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306
306. 광휘,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겐가?2017.10.06.
사악!
일순 백령귀의 눈이 녹색으로 변했다가 붉게 물들었다. 대경한 진숙공은 손을 내저었다.
“대장, 이건 오해, 악!”
콱.
하지만 말할 틈도 없이 그는 얼굴을 붙잡혔다.
백령귀는 지이이익! 한 손으로 진숙공의 입을 틀어막은 채 개 끌듯이 바닥을 쓸었다.
“이제 들키니까 빠져나가고 싶지? 아주 막 거짓말해 대고 싶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읍!! 으……읍!”
“상황이 이리됐는데 그깟 변명을 들어 주면 내가 병신인 거지. 안 그래요?”
“윽…… 읍!”
진숙공은 필사적으로 목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의 입은 백령귀의 강철 같은 손바닥에 묶여 있었다.
어떻게든 오해를 풀고 말을 해 보려고 하는데, 입 뗄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안 그래도 목 한번 참 뻣뻣한 게 맘에 안 들었는데…… 잘 가, 친구! 또 보지 말자구.”
화르르르르르르.
“……!”
백령귀가 손에 힘을 주자 진숙공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폭굉을 터트린 것도 아닌데 사람의 몸이 거대한 모닥불처럼 피어난 것이다.
툭. 꽈지직!
잠시 뒤, 진숙공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자 살이 타고 새카맣게 탄화된 인골만이 요란한 소리를 울렸다.
한때 황궁과 은자림을 양쪽에서 조종하던 걸물로서는 허망한 모습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고개를 돌린 백령귀의 눈썹이 꿈틀댔다.
진숙공을 처리한 그 잠시 사이에, 맹주가 신자고 신마고 할 것 없이 죄다 때려잡아 버린 것이다.
“저두! 이공!”
“옙!”
“옙!”
조금 전 백령귀가 부린 패악질에 저두와 이공이 바짝 긴장해서 달려왔다.
“내가 시간 끌 테니 광휘 놈, 마무리해.”
“알겠습니다.”
“예, 대장!”
촤라라락!
식은땀을 흘리는 부하 둘을 앞에 놓고 백령귀가 연검을 세웠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연검이 살아 움직이듯 포악한 이를 드러냈다.
“바라칸, 가자!”
“예!”
그가 먼저 달려 나가자 바라칸도 뒤이어 움직였다.
위치는 단리형.
현 맹주가 그들의 목표였다.
*
스스스스.
단리형도 곧장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무리 그라 해도 백령귀와 그보다 한 급 처지는 수하를 단칼에 처리할 수는 없었다. 광휘가 운기조식에 빠져든 동안, 거리를 좀 떼도록 격전장을 옮길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오 장 정도 움직였을 무렵.
강렬한 외풍(外風)이 단리형의 눈에 투영되었다.
콰칵!
번갯불이 튀며 일시에 세 명의 무인들의 동작이 멎었다.
손목 부근에서 예리하게 빠져나온 바라칸의 외날검.
뱀처럼 구불거리는 백령귀의 연검.
그들의 공격을 단리형이 검 하나로 막은 자세로 멈춘 것이다.
“흥!”
맹주의 비웃음과 함께 멎었던 시간이 다시금 빠르게 흘러갔다.
스사사사삭!
검이 아닌, 탈혼표란 암기로 대응한 바라칸.
촤라라라라락!
휘어짐을 넘어 아예 해괴한 꿈틀거림을 보이는 백령귀의 연검.
그들의 전방위적인 공격에 맹주는 신중하게 검으로 방어했다. 몇 합 동안 교전하던 와중에 그는 한순간 크게 기합을 질렀다.
“으합!”
카카카캉!
그리고 상황이 급변했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강렬한 기풍이 두 명을 일시에 튕겨 낸 것이다.
촤르르륵.
백령귀와 달리 유독 바라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계속 밀려 나갔다.
울컥!
그의 입에서 한 줄기 핏물이 흘러나왔다.
방금 전, 단리형이 쏜 것은 단순한 기풍이 아니라 일종의 예리한 검기 같은 것이었다.
‘나를 노린……!’
생각을 채 마치기도 전 왼편에서 단리형이 툭 튀어나왔다.
슈아아악!
반사적으로 쏘아 낸 석궁.
단리형이 바람처럼 뒤로 물러났다. 숨 한 번 쉴 정도 여유를 가진 바라칸은, 재빨리 전 방향으로 암기를 날려 몸을 보호했다.
좌르르르르륵!
벌떼가 달려들 듯 맹렬하게 날아가는 암기. 그런데 그 암기의 물결을 상대로, 훅 사라졌다가 정면에서 나타난 맹주의 희미한 웃음이 눈에 쏘아져 들어왔다.
‘아…….’
번쩍.
콰아아아아앙!
맹주가 바라칸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폭발이 이는 그 찰나의 시간점을 뚫고, 도약한 것이다.
카캉! 가가강!
백령귀가 구원에 나섰다. 낭창낭창한 연검에 실린 패도적인 힘에 맹주는 천천히 뒤로 밀려났다.
카캉! 카카카칵!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든 엄청난 난투전이었다. 칼날과 칼날이 맞부딪히는 순간 튀는 불꽃이 좌우에서, 아니 거의 전 방향을 점하며 일어났다.
‘이게 중원 최고의 고수…….’
덜덜덜.
바라칸은 자신의 손이 떨리는 모습을 보았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이런 느낌을 가진 적 없었다.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 맹주가 펼친 건 강호에서 말하는 이형환위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신법인데, 그 속도를 따라 반응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조금 전, 백령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분명 자신은 죽었을 터였다.
