에게 질문을 던진 것.
그런데.
“예.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강주혁의 대답은 빨랐고, 거침없었다.
“시네마틱 영상까지 노리고 제작한 뮤직비디오죠. 아~ 음. 게임사 지사장님께 너무 솔직했나요?”
“아, 아닙니다.”
답한 정한주 지사장이 침을 삼켰다.
‘이 인간은 진또배기 또라이거나 대단하거나 둘 중 하나다. 애초 가늠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실, 정한주 지사장은 강주혁을 만나 판단하고자 했다. 강주혁이 어떤 인간인지를. 그러나 그를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방금 깨달았고.
“그렇다면.”
일단, 마음을 추스른 정한주 지사장이 들고 있던 종이를 가방에 넣으며 담담하게 답을 내렸다.
“사장님이 노리시는 게 우승국 스킨 쪽이라면. 불가능합니다.”
“왜죠?”
확정까진 아니지만, 본사에서 이미 컨셉을 잡고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컨셉인지는 말씀드리기 곤란하고요.
컨셉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강주혁은 이미 미래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군요.”
어쨌든 짧게 답한 주혁이 여유롭게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리며 최근에 들었던, ARMY 에디션으로 우승국 스킨이 출시된다는 보이스피싱을 떠올렸고,
“그럼 우승국 스킨이 출시되기 전에 우리 것은 다른 프로젝트로 출시하면 되겠네요.”
“……예?”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 알고도 지사장님은 절 만나셨습니다. 그것은 곧, 뭔가 다른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절 만나신 거 아닙니까?”
마음을 관통당했는지 어쨌는지, 정한주 지사장이 두 눈을 끔뻑였다. 그쯤 보이스프로덕션 청담 지사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몰던 주혁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약 새로운 프로젝트로서 우리 것이 먼저 터지면, 그- 지금 컨셉을 잡고 진행 중이라는 우승국 스킨에도 우리 것을 접목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터져야겠지만.”
강주혁은 우승국 스킨인 ARMY 에디션까지 먹을 생각이었다.
같은 시각, 울림 영화사 편집실.
메케한 담배 연기가 자욱한 편집실. 그 편집실 안에는 김삼봉 감독을 포함해, 편집기사들까지 총 6명이 정면에 달린 꽤 커다란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좋고, 다음.”
모니터에는 편집이 방금 끝난 영화 ‘폭풍’이 재생되고 있었고, 지금 김삼봉 감독은 편집 완료를 선언하기 전, 마지막 확인을 하는 중이었다.
“음. 이어붙인 하정훈 나레이션. 전 컷이랑 튀면 어쩌나 했는데, 꽤 자연스럽군.”
“그러게요. 걱정하긴 했는데, 그냥 가도 괜찮겠습니다.”
이어 20분 뒤. 모니터에 스탭들 이름이 가득한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김삼봉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이쯤 하지. 다들 수고들 했네.”
하정훈, 강하진 주연인 영화 ‘폭풍’의 후반 작업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선언이었고, 선언이 끝나자마자, 편집기사들 전부가 길쭉하게 기지개를 켰다.
“아욱~! 저희야 뭐, 이걸로 밥 벌어 먹고살잖습니까. 저희보단 감독님이 고생하셨죠. ‘도적패’끝나자마자 바로 영화 들어가셨으니.”
“괜찮아. 다들 들어가서 쉬지. 오늘은 쉬고, 내일 연락하겠네.”
“옙!”
“감독님도 들어가 쉬십셔!!!”
“가자가자!”
곧, 편집실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편집기사들이 모두 사라졌고, 홀로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던 김삼봉 감독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날짜를 가늠했다.
“오늘이 2일. 그럼 개봉을 대충……”
그러다 뭔가 결론을 내린 그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금방 받았는지, 김삼봉 감독이 입을 열었다.
“오사장. 나야.”
상대는 배급사 VIP픽쳐스의 오상훈 사장이었고, 꽤 텐션높은 목소리로 답했다.
“예예! 감독님. 어쩐 일이십니까?”
