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197
197. 설마, 금강불괴(金剛不壞)2016.09.21.
“누구냐?”
어둠 속에서 낯선 얼굴의 관병이 다가오자 막사 주위를 둘러보던 십호장이 짐짓 경계를 하며 외쳤다.
“본인은 백호장 임훈이라는 사람일세.”
오 척 정도의 단신에, 투구에 달린 흰 깃털.
그 모습을 본 십호장 종익(鐘翼)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허헛. 괜찮네. 배정된 구역을 맘대로 넘어왔으니 당연히 날 알아볼 수 없었겠지.”
상대는 화를 내기보다 넉살 좋게 웃었고 그로 인해 종익의 경계가 한결 누그러졌다.
“헌데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아, 부탁 하나를 하려고 왔네.”
중년인은 종익에게 한 걸음 다가가 나직이 말했다.
“신호탄을 최대한 많이 모아 내게 주게.”
“신호탄이요?”
“어헛. 목소리가 크네.”
백호장은 주위를 훑더니 목소리를 더욱 낮추며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단시간 내 많은 양의 신호탄을 준비하기 위해 무척 고생하지 않았나. 때마침 천호장께서 급히 구한다고 언질을 줘 여길 온 걸세.”
“예? 천호장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까?”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여기까지 왜 왔겠나?”
백호장은 한 발 더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워낙 극비인 얘기네. 천호장께서 실수로 양을 잘못 계산하신 모양이야.”
“헌데 어느 천호장께서…….”
고개를 끄덕이던 종익이 어느 시점에서 다시 갸웃거렸다.
“뭐야? 지금 내 말이 의심스럽다는 겐가? 그리 못 믿으면 따라오게.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지.”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러고는 곧장 수거해보겠다 말하며 황급히 막사 안으로 향했다.
그렇게 일각쯤 흘렀을 때였다.
십호장 종익이 급히 나오며 말했다.
“여섯 개입니다. 많이 구하지 못했습니다. 십호장 이상만 소지할 수 있는 터라…….”
“음. 좋아. 수고했네. 내 자네를 잊지 않음세.”
백호장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는 그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뒤돌아섰다.
그렇게 그가 몇 발짝 걸을 때였다.
“저기, 백호장님.”
‘이런. 눈치챘는가?’
백호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매우 자연스런 동작으로 뒤돌아섰다.
“뭔가?”
“제 이름은 종익입니다.”
“……?”
“그냥 그렇다구요.”
그는 매우 조심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백호장, 방호는 그제야 그 의미를 깨닫고는 재차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종익이라. 알겠네. 내 자네 이름을 꼭 기억해 두지.”
*
“대체 이건…….”
천호장 허천도(許天挑)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수십 명의 관병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런 현장을 발견한 것이다.
“대장, 혹시 적이 벌써 들어온 것이 아닐까요?”
백호장 하나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그의 뒤쪽에는 관병 스무 명이 잔뜩 진중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말씀하시면 전군에 알리겠습니다.”
“아니, 잠깐, 기다려.”
“예?”
말을 타려던 백호장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허나, 그의 물음에도 허천도는 아무 말 없이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뭔가 있다.’
주위는 횃불 하나, 인기척 하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조용했다.
그러나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자들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인기척이었지만, 분명 사람의 기척이었다는 것을.
“그럼 싸울 준비를…….”
“억!”
그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채 말을 잇지 못한 백호장이 삽시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너무나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허천도는 잠시 멍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적이다!”
챙 챙 챙 챙!
상황을 파악한 관병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며 천호장 주변을 삥 둘러쌌다.
허천도 역시 검자루를 잡고는 매섭게 주위를 훑고 있었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인가?’
그의 등골에 땀이 또르륵 떨어졌다.
삽시간에 백호장이 죽어나갔다.
자신을 겨냥했다면 분명 일격을 당했을 만큼 매서운 공격이었다.
‘오른쪽?’
흐릿한 뭔가가 다가오자 그는 빠르게 반응하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늦었다.
백호장 한 명이 또다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가떨어져 버린 것이다.
“뭐야? 당한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관병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천호장인 허천도 역시 어이가 없을 정도인데 고작 십호장 직책을 가진 이들이 침착함을 유지할 리는 없었다.
‘망할!’
허천도는 짜증이 났다.
두 번이나 모습을 드러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의 얼굴은커녕, 움직임조차 쫓지 못했다.
점점 손끝으로 퍼지는 무력감이.
공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스윽.
검을 세운 그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내공을 사용해 모든 집중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승부를 지어야 한다.’
남은 관병은 스물셋.
무예를 익힌 백호장 둘과 십호장들로, 나름 날쌔고 민첩한 자들이었다.
‘이번엔 어디냐?’
일촉즉발의 상황.
팽팽한 긴장감이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들 때였다.
‘정면이다!’
순간 흐릿한 인기척을 포착.
허천도가 있는 힘을 짜내 검을 휘둘렀다.
‘걸렸…….’
그 순간.
거짓말처럼 환영이 일며 눈앞의 사내가 사라졌다.
퍼퍼퍼퍼퍼퍼퍼퍽!
그리고 거의 동시에 등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엄청나게 들려왔다.
꿀꺽.
검을 들고 서 있던 허천도가 침을 삼켰다.
등 뒤로 느껴지는 서늘한 한기.
그는 두려움을 누르며 조심히 뒤를 돌아보았다.
“헙!”
그의 불길한 직감은 정확했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관병들.
