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12)
특성 쌓는 김전사-112화(112/300)
돌연변이 -4-
라면 10인분은 금방 동이 났다.
돌연변이들은 바닥까지 싹싹 핥아먹었다.
“더 없어?”
“한 입만 더 줘!”
“너무 아쉬운데…….”
“집에 라면 없어요?”
“없지.”
“우린 영양 캡슐이랑 떡만 먹고 사니까.”
맛을 못 느끼니까 대충 먹고 산 모양.
거수곰처럼 한약이라도 먹으면 잘 먹는 거라고.
“마트 가서 사 오시면 되죠. 아니면 사냥이라도 해 오시던가요. 고기에 소금이랑 후추, 마력핵 가루만 뿌려 먹어도 맛있습니다.”
“꿀꺽!”
“당장 가지!”
“휴전선 갔다 올 사람?”
“얌마, 휴전선이 동네 뒷산인 줄 알아?”
돌연변이들이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누구는 읍에 갔다 온다고 하고 누구는 사냥갔다 온다고 했다.
심지어 거수곰까지 엉덩이를 들썩였다.
“나도 인제읍에 갔다 올까?”
“촌장아, 아서라. 그 덩치로 어딜 간다고 그래?”
“인간들이 다 괴물인 줄 알걸?”
돌연변이들은 순식간에 돌아왔다.
멧돼지를 짊어지고 온 돌연변이, 꿩 수십 마리를 엮어 가져온 돌연변이, 라면박스 탑을 약탈품처럼 들고 온 돌연변이, 아이스크림을 자기 입김으로 얼려서 보존한 돌연변이.
때아닌 축제가 열렸다.
괴물촌 전체가 들썩였다.
5레벨 6레벨의 고레벨 돌연변이는 물론,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과 겨우 몸을 가누는 환자들까지 몽땅 걸어 나왔다.
“마, 맛있어!”
“아아, 이건 단맛이라는 거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세상에…….”
“으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특이한 말씨를 쓰는 돌연변이들도 하나둘 합류했다.
“이거이 얼음보숭입네까?”
“즉석국수가 아주 맛납네다!”
“잘 먹겠습네다!”
아니, 대체 어디 사는 사람들이기에 저런 말씨를 써?
기가 막힌다는 눈빛을 보내자 거수곰이 감출 수 없는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우리한테는 남북 차이가 의미가 없다네. 어딜 가나 박해받는 신세거든.”
“그야 그렇습니다만…….”
“너무 눈치 주지 마. 저 사람들도 힘들게 넘어왔다고. 북쪽 사정 알잖아. 먹고살기 힘든 거.”
마도과학이 발전한 이 세상에서도 북한은 최빈국.
돌연변이는 살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법적으로 인간 취급을 받지만 북한에서는 걸핏하면 사냥당하고 마력핵을 적출당한다던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거수곰이 큼지막한 주석잔을 들어 올렸다.
건배 자세.
내가 말아 준 소맥이 마력핵 가루를 머금고 황금빛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술이나 마시자고. 건배!”
“건배!”
술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이럴 때 뺄 수는 없지.
내가 꼴랑꼴랑 술을 마시는 사이 거수곰은 자기 머리통 같은 주석잔을 통째로 비웠다.
“캬! 인간들이 왜 술을 그리 좋아하는지 알겠어. 아주 시원하고만!”
“촌장님도 인간이면서 왜 인간이라고 따로 부르는 겁니까?”
“입에 붙은 거지. 솔직히 우리가 사람 취급받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말하는 짐승 취급이었어. 나도 수십 번 넘게 죽을 고비를 넘겼고. 후, 그때 사냥꾼 놈들은 진짜 지독했지. 그나마 이번에 바뀐 사냥꾼 협회장은 이야기가 통하지만. 아, 자네도 사냥꾼 협회원이라며?”
“맞습니다.”
“사냥할 때 상대가 돌연변이인지 평범한 마수인지 꼭 확인하고 방아쇠 당기게. 1년에 한두 번은 우리 마을 사람이 총을 꼭 맞거든. 내 손으로 자넬 죽이고 싶진 않아.”
“명심하지요.”
돌연변이 사냥에 대한 괴물촌의 답은 항상 똑같았다.
결투.
그리고 복수.
대한민국의 돌연변이 법에 명시된 권리였다.
듣기로는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6‧25)에 참전한 거수곰과 돌연변이들이 일궈 낸 대가였다고.
“그건 그렇고 마력핵이 필요하다고 했지?”
“예.”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거수곰이 고심하며 술잔을 들여다본다.