‘이자는 전혀 다른 유형의 고수야.’
광휘가 즉흥적이고 패도적인 유형의 무인이라면, 맹주란 자는 모든 움직임을 계산에 넣는 차분하고 주도면밀한 무인이었다.
한쪽은 싸움 방식을 예측할 수 없어 두려움을 느낀다면, 다른 한쪽은 너무나 단단해 알고도 막지 못할 무기력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망신만 당할 수는 없지! 적어도 광휘란 녀석이라도…….’
바라칸이 악독한 얼굴로 시선을 돌린 순간.
타닥!
기회를 보고 있던 이공과 저두가 광휘 앞에 날아들었다.
*
“끝이군.”
백령귀가 피식, 연이어 쏘던 공격을 멈추며 말했다.
“왜 끝인가?”
단리형도 잠시 동작을 멈춘 뒤 반문했다.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중에 공격당하면 어떻게 될까?”
“주화입마가 되겠지.”
“봐. 저놈 이제 끝이라고.”
처억.
백령귀가 연검으로 가리킨 건, 광휘를 향해 달려든 두 명의 사내였다.
“그리 당하고도 아직도 모르는가.”
그걸 본 맹주가 피식 웃어 보였다.
“……뭐?”
불쾌하게 눈썹이 다 타들어 간 눈을 홉뜨는 백령귀. 그 얼굴에 맹주는 마치 재밌다는 듯 웃었다.
“잊었나 본데 저 사람 전직이 구표야.”
“…….”
“빈틈을 노리는 살수란 말이지.”
“저…….”
채애앵!
저두와 이공을 부르려던 순간, 맹주의 검이 다시 짓쳐들어왔다.
타닥!
광휘를 향해 달리는 이공과 저두는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벌레조차도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마교의 보법, 암현미종보(暗玄味鍾步)를 펼치며 그들은 정말로 최선을 다했다.
솨아아아아아-.
저두와 이공의 몸이 각기 여덟 개로 불어났다.
환영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명이 펼쳐 내는 환영. 그리고 일정 경지에 오르면 환영 모두가 실체인 것이 암현미종보였다.
쇄애애애액!
도합 열여섯으로 신형이 늘어난 저두와 이공.
그들이 제각이 다른 자세로 검을 휘두르는 순간.
“억!”
번쩍.
때마침 광휘가 눈을 뜨며, 소용돌이처럼 회전했다.
석상처럼 멀뚱하게 있다가, 절체절명의 순간 단류십오검을 펼친 것이다.
파바바바밧!
“커억!”
여덟, 총 열여섯 개의 환영이 제각기 다른 자세로 괴구검에 목이 날아갔다.
툭. 툭.
그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둘은 바닥을 뒹굴었다.
아무리 하지 않으려 해도, 공격이 들어가는 순간 반사적으로 생기고 마는 방심. 그게 부른 허망한 죽음이었다.
“놓쳤군. 빌어먹을.”
툭.
조금 짜증 난 기색으로 툴툴거리며 맹주가 다가왔다. 장포고 머리고 산발이 되어 흩어진 걸 보니, 그 와중에 백령귀가 나름대로 필살의 수를 써서 도망친 모양이다.
“괜찮은가?”
“이게 괜찮아 보이나?”
기운 없이 대꾸하는 광휘.
보아하니 혈색만 돌아왔을 뿐, 눈빛과 말투는 아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훗. 오랜만에 보는군. 천무심법(天武心法).”
과거 살수 암살단에서 쓰던 대표적인 방법.
운기조식을 하는 내공 고수를 보면, 적은 반사적으로 따라온다. 그걸 노린, 알고도 당하는 방식이다.
광휘가 말했다.
“지긋지긋한 심법이지.”
“나보다 더 잘했던 사람이 할 말인가?”
맹주는 웃었다.
광휘는 분명 운기조식을 했지만, 천무심법의 특성은 운기 행공을 즉각 멈춰도 거의 내상을 입지 않는다는 탄탄한 점에 있었다.
소림의 내공은 구대문파 중에서도 안정적인 점에서는 수위를 차지한다.
광휘와 단리형, 두 사람의 기재는 서로 우정만 나눈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무공 비결 또한 나누었다.
광휘는 단리형에게 건곤대나이를.
그리고 단리형은 광휘와 살수 암살단에 천무심법을.
“그런데, 그건 무슨 무공인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갸웃하는 맹주의 물음에 광휘가 답했다.
“단류십오검.”
“백중건? 그의 무공을? 왜?”
단리형이 더 의아하게 바라보자 광휘는 쓰게 웃었다.
“편안해지고 싶었네.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것들로부터. 그러다 보니 신검합일이란 말도 안 되는 상상의 경지를 좇을 수밖에 없더군.”
“…….”
“백중건의 무공도 그 과정 중 하나야. 어떻게든 그놈의 신검합일에 가까워져야 하네. 그러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광휘,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겐가?”
문득 맹주가 기가 막힌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말이라니?”
광휘는 의아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단리형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눈빛도 달랐다.
“자넨 신검합일을 이루지 않았나.”
“뭐?”
광휘의 눈이 부릅떠졌다.
눈앞에서 냉기를 가득 담은 단리형의 동공.
그는 농담이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황 가득한 시선은 이제, 맹주에게서 광휘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루었다고? 신검합일을?”
뒤늦게 소름이 돋아왔다.
이제껏 바라 왔고, 이루고 싶었던 소망하던 경지를.
다름도 아닌 최전선에 누구보다 많이 싸웠던 전우의 입으로.
“내가?”
광휘가 들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