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93
주혁은 김재황과 헤어지자마자, 건물 1층 핸드폰 대리점에 들렀다. 핸드폰 매장에는 직원이 한 명밖에 없었다.
자리에 앉아있던 남자 직원은 느닷없이 나타난 강주혁을 보곤 깜짝 놀랐다. 같은 건물에 있지만, 주혁을 실물로 보긴 처음이었다.
“ 와······아, 아니. 어서 오세요. ”
“ 네. 반가워요. 핸드폰 기기 변경 좀 할까 합니다. ”
“ 네? 아, 네! 이쪽으로. ”
주혁은 남자 직원에게 기존 브론즈 핸드폰과 새로 생긴 실버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브론즈 핸드폰에 있는 정보를 모두 실버 핸드폰으로 옮긴 후, 남자 직원이 핸드폰을 주혁에게 다시금 내밀었다.
“ 다, 다 됐습니다. 그······ 혹시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
“ 물론이죠. ”
주혁은 남자 직원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 큼지막하게 사인을 했고, 이어서 사진까지 찍어준 뒤에야 대리점을 나올 수 있었다.
다음으로 사장실.
곧장 황실장을 호출했다. 다행히 황실장과 박과장은 3층 휴게실에 있었는지, 10분 만에 사장실의 문을 열었다.
“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
“ 나오셨습니까. 사장님. ”
말없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던 주혁이 황실장과 박과장의 인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고.
“ 네. 앉으세요. ”
이어서 황실장과 박과장에게 모닝커피를 건넨 주혁은 추가로 자신의 커피도 받으면서 입을 열었다.
“ 거기 책상 위에 있는 종이가방. 확인해보세요. ”
-스윽.
종이가방 안을 확인한 황실장이 짧게 답했다.
“ 핸드폰입니까? ”
“ 네. 오늘 김재황 사장이 준 건데. 혹시 저번에 부른 기계 검사하는 사람들. 바로 부를 수 있습니까? ”
“ 검사요? 혹시 도청이 있는지. ”
-취익!
다 내려진 커피를 집어 든 주혁이 웃으며 돌아섰다.
“ 도청이요? 하하하. 아니 그런 거 말고. 김재황 사장이 직접 준 거니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그냥 기기 자체를 확인하고 싶어서요. 평범한 핸드폰인지. 혹시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지. ”
“ 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호출하겠습니다.”
황실장과 박과장이 허리를 숙인 후, 어디론가 전화를 걸면서 사장실을 나섰다.
그들이 사장실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주혁은 풀풀 연기 나는 커피를 들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 일단, 청순한 멜로부터. ”
해창전자의 신제품 핸드폰의 런칭이 눈앞임과 동시에 청순의 멜로 역시 최근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주에 1~3화가 랜덤으로 업로드되던 청순한 멜로는 총 13부작으로 이미 10화까지는 업로드가 진행된 상태였다.
-딸각, 딸각.
“ 너튜브가 가장 힘이 좋네. ”
가장 큰 조회수를 자랑한 것은 너튜브였다.
1화 조회수만 6,464,659회.
물론, 뒤로 갈수록 조회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평균적으로 1화부터 10화까지 대략 한 편 조회수가 400만 뷰를 찍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청순한 멜로는 너튜브에서만 4000만 조회수를 달성 한 것이었다.
-이거 시즌2 나옵니깝?
-공감 1000000%당 이거.
-아닠ㅋㅋㅋㅋ저 선배 스킨쉽해놓고 뭔 오해? 개 ㅂㅅ같은새끼넼ㅋㅋㅋㅋ
-저 상황은 여자는 빡치는 상황이 맞음
-나오는 여자배우분 개이쁘다 ㄷㄷㄷㄷ여신급
-이 웹드 연출 너어어어어무 맘에듬!
-영상 스탈이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탈이네요! 음질, 영상미, 공감! 제바류 시즌2 해주세여!
-충분히 화날 상황ㅠㅠㅠㅠ으 은근슬쩍 스킨십 진짜 싫다
-이걸 다시 정주행하는 내 인생이 레전드.
