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40
40.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소?2015.03.20.
“장 가주가 전면전을 할 의사가 없는 이상 우리 쪽에서도 무리하게 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여러 표국을 통해 병력 보강을 한 상황입니다.”
비연의 말에 석가장 장로들은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최소한의 방어 병력을 제외한 모든 병력을 투입하여도 무방하다는 겁니다.”
비연은 장로들의 반응을 둘러본 후 말을 이었다.
“하여 저는 석가장의 병력 이 할을 남겨놓고 팔 할의 병력으로 우리 쪽 병력의 손실 없이 장씨세가의 머리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머리?”
“모두의 병력으로?”
“무슨 말이오?”
비연의 말에 장로들이 저마다씩 의문 섞인 한마디를 했다.
그들 대표로 대장로 석원이 나섰다.
“전면전을 할 생각이 없는데 본가의 병력 팔 할씩이나 필요한 이유가 뭐요? 그리고 장씨세가의 머리를 제거한다는 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이제부터 말씀드리지요.”
비연은 한쪽 벼루에 놓인 붓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지도 안의 석가장 위치에 찍더니 장씨세가까지 일직선으로 주욱 그었다.
“본가의 오 할의 병력은 적진을 칠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삼 할의 병력은…….”
그녀는 일직선으로 그은 선, 중간 지점에서 우측으로 곡선 하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곡선은 장씨세가라 적힌 지도의 뒤쪽, 이름 모를 땅에 멈췄다.
“이곳을 칠 것입니다.”
석도명과 장로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대체 저 뻗어 나온 곡선의 의미가 무엇일까 유추하는 그런 눈빛들이었다.
“직선으로 그은 이것. 이 길을 타고 석가장의 오 할의 병력은 장씨세가로 갈 것입니다. 그리고 공격은 하지 않고 앞에서 멈춰, 치고 빠지는 행동을 반복할 것입니다.”
“이왕 갔으면 쳐야지 시늉만 하는 이유가 뭐요? 그리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장씨세가는 관(官)과 유대관계가 좋소. 괜히 시간을 끌다 관에서 알아차리고 개입하게 되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거요.”
이제껏 장로와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석도명이 입을 열었다.
그런 그를 보며 비연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바로 그것을 노리는 것입니다.”
“예?”
그녀는 곡선을 그렸던 선의 마지막을 가리켰다.
“이 곡선의 끝에 차우객잔이란 곳이 있습니다. 그곳을 공격하면 관의 관심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
모두들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차우객잔엔 지부 대인의 아들 당경(唐慶)이라는 사내가 있습니다. 그가 사흘이 멀다 하고 이 객잔의 술을 즐기는 것은 인근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요.”
“……설마?”
“그렇습니다. 관의 시선을 돌릴 것입니다. 제가 불러온 사파, 그중에서도 흑도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이곳에서 분탕질을 쳐 놓을 겁니다. 수법은 간단합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한 명씩, 한 명씩 사람을 죽이면 효과가 극대화되지요.”
“큼큼.”
“흐으음”
“험험.”
잔인한 수법을 언급하자 장로들이 헛기침을 해댔다.
그중에는 사파가 꼬인다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 자들도 있었다.
비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뒤 우리 쪽 사람이 관에 소문을 퍼트릴 것입니다. 그러면 그 지역 관에서는 장씨세가보다 지부 대인 아들의 안위를 걱정해 이곳을 먼저 살피게 될 것입니다.”
“대체 그게 뭐하는 거요? 굳이 병력을 분산시키고 관의 관심은 왜 이끄는 거요? 머리를 자르겠다는 건 대체 뭐요?”
석도명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어왔다.
“두 가지 이유가 숨어 있지요.”
비연은 다시금 지도에 그려진 곡선 하나를 짚었다.
“첫째. 관의 관심을 사는 것입니다. 이 곡선 방면으로 이동한 석가장 삼 할의 병력은 장씨세가가 도착하기 전에 사파 고수를 처리합니다. 차우객잔은 본시 장씨세가가 치안을 맡는 곳. 그런 곳에 석가장이 도움을 준 사실이 밝혀지면 장씨세가를 바라보는 눈은 매서워지고 석가장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지요. 그 말은…….”
그녀는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다음에 장씨세가와 전면전을 하더라도 관이 개입하지 않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우리의 싸움을 합법하게 여길 수 있는 우군까지요.”
“아…….”
감운 장로가 신음을 터트렸다.
비연은 계속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장씨세가에서 어떤 행동이든 끌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차우객잔은 본래 장씨세가가 관리하는 곳이며 지부 대인의 아들의 안위까지 걸려 있는 중대한 곳.”
그녀는 장씨세가의 입구를 가리켰다.
