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223
223. 너도 알고 있었잖아.2016.12.21.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팽인호가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벌써 8명째다.
뚫린 공간으로 들어간 사내들 중 단 한 명도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기다리게.”
삼 조장 위무독의 대답은 짧았다.
“위 조장, 다른 수를 써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
갑작스런 위무독의 호통에 팽인호의 눈초리가 날쌘 동물처럼 사나워졌다.
그가 제아무리 천군지사대의 조장이라지만 자신 역시 팽가를 대표하는 장로다.
친히 이곳까지 도우러 와줬기에 그냥 넘어가주고 있는 것이지, 원래는 이런 대우를 받을 자신이 아니었다.
‘한낱 상계 집안의 기관이 이토록 정밀하다니!’
허나, 위무독의 짜증도 역시 팽인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건물이 주저앉을 때 천군지사대 여섯이 죽었다.
그리고 조금 전 구멍으로 여섯 명이 들어갔고 또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삼 조 대원들 중 절반이 넘게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엔 팽가의 무인들이 들어가도록 하게.”
한참을 고민하던 위무독이 나직이 입을 뗐다.
팽인호는 즉각 거부했다.
“무의미한 짓입니다!”
“아냐. 앞서 대원들로 저들의 기관의 원리를 대충 파악한 상태다. 이번엔 실수가 없을 거다.”
“위 조장. 지금 상황에서는 누가 들어가더라도…….”
“빨리 투입해!”
‘이 새끼가!’
우격다짐처럼 명령하는 말에 팽인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쯤 되자 그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랐다.
지금 위무독의 행동은 수하들의 죽음을 보상받으려는 의도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열두 명이 죽은 천군지사대와 달리, 데리고 온 팽가 고수들은 세 명만 화(禍)를 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식솔들이 개죽음당하는 건 팽인호도 용인할 마음이 없었다.
“뭐해, 빨리 안 가…… 응?”
휘이익!
위무독이 성을 내려는 그때, 팽가의 뒷열에서 한 명이 그를 지나쳐 구멍 앞으로 걸어갔다.
“이봐. 거긴…….”
팽인호가 그를 향해 손짓을 했다.
막 위무독과 눈싸움을 하고 있던 팽인호는 그가 누구인지 보지도 못했다.
샤샤샤샥.
파파팟.
무사가 들어간 후, 이전처럼 화살 소리와 창대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뒤이어 작은 바늘이 벽에 박히는 소리까지 들린 뒤, 비명은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흔들렸던 위무독의 입꼬리가 재밌다는 듯 올라갔다.
“호오. 이번엔 뭔가…… 해결되고 있는 것 같군. 내가 뭐랬나? 이미 기관은 파악되었다니까?”
그에 반해 팽인호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은 누구였지?’
분명 손짓을 했었다.
자신이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는 들어가지 말라고.
헌데, 그 무사는 자신을 무시하고 들어간 것이다.
‘복장도…….’
지금 생각해보니 복장이 조금 달라 보였다. 아니, 확연했다.
피풍의를 둘러쓴 자가 자신의 무사들 쪽에는 없지 않은가.
거기다 지금 보니 남아 있는 무사의 수도 아홉으로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투욱.
“……!”
때마침 뚫린 구멍 위로 사내가 불쑥 나타났다.
그를 보자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버리는 팽인호.
그와 달리 위무독은 한 발 다가서며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수고 많았…… 응? 그건 뭐냐?”
사내를 훑어보던 위무독의 눈이 의아하게 변했다.
가지고 들어갔는지, 아님 들고 나왔는지, 처음 보는 거대한 도신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봐. 그거 뭐냐고?”
재차 묻는 질문에도 사내는 말이 없었다.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반쯤 숙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던 것이다.
뭔가 께름칙한 느낌에 위무독의 눈이 싸늘하게 변할 때쯤 팽인호가 입을 열었다.
“장씨세가 호위무사요.”
“누구?”
위무독이 되묻자 팽인호는 이를 갈며 재차 입을 열었다.
“저자가 장씨세가 호위무사란 말이오.”
*
광휘는 눈앞의 사내들을 천천히 흘겨봤다.
철컥. 철컥.
칼을 빼들고 천천히 주위를 도는 천군지사대.
위무독이 눈짓을 하자 네 명의 무사가 광휘를 둘러싼 것이다.