-전 남잔대요 이불속에서 쪼개면서 보는중.
-여친 존나이쁘다 내스타일이다
-다음 영상이 시급!!! 여주분 보이스프로덕션 소속이였어! 너무이쀼다….심쿵 바로구독 ㅠㅠ
네리버나 해창전자의 공식 SNS채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네리버에서 약 2000만 뷰, SNS에서 1000만 뷰, 기타 영상 플랫폼에서 1000만뷰.
청순한 멜로는 도합 8000만뷰라는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하는 중이었다. 거기다 아직 10화까지만 나간 상황이고 앞으로 남은 3화까지 나가면.
“ 얼추 1억뷰는 찍히겠어. ”
큰 문제 없이 1억뷰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더불어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강하진의 인지도 역시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었다.
“ 그래. 이 정돈돼야 제대로 된 보상이지. ”
노트북 화면을 가만히 보며 웃던 주혁은 이내 수첩을 꺼내 청순한 멜로 관련 미래정보를 지웠다.
1억뷰 역시 시간문제였기에.
몇 시간 뒤.
사장실의 문이 다시 열렸다.
-끼익.
“ 사장님. 모시고 왔습니다.”
황실장과 일전에 노트북 검사를 해주었던 업자가 양손에 검사장비를 주렁주렁 들고는 강주혁에게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 아, 어서들 오세요. ”
-스윽.
그에 따라 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업자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업자가 들고 온 장비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기와 노트북 그리고 흔히 서비스센터에서 볼 수 있는 장비들이었다.
대충 책상에 장비를 펼친 업자가 주혁에게 물었다.
“ 이 핸드폰들 전부 확인하면 됩니까? ”
“ 네. 그리고. ”
-스윽.
주혁이 오늘 개통한 ‘실버’ 핸드폰을 내밀었다.
“ 이건 특히나 세세하게 확인 좀 해주세요. 기기 자체에 뭔가 다른 점이 있는지까지. 중요한 핸드폰이니까, 특히나 조심히 다뤄주시고 전부 확인할 때까진 제가 지켜보겠습니다. ”
“ 아, 알겠습니다. ”
대답을 마친 업자가 본격적으로 기기 검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속도는 빨랐고 약 2시간 정도 지나자, 업자는 주혁의 ‘실버’핸드폰을 금덩어리 다루듯 집어서 검사를 마쳤다.
이어서 장비를 정리하던 업자가 주혁에게 결말을 던졌고.
“ 전체 기기에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 그래요? ”
“ 예. 그리고. ”
업자가 강주혁에게 따로 받은 ‘실버’핸드폰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 이쪽도 별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기기 자체도 깨끗합니다. 일반적인 공기계가 맞습니다. ”
“ 그렇습니까? ”
“ 예. ”
주혁이 웃었다.
“ 그러니까 평범한 핸드폰이다 이거군요. ”
약간은 의미심장하게 들렸는지, 업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지만, 이내 주혁에게 인사를 던지곤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어느새 사장실에 혼자남은 주혁은 자리에 앉아, 천천히 핸드폰을 바라봤다. 거울처럼 깨끗한 은색 빛이 나는 핸드폰. 뭔가 영롱하기까지 한 핸드폰을 쳐다보며 주혁이 혼잣말을 뱉었다.
“ 그런데 왜 이번에는 김재황 사장을 통해서 전달됐을까. ”
의아했다. 애초 브론즈 핸드폰은 이런 식이 아닌 주혁이 직접 움직여 획득했었다. 그런데 이번 실버 핸드폰은 희한하게 김재황 사장을 통해서 전달됐다.
“ 혹시 보이스피싱이 김재황 사장과 연관이. ”
말을 하던 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 말도 안 되지. ”
보이스피싱이 김재황 사장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그도 그럴게 강주혁이 잠깐 생각하는 와중에서도 이렇게 쉽게 추리할 정도다.
