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68
68. 그간 너무 무심했었구나. 이리 위명이 대단한 분이셨는데.2015.06.26.
끼이이익.
화려한 쌍두마차 두 대가 성문 앞에 멈춰 섰다.
곧 마차 문이 열렸고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땅을 밟았다.
“오호.”
가장 먼저 내린 묵객이 주변을 살피곤 감탄을 내뱉었다.
실로 압도당할 만큼의 거대한 문.
그 옆으로 날카롭게 깎인 산채가 길을 막고 있는 구조였다.
아무리 팽가가 하북에서 위맹을 떨치는 무림세가이고 기거하는 식솔들이 많다지만 그 인원으로 이처럼 산을 깎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생긴 산에 성문을 지었다고 봐야 했다.
“굴곡진 언덕 일부분을 파내 외성문으로 만든 것이라네.”
“그렇군요.”
몇 번 팽가에 와 본 적 있는 장원태가 묵객의 짐작을 확인해 주었다.
“어디서 오셨소?”
묵객과 장원태가 말을 나눌 때쯤 성문을 지키던 사내들이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장원태가 한 발 나서며 말했다.
“장씨세가에서 왔소.”
“장씨세가?”
“그런 세가가 있었나?”
사내의 말에 그 뒤에 있던 다른 사내가 생전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일순간 장씨세가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삼 장로는 특히 표정 관리가 안 될 만큼 얼굴이 일그러졌다.
“수문장님, 그분들은…….”
그때 다른 무사 한 명이 급히 뛰어오며 그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였다.
잠시 뒤 도집을 쥔 사내는 주위의 행색을 재차 훑어보기 시작했다.
화려한 의복을 입은 노인 셋.
같은 식구로 보이는 남녀 한 쌍, 그리고 잘생긴 사내와 평범한 중년인이 눈에 들어왔다.
여인 옆에 서 있는 사내에게로 시선이 향할 때쯤.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
지나치게 큰 대도와 기이하게 꺾인 검자루 때문이었다.
“쯧쯧쯧. 참 상계 집안이란…….”
그는 들릴 듯 말 듯 읊조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뒤돌아섰다.
그 뒤 뒤돌아나가며 옆에 있는 무사를 향해 한마디를 던졌다.
“이분들을 중정(中庭)으로 안내해라.”
*
팽가의 중정 안은 실로 거대했다.
일반적인 무림세가라면 연무장 열 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광활한 공간을 정원으로 만들어 둔 것이다.
하앗! 하핫! 아핫!
구령에 맞춘 사내들의 함성 소리가 중정을 들썩이며 울려 퍼졌다.
중정 중앙을 중심으로 십(十)자를 그으면 네 면으로 나뉜다.
백석이 깔린 그곳에서 웃통을 벗은 수십 명의 사내들이 교관의 훈련을 받고 있었다.
“허어, 날씨가 이리 추운데도 저리 열정적이니.”
한편 중정 중앙, 정자에선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둘러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팽가의 사람들 외에도 전혀 다른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연회 초청으로 미리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훈련을 하는 사내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이채롭게 바라봤다.
“정말 기백 하나만은 오대 세가 중 제일이라 할 만합니다. 팽가가 왜 팽가인지 알게 해주는 장관이구려.”
정문을 기점으로 정자 우측에 앉은 노인이 운을 뗐다.
눈길을 끄는 고운 청의 비단.
그리고 옷섶 끝에 그려진, 화려하게 수놓인 남궁(南宮)이라는 문양은 그가 어느 세가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과찬을. 남궁세가의 정묘함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러니 체력이라도 길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휘성(安徽省)을 전부 휘어잡고 있는 남궁세가.
그곳을 대표해서 발걸음을 한 장로 남궁백(南宮伯)의 말을 팽가운은 부드럽게 받았다.
그는 가장자리 중앙에 앉아 있었다.
“허허. 대공자께서 이 사람의 얼굴을 세워 주시는구려. 언제 뵈어도 참 사려 깊은 분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장로?”
남궁백은 재차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팽가운의 좌측 의자에서 찻잔을 들던 노인은 순간 동작을 멈췄다.
그는 이내 찻잔을 내려놓더니 푸근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이런 분이 우리를 이끄시니 팽가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게지요.”
팽가의 일 장로인 팽인호.
가주가 쓰러진 뒤 대공자와 함께 팽가를 움직이는 노인이었다.
그가 응원의 한마디를 곁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칭찬에도 팽가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편해졌는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그런데 남궁세가의 가주께서는 본가와 연이 깊으시니 오시리라 기대 했습니다만, 초가보(草家堡)에서도 발걸음을 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무림대회의 일로 바쁘실 줄 알았건만.”
