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00)
특성 쌓는 김전사-100화(100/300)
미궁 도시 -2- [4권 끝]
한참 실랑이 끝에 겨우 안으로 들어왔다.
아마 나 혼자 왔으면 말도 제대로 섞지 않고 쫓겨났을 것이다.
순조롭게 들어온 건 어디까지나 마담 덕이었다.
“효르디스······”
지하실.
마법진이 겹겹이 새겨진 진은 관.
그 안에 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
피부가 반투명한 청백색이라 내부의 근육, 핏줄, 신경이 모두 도드라져 보인다.
지금도 기이한 검은색 광채가 뱀처럼 신경계를, 혈관계를 따라 달리는 중.
실시간으로 변이되는 것이다.
마신 키마리스의 권속으로.
변이가 끝이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성흔의 결과, 피해자는 인간도 악마도 변이체도 아닌 마력 덩어리가 되어 흩어진다.
유골 한 점조차 못 남긴 채로.
시그문드가 허무한 얼굴로 말했다.
“대주교님께선 최대한 여기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야 봉인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다고요.”
“이번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만약 전에 사기꾼들처럼 수작만 부리고 도망치면, 나도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두 눈동자에서 전광이 번쩍인다.
전형적인 노르드 남자.
노르드 남자치곤 가정적인 게 신기하지만, 분노하면 바이킹이자 광전사다운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줄 것이다.
나는 몇 걸음 효르디스에게 다가갔다.
마법진을 밟지 않게 주의해서.
그러나 당당한 모습으로.
“먼저 한 가지 말씀드리죠.”
마력 회로를 따라 달리는 마력.
그 안에서 드문드문 떠오르는 마법 문자를 확인하고 말했다.
“성흔은 치료하는 것도 아니고 정화하는 것도 아닙니다. 극복하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까 그렇게 말씀하시긴 했죠. 차이가 있나요?”
“예. 신열이 그러니까요. 두 분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신열은 극복하는 거지, 정화하는 게 아니라고요.”
“그야 그렇습니다만.”
마담도 시그문드도 의아한 얼굴이다.
뚱딴지처럼 신열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내가 신열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성흔도 결국 신열이니까.
신의 힘을 주입하여 신경계를 자극, 입교하게 만드는 신열.
공격 여파로 신의 기운이 남겨져 전신을 변이시키는 성흔.
크게 보면 다를 게 없다.
통제되느냐 통제되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지.
누가 와도 성흔을 제어할 수는 없다.
성흔을 발휘한 본인들, 마신마저도 영락하고 쇠락한 끝에 이성을 잃고 미쳐버린 결과물이니까.
“신열 극복 방법은 아시죠?”
“이론상으로는 초인 각성, 혹은 레벨업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성흔은 그런 방법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대주교님께 들었습니다. 예전에 그런 시도가 있었다고요. 교단 차원에서 넥타르를 먹이고, 대규모 의식을 통해 토르 님의 신위를 주입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렇겠죠. 신열과 성흔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같지만 다르다.
신열은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베스트팔렌 신멸 조약에 정면으로 위배되니까.
어쨌든 신들은 신멸 조약을 받아들였고 자신의 존재를 걸고 조약을 지키겠다고 맹약했다.
적당히 우회하는 건 가능해도 정면 거부는 불가능.
“신열이 시련이라면 성흔은 진화입니다.”
“진화?”
“예. 승천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토르나 가이아가 마음에 든 인간 영웅을 인위적으로 승천시켜 천사로 만드는 것과, 혹은 9레벨 성좌가 10레벨이 되어 신격으로 승천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허, 성흔이 좋은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원래는 좋은 거였죠. 신들이 망가져서 마신이 되지 않았으면요. 승천이 뒤틀리고 왜곡돼서 영적 존재가 되는 게 아니라 마력으로 변해 죽어버리는 것 아닙니까.”
“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
나는 오른손을 들었다.
마력을 뿜어내며 현란한 빛을 빛내다가, 돌연 꽉 쥐고는 마력광을 꺼뜨린다.
“따라서, 이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는 힘을 열화시키고 약화시켜 현실 세계로 추락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현실 세계로 추락시킨다?”