소를 닮은 눈망울에서 황금빛 액체가 찰랑이고 있었다.
게임에서라면 택도 없는 평판 수치.
하지만 현실에서라면?
맛의 신세계에서 허우적대고, 맛의 폭풍에 휘말린 지금이라면?
“원래는 안 되는데 말이지…….”
거수곰이 마을 주민들을 쭉 둘러보았다.
축제가 한창이다.
다들 눈이 뒤집혀 음식을 먹다가, 지금은 조금 진정해서 적당히 즐기고 있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꺼끌꺼끌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나무 돌연변이.
“두둠칫! 둠칫!”
괴상하게 몸을 꺾는 삼두육비 야차 돌연변이.
“맛있어요!”
“하나 더 먹을래요!”
“어허, 그러다 배탈 난다.”
아이스크림을 달라며 보채는 병아리 형태 돌연변이 아가도 있다.
괴물촌에 보기 드물게 웃음과 행복이 넘쳐났다.
거수곰도 입가에 순둥한 미소를 매달았다.
“정말 오랜만이야. 정말로 오랜만이야…….”
늙은 곰은 어떤 과거를 들여다보고 있을까?
간만에 추억에 젖은 눈망울.
잠시 몸을 일으킨다.
단 1분도 지나지 않아 돌아온 그 큰 앞발에는, 서광을 뿌리는 보석 몇 개가 들려 있었다.
“받게. 자네가 원하던 마력핵일세.”
정확히 네 개.
각각 거인, 악마체, 야차, 천둥새 돌연변이의 마력핵.
누구의 것일까?
알 수 없다.
거수곰의 동료일 수도, 친구일 수도, 혹은 가까운 친지나 가족의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마력핵을 골프백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잘 쓰게. 그들도 납골당에서 잠만 자느니 자네 같은 인간 친구에게 쓰이는 걸 원할 걸세. 설마 팔진 않겠지?”
“제가 쓸 겁니다. 경지의 벽에 부딪혀서 재구성 영약을 만들려고 하는데, 제 마법 정령이 돌연변이 마력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뭐? 재구성 영약에 쓴다고?”
“예. 혹시 안 됩니까?”
여기서 안 된다고 하면 곤란한데.
눈치를 슬쩍 살피자 거수곰이 파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아까 내 공격 막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자네 정말로 대단한 인간이었군!”
“그렇습니까?”
“그래! 예전에 재구성 영약에 필요하다고 돌연변이 마력핵을 나한테 달라고 한 인간이 있었어. 그게 누군지 아나?”
“누굽니까?”
“바로 동부군 군단장이라네. 묵호검 그 인간 말이야. 어, 잠깐만. 자네 그거 묵호검 아니야? 백호검이 아니라?”
군단장이랑 아는 사이였어?
하기야 둘 다 독립 유공자에 전쟁 유공자다.
안면이 없는 게 더 이상하다.
“맞습니다.”
“그 영감 제자였으면 미리 얘기를 하지. 괜히 나한테 한 대 맞았잖아.”
“제자는 아닙니다. 군단장 님께서 선물로 주신 거예요.”
“그 영감탱이가 선물로 줬다고? 제자도 아닌데?”
헛소리하지 말라는 표정을 짓는 거수곰.
금방 얼굴을 바꾸고는 납득했다는 시선을 보낸다.
“하긴 그 영감 아들이랑 제자들 상태가 좀 안 좋긴 하지. 표범과 살쾡이는 많은데 호랑이가 없어.”
“잠깐 뵀었는데, 다들 용맹하고 지혜로운 분들이었습니다.”
“그 영감탱이 눈에는 안 찰걸? 포스트 천마를 노렸던 양반이잖아. 최소 8레벨은 해야지.”
거수곰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날 주시했다.
“고작 4레벨에 경지의 벽을 마주했으면서 재구성 영약에는 돌연변이 마력핵이 4종이나 들어간다라…… 자네 아나? 그 영감탱이가 마력핵 먹을 때 몇 레벨이었는지?”
“7레벨이셨겠지요.”
“아냐. 5레벨이었어.”
5레벨에 성장 한계가 왔다?
SSR급이 아니라 R급이었다는 얘기네.
게임에서는 시작 시점에 성장 한계 다 돌파했으니 SSR급으로 처리된 거고.
거수곰이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어쩌면 자네야말로 진정한 묵호검왕, 아니 검성이 될지도 모르겠어.”
“검성이라니요. 너무 과합니다.”
