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83
선언 (6)
곧, 강주혁의 핸드폰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헐리웃에서 영화 일주일 개봉시키고, 아카데미상 영화제에서 상 탄 영화요?”
강주혁이 전화를 건 상대는 캘리였다. 최근 보이스필름 스튜디오의 안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그녀. 캘리는 무비마운틴 픽쳐스에서 상당히 오래 일을 해왔고,
‘헐리웃에서 잔뼈가 굵지.’
따라서 강주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기에, 주혁이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 이어 캘리의 답변은 빨랐다.
“음- 영화제를 노리는 영화라. 없진 않아요. 애초에 영화제 시상만을 노리고 제작되는 영화도 있으니까. 극소수긴 하지만, 아카데미상 영화제에서 그런 방법으로 상 탄 영화도 있고.”
캘리의 답을 들은 주혁이 되물었다.
“그러니까 많지는 않지만, 있긴 있다?”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예술 영화죠. 그것도 거의 과거에만, 상업적으로는 말이 안 되잖아요?”
잠시 말을 멈춘 캘리가 침대서 일어나는지, 부스럭 소리와 함께 목소리를 이었다.
“영화 제작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건데, 그냥 영화제에 초청받기 위해 몇천억을 쏟는다? 미친 짓이잖아요. 상 타는 게 확정이면 모를까. 미래를 아는 초능력자라면 가능하겠네요. 요즘은 예술 영화도 그런 루트는 없어요.”
미래를 아는 초능력자와 통화 중인 것을 캘리가 알 리 없었다. 어쨌든 여기서 강주혁이 다리를 보며 미소지었다. 모든 의문이 풀렸기 때문.
‘그러니까 그 미친 짓을 넷플렉스가 하려는 거네, 몇천억 쏟아부어, 영화를 만들고 딱 일주일 영화관에 걸어서, 아카데미상 영화제의 규정을 충족시키려는 거야.’
한마디로 넷플렉스는 지금 영화 ‘Control’로 헐리웃 판에 전쟁을 선포하려는 것.
‘헐리웃의 역사가 워낙 오래돼다 보니, 고인물이많을 데고, 그 고인물들의 뇌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려는 건가?’
만약, 헐리웃에서 무시당하는 빗플렉스가 만든 영화 ‘Control’ 이 아카데미상 영화제에서 상을 탄 후, 전 세계에 영화를 재개봉, 동시에 넷플렉스 플랫폼에 런칭하는 것이 파급력 면에서 월등하긴 했다.
물론, 상을 타야 가능한 말이지만,
어찌 됐든 넷플렉스는 돼 과감한 도전을 꾀하고 있다는 것을 주혁이 지금 파악했다. 즉,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는 뜻.
“캘리. 만약 넷플렉스가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오직 아카데미상 영화제 노미네이트를 겨냥한 영화를 비밀리에 제작한다면 정보를 얻을 수 있었겠어요?”
“넷플렉스에서요? 걔네가 왜? 워낙에 독보적인 플랫폼도 있고, 그럴 필요가.”
“그러니까. 만약.”
“음. 작정하고 비밀에 부친다면 넷플렉스가 마케팅을 벌이기 전까진 정보를 알 순 없겠죠? 헐리웃과 넷플렉스가 엄연히 구역이 다르니까.”
여기까지 들은 주혁이 미소지었다.
“‘Control’, 넷플렉스에서 만드는 영화 같아요.”
“……아, 정말?!!”
곧, 핸드폰 너머 캘리의 호들갑이 들려왔고,
“확실히 강 당신의 말이 맞다면 그간 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이 말이 돼요. 넷플렉스 자체제작 영화는 실제로 넷플렉스가 발표하기 전까진 헐리웃에서 정보를 얻기 힘들거든요. 거기다.”
물을 마시는지 침을 삼키는지, 무언가 꿀꺽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캘리의 말이 다시금 쏟아졌다.
“감독은 물론이고, 배우 오디션도 비공개, 제작진도 비공개, 모든 것이 비공개로 진행될 테니, 아무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죠!”
캘리의 흥분에 주혁이 입꼬리를 올렸고,
“그런데 지금 우리는 알잖아요?”
책상에 놓인 커피잔을 들었다.
“덕분에 누구보다 일찍 대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강, 그 영화로 뭘 하려는 거에요? 뭘 대비한다는 거죠?”
“제 미래를 대비한다는 거죠.”
“당신의 미래?”
물음이 되돌아왔지만, 주혁은 딱히 대답 없이 주제를 바꿨다.
“캘리. 그 영화의 시발점이 넷플렉스인 것을 알았으니, 그쪽을 좀 파볼 수 있겠어요?”
“훨씬 수월하죠, 넷플렉스에 아는 사람도 몇 있고,”
“세세하게는 필요 없고, 오디션 정보 같은 간단한 진행 상황 정도만. 아, 영화 시나리오까지 얻으면 최고겠어요.”
“음~ 시나리오는 내정된 감독이 누군지 알아야, 그쪽 제작진과 접촉을”
“감독은 존 스필버그.”
“아- 존 스필버그 감독……어?! 존 스필버그 감독이라고요?!”