“예. 마도적 측면에서 보면 저차원으로의 몰락이지요. 우리 입장에서 보면 현실계 고정이고요.”
“현실계 고정······”
시그문드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듣다 보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으, 설득하기 힘들다.’
약 하나 만들어서 먹이는 방법이면 얼마나 좋아.
저주에 가까운 의식을 치러야 해서 이런 수고를 들이고 있다.
의식 방법부터 설명했으면 치료가 아니라 저주하는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래서 의식 방법도 조금 특이합니다. 축복이나 치료보다 저주에 가깝죠.”
“저주라뇨?”
“뭐 어떻게 하길래요?”
“우선 악마의 피로 역오망성을 그립니다. 하급 악마든 최하급 악마든 다 좋습니다. 그리고 역오망성 꼭짓점에 심연체의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양초를 놓고, 불은 어둠 속성 불을 사용합니다. 피해자를 역오망성 중심에 선과 겹치지 않게 놓고, 세계철을 곱게 빻아서 피해자 위에 적당히 뿌린 다음 키마리스의 피를 주재료로 사용한 소생의 비약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먹입니다. 의식이 진행되다 보면 피해자가 악마로 변이되는데, 최후의 순간에 악마 퇴치용 무형체 말뚝을 심장에 박으면 끝입니다.”
악마의 피, 심연체의 머리카락, 어둠 속성 불.
거기다 마신의 피를 주재료로 쓴 소생의 비약?
이건 진짜 악마 되라고 고사 지내는 수준이다.
시그문드가 입을 비틀었다.
“정말입니까? 정말로 그런 의식을 치러야 한다고요?”
“예.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렇게 하면 분명히 부인께서 소생하실 겁니다.”
“하······ 보르그힐드, 이게 맞아?”
“저분은 진심이야. 내 눈에는 진실로 보여.”
“하······”
시그문드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턱대고 실행할 수는 없습니다. 자문을 구해보지요.”
“그러세요. 가능하면 성흔을 감염시켜서 동물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죠. 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좋습니다. 자신 있는 모양이죠? 먼저 검증부터 해보겠습니다.”
며칠 기다려야 되겠네.
어쩌면 몇 주 이상 갈지도 모르고.
뭐, 괜찮다.
미궁 도시는 고레벨 초인들의 온상과도 같은 곳.
기왕 온 김에 한 달 살기 하면서 여러 특성을 배워가도 좋을 것이다.
거기까지 하고 돌아가려는 찰나.
둥!
북소리가 울렸다.
두둥!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심장 뛰는 소리 같으면서 기이하게 낮은, 뼛속까지 진동시키는 소리가 공기도 거치지 않고 고막도 울리지 않고 뇌에 직접 꽂혔다.
이거 혹시······
침을 삼키며 백색 관을 돌아본다.
두아앙!
여자가 빛을 뿜고 있었다.
거무튀튀한 흑색 빛을.
심장으로부터 전신으로 밀어내듯이.
세계를 울리면서, 자신의 영혼을 변형시키면서.
지극히 사악하고 지독히 고귀한 광채를 북소리처럼 퍼뜨린다.
당! 다앙! 두아앙!
점차 고조되는 암흑 박동.
의미가 명백했다.
시그문드와 마담의 얼굴이 금방 흙빛이 되었다.
“호, 효르디스!”
“아, 안 돼!”
성흔 종결이 임박한 것.
이제 1시간 내로 성흔이 영육을 잠식하고 여자는 마력 덩어리가 되어 허무하게 흩어진다.
의식 검증?
그런 거 할 시간 없다.
1분 1초가 급했다.
“마담. 악마의 피, 심연체 머리카락 양초, 세계철 가루, 악마 퇴치용 무형체 말뚝 구해오세요. 빨리!”
“네, 네!”
“시그문드 당신은 키마리스의 피를 구해오고.”
“그, 그걸 지금 어떻게······”
“10분 안에 못 구해오면 당신 아내는 죽어.”
키마리스의 피를 단순히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주재료로 써서 소생의 비약을 만들어야 한다.
시그문드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 가서 키마리스의 피를 구해야 하냐는 얼굴.
나는 내 할 일을 했다.
손을 앞으로 뻗고 마력을 방사한 것.