무려 미래를 판매하는 보이스피싱인데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었다. 거기다 김재황 사장은 특히나 강주혁과 교류가 많은 인물.
그런 인물을 강주혁에게 붙여놓고, 심지어 실버단계의 핸드폰을 전달하게 한다?
“ 의미가 없지. ”
그렇다면 뭘까? 그때 주혁의 머릿속에서 브론즈 핸드폰을 획득했을 당시 들렸었던 편의점과 핸드폰 대리점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열려있었지만, 다음날 확인차 갔을 땐 마치 전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굳건히 문이 닫혀있던 모습. 그리고 오랫동안 장사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가만히 생각하던 주혁은 이내 결론을 내렸다.
“ 그래. 김재황 사장도 그때 그 편의점이나 핸드폰 대리점처럼 그저 매개체일 뿐이겠지. ”
그저 핸드폰을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거대한 재벌이지만, 보이스피싱에게는 그저 핸드폰을 조달하는 매개체일 뿐.
“ 이런 방법으로도 개입할 수 있다 이건가? ”
브론즈 단계 당시 강주혁은 집에 박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였다. 사람과 교류가 전혀 없었고 따라서 직접 핸드폰까지 준비해준 것일지도 모르나, 현재는 다르다.
주혁의 주변에는 핸드폰을 전달할 매개체가 넘쳐나고, 가장 간편하게 전달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김재황 사장이 아니었을까? 정도로 주혁은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 순간.
-띠링!
주혁의 품속에 있던 핸드폰에 문자 도착음이 울렸고.
-박기자.
-박송호 관련, 첨부파일 확인할 것.
문자를 보낸 것은 박기자였다. 내용을 확인한 주혁이 옅은 미소를 띠었다.
“ 만나는 게 일요일 아침이었지? ”
다음 날 아침. 토요일.
매주 토요일 오전에 방영하는 SBN의 ‘맛맛맛’이 시작됐다. 방송의 취지는 인터넷이나 SNS 등으로 유명해진 맛집 탐방을 나선다는 느낌인데, 이번에 방영한 ‘맛맛맛’의 포맷은 약간 달랐다.
물론 방송 포맷의 뼈대는 비슷했지만, 이번 회에 방영된 맛맛맛은 약간 문화재를 탐방하는 느낌이 강했다.
거기다 항상 리포터인 김소연이 1인 진행을 맡았었는데, 이번에는 유명 개그우먼 최미린이 동참했다.
“ 미린씨! 마카롱 좋아하세요? ”
“ 어머. 저 환장하죠. ”
“ 흐응~ 그래서 저희 맛맛맛이 이번 주 방문한 곳은 광주에 있는 KR마카롱입니다! ”
“ 워후! ”
확실히 최미린은 개그우먼이라 그런지 리액션이 끝내줬다. 방송의 시작은 여타 맛집 소개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KR마카롱 위치를 설명하고, 가게 내부로 진입. 이어서 KR마카롱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에게 인사하며 포커스를 잡다가, 유리로 치장된 진열대에 즐비한 한국적인 KR마카롱을 바짝 클로즈업 했다.
“ 세상에! 얘네 영롱한 것 좀 봐! ”
“ 미린씨. 표현이 참. ”
“ 저 마카롱 덕후라서 진짜 여기저기 찾아다니는데. 이런 한국적인 색이 입혀진 마카롱 처음 봐요! 귀여워! ”
이후, 젊은 부부가 건네는 마카롱을 종류별로 맛보면서 마카롱 소개로 이어졌다.
“ 사장님! KR마카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살 수 있는 세트가 아예 다르다면서요? ”
리포터 김소연이 젊은 부부에게 마이크를 넘겼고, 젊은 부부가 KR마카롱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화면은 다시금 형형색색의 KR마카롱을 비춰줬고 그 와중에 젊은 부부의 목소리가 깔렸다.
‘맛맛맛’은 KR마카롱 소개에 충실했다.