“한 번에 모두 덤벼들어야 하오.”
팽인호는 위무독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위무독이 슬쩍 그를 흘겨보자 재차 말을 이었다.
“저자는 보통의 무인이 아니오. 우리가 고전하게 만든 것도,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모두 저자…….”
“자네가 보기엔 우리는 보통의 무인인가?”
“예? 제 말 뜻은 그 말이 아니오라…….”
“더는 천군지사대를 모욕하지 말게.”
위무독이 팽인호를 노려보며 인상을 썼다.
그런 그를 보던 팽인호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천군지사대가 어떤 맹위를 떨쳤는지는 익히 알고 있다.
허나, 눈앞의 저자가 이룬 업적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광휘는 중원을 무대로 싸웠던 자다.
황실도 감당 못 했던 은자림을, 아예 뿌리를 뽑아 버린 무인.
여기 모두가 덤벼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 어차피 이리된 거 이 사이에 빠져나가는 게 나아.’
팽인호는 현 상황을 빠르게 직시했다.
어차피 위무독이 부대 이름을 들먹이며 무인의 자긍심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는 그를 말리는 것보다 자신의 살길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어차피 조금만 이곳을 벗어나면 다른 무사들이 자신을 도와줄 테니까.
처억. 처억. 처억. 처억.
팽인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사이, 광휘의 전후 방향으로 네 명의 무사가 거리를 좁혀왔다.
그들 모두 자신감이 잔뜩 밴 눈빛이었지만 무작정 달려들지는 않았다.
막상 앞에 마주하고 보니 알 수 있었다. 거대한 도신(刀身)으로 몸을 가린 자가 풍기는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스윽.
마침 광휘의 시선이 바닥으로 더욱 내려갔다.
‘앞은 일 장 두 자(3.6m). 우측은 일 장 석 자(3.9m).’
바닥을 딛고 있는 무사들의 보폭과 자신의 위치였다.
‘좌측은 일 장 한 자 반(3.45m). 뒤는 일 장(3m).’
광휘는 고개를 슬쩍 옆으로 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자신과의 거리와 서 있는 자세.
검의 위치와 상대의 시선.
머릿속에 몇 번이나 각인시키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파팟!
그리고 경직된 공간에서 일순 발 구르는 소리가 들리자 광휘도 곧장 반응했다.
터억.
동작은 단순했다.
왼손으로 잡은 구마도를 오른쪽 어깨에 맞대는 것.
그리고 그 상태에서 있는 힘껏 밀어 버렸다.
퍼억!
우측에서 달려들던 사내는 갑자기 나타난 도신에 검을 제대로 뻗지 못하고 튕겨 날아갔다.
슈욱! 사악! 사아악!
거의 지척에서 광휘의 신형이 우측으로 쏠리자 세 개의 검이 헛되게 공중을 갈랐다.
쉬이익! 쇄액 쇄액!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천군지사대 대원들의 검이 급하게 변화했다.
왼손으로 쥔 구마도를 오른쪽 어깨에 바짝 붙인 탓에 한순간 공간이 열린 광휘를 향해 짓쳐들어온 것이다.
휘릭.
하지만 구마도가 더 빨랐다.
정확히는 구마도를 잡은 자세로 몸을 비틀어 그들의 검을 막은 것이다.
그것이 끝이었다.
촤아악! 촤아악! 촤아악!
공격이 막히는 순간, 기이한 검 하나가 그들의 목을 날려버린 것이다.
파팟.
광휘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먼저 천군지사대 쪽으로 달려나갔다.
신출귀몰한 무위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도약하는 대원들.
그중 광휘의 목표는 정면에 있는 한 명의 대원이었다.
대원들은 광휘가 같이 도약하자 뒤로 물러선 자세로 즉각 검을 휘둘렀다.
캉! 캉!
하지만 이번에도 구마도에 맥없이 막혔다.
패애애액!
그리고 언제 뻗었는지 알 수 없는 날.
한 번의 동작으로 그는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지금이다!”
그 순간 위무독은 외쳤다.
동료가 죽는 사이 준비한 살초.
지이이잉-!
천군지사대 대원 셋이 일시에 검기를 쏘아낸 것이다.
콱!
광휘는 돌아보지도 않고 괴구검을 땅에 박았다.
구마도를 오른손으로 잡고는 빠르게 몸을 비틀었다.