“저희 쪽 병력이 이곳에 주둔해 있다면 장씨세가는 결국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병력이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 헌데 차우객잔에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 그 말은 소수 정예가 움직일 수밖에 없어지는. 이를 테면…….”
비연은 목소리를 높였다.
“묵객 같은 고수가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는 겁니다.”
“……!”
“참고로 저는 묵객 같은 수준 있는 자를 제거할 만한 고수도 영입해 놓았습니다.”
“……!”
장로들의 눈썹이 꿈틀댔다.
장씨세가의 머리를 제거한다는 말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석도명도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기겠죠. 왜 곡선의 방향 끝, 차우객잔으로 병력이 무려 삼 할씩이나 이동하느냐?”
그녀는 장로들을 슥 둘러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것은 제가 영입한 고수가 묵객을 치지 못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임과 동시에 마지막 우리가 차우객잔에 주둔하여 사파 녀석들의 행패를 막았다고 관에 알리는 역할을 하기 위함이죠.”
“아아……!”
“오호……!”
이번엔 장로 서열 삼사 위인 이운(李運) 장로와 백문(伯文) 장로가 감탄을 터트렸다.
머리를 치고 병력을 분산시킨 이유를 그때에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짧게 요약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연은 지도를 더듬으며 말했다.
“석가장의 오 할의 병력이 장씨세가를 칠 때, 사파 중 한 사내가 차우객잔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녀는 지도에 있는 장씨세가와 차우객잔을 가리켰다.
“그리고 객잔에 있는 한 명을 살려주어 장씨세가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게 이용을 합니다. 물론 지부 대인 아들 당경의 존재도 함께 말이지요. 차우객잔은 장씨세가에서 한 시진이면 가는 가까운 곳이니 전달도 빨리 될 것입니다. 그 이후 장씨세가는 묵객 같은 고수를 객잔으로 파견할 것입니다.”
그녀는 지도 한쪽을 붓으로 칠했다.
심주현의 관(官)이 있는 곳이었다.
“그 이후 적당한 때를 보아 차우객잔의 소식을 관에 알립니다. 심주현의 현령은 지부 대인 아들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차우객잔으로 관병을 보내겠지요. 거리를 계산하면 반나절 정도가 될 겁니다.”
비연은 차우객잔을 가리켰다.
“관이 움직일 사이 장씨세가의 엄선된 고수가 이곳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때 남은 사파 흑도고수가 움직일 것이구요. 물론 장씨세가가 고수를 파견하지 않는다면 관의 관심을 받고 전쟁의 명분을 얻을 수 있는 정도 선에서 끝날 것입니다. 허나, 그들은 올 것입니다. 반드시.”
그녀는 생각한 것을 속으로만 되새겼다.
‘왜냐하면. 묵객 외에도 숨은 고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비연은 다시 곡선이 그려진 지점을 손으로 가리켰다.
“석가장 삼 할 병력은 차우객잔에 당도하여 관병이 오기 전까지 주둔할 것입니다. 만약 장씨세가에서 오지 않았다고 하면…….”
그녀는 눈에 빛을 띠며 말을 이었다.
“사파 녀석들만 제거하면 됩니다. 단, 소위건이란 분은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겠지요.”
비연은 흑도 녀석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들은 사파다.
돈을 주어 입을 다물게 하는 것보다 죽이는 것이 더 깔끔하다.
그러니 장씨세가와의 난전 중에 처리한다. 지부 대인의 아들이 보는 앞에서 사파의 흉신악살을 처리한다면 그건 가장 좋은 그림이 될 터였다.
“제 계획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장씨세가가 전면전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지는 전략입니다.”
그 말에 장로들은 모두 저마다 긍정적인 눈빛을 내비쳤다.
석도명은 과도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동굴에 불을 피워 짐승을 끌어낸다라…….”
잠잠히 듣고 있던 석대헌이 그제야 웃음빛을 띠었다.
비연은 그의 읊조림에 미소로 답했다.
“네. 관문착적(關門捉賊) 입니다.”
*
“금선탈각(金蟬脫殼)입니다.”
장련의 말에 이 장로가 읊조리듯 말했다.
“껍질은 그대로 두고 몸만 빠져나가는 매미라…….”
“네 그렇습니다.”
장로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심각했던 눈빛이 많이 누그러진 듯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그때 이 장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은 관과 조금 떨어진, 장씨세가보다 가까운 곳이었다.
“황가장입니다. 만에 하나 황가장이 석가장과 함께 한다면, 이번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이 장로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삼 장로가 끄덕였다.
“황가장은 석가장과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우리 장씨세가와는 사이가 확실히 나쁘지요. 확률이 희박하다 해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여나 그 방법은 생각하셨습니까?”