그렇게 약 50분 동안 KR마카롱 위주로 진행하던 방송은 마지막 10분은 남겨놓은 상황에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 미진씨! 혹시 내 어머니 박점례나 28주, 궁궐을 보셨나요? ”
“ 최근 제가 최고로 아끼는 드라마에 소장하고 싶은 영환데요? ”
“ 흐응~ 그럼 강주혁님도 아시겠죠? ”
“ 어머 대한민국에서 탑스타 강주혁님을 모를 수가 있나요? ”
대답을 들은 리포터 김소연이 미소지으면서 건물 3~4층을 가리켰다.
“ 이곳에 그 화제의 중심! 강주혁님이 운영하는 제작사 보이스프로덕션이 있습니다! ”
카메라가 빠르게 3~4층을 비추고, 이어서 자막이 깔렸다.
‘KR마카롱을 취재하면서 우연히 발견!’
건물을 자세히 비추던 카메라는 리포터 김소연과 개그우먼 최미린을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안내판에 표시된 보이스프로덕션 상호도 찍고, 전체적인 건물 분위기도 비춰준다.
그렇게 ‘맛맛맛’은 KR마카롱 50분, 남은 10분은 보이스프로덕션 위주로 전파를 탔고.
당일 점심.
『SNS에서 난리난 ‘KR마카롱’ 알고 보니 강주혁의 보이스프로덕션과 같은 건물!』
대중들에게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같은 날 저녁.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는 28주, 궁궐은 어제였던 11월 8일 오늘인 9일에 13부와 14부가 방영됐고.
-13부 평균 시청률 14.6%, 최고 시청률 15.5%
-14부 평균 시청률 15.1%, 최고 시청률 15.8%
14부에서 평균 시청률 15%를 돌파하면서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헝허유ㅠㅠㅠ담주까지 어케기다림….
-재욱아! 누나가 많이 아낀다!!!
-오늘 헤나 존나 이쁘네.
-와씨. 오늘 화에 강하영 개 밉상으로 나오던데. 연기 잘하더라. 죽여버리고 싶게.
-나는 김건욱을 다시 봤음. 생각보다 사극에 너무 잘 어울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남잔데. 드라마 본방 챙겨본 거 처음ㅋㅋㅋ
-강주혁좌 찬양해라. 이 분 때문에 드라마 탄생한 거다.
-벌써 다음 주면 마지막이라니….
다음 주 막방이 예정된 28주, 궁궐이었지만, 그 기세는 여전히 파죽지세. 덕분에 WTVM 드라마국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28주, 궁궐’ 마지막 회 이후, 특별편으로 한주 더 방영한다.』
『특별편 편성 확정으로 시청자들 열광!』
메이킹부터 비하인드, 그리고 배우들의 인터뷰까지 여러 가지 영상이 섞인 특별편까지 WTVM 드라마국이 제대로 힘을 내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 약속장소인 고급 중국집.
박송호는 박기자를 기다리며 찌라시 돌릴 내용을 핸드폰으로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꽤 기대감에 차 있었다.
‘ 디쓰패치라니. 아주 크게 퍼트릴 수 있겠어. 크크. ’
박송호가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을 때였다.
-드륵.
방문이 열렸고, 그에 따라 박송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 반갑······흐헉! ”
“ 오랜만이죠? ”
방 안으로 들어선 인물은 박기자가 아닌 풀 정장을 차려입은 강주혁이었고.
-드륵, 탁!
자연스럽게 방에 들어선 주혁이 방문을 닫았다. 그러자 박송호가 어버버거렸다.
“ 어, 어떻게 당신이 여길! ”
“ 식사는요? ”
“ 뭐, 뭐?! ”
-스윽.
괴물이라도 본 듯이 어정쩡하게 서 있는 박송호에 비해 주혁은 무심하게 자리에 앉았고.
“ 앉으세요. ”
자연스레 박송호에게 앉으라는 시늉을 던졌다. 그러나 박송호는 앉지 않았고, 그를 담담하게 쳐다보던 주혁이 탁자 위에 얇은 투명 파일을 올리면서 바로 본론을 던졌다.