어디로 갔는지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허천도의 눈에 피풍의를 둘러쓴 거구가 눈에 들어왔다.
‘권사다…….’
그를 정면으로 보진 않았지만 허천도는 알 수 있었다.
상대의 손에 아무 병기도 들려 있지 않다는 것을.
“이이익.”
일순간 지금이 기회라 느낀 허천도는 급히 검을 휘둘렀다.
휘휘휘휘휙!
일순간 여섯 번의 호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검.
그런 그의 검술에도 복면인은 느릿한 동작으로 반응했다.
캉!
그런 상대의 얼굴 쪽에서 허천도의 검이 멎었다.
검이 뭔가에 걸린 듯 더는 움직이지 않자 허천도는 원인을 찾기 위해 시선을 집중했다.
‘이게 대체……!’
이윽고 그는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검이 상대의 두 손가락에 잡혀 있다는 것을.
검에 잘려나가리라 생각했던 손가락이 오히려 검날을 잡아버린 것이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검을 손가락으로…… 그것도 검기를 실은…….”
웃음을 짓던 허천도의 표정이 천천히 굳었다.
검기를 발출할 실력은 되지 않았지만 분명 검에 실었다.
헌데 어떻게 복면인이 잡은 것인가.
“설마, 금강불괴(金剛不壞)?”
절정고수를 뛰어넘은 자들이 쓰는 최고의 외가기공.
금강석처럼 신체를 단단하게 만들어 적의 어떠한 공격도 방어해 낸다는 금강불괴가 아니고선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아냐.”
하지만 복면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허천도가 숨을 들이켜는 순간, 삽시간에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그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허천도는 그의 모든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언가권이라 불리는 권법이지.”
그는 웅산군.
한때 중원제일권으로 불리는 최고의 권사였기 때문이다.
*
파앗!
“어엇?”
“어어어?”
동쪽에서 신호탄 하나가 피어오르자, 막사 밖에 나와 있던 관병들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적이 나타났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외침.
근처 관병들은 즉각 신호가 난 곳으로 달려갔고, 멀리 떨어져 있던 관병들 역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지휘사 근처의 관병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소란이 이는 것을 들었는지 도지휘사 장대풍이 걸어 나오며 물었다.
“적이 온 거요?”
이미 나와 있던 금의위 초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쪽입니다.”
“허허헛. 드디어 발각된 모양이구려.”
적이 나타났는데 너무나 태연하게 반응을 해서일까.
장대풍의 느긋한 말에 다른 금의위 둘의 인상이 굳었다.
그들의 반응에 도지휘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곧 포획될 것 같으니, 그럼 난 느긋하게 기다리겠소.”
여전히 사태를 낙관하며 뒤돌아서는 장대풍.
그러던 차에 무슨 일인지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피유유육!
또다시 신호탄이 터진 것이다.
이번엔 서쪽이었다.
“저게 뭐요?”
도지휘사가 당황한 얼굴로 금의위를 바라봤다.
여전히 대답 없는 얼굴의 금의위들.
그는 문득 사내 한 명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묵객이 있었지.”
“묵객뿐이 아니오.”
“뭐요……?”
피유유육!
또다시 멀리서 신호탄이 올라왔다.
남쪽에서 신호탄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피유유육!
또다시 피어오르는 신호탄.
북쪽에서도 날아오른 것이다.
파앙!
조금 더 거리가 가까운 동쪽에서 신호탄이 터졌고.
파앙! 파앙! 파앙!
또다시 서쪽에서, 또다시 남쪽에서, 북쪽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파파파파파파파파팟!
어느 방향 할 것 없이 무수히 많은 신호탄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것도 거리를 두고 계속 터지고 있었다.
“저게 뭐요? 대체 몇 명이 안으로 들어온 것이요?”
점점 심각한 얼굴로 변하는 장대풍의 말에도 금의위들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이는 초명.
진사중과 송자익은 눈에 힘을 주며 신호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핏.
한적해져버린 공터의 막사 사이로 세워진 횃불 하나가 꺼졌다.
“아아.”
십여 명밖에 남지 않은 병사들은 주위를 급히 둘러보았다.
하지만 불길이 꺼진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핏. 핏. 핏.
불이 꺼진 것을 자각할 때쯤, 근처 막사 앞에 세워놓은 횃불이 또다시 꺼졌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핏. 핏. 핏. 핏. 핏. 핏.
오른쪽을 돌며 꺼지기 시작한 횃불은 삽시간에 주위 모든 불빛을 꺼트려버렸다.
챙! 챙! 챙!
순간 검을 꺼내든 금의위 셋은 도지휘사의 곁을 둘러쌌다.
남은 병사들도 창을 꺼내며 주위를 경계했다.
적이 왔다는 걸 감지했던 것이다.
“누구? 응?”
툭.
주위를 둘러보던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퍽 하며 사람이 바닥에 떨어졌다.
적이나 주위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임시로 지은 망루(望樓)에서 사람이 떨어진 것이다.
“위쪽에 사람이 있다!”
도지휘사의 손가락이 망루 위로 향했다.
그의 말대로 피풍의를 날리는 사내가 감시병을 제거하고 그곳에 있었다.
누구 할 것 없이 살기를 내뿜은 금의위.
신호탄 때문에 얼마 없는 병사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날씨가 참 좋군.”
광휘는 그를 향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고는 금의위를 향해 고개를 떨구며 말을 이었다.
“다들 인상들 펴.”
“…….”
“뭘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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