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struck a jackpot after a marriage RAW novel - Chapter 57
057 확인시켜줄게요
“한번 지껄여보든가.”
강별의 싸늘한 말투에 장마엘이 억울하다는 듯 양손을 내저으며 부인했다.
“이사님, 무슨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시는 겁니까!? 설마 지금 유치원도 졸업 못한 꼬맹이의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어. 예나는 착한 어린이거든.”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는 사이 김하늘은 조심스럽게 예나를 내려준 후, 그 앞을 가로막았다.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정말 억울합니다! 이사님과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억울해야 할 건 나지.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너 같은 놈을 돈 먹여가며 키운 걸 생각하면 속에서 열불이 나.”
“저는 모르는 일이라니까요!”
“지금 보니 마약에 손을 댄 것도 너였구나? 어쩐지, 우리 오빠답지 않게 일 처리가 느리다 했지. 애초에 그 자료를 만든 게 너였으니.”
“하, 거참.”
확신이 서린 강별의 말에 장마엘의 표정이 굳었다. 직전까지 억울함이 가득했던 그의 얼굴에는 어느샌가 싸늘한 미소만이 남아있었다.
김하늘은 저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먹튀하려는 놈들의 전형적인 패턴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제압해놓자.’
김하늘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오늘은 예나만을 위해 특별히 오픈한 전시회라서, 건물 내부에는 현재 김하늘 일행밖에 없었다. 경호원들도 다 바깥에서 대기하는 중이고.
‘장마엘도 뻔히 이 사실을 알고 있을 테고.’
보통이라면 이쯤에서 경찰 부르고 끝내겠지만, 강별의 말마따나 마약과 연관된 조직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한 그가 인질이라도 잡으려 든다면 곤란해진다.
그렇게 마음먹은 김하늘이 땅을 박차려던 순간, 누군가 장마엘의 옆쪽에서 튀어나왔다.
“다들 왜 그러고···. 꺄악-!?”
“움직이지 마!”
“······.”
김하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봐 미리 제압하려던 건데. 상황이 점점 안 좋게 흘러갔다.
강바다를 붙잡은 장마엘은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그녀의 목에 가져다 댔다.
“막내를 놔줘.”
“지랄. 피 보기 싫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원하는 게 뭐야?”
“앞에 경호원 전부 물려. 차 한 대 가져오고. 괜히 허튼짓하지 마. 내가 네년 밑에서 일한 게 몇 년인지 알지?”
무시무시한 눈으로 장마엘을 노려보던 강별이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곧바로 통화가 연결되고 강별이 입을 떼려던 순간. 김하늘이 앞으로 나섰다.
“죽여.”
“···뭐?”
“죽이라고.”
싸늘한 김하늘의 말에 전시회장이 통째로 얼어버렸다.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김하늘을 쳐다봤다.
“왜. 막상 판 깔아주니까 못 하겠어?”
“김서방!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이성적으로 생각하세요. 저희가 요구대로 들어준다고 해도 저놈이 순순히 강바다를 놔줄 것 같습니까? 끌려가면 더 비참한 일을 당할 뿐이에요.”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잔뜩 흥분한 강별이 다그쳤으나, 김하늘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바다 씨의 목숨이 위험한 건 똑같습니다. 그럼 복수라도 제대로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뭐?”
김하늘에 말에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강바다와 강별은 물론이고, 장마엘까지 미친놈을 보는 듯한 눈으로 김하늘을 바라봤다.
“실망스럽네요. 대한 그룹의 일원이라고 자랑하시던 분께서 이성적인 판단조차 못 하시다니. 차라리 동화에서 등장하는 ‘표범’이 더 낫겠어요.”
“이 상황에서 말장난이 나와!?”
“쯧. 여긴 그냥 저한테 맡기시고, 저 꼬맹이나 다른 곳으로 옮겨주세요. 애들 보기에 썩 좋은 장면은 아닌 것 같으니.”
“······?”
표범과 꼬맹이.
그 낯선 단어에 강별의 두뇌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예나의 동화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금 제정신인가?’
마침내 김하늘의 작전을 읽어낸 강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건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윽박지르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강별의 시선이 문득 예나에게 닿았다. 혼란스러운 눈으로 덜덜 떨고 있는 그녀를 보자, 머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금은 예나를 피신시키는 게 우선이야.’
지금 상황은 예나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하물며 눈앞에서 강바다가 죽는다는 최악의 트라우마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결단을 내린 강별은 현장을 등진 채, 김하늘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하늘. 지금은 일단 네 계획에 따라주겠어. 허나 만에 하나라도 막내가 다치면 넌 내 손에 죽는 거야. 명심해.”
“······.”
직후 강별은 예나를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그녀가 이 상황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며. 그녀를 최대한 안심시켰다.
“내가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
“그 입 다물어.”
“···뭐?”
장마엘이 얼른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려고 소리를 내질렀으나, 강별이 감정 하나 담기지 않은 싸늘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장마엘. 혹여 자수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어떻게든 꺼내서 다시 내 앞으로 끌고 올 테니까.”