“ 증거. 보셨습니까? ”
“ ······뭐? 뭔 증거? ”
“ 당신이 잘릴 때 국장님이 보여준 증거. ”
주혁의 말이 끝나자, 박송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보셨겠죠. ”
“ ······ ”
말문이 막힌 박송호였고,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양손을 모으면서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 그런데 실은 증거가 그게 끝이 아니에요. 내가 국장님에게 전달한 건 정말 일부분. 그리고 박송호씨 털어보니까, 이것저것 먼지가 아주 많이 나던데요. 세상이 무섭지도 않았나 봅니다. ”
“ 그, 그게 뭔. 당신이 전달했다고? ”
-스윽.
“ 보시겠습니까? ”
주혁은 대답 대신 준비해온 얇은 투명 파일을 그에게 건넸고 박송호가 미심쩍게 파일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파일을 집어 펼쳤다.
잠시간 파일 안을 노려보던 박송호의 얼굴이 똥 씹은 얼굴마냥 일그러졌다.
“ 시발! 이게 다 뭐야. 어, 어떻게!! ”
“ 뭐긴 뭐겠습니까? 보시는 대로죠. ”
“ ······큭. 이거 뭐하자는 겁니까? ”
어느새 반말에서 존댓말로 바뀐 박송호였고, 그 모습에 주혁이 피식하며 가볍게 답했다.
“ 뭐, 쉽습니다. 앞으로 나대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당신 목숨줄 제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연출자로서 밥 벌어 먹고살려면 구멍가게 제작사라도 취업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근데 그 증거들이 이 바닥에 퍼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
“ ······ ”
박송호는 대답이 없었다. 당연했다. 서서히 박송호는 망가진 자신의 미래가 어렴풋이 보였을 테고.
“ 박송호씨. 경고합니다. 앞으로 다시 한번 내 앞에서 알짱거리시면 이 바닥에 발 못 붙이게 해드리겠습니다. 아니, 아예 얼굴 못 들고 다니게끔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러운 짓도 그만두세요. 지켜보겠습니다. 알아듣겠습니까? ”
“ ······ ”
“ 알아듣겠습니까? ”
“ ······알겠습니다. ”
그 미래는 강주혁의 손아귀에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다음날 보이스프로덕션 사옥, 사장실.
사옥으로 출근한 주혁은 사무실의 문을 열자마자 커피를 내리기 위해 커피머신 쪽으로 걸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실버’핸드폰이 처음으로 벨소리를 뱉었다.
그와 동시에 주혁은 움직임을 멈추고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070-1004-1009
“ 왔다. ”
실버단계로서 처음 온 보이스피싱.
주혁은 약간 떨리는 손으로 통화를 눌렀다.
[‘실버’단계 주인이 되신 강주혁님 환영합니다.] [강주혁님은 지금 이 순간부터 유료 서비스인 ‘실버’단계를 총 30번 이용하게 되십니다!] [‘실버’단계는 강주혁님이 ‘브론즈’단계를 완벽하게 숙지했다는 판단하에 진행됩니다!] [유료 서비스인 ‘실버’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달라졌다. 확실히 뭔가 달라졌다.
먼저, 멘트가 달라졌고 여자 목소리 또한 바뀌었다. 브론즈단계 때는 좀 차분했다면 이번에는 경쾌한 여자 목소리.
잠시간 멈춰있던 주혁이 1번을 눌렀다.
-띠익
익숙한 터치음.
[······강주혁 님에게 맞는 정보와 미래를 수집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이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강주혁이었다.
1초, 5초, 10초, 1분.
핸드폰 너머에는 통화 특유의 소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약 2분여가 흘렀을 때.
띠링!
[진행 완료했습니다.]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14주 동안’, 2번 ‘당해낼 수 없다’, 3번 ‘새벽 3시 ’, 4번 ‘데이트 폭력’, 5번 ‘간 큰 여자들’, 6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키워드를 듣는 순간 주혁의 눈이 커졌다.
“ 키워드 질이 좀 높아진 것 같은데?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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