“네. 아마도.”
주혁의 간단한 답에 캘리는 꽤 오랫동안 난리 쳤다. 다행히 가까스로 진정한 그녀가 다시 물었다.
“후 일단, 알았어요. 이 정도면 뭐가 나와도 나올 거예요. 해볼게요. 그런데 강.”
“네.”
“당신 대제……이런 고급정보를 어디서 이렇게 척척 알아오는 거예요? 헐리웃에 있는 나보다도 잘 아는 게 말이 되나?”
당연한 의구심이었겠지만, 강주혁의 답은 심플했고,
“전 세계에서 나만 가진 루트랄까요?”
캘리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 하여튼 신기한 남자야. 알았어요. 지금부터 바로 알아볼게요.”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핸드폰을 책상에 내린 주혁이 턱을 쓸었다.
“그러고 보니, 그 여자, 이수영 총괄 디렉터는 내가 영화 제목을 알고 있는 것을 인지했을 덴데……”
넷플렉스 코리아의 이수영 총괄 디렉터. 주혁은 회의실에서 그녀에게 대뜸 ‘Control’ 이라는 단어를 던졌었다. 그러나.
“뭐, 상관없나? 그 여자는 그 여자대로 알아서 움직여 주는 게 좋겠지.”
강주혁은 이마저도 역으로 이용할 심산이었다.
다음날, 16일 토요일 아침.
주말 아침부터 주혁이 강남에 있는 고급 횟집 VIP룸에 앉아 있다. 이곳은 주혁이 김재황 사장과 즐겨 만나는 횟집이었고, 탁자에는 아직 물통과 겁이 전부. 그런 VIP룸에서 지금 강주혁은 김재황 사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반응이 좀 어떻지?”
와중 주혁이 핸드폰으로 너튜브에 접속했고, 검색창에 ‘라이넛’을 적자, 연관검색어로 ‘K-STAR’가 곧바로 떴다. 피식한 그가 ‘K-STAR’를 터지했다.
이어 마니또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떴고,
[채널명: Lcgend of Legends]-K-STAR/Music Video.
(with voice production/ Legend of Legends)
-조회수 10,159,970회/ 2021. 10. 15
– 댓글 12,893개
단 하루 만에 조회수가 1,000만을 넘기고 있었다. 심지어 댓글도 만개를 돌파했고, 댓글 대부분이 영어였다.
거의 24시간 만에 이룩한 결과,
“……조금만 더 냅뒀다가.”
그런 어마어마한 결과를 보던 주혁이 읊조리며 핸드폰 화면에 검색사이트를 띄웠다. 실검은 여전히 마니또와 라이넛 등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1. 마니또,
2. 마니또 스킨.
3. K-STAR 음원.
4. 이강운 골.
5. Legend of Legends 시네마틱.
.
.
.
실검을 점령한 키워드들이 어제와는 조금 바뀌긴 했지만, 어쨌든 키워드를 관통하는 것은 Legend of Legends 였고, 마니또였다.
그런 실검을 주혁이 흐뭇하게 보고 있을 때,
-드륵.
“허- 일찍 왔군?”
주말이라 그런지, 간단한 바람막이를 입은 김재황 사장이 나무문을 열었다. 덕분에 핸드폰 보던 주혁이 고개를 올렸고,
“배가 고파서요.”
“그렇지. 어서 먹자고.”
뒤에 있던 비서에게 무슨 말을 전한 김재황 사장이 열었던 문을 닫으며 주혁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 걸그룹 친구들, 반응이 아주 좋더군.”
김재황 사장이 물컵을 들며 뱉은 말에, 주혁이 픽 웃었다.
“아직 손 쓰지도 않았습니다.”
“크크. 그래, 지금은 스노우 볼이 알아서 굴러가게 둔다는 말이지?”
“네. 어느 정도 커지면 뒤에서 밀어야죠. 내리막길이라 속도도 엄청날 겁니다.”
대답을 들은 김재황 사장이 여전한 미소를 띠며 들었던 물컵을 내렸다.
“화이트 어쩌고 그 영화도 그렇고, 이번 걸그룹 친구들도 그렇고, 전부 자네 말대로 되고 있어. 강사장. 자네 보면 볼수록요지경인 건 아나?”
“글쎄요.”
“크크. 겸손도 너무 지나지면 오만이야. 어쨌든 그 걸그룹 친구들은 이제 어떻게 진행되나?”
“설계대로 해야겠죠. 마니또 해외 진출을 기정사실화 시키고, 이미 만들어놓은 정규 앨범도 해외서 발표하고, 등등. 지금 반응이면 큰 문제 없을 겁니다.
“좋아~ 아주 좋아. 해외 문화산업이 드디어 확실히 결과를 내고 있군.”
그때,
김재황 사장의 기쁨이 끝나기도 전에, 주혁이 옆에 뒀던 두꺼운 종이 뭉치를 탁자에 올렸다.
-툭!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니, 부탁에 가깝겠네요.”
“…… 뭐지. 자네가 그렇게 말하면 좀 무서운데.”
이어 주혁이 두꺼운 종이 뭉치를 김재황 사장 쪽으로 밀었다.