“‘폭풍’ 편집. 끝났네. 방금.”
“끝났습니까?! 엄청 빨랐네요.”
“그렇지. 개봉을 언제쯤 보고 있나?”
던져진 물음에 오상훈 사장이 달력을 보는지, 대답은 몇 초 뒤에 들렸다.
“8월에 가시죠.”
“너무 늦어.”
“예? 아~ 그럼 7월로 보십니까?”
“7월엔 ‘화이트 빅 마우스’가 개봉하잖나?”
“어- 그럼.”
이어 이미 결정해 둔듯한 목소리로 김삼봉 감독이 입을 열었다.
“그냥 이번 달에 바로 개봉시키지. 6월 중순쯤.”
5분 뒤. 보이스프로덕션 청담 사옥.
방금 주차장에 차를 댄 주혁이 조수석에서 내린 정한주 지사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올라가시죠. 차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아, 예.”
고개를 끄덕인 정한주 지사장이 네모난 가죽 가방을 집어 들고, 강주혁의 뒤를 따랐다. 곧, 엘리베이터에 오른 주혁이 시선을 앞쪽에 둔 채, 입을 열었다.
“지사장님은 올해 라이넛 게임즈로 넘어가셨다고요?”
던져진 물음에 정한주 지사장이 살짝 놀랐다.
“맞습니다. 잘 아시네요.”
“이쪽 계열에 있으면 들리는 게 많아요. 그나저나 올해 넘어가셨다면 지금 한창 입지를 다져야 할 때군요.”
“뭐, 그렇습니다.”
숨길 것도 없는지, 꽤 간단히 답한 정한주 지사장이었고, 강주혁이 고개를 끄덕일 때쯤.
-띵!
3층에 멈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한 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주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말을 이었다.
“지사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지금 한국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애국마케팅이 먹히죠. 아마 한국 유저들의 영향력이 특히나 큰, 한국 유저들을 유별나게 아끼는 라이넛도 모를 리 없을 겁니다.”
“모든 게임사가 다 똑같습니다. 한국을 사랑하죠.”
“그래요?”
이어 주혁이 복도를 따라 걸었다.
“게임 시장도 빡빡하더라고요. 지금은 ‘Legend of Legends’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달마다 년마다 견제작은 계속 쏟아집니다. 따라서 라이넛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매년 새로운 마케팅을 벌이며 어떻게든 유저 이탈을 막고 있는 것이고.”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
정한주 지사장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을 때, 강주혁이 복도 끝 어느 사무실 문 앞에서 멈췄다.
“한마디로 라이넛 본사도 이 시기, 이 시국을 노려, 한국을 휘어잡을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을까 싶은 겁니다. 큰 한탕을 노리고 있을지 모르죠. 아니면 아직 생각만 하고 있을지도. 물론, 제 생각이고 지사장님이 더욱 잘 아시겠지만.”
“……”
대답 없는 정한주 지사장의 얼굴을 강주혁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속마음을 간파하듯이. 그렇게 몇 초간 말없이 서 있던 주혁이 사무실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고.
“문제는 시기. 라이넛 본사가 한국의 시국을 이용해, 뭐가 됐든 휘어잡을 한탕을 하긴 할 것 같은데. 내년에 벌일지, 내후년에 벌일지 모르겠습니다.”
곧, 주혁이 잡았던 문손잡이를 돌렸고,
“그런데 지사장님이 힘써주시면 그 시기. 좀 앞당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열린 사무실의 내부가 정한주 지사장의 눈에 들어왔다. 연습실이었다. 꽤 넓은 연습실에는 익숙한, 뮤비에서 봤던 의상을 그대로 입은 마니또 멤버들과 홍혜수 부장, 김수열 팀장이 모여 있었고, 지사장님.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무대로, 연습실 내부로 걸음을 옮긴 주혁이 눈이 동그랗게 커진 정한주 지사장을 돌아보며 결론을 던졌다.
“한국을 휘어잡을 한탕. 지사장님이 잡아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