[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혼][집중] [마력 증폭][마력 집중][마력 안정]어마어마한 마력량이 쏟아진다.
4레벨 전사가 아니라 마법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
거기다 칼날처럼 완벽하게 제어되고 있었다.
예리하게 마법진으로 파고든 마력이, 자기는 원래 무채색 마력이었다는 듯이 마법진에 동화된다.
번쩍, 번개처럼 번뜩이는 마법진.
효과가 있었다.
강력한 신위가 일어서며 효르디스를 억누른다.
피부로 번지던 흑색 광채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토르 교단 사제가 여럿 와서 신성력을 주입해야 비슷할까?
“이 마력은······”
시그문드가 뭔가 알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급합니다. 빨리!”
“예, 예!”
시그문드와 마담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나는 차분히 백색 관 안의 여자를 주시했다.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비약도 만들어야 하는데?
1시간을 2시간으로 연장하는 것까진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2시간······’
시그문드랑 마담이 잘해주길 비는 수밖에.
“효르디스! 효르디스! 내가 왔다! 조금만 참아!”
“그림힐드! 빨리 와, 빨리!”
“가고 있어!”
둘이 나가면서 연락을 돌린 걸까?
한 무리의 초인들이 문을 부서질 듯이 박차고 뛰어들었다.
최소한 5레벨 초인들.
개중 빛나는 백발을 한 여인이 빠르게 다가왔다.
마력을 주입 중인 나를 보고 살짝 놀라더니, 이내 머리를 끄덕인다.
“제가 할게요. 사제는 아니신 것 같은데 마법사신가 보죠? 마력이 아주 순일하고 웅대하네요.”
“감사합니다.”
여인이 두 팔을 벌렸다.
번갯불 같은 신성력이 폭격하듯 마법진을 두드린다.
내가 할 때보다 더 격하게 반응하는 마법진.
그도 그럴 게 5레벨 사제 계열 초인이었으니까.
신성력 속성을 볼 때 토르 교단 소속이고.
“이건 어디 두면 됩니까?”
키가 250에 달하는 거인이 나를 보며 물었다.
한쪽에 연금술 선반을 짊어지고 있다.
아니, 간이 도구만 있어도 충분한데 저걸 통째로 들고 왔어?
나는 지하실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놔두세요. 그리고 재료는······”
“악마의 피! 악마의 피 도착했습니다! 뭘 그리면 된다고요?”
거인과 대조적으로 키는 겨우 120 정도.
대신 매우 날렵해 보이는 남자가 마법 텀블러를 쥐고 도착했다.
“역오망성 그리세요. 저분이 안에 들어가야 하니까 최대한 크게요.”
“예엡! 맡겨만 주십쇼!”
“로키손! 그건 나한테 주고 다른 재료 받으러 가!”
“예엡! 갑니다!”
재료가 속속 도착했다.
거의 5초마다 한 번꼴로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까닭에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
나는 정신을 다잡으며 비약 제조에 들어갔다.
[조제][제작][개조] [육감][통찰][집중]도움 될 것 같은 특성을 모조리 때려 박았다.
소생의 비약 재료를 우선 다듬은 후 물을 달였다.
재생초와 회복 열매, 치유나무 가지를 넣자 달큰한 냄새가 풍긴다.
상급 치유 물약을 아낌없이 넣어주면 기초는 완성.
여기서 주재료가 들어가야 하는데······
“키마리스의 피 대령이요!”
로키손이라는 난쟁이가 바람처럼 나타났다.
텀블러를 받자마자 까만 피를 붓는다.
꾸르르륵.
달콤달달하게 꿀렁이던 액체가 즉시 오염되었다.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라 나를 침습하려 한다.
“어엇, 조심해요!”
난쟁이가 외치며 뒤로 물러났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맞았다.
[불굴]에 [마법 저항]만 낀 채로.오염 저항에 암흑 저항만 있어도 어느 정도는 견디니까 두 상위 특성을 장착한 상태라면 몇 시간도 끄덕없다.
“와······ 아저씨도 보통 사람은 아니네요.”
난쟁이가 감탄한 듯 나를 들여다보았다.
무시하고 제조 강행.