“그건…….”
장련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녀도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건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과 동맹을 맺는 것으로 하면 됩니다.”
주위의 시선이 장련의 옆으로 이동했다.
지금껏 침묵하던 이 공자 장웅이 입을 연 것이다.
이 장로가 재차 입을 열었다.
“황가장이 말입니까? 그들이 우리와 동맹을 맺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저는 동맹을 맺는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동맹을 맺는 것으로 한다고 했지요.”
“그게 무슨…….”
“정보를 사면 됩니다.”
“정보를 산다고요? 이 공자. 그들은 무가입니다. 무가가 무슨 정보를…….”
“무가이긴 하나 황가장이 정통 무가는 아니지요.”
장웅이 탁자를 짚으며 말했다.
“황가장은 무공을 좋아하던 하오문 출신의 조혁서(助奕墅)란 사람이 독립하여 세력을 일궈 세운 신생 무가입니다. 뿌리가 얕기에 자금을 동원해서 세력을 세우고 있고, 그래서 그간 우리 장씨세가와 알력다툼이 있었던 것입니다.”
“묘가현. 지융현의 상권 말이로군.”
장원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장로들의 시선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장원태가 재차 입을 열었다.
“그럼 장웅, 네 말은 그 상권을 넘겨준다는 것이냐? 그걸로 정보를 사겠다고?”
“……!”
이어진 장원태의 말에 장로들이 일순간 눈을 치켜떴다.
“그렇습니다. 정보를 산다는 것은 그들이 알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동맹을 맺고 있거나 동맹을 맺으러 온 사람들까지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동맹이든 아니든. 손을 잡게 되는 것은 확실하지요.”
이 장로가 목청을 높여 반대했다.
“안 됩니다, 가주! 지융현은 세가의 연 수입의 이 할을 넘습니다.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오라버니 말이 맞아요.”
그때 장련이 끼어들었다.
“아가씨.”
“한 가지 묻겠어요.”
장련이 이 장로를 보며 말을 이었다.
“장로께선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이 이익을 추구하려는 겁니까. 적들과 싸우려는 겁니까?”
“그거야 당연히 싸우기 위해…….”
“맞습니다. 본가의 모든 것을 걸고 석가장과 싸우려는 겁니다. 이 싸움에서 진다면 지융현의 상권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잃게 되겠지요. 허나 이긴다면…….”
탁.
장련은 석가장 부근 지도에 손바닥을 펼치며 눌렀다.
“석가장이 상권, 그 대부분은 우리가 가져가게 되는 겁니다. 물론 합법적으로 말이지요. 그렇죠, 오라버니?”
장웅은 자신을 바라보는 장련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것이다.”
“하지만 이 공자.”
이번엔 턱을 괴고 있던 일 장로가 입을 열었다.
“그들이 정보를 내어주겠다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 파기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우리 본가와 사이가 안 좋은 황가장이 아닙니까?”
“파기를 못 하게 막으면 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소문을 내면 되지요.”
“소문?”
장원태의 의문 섞인 눈길이 장웅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엄연히 정파입니다. 우리가 소문을 내 상단을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 결코 계약을 파기할 수 없을 겁니다.”
그 말에 다른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 장로는 그런 장웅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자신감을 찾으셨구나.’
분명 이 얘긴 가주와 상의한 내용이 아닐 터였다.
만약 그랬다면 이 장로의 질문에 장련이 말을 더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허나, 이 공자는 쉽게 해결해냈다.
즉각 묘안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능력.
그것은 상계 쪽 정보에 관해 같이 의논하며 늘 보아왔던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더 위축되거나 큰 실수를 하여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에서야 본연의 능력을 보였던 것이다.
“저는 가주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일 장로가 말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겠습니다.”
차례로 이 장로와 삼 장로 역시 동의 의사를 내비쳤다.
모든 의문이 걷히자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장원태의 얼굴이 밝아졌다.
장씨세가의 가장 주축인 세 명의 장로가 모두 동의한 것이다.
“그럼 모두 동의했으니 이제 모두에게…….”
“아버님.”
장련이 장원태의 급히 불렀다.
“더 남았더냐?”
“네.”
장련은 흰 구슬을 가리켰다.
“하녀와 시녀들을 움직일 사람이 필요합니다. 석가장과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야 민첩하게 대응하면 된다지만 하인이나 시녀들은 그러지 못합니다. 거기다 상단 쪽에서 온 사람들이나 미처 소식을 못 들은 사람들도 제법 있을 것입니다.”
“음.”
“그들을 통제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아우르는 능력이 있으며 상단에도 밀접하게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 거기다 적들이 우릴 공격할 때 본가의 사람들을 신숙하게 대피시킨 후,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연기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황 노인이군요.”