패애애애액!
회전하던 광휘를 향해 쏘아진 검기.
그 기운은 광휘의 도신을 타고 회전하다 어느 순간 그대로 세 방향으로 튕겨나갔다.
“컥!”
“컥!”
“컥!”
구마도에 튕겨 날아간 검기는 내공을 발출한 세 명의 무인에게 그대로 적중되었다.
눈을 부릅뜬 채 서 있던 그들은 잘려나가는 거목처럼 천천히 엎어졌다.
“이런 미친……!”
지켜보던 위무독이 욕설을 내뱉었다.
눈에 담긴 상대의 무위에 쉽게 진정할 수가 없었다.
이건 상식 밖의 일이었다.
검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를 병기로 되받아쳤다.
오십 평생 그런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 일이 지금 눈앞에 벌어지기 전까진.
파팟.
광휘는 땅에 꽂힌 괴구검을 다시 쥐고는 계속 움직였다.
천군지사대 전원을 쓰러뜨렸지만 사실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자, 팽인호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막아라!”
당황한 팽인호가 소리치며 뒷걸음을 쳤다.
그사이 그와 광휘의 거리는 몇 장 내로 좁혀지고 있었다.
파파파파파팟.
팽인호 주위에 포진하고 있던 팽가의 무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척. 척.
아홉의 팽가 무사는 두려움도 잊은 채 달려오는 광휘에게 맞섰다.
터억.
파앗.
일순, 광휘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팽가 두 명.
팍!
괴구검으로 우측 사내의 가슴을 찔렀고.
퍽!
좌측에 있는 팽가의 도(刀)를 구마도로 막은 다음, 재차 목을 날렸다.
파파팟.
또다시 앞을 가리는 전, 좌우 방향의 세 명.
콱!
광휘는 몸을 비트는 척하다 우측 사내의 허리춤을 베었고.
캉!
두 번째, 정면에서 도약한 무사의 도(刀)를 옆으로 쳐내고는.
스캉!
좌측으로 들어오는 무사의 칼날은 궤적을 비틀어 흘려보냈다.
상대의 도의 방향이 달라지자 빈틈이 생겼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쇄액! 쇄액!
정면과 좌측의 무사의 목을 연달아 날아갔다.
촌각의 시간.
백중건의 단류십오검. 그 베기, 검면 치기, 흘리기를 동시에 펼쳐 보인 것이다.
슈욱! 슈욱! 슈욱!
광휘가 땅에 채 딛기 전에 또다시 세 명의 무사가 달려들었다.
위기였다.
이미 공중에 한 번 도약하며 속도가 줄어들던 광휘에게 상대의 검은 너무나 가까이 와 있었다.
– 속도는 모든 것을 극복한다.
백중건의 상념이 광휘의 움직임과 겹쳤다.
패애애애애액!
번쩍!
단류십오검의 삼검을 쓰는 순간 한 줄기 빛이 일선(一先)을 그렸다.
잔상도 보이지 않았다.
광휘의 검은 번쩍임과 함께 증발하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바닥에 섰을 때였다.
풀썩. 퍽. 퍽!
이미 무사 세 명이 바닥에 엎어졌다.
도를 뻗으며 취하던 자세, 그 자세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지이이이잉-.
아직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겨우 살아남은 한 명이 도기를 발산한 것이다.
급작스럽게 날아오는 기(氣).
파아악.
하지만 광휘는 이미 구마도를 휘두르며 대비하고 있었다.
“컥!”
사량발천근으로 도기를 되받아치자 그 무사도 비명을 질렀다.
파팟.
삽시간에 무사 이십여 명을 죽여 버리고도 광휘는 쉬지 않았다.
멀리 달아나는 팽인호를 향해 빠르게 도약한 것이다.
그때였다.
우우우웅-
광휘는 또다시 구마도를 휘두르다 얼굴을 들었다.
기의 색깔이 특이했다.
노을의 붉은색.
더구나 날려버리려는 검기가, 구마도에 부딪치는 순간 도신에 잠식하면서 강한 열기를 뿜어냈다.
‘이건……?’
콰아앙!
폭발하며 광휘가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그건 위무독의 착각이었다.
광휘는 얼마 날아가지 않은 채 다시 중심을 잡았고 피풍의만 찢어졌을 뿐,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다.
“허허허…….”
위무독은 어이가 없어 쓰러질 지경이었다.