“해외 문화산업에 관해, 사장님이 계속 신경 쓰고 맡아주셔야 할 것들입니다. 사장님이 아니면 누구도 못 할 것들.”
“내가 계속 신경 쓰고 맡아야 할 것들? 그게 무슨. 그리고 이 서류는 뭔가? 두께만 보면 시나리오?”
김재황 사장이 순간 미간을 찌푸렸지만, 강주혁의 대답은 짧았다.
“아니요. 그림자 역할의 인수인계서랄까요?”
같은 시각, 분당 정자역 주변 아파트.
온통 분홍색인 방 안, 침대에 분홍색 파자마를 입은 여자가 명하니 방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넷플렉스 코리아의 이수영 총괄 디렉터였다.
“…….”
그녀는 뭐가 고민인지, 벌써 30분 이상을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 결심이 섰는지,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꿨던 허리를 굽히며 일어났다.
“역시, 본사에 전달하는 게 맞겠지?”
을 조린 그녀가 침대의 반대편에 있는 화장대에 올려진 핸드폰을 집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조쉬. 나예요.”
그녀가 뱉은 말은 영어였다.
“큰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전할 말이 있어요.”
그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넷플렉스 본사. 한국이 아침인 것에 비해, 미국 캘리포니아는 늦은 오후였다. 그쯤 넷플렉스 본사 내부에 있는, 300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의 소극장 좌석에 외국인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다.
“감독, 영화 제목도 정했겠다, 스탭들은요?”
대충 열댓 명 정도의 외국인들은 대부분 꽤 늙어 보였고, 남자와 여자가 반쯤 섞인 모습, 분위기 자체는 회의하는 느낌이었으나, 이들이 앉은 형태는 좌석 등받이에 말을 걸치거나, 대충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등, 꽤 자유로운 느낌이 강했다.
“슬슬 스탭들 계약도 해야죠.”
정면 스크린을 기준으로 앞 좌석에 지그재그로, 아무렇게나 앉은 외국인 중, 머리 색이 회색에 가까운 남자가 물꼬를 들자, 동그란 안경을 낀 늙은 외국인 남자가 간단히 답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내 스탭들 전부 같이하기로 했으니까.”
“오! 감독의 스탭들 전부? 키스탭들까지?”
“키스탭들까지. 전부.”
동그란 안경을 낀 늙은 남자의 말에, 소극장에 제멋대로 앉은 모든 외국인의 표정이 밝아졌고,
“존 스필버그 감독의 스탭들이 전부 붙는다면 걱정 없겠어요.”
다리가 길쭉한 단발 외국인 여자의 말에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여기 모인 모두는 넷플렉스 본사의 소위 말하는 높으신 분들이었고, 동그란 안경을 낀 늙은 남자가 바로 존 스필버그 감독이었다.
“감독 덕분에 시간이 확 줄겠네요. 자~ 그럼 이제.”
어쨌든 방금 말했던 다리 길쭉한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배우 캐스팅과 함께 프리프로덕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겠죠?”
그녀의 말에 존 스필버그 감독이 동그란 안경을 추켜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캐스팅도 비밀리에 진행하는 건가?”
존 스필버그 감독의 말투는 어마어마한 유명세에 비해, 꽤 투박하고, 건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답변은 그의 바로 옆에 앉은 민머리 외국인 쪽에서 나왔다.
“물론, 개봉 직전까지는 최대한 조용히 진행될 거고, 캐스팅은 일단 배역에 맞는 배우를 우리 쪽에서 직접 서치 후에, 극소수에게만 시나리오를 보낼 생각이에요.”
“흠. 그렇군.”
“쉽게 말해, 캐스팅부터 시작해서 모든 프리프로덕션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
바로 그때,
-쾅!!
소극장의 쇠문이 강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곧, 문 열리는 소음에 회의하던 모두 고개가 뒤쪽으로 돌아갔고,
“회의 중에 죄, 죄송해요!”
금발 파마에 눈 작은 외국인 남자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그 모습에 존 스필버그 감독 옆에 앉은 민머리 외국인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조쉬, 문 부서지겠어!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급하게.”
“방금 한국 쪽 수영에게 연락이 왔는데, 한국에 우리 영화 제목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그의 말을 듣자마자, 소극장에 앉은 외국인 중 반 정도가 자리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조쉬, 방금 뭐라고 했어!”
그 바람에 몸을 살짝 움츠린 금발 파마 남자가 재차 말했고,
“그러니까. 한국에……”
다리 길쭉한 여자가 남자의 말을 잘랐다.
“말이 돼요?!! 제목을 일주일 전에 정했는데?! 거기다 한국??! 미국도 아니고? 누구라는데요! 수영이 말해줬을 거 아니야!”
이어 넷플렉스 코리아 쪽에서 연락을 받았다는 금발 파마 남자가 모인 모두에게 다급하게 말을 던졌다.
“한국에서 보이스프로덕션이라는 엔터 회사를 운영하는 강주혁이라고.”
그때, 존 스필버그 감독이 미간을 좁히며 조용히 턱을 쓸었다.
강주혁? 분명 어디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