일 장로가 입을 열었다.
장련은 그 말에 동의했다.
“네. 황 노인이 필요해요.”
이 장로와 삼 장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알겠다. 황 노인에게 지시를 주겠다.”
장원태가 동의 의사를 내비쳤다.
그때였다.
장웅이 급히 말을 이었다.
“그럼 광 호위도 본가에 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로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이동했다.
“광 호위는 황 노인이 데리고 온 사람입니다. 황 노인의 신변을 위해 광 호위가 있는 게 맞다고 봅니다.”
장웅은 들었었다.
황 노인이 과거의 은정으로 그를 불렀다고.
그럼 그에겐 신변의 안전이 필요했다.
만약 그가 잘못되면 광 호위도 우릴 지켜주지 않을지도 몰랐다.
“제 생각도 같아요. 황 노인의 신변을 위해 광 호위도 남아야 해요. 제 호위무사는 잠시 없어도 돼요.”
장련이 장웅의 말에 동의했다.
그가 어떻게 해서 본가에 왔는지 잘 아는 것이다.
“흐음.”
장원태가 선뜻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광휘란 사내가 묵객과 방각대사와 같이 동행하기를 바랐다.
실력이 뛰어난 자다.
이번 구룡표국에서도 입증되었다.
이런 상황에 전력을 굳이 뒤로 뺄 필요는 없었다.
그때 삼 장로가 입을 열었다.
“그 생각에는 저도 의견이 같습니다.”
“……?”
“과거의 은정으로 본가를 도우러 온 몸입니다. 이 공자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이 장로가 의미를 유추하다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공을 세우는 것을 막기 위한 삼 장로의 의중을 눈치챈 것이다.
‘본가를 위해 공을 세우게 할 순 없지.’
장원태의 마지막으로 일 장로를 보며 물었다.
“그대 생각은 어떻소?”
“저 역시 모두의 생각과 같습니다.”
장원태는 그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자. 묵객과 방각대사만큼은 아니지만 무공이 뛰어나니 하인들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이제 묵객과 방각대사를 부릅니까.”
“그러지. 광 호위는 밖에 있으니 그들이 올 때 같이 들어오라 이르고.”
“예.”
가주의 말에 다들 대답했다.
*
“꽤 중요한 얘기를 했나보오.”
벽에 등을 기대던 광휘가 장련이 나오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앞서 먼저 나온 이 장로와 삼 장로가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것을 말한 것이다.
“가주께서 묵객과 방각대사를 찾으시네요.”
“…….”
“그리고 무사님도요.”
“나를 말이오?”
“네.”
장련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광휘는 바닥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전쟁을 하려나 보구려.”
“드, 들렸어요?”
광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비밀리 회의를 갖고 그 뒤에 방각대사와 묵객을 부르는 것을 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소. 장씨세가가 누굴 납치하거나 특정 인물을 죽이지 않을 테니 말이오.”
“하긴…….”
장련은 쉽게 수긍했다.
자신의 눈에도 그렇게 생각할 만해 보였다.
물론 비밀회의에 참석한 인원과 불러올 인원을 알 경우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의외로 광휘가 깼다.
“석가장주도 바보는 아닐 거요. 장씨세가에 모인 병력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말이오.”
“아뇨.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장련은 확신한 듯 말을 이었다.
“그동안 많이 당했었잖아요. 그렇게 당해오면서 단 한 번도 공격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가 뭐였겠어요?”
“…….”
“맞아요. 힘이 없었기 때문이죠.”
광휘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이동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두 가지를 얻게 되었죠. 바로 힘이 생겼을 때 가장 필요한…….”
“…….”
“명분과 방심이에요.”
광휘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필요했던 게 생긴 거예요. 재밌게도 말이죠.”
수없이 많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명분.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방심.
건곤일척의 싸움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중 두 가지를 얻었다고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광휘는 다시 본래의 시선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입꼬리를 올렸다.
“장 가주…… 무서운 사람이구려.”
“그들이 그렇게 변하게 만든 거죠.”
둘은 그렇게 다시 침묵했다.
서로 무슨 생각인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 전쟁이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이란 것만은 알고 있었다.
침묵의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대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장련은 고개를 들었다.
“오셨어요?”
방각대사였다.
그는 장련을 향해 한 손을 들고 목례를 했다. 그 뒤 방각은 서재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던 그때.
광휘를 슬쩍 바라보며 지나치려던 그가 갑작스레 동작을 멈췄다.
무릎을 굽힌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것이다.
광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 역시도 눈을 부릅떴다.
단 한 번도 표정의 큰 변화가 없던 광휘의 얼굴이 누가 봐도 확연할 정도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혹시…….”
방각대사가 입을 열었다.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