“······.”
서슬 퍼런 말을 끝으로 예나를 데리고 나가버리는 강별. 그 기세가 어찌나 살벌한지, 장마엘은 그녀를 붙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허. 허허허···. 이 또라이 같은 새끼들.”
“그걸 이제야 알았어? 이 집안의 사고방식은 너도 알잖아. 당한 놈이 병신이라는 거.”
“······.”
“항상 준 것 이상을 받아낸다나 뭐라나. 남들 고혈은 잘도 빨아먹으면서, 지들 가족은 또 끔찍하게 아껴요. 너도 곱게는 못 죽을 거다.”
꿀꺽-
장마엘이 마른 침을 삼켰다. 나이프를 붙잡은 손이 살짝 떨리며 강바다의 피부를 찔렀고, 그녀의 목에서 한 줄기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본 김하늘이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을 마주한 장마엘은 순간 김하늘과 악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나랑 거래하자.”
“또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인질을 잘못 잡은 건 너도 알고 있지? 강별이면 모를까, 지금 너한테 붙잡힌 그 멍청한 년은 집안에서도 반쯤 내놓은 자식이잖아.”
“······.”
“재산 많고 얼굴도 반반해서 꿀이나 좀 빨려고 했더니. 정말 여러모로 귀찮게 하네.”
움찔-
강바다가 눈에 띄게 몸을 움찔했다. 장마엘 역시 자신보다 몇 배는 더 진한 김하늘의 광기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조금 전까지 봤던 사이 좋은 모습은 모두 연기였단 말인가. 장마엘은 그럴 리가 없다 생각하면서도, ‘혹시’하는 일말의 의심이 생겨났다.
일단 본인부터가 정체를 숨긴 채 강별 밑에서 일해온 사람이었으니까.
“빨리 찔러. 놓친 척하고 그냥 보내줄 테니까.”
“뭐?”
“어차피 혼인신고 끝났거든? 그년 죽으면 재산 전부 내꺼라고. 그러니까 강별 그 재수 없는 년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죽이고 튀라고. 병신아.”
“······.”
장마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이 지금 허세를 부리는 것 같기는 한데. 워낙 실감 나게 말을 하니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본래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지 않던가.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고, 상대가 바라는 대로 해주면 괜히 숙이고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결국 장마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입술만 깨물었다.
“멀뚱멀뚱 뭐 하고 있어, 이 ‘멍청한’ 새끼야!”
“닥쳐! 내가 알아서···. 아악-!”
홧김에 목소리를 높이려던 장마엘의 손에서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강바다가 장마엘의 손을 물어뜯었다.
툭-
예상치 못한 공격에 장마엘이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직후 번개같이 뛰쳐나간 김하늘이 놈의 손목을 붙잡았다.
쿵!
동시에 김하늘은 두 사람 사이로 몸을 끼워 넣으며,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장마엘을 바닥에 꽂아버렸다.
“커억-!”
“···넌 진짜 뒤졌어.”
콰직-!
분노 어린 김하늘의 주먹이 장마엘의 얼굴을 짓뭉갰다. 거의 동시에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들이닥쳤다.
그럼에도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다시금 장마엘의 얼굴을 내리치려 하는 김하늘. 허나 직전에 그의 손이 멈칫했다.
퍼뜩 고개를 든 김하늘은 경호원에게 장마엘을 떠넘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다 씨, 괜찮아요!?”
“······.”
“어디 봐요. 아까 목에서 피가 나는 것 같던데, 일단 소독부터···.”
툭-
강바다가 가볍게 김하늘의 어깨를 밀쳤다. 이에 당황한 김하늘의 몸이 굳어버렸다.
허나 그것도 잠시.
김하늘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 아무리 강바다를 구하기 위해서였다지만, 몹쓸 말을 꽤 많이 했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변명하지 마요.”
“그건 제 진심이 아니었어요.”
“알아요. 나도 아는데···.”
고개를 떨군 강바다.
붉은 카펫 위로 투명한 물방울이 뚝, 뚝 떨어져 내렸다. 움켜쥔 그녀의 두 주먹은 애처로울 정도로 부들거렸다.
저도 모르게 손을 내뻗던 김하늘이 멈칫거렸다. 갈피를 잃은 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애꿎은 허공을 움켜쥐었다.
“미안해요. 저를 구하려고 한 거짓말인 거 전부 알아요. 근데 뭔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하늘 씨가 저를 사랑한다는 거 분명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제 마음은 그게 아닌가 봐요···.”
“바다 씨.”
“지금은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곧 괜찮아질 거니까. 금방 원래대로···!?”
김하늘이 양손으로 강바다의 얼굴을 붙잡았다.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는 그녀. 물기에 젖은 촉촉한 눈으로 멍하니 김하늘을 바라보던 그때.
“직접 확인시켜줄게요.”
김하늘의 입술이 강바다에게 닿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녀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순간 당황해서 물러나려고 하는 강바다. 허나 김하늘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
강바다의 눈가에 남아있던 마지막 물기가 방울져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잠시 말없이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시금 입을 맞췄다.