팽인호는 정자 좌편에 자리 잡은 장년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곳엔 세 명이 서 있었고, 한 명은 앉아 있었는데 복장이 조금 독특했다.
회색 옷깃에 흑색과 남색이 섞인 무복처럼 보였던 것이다.
“대공자께서 본가를 친히 방문하셨으니 오는 것이 당연하지요”
초영숭(草永崇)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았다.
그는 초가보의 일 장로로 누구보다 빨리 이곳에 참석했던 사람이었다.
초가보는 육대세가란 말이 거론될 정도로 현재 중원에서 오대세가 다음으로 가장 회자되는 세가다.
특히 초가보의 한 무인이 명실공히 백대고수라 이름을 날리면서부터 더욱 명성이 높아졌다.
‘저자가 칠웅의 하나라는 초진운(草進雲)이구나.’
팽가운은 초영숭 뒤, 시선을 내리며 말없이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칠웅(七雄).
장차 중원을 이끌어갈 뛰어난 후기지수 일곱을 가리키는 말.
팽가운 자신과 함께 매번 거론되는 자이기에 왠지 더 신경 쓰였다.
초영숭이 말했다.
“그나저나 월 소저를 보니 초련(草連)을 데려오지 않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무슨 말이신가요?”
팽월이 눈을 가늘게 뜨며 초영숭을 향해 물었다.
“이리 미모가 출중하시니 아무래도 좀 서로 비교가 되는 상황이 오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어머, 무슨 과찬을. 초련 소저야말로 호북 제일미라는 명성이 자자하시던데 어찌 소녀를 감히 대겠어요.”
“허, 그 소문은 사실 내가 낸 것이라오. 대단할 것이 없으니 그런 이름이라도 얻어 보고자 말이오.”
초영숭의 너스레에 팽월은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서로 위명을 겸손으로 낮추며 가볍게 대화하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지고 이야기는 점차로 물꼬를 터 갔다.
“아, 오셨습니까.”
그러던 그때 팽인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팽가운이 그런 그를 보다 흠칫했다.
꽤 많은 인원이 정자 안으로 걸어왔기 때문이다.
드르르륵.
인원들의 복장을 본 팽가운은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없이 우측에 앉아 있던 팽월의 식구들도 그를 따라 황급히 일어섰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궁세가, 초가보 노인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 것이다.
“그간 잘 지내셨소?”
팽인호가 이끌어 온 선풍도골, 선인(仙人)의 풍모를 풍기는 노인이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바쁜데도 불구하고 지관(知觀) 진인께서 발걸음을 해주시다니, 본가의 영광입니다.”
‘저분은!’
뒤이어 내려오던 팽가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노인의 복장에 다섯 개의 매화 꽃잎이 그려진 것을 확인한 것이다.
화산파 매화검수.
당대의 검도를 대표하는 고수가 나타나자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팽인호의 인사에 지관 진인은 화답했다.
“팽가에서 연회를 여니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어찌 빠질 수 있겠소. 가주께서 편찮으시다 하니 진작 위무를 드리러 왔어야 했건만.”
“감사드립니다. 헌데 뒤에 오신 분들은…….”
“아.”
노인은 아차 하며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본 파의 이대제자들이오. 검이야 좀 쓰오만 아직 우물 안 개구리들이라 하북의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를 통해 견식을 넓혀 게으름이나 좀 막으려고 데려왔소.”
“화산파를 대표하는 후기지수들이시군요. 반갑소이다. 본인은 팽인호라 하며 본가의 일 장로를 맡고 있습니다. 내 집처럼 편히 있다가 가십시오.”
“운월이라 합니다.”
“운수라 합니다.”
“운비라 합니다.”
팽인호는 뒤에 있는 세 명의 사내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그때 그들 뒤에 있던, 전혀 다른 복장의 노인이 말을 걸어왔다.
“장로, 이거 섭섭하구려. 나도 있소.”
팽인호는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어깻죽지와 가슴 사이에서 날고 있는 새.
허리 쪽에 녹색 수실로 서른여섯 개의 봉우리와 산초를 그린 옷이었다.
“허어. 청운(靑雲) 도장께서도 걸음 하셨구려. 이거 참 먼 곳에서 어려운 걸음을 하셨소이다.”
“개인적인 은혜도 있고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셨으니 와야 하지 않겠소. 청성은 은혜를 결코 잊지 않으니까.”
뒤이어 팽인호는 청운 도장의 소개에 따라 이대제자들과 인사를 했다.