끔찍하게 변한 지옥의 비약에 어둠 박하, 밤하늘 사슴 사향, 그림자 차원의 몰약을 차례차례 투여했다.
셋 다 방향성 약재.
넣는 즉시 증발하며 그윽한 냄새가 코 점막으로 파고들었다.
“우웩!”
“뭔 냄새야!”
“으어억!”
마신의 피와 결합하여 기이하게 비리고 괴상하게 역겨운 냄새.
수르스트뢰밍처럼 토악질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영혼까지 영향이 가는, 그래서 당장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향기였다.
마지막 절차를 진행했다.
[흑염]가장 좋은 건 순수한 암흑 속성이지만 이것도 괜찮다.
손바닥을 활짝 펼치고 흑염을 방사했다.
시커먼 불길이 솥에서 끓던 액체에 스며들고, 이내 액체가 잔뜩 졸아들면서 새끼손가락 부피로 줄어들었다.
고약처럼 끈적끈적한 액체.
게임으로 보면 이렇게 제목이 결정됐겠지.
[키마리스의 혈흔 비약]이것도 나름 괜찮은 비약이다.
마시면 짧은 시간 악마화되어 강해지거든.
후유증이 광분만큼 강해서 문제지만 어쨌든 죽지는 않는다.
“준비는? 준비는 끝났습니까?”
“예!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가죠.”
시그문드도 마담도 돌아와 있었다.
초인들이 염동력으로 여자를 들어 마법진 위에 올린다.
토르의 억제진에서 벗어나자 여자가 몸을 들썩였다.
과아앙!
거의 한계.
흑색 광채가 허공을 향해 튀어오른다.
이제는 정말로 몇 분 남지 않았다.
나는 급히 시그문드를 향해 손짓했다.
“철가루 뿌려요! 빨리!”
“예! 예!”
세계철을 흩뿌린다.
아주 모래 무덤 쌓듯이.
마담이 괴상하게 생긴 권총을 들고 역오망성 가장자리에 섰다.
“불붙일까요?”
“제가 직접 하죠.”
흑염이야말로 암흑 속성 불 중 최상위.
손가락을 가만히 튕겼다.
검은 불꽃이 다섯 갈래로 뛰쳐나가 심연체 머리카락 양초에 불을 붙였다.
무형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공기가 무거워진다.
세계철이 거기 반응했다.
까맣게, 까맣게 변하며 심연 속성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악마의 피까지 전달하여 마법진 내부 공간이 기이하게 변화한다.
마치 아차원이라도 된 것처럼.
“괘, 괜찮은 거겠죠?”
“조용!”
누군가 걱정하며 의문을 표시하고, 다른 누군가가 급히 주의를 주었다.
토르 교단 사제인 백발의 여인도 가만히 서 있었다.
이미 주사위를 던진 다음.
지금 와서 주저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차분히 공간 변화를 살폈다.
악마의 피가 충분히 변성되고 공간이 완전히 심연 속성으로 물든 다음에야 행동에 나섰다.
완성된 비약을 누워 있는 여자에게 먹인 것.
두둥!
빛이 격하게 뛴다.
박동을 일으킨다.
그 빛 끝에서 여자는 증발하는 대신 악마로 변이했다.
피부는 칠흑색으로.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악마 뿔이 돋아남과 함께 악마 날개가 한껏 펼쳐졌다.
지금!
내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바로 무형체 말뚝을 심장에 때려 박았다.
“흐윽!”
여자가 크게 한 번 펄떡였다.
그것으로 끝.
변이되던 육체가 한순간에 원래 모습대로 돌아갔다.
눈을 감고 잠든 듯 누워 있는 여자.
“어······ 효르디스?”
시그문드가 몸을 떨며 앞으로 나섰다.
여자 앞에 무릎을 꿇고 호흡을, 심장 박동을 확인한다.
“으으응······”
자연스럽게 여자가 눈을 떴다.
맑기만 한 파란 눈동자.
허무한 마력 덩어리도 아니고, 악마 같지도 않은 아름다운 눈이 시그문드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여보 왜? 무슨 일 있어?”
천연덕스럽게 되묻는 여자.
“자기야!”
남자가 짐승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기쁨 가득한 얼굴로.
[4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