한 번, 두 번.
입술이 부딪힐 때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강바다는 아주 조심스럽게 김하늘의 옷깃을 붙잡았다.
“나머지는 집에 가서 하지?”
“······!?”
별안간 뒤쪽에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강별과 경호원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언니 오빠, 꽁냥꽁냥.”
강별의 손을 붙잡은 채 멍하니 두 사람을 올려다보는 예나. 김하늘과 강바다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 * *
“다행히 눈에 띄는 PTSD(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없습니다. 예나의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 같아요.”
“방어기제요?”
“마왕과 마녀가 악당을 무찔렀다고 하더라고요. 일종의 연극. 즉, 본인이 그린 동화 속의 상황처럼 인식한 모양이에요.”
“···좋게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요?”
강바다가 불안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고, 이에 주치의는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장기적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의사로서의 제 소견은 그렇습니다.”
“다행이네요.”
강바다는 제 옆에서 잠든 예나의 머리를 정돈해줬다. 오늘 각종 심리검사를 하느라 상당히 지쳐버린 모양.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의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보다 바다 씨는 어떠세요?”
“저요?”
“목에 칼이 들어오는 경험이 흔하지는 않잖아요? 특히 바다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보니, 기존의 트라우마가 더 강해졌을 수도 있거든요.”
“으음···.”
의사에 말에 강바다는 잠시 고민하듯 허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이전보다 괜찮아진 기분이랄까. 천둥도 예전만큼 막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요.”
“긍정적인 변화네요. 어떤 게 바다 씨의 마음에 용기를 심어줬나요?”
“제 남편이요.”
강바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했다. 밖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김하늘을 떠올리자,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안심돼요. 제가 무서워할 때마다 항상 달려와 주거든요. 가끔 제가 너무 의존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시나요?”
“조금은요. 이제 저는 그 사람 없는 삶을 상상할 수도 없는데, 그 사람은 점점 제 손에서 벗어나는 것만 같아서요.”
이제 김하늘에게 돈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메가 히트작을 낸 만큼, 자신의 지원이 없어도 충분히 먹고살 만큼의 돈이 들어오니까.
그래서인지 요즘은 자꾸 김하늘의 졸업 앨범 속에서 봤던 여자들이나, 방송을 보고 추파를 던지는 댓글들이 신경 쓰였다.
허나 그것도 잠시.
강바다는 손에 찬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아주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래도 이제 괜찮아요. 저는 하늘 씨를 믿거든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 사람은 언제나 제 곁에 있어 줄 거라 생각하게 됐어요.”
“좋은 분을 만나셨네요.”
“저한테는 과분한 사람이죠.”
후후-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음을 삼켰다. 직후 의사는 자신이 보고 있던 진료 차트를 덮으며 말을 이었다.
“의사로서의 상담은 여기까지예요. 이후로는 먼저 결혼한 선배로서 해주는 조언.”
“네?”
“여행을 다녀오시는 게 어떨까요?”
“여행이요?”
“네. 큰일을 겪으셨으니, 놀란 마음도 진정시킬 겸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좀 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으음.”
강바다가 입술을 오므리며 고민을 시작하자, 주치의가 얼른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마시고요. 그냥 가볍게 남편분한테 얘기해보는 거예요. 아셨죠?”
“···네, 감사합니다.”
여행, 여행이라.
강바다는 왠지 깊은 울림을 주는 그 단어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예나 이리 주세요.”
“응. 고마워요.”
자연스럽게 예나를 넘겨받은 김하늘.
그는 세상모르고 잠든 예나를 보며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그 모습에 강바다는 괜히 또 심장이 쿵쿵대는 것을 느꼈다.
“의사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셨어요?”
“큰 문제는 없다고 하셨어요.”
“그건 정말 다행이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두 사람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뭔가 생각났다는 듯 김하늘이 강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바다 씨한테 부탁할 거 하나 있는데.”
“무슨 부탁이요?”
강바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하늘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다시금 말을 이었다.
“저번에 땄던 소원권 지금 쓰려고요.”
“유통기한 끝난 지 한참 됐는데.”
“에이, 진짜 그러실 거에요?”
“일단 들어는 볼게요.”
“별 건 아니고. 같이 여행이나 가자고요.”
“응?”
오히려 상대 쪽에서 여행을 제안해오자 잠깐 당황한 강바다. 그러자 김하늘이 슬쩍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다행히 큰일은 안 벌어졌지만. 마음의 휴식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럴 때는 또 여행만 한 게 없거든요.”
“···그게 하늘 씨 소원이에요?”
강바다가 어이없다는 듯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그러자 김하늘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받았다.
“싫어요?”
“싫다고는 안 했는데.”
“그럼 같이 여행 가는 겁니다?”
“그건 생각 조금만 더 해보고요.”
“언니 오빠 꽁냥꽁냥···.”
푸흣-
적절하게 치고 들어온 예나의 잠꼬대에 두 사람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푸른 바다가 반짝이는 제주도를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