방금 전 그는 자하신공을 극성으로 뽑아내 발출했다. 헌데, 폭발의 순간 상대는 스스로 몸을 날려 권역에서 벗어났다.
신출귀몰한 무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상대의 도신에 흠집이라도 나야 했다.
그것이 그가 아는 최소한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흔적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화산파의 자하신공인가?”
구마도를 슬쩍 내린 광휘가 입꼬리를 올렸다.
무엇이라도 맞닿는 순간, 즉각 폭발하는 기운.
머릿속에 기억나는 건 화산파의 최상승 무공인 자하신공밖에 없었다.
위무독은 이제 눈을 부릅떴다.
‘일격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두 번은 없어.’
상대의 실력은 자신이 가늠할 수 없는 수준에 있다.
이리된 이상 자하신공이 가진 특별한 힘으로 일격에 찍어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장씨세가 계집애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지?”
광휘가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조금 들어 올렸다.
“보아하니 그 계집애를 구하러 내려갔다가 올라온 것 같은데…… 뭐, 이해하지. 원래 싸움 중에 정분이 더 잘 나는 법이니까.”
“…….”
‘반응이 있다.’
광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위무독은 분명 느꼈다.
덤덤한 표정 속에 감춰진 강한 불쾌함을.
“그래서 내가 미리 지시해두었다. 가주전을 발견하거든 불을 질러 태워 죽이라고. 그래야 좀 더 상황이 재미있어질 테니까.”
말하면서도 위무독의 심정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조금이라도.
도발이 조금이라도 통하길 바랐다.
그래야 상대의 평정심이 흐트러지고 검이 무뎌질 것이 아닌가.
콱!
광휘가 구마도를 바닥에 찍었다.
그리고 괴구검을 든 채로 천천히 다가왔다.
“와라.”
‘이건 기회다.’
위무독의 눈이 빛났다.
상대는 방패 역할을 하는 거대한 도를 쓰지 않았다.
그렇다면 적에게 일격을 날릴 확률이 더 올라간다는 얘기다.
파팟.
일순, 광휘가 뛰어들자 그는 눈을 부라렸다.
한 번.
검끼리 부딪치든, 같이 공격하든 한 번이면 된다.
자하신공의 특성상 검기에 스치기만 해도 폭발하여 상대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왼쪽이다.’
위무독은 상대의 속도를 예측하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허나, 지척까지 다가온 광휘의 신형이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아니, 오른쪽!’
허상으로 변했던 신형이 다시 나타나자 그는 있는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또다시 광휘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하자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자신의 기회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는 걸.
슈슉! 슉! 슉!
“어억! 컥!”
사라졌다 나타나는 사이에 광휘는 위무독의 가슴을 무려 여섯 번이나 찔러댔고.
패애액! 패애액!
“으억! 커억!”
왼쪽 허리를 깊이 베며 지나갔다.
연이어 가슴과 어깻죽지.
오른쪽 허벅지.
모두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 사이에 공격을 가했다.
“이노오옴!”
위무독은 대체 어떻게, 어떤 식으로 공격했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눈으로, 감각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빨랐다.
“으아아악!”
위무독은 괴성을 내질렀다.
상대가 자신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자 엄청난 고통과 수치심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위무독은 모든 진기를 끌어올려 그 기운을 모아 사방으로 뿌렸다.
자하만천(紫霞滿天).
자줏빛이 하늘을 뒤덮는다는 자하신공의 최후의 초식.
일 장 내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정도로 강렬한 열기가 그의 검에서 분출되었다.
얼마나 기를 짜냈는지 위무독 스스로의 몸에도 불길이 일었다.
‘잡았다!’
화상을 입으면서도 위무독의 얼굴이 밝아졌다.
눈앞에 나타난 광휘의 형체가 불길로 인해 일그러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억!”
스으윽.
허나, 그것 또한 허상임을 알게 되는 순간은 정말 찰나였다.
열기가 걷히는 순간 다시 나타난 광휘.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까지도 이해 못 한 눈동자를 보이던 위무독을 향해 짧게 읊조렸다.
“놀란 척 마라. 너도 알고 있었잖아.”
쇄애액!
날카롭게 파고드는 괴구검.
모든 내공을 소진하고 몸이 뻣뻣하게 굳은 위무독의 목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뭘 해도 안 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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