“오라버니, 일 장로가 정말 대단하긴 하군요. 대체 언제 구대문파와 친분을 쌓았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팽월은 팽가운을 보며 말했다.
“으음.”
팽가운은 애써 미소를 보이고는 뒤쪽을 바라보았다.
팽가의 장로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팽인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원한 게 이런 것이었던가…….’
초가보와 남궁세가.
오래전부터 하북팽가와 연이 닿아 있는 곳이다.
하여 연회를 위해서 그들을 불러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팽인호는 더욱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대공자인 자신에게 상의도 없이 구대문파인 두 곳을 불러들인 것이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는 명확했다.
“청성이야…….”
“화산이라니…….”
좌중은 조용해졌다.
수련에 몰두하던 팽가의 무인들조차 모두 동작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서로 간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자리.
팽가운이 초가보와 남궁세가라는 큰 세력을 참석시키는 큰일을 해냈다면, 팽인호는 그보다 훨씬 거대한 세력인 구대문파 중의 두 곳을 끌어들였다.
팽가운이 그간 한 노력과 공적은 속절없이 덮여 버리게 된 것이다.
“오, 백 장로. 남궁세가에서도 여길 왔구려.”
“이거 얼마만이지요?”
“횟수를 세기도 민망하구려. 참 오래되지 않았겠소.”
청운 도장과 남궁백은 서로 인사를 나눴다.
“초가보도 오셨소이까.”
“작년 무림대회 때 뵙고 또 뵙는군요, 지관 진인.”
“너무 거칠게 가르치지 마시오. 요즘 뛰어난 인재들이 전부 초가보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던데. 기세가 하늘에 뻗어 있소.”
“그래도 화산파만 하겠습니까.”
초영숭과 지관은 그렇게 말을 나섰다.
“허, 두 분께서 너무 정담을 나누시는군요. 우리도 좀 관심을 가져주시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없군요.”
“허허허.”
그들은 정자 앞에서 서로 화목하게 웃으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 모습에 팽가의 무인들도 훈련을 멈추고 계속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일단 앉으십시오. 앉아서 얘기를 하십시다. 여봐라! 뭣 하느냐! 손님이 오셨으니 어서 주안상을 차리지 않고!”
팽인호가 모두를 정자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외쳤다.
정자 끝에 대기하고 있던 하인 몇 명이 부리나케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렇게 다들 자리를 잡으며 웃음꽃을 피울 때였다.
“아, 이런.”
팽가운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정자 밖으로 나갔다.
조금 전 선객(先客)들이 들어온 방향으로 또 다른 손님들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
장원태는 정자로 걸어가던 중 불안함을 느꼈다.
그 불안감은 정자에 다가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었다.
“청성파…… 남궁세가파…… 초가보에. 세상에, 화산파까지!”
장련이 숨을 들이마시며 작게 비명을 질렀다.
정자에 먼저 자리 잡은 선객들의 위명이라니.
강호의 문파를 소문으로만 들은 장련조차 다리가 덜덜 떨렸다.
“하북 제일가의 연회이지 않느냐. 이 정도는 예상을 했어야지.”
장웅이 오라비답게 짐짓 태연한 신색으로 여동생을 다독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턱 근육 역시 긴장으로 꽉 다물려 있었다.
“오셨습니까. 여정이 무탈하신 듯하여 다행입니다.”
마중 나온 팽가운이 포권을 하며 말을 했다.
장원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펴주신 덕분이지요. 헌데, 저희 같은 말석이 이런 자리에 참여해도 되는지 모르겠소이다.”
장원태는 좌중을 둘러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자 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
평소라면 길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자리를 비켜줘야 할 복장들이 그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는 우편에 비어 있는 곳을 가리키며 정자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였다.
“대공자, 그분들은 누구시오?”
그들끼리 얘기를 나누던 그때, 앞쪽에 앉아 있는 남궁백이 말을 걸었다.
팽가운은 잠시 망설이다 이내 소개하기 시작했다.
“장씨세가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장씨세가?”
“장씨?”
“그런 곳도 있었소?”
그 말에 사람들은 웅성이며 말했다.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경한 얼굴에 장련과 장웅이 오히려 당황했다.
“저희는 하북 이남의…….”
“아하. 그 석가장과 함께 있는 세가?”
장웅이 말 할 때 초영숭이 짝 하고 손뼉을 치며 알은체를 했다.
그러자 한쪽에서 동의하듯 말을 이었다.
“어허, 생각났군. 무가 흉내를 내는 석가장, 그리고 그 옆에서 아웅다웅 다투는 장사치 가문 아닌가.”
“허허허.”
“크흐흠.”
좌중에 몇 번의 웃음이 터지고 교차했다.
몇몇은 눈을 흘기며 웃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자리에 앉지 못한 장씨세가 사람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상대가 워낙 거물들이라 가볍게 보이리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언사를 던져올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이……!”
“몸가짐을 바로 하거라. 이곳은 팽가의 자리다.”
장웅이 뭐라 얘기하려 한 발 나설 때 장원태는 그를 만류했다.
그는 연회가 있다는 말에 본가만 초빙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이 정도 각오는 하고 이곳에 온 것이다.
‘어찌 보면 저런 반응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만…….’
중원 전역에서 보자면 장씨세가는 알려지지 않은, 거론조차 되어 본 적이 없는 세가였다.
그에 반해 저들은 수백 년 전부터 이미 위명을 떨친 문파와 세가들이 아닌가.
“허, 이거. 참으로…….”
팽가운은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불러들인 손님이 모욕을 받고 있는데, 모욕을 가한 이들 역시 손님이다.
그것도 팽가보다 더 위맹이 자자한 손님들이다.
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장씨세가 일행 중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소위 명문 정파라는 분들은 원래 이리 경솔하신 게요?”
그 목소리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뚝 하고 끊어버렸다.
특히나 청성파 장로는 눈살을 찌푸리다 입을 열었다.
“귀하는 누구신데 그런 말씀은 하시는 게요?”
묵객은 노인을 노려보았다.
그러곤 눈앞의 사람들을 한번 둘러보곤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워낙 거창하신 분들이라 소인의 유명하지 않은 이름을 아실지나 모르겠소. 이 무명소졸의 성은 박, 자는 승룡이라 하오. 풍운도귀란 별호로 불리고 있소.”
“…….”
“…….”
잠시 주변에 정적이 일었다.
웃음을 띠던 노인들은 저마다 당황스런 눈빛을 내비쳤고 서 있던 사내들은 눈을 부릅뜨며 묵객을 바라보았다.
몇몇은 눈가에 떨림이 일 정도였다.
미공자, 단월도, 인상착의.
풍문으로 들은 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풍운도귀라면…… 묵객?”
그리고는 잠시 뒤 저마다 한두 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설마…….”
“칠객?”
드르륵.
그리고 누군가가 일어나자, 동시에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중에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겨온 이는 화산파 매화검수 지관 진인이었다.
“실례했소이다. 친한 이들끼리 모여 허물없이 떠든 소리이니 너무 괘념치 말아 주셨으면 하오.”
뒤이어 청운 도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게 말이오. 괜히 흥에 겨워 떠들다 보니 묵객께서 있으신 줄 모르고 실례를 범했소.”
“초가보도 사과하겠소.”
“남궁세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구려.”
모두가 한마디씩 적극적인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장로가 고개를 숙이자 제자들도 묵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묵객은 그런 자였다.
그들의 사과는 비단 묵객의 실력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칠객은 구대문파나 오대세가와 달리 스스로 협행으로 이름을 쌓은 자.
존경의 의미 역시 품고 있었던 것이다.
강호의 명문 거파의 명숙들의 사과에 묵객 역시 소홀히 대하지 못하고 정중히 읍을 하며 답례했다.
“그간 너무 무심했었구나. 이리 위명이 대단한 분이셨는데…….”
장웅이 흐뭇한 눈으로 묵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게요. 저희가 얼마나 귀하신 분을 모신 건지 이제 알겠어요.”
그 말에 그제야 미소를 짓던 장련도 고개를 끄덕였다.
칠객이란 이름.
강호에 수많은 명성을 떨친, 모두가 인정하는 백대고수.
평소에 너무 가볍게 행동해서 잊고 있었지만, 그는 강호의 명숙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올 정도로 대단한 자였던 것이다.
“현재나 과거나 칠객의 명성은 여전하군요. 오히려 더 대단해진 것 같습니다.”
괜스레 다리를 툭툭 털던 명호가 광휘 옆으로 다가와 남들은 들리지 않게 속삭였다. 광휘가 말이 없자 그는 말을 흘렸다.
“이게 다 단장님 같은 웃전들이 이룩해 놓은 명성…….”
“명호.”
광휘가 그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
“큼.”
명호는 기침을 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던 그때 한 여인이 자신들 쪽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팽월이란 여인이었다.
“어머나, 좌중에 계신 분들이 묵객만 보고 계시군요. 하지만 여기 무사도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녀의 말에 좌중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하북제일미 팽월이 대단하다고 소개하는 인물이 보통 사람은 아니리라는 기대감을 품었던 것이다.
팽월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말했다.
“백대고수인 소위건을 죽이신 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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