“기질이 그 영감과는 다르긴 한데 강하면 검성이지 별것 있나? 하여튼 이번에 마력핵 4종이 필요하면 다음에는 더 필요하겠구먼.”
“그렇겠지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우리도 차기 군단장과 인연이 있으면 좋지.”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우리도 몇 가지 부탁을 할 수 있어. 그건 생각해 두게.”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나야말로 바라던 일.
괴물촌의 퀘스트는 보상이 빵빵한 게 많으니까.
내가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과연 할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몸을 털고 일어났다.
골프백을 짊어지자 돌연변이들이 모여든다.
다들 아쉬워하고 더러는 눈물을 흘렸다.
“또 오는 거지?”
“넌 우리 마을의 은인이야!”
“전 세계 돌연변이의 희망이지!”
“정말 고마웠어!”
“보고 싶을 거야!”
이성보다 본능이 강하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돌연변이.
그래서인지 인간보다 순수하고 정이 있었다.
산 아래로 달리기 시작하자 돌연변이 수십 명이 따라왔다.
대부분 금방 뒤처졌지만 나와 비슷하게 달리는 돌연변이도 몇 명 있었다.
그중 얼굴과 몸을 완전히 가린 여자, 해골뱀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맙다.”
“고맙기는요.”
“너 덕분에 2백 년 만에 밥을 먹었어.”
2백 년?
알고 보니 화석이었네.
“오래 사셨네요?”
“쓸데없이 나이만 먹었지. 수십 년 만에 즐거웠다.”
“수십 년…….”
“재구성 영약에 돌연변이 마력핵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혹시 해골뱀 마력핵이 필요하면 말해라. 내 걸 내어 주지.”
미친 거 아니야?
왜 자기 걸 줘?
나는 다급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필요해도 살아 있는 사람 마력핵을 쓸 생각은 없어요. 이 넓은 세상에 마력핵 하나 없겠습니까?”
“정 없으면 말해. 기꺼이 내어 줄 테니.”
심장이 두 개도 아니면서 어떻게 자기 걸 준다는 거야.
어느덧 차를 대 놨던 곳에 도착했다.
시동을 걸자 해골뱀이 손을 흔들었다.
“몸조심해. 내 마력핵 가져가기 전에는 죽지 말고.”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세요.”
“하지만 진짜인걸? 나는 갓 태어났을 때 예언을 받았어. 내게 혀와 피와 살을 돌려준 사람에게 마력핵을 바칠 운명이라고. 그로부터 나도 세상도 태양처럼 부활할 거라고 했지.”
해골뱀의 개인 퀘스트가 그런 내용이긴 한데…….
마력핵을 받는다는 것만큼은 금시초문이다.
심장 떼어 주면 아무리 2백살 돌연변이라도 죽잖아!
나는 손을 휘저었다.
“은유겠죠. 예언인데 명확하게 해석되는 게 어디 있어요?”
“그럴지도…….”
“잘 해석해 보세요. 괜히 이상하게 해석했다가 망치지 말고.”
“응. 조언 고마워.”
“다음에 봐요.”
“잘 가.”
부아앙!
하루도 안 되는, 체감상으로는 며칠 묵었던 것만 같은 괴물촌 탐방이 종료되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
음주 운전 아니냐고?
[금강체][불사][시구르드 연공법] [불굴][약물 저항][독 저항]이 특성 세트 앞에서 알코올 몇 모금쯤 의미가 없다.
아마 방사능을 퍼먹어도 소화할걸?
“마력핵 구해 왔어.”
[고생하셨습니다, 주인님. 재료 칸에 넣어 주시기 바랍니다.]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재료 칸에 넣자 이내 바닥이 열리며 마법솥으로 이동한다.
바로 제조 시작.
내가 손대고 어쩌고 할 필요도 없었다.
전 과정이 자동화되어 단 1밀리미터, 1밀리리터의 오차도 없이 재구성 영약이 제조되었다.
금방 완성된 네 개의 재구성 영약.
붉고 까맣고 파랗고 하얀 액체가 마법 수정병에 담겨서 뽀얗게 회오리치고 있었다.
[넥타르 세 병이 필요합니다.]“특성 영약까지 하면 네 병이지?”
[그렇습니다.]“생각보다 많이 드네.”
[다음 재구성 때에는 더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넥타르 다섯 병은 필요합니다.]“특성 영약은 하나만 필요하고?”
[예. 그리고 넥타르에 포함된 마력을 강제 배출하는 방법을 설계하는 중입니다. 넥타르 다섯 병의 마력을 주인님께서 모두 흡수하면 반드시 마력 폭주가 일어납니다.]나한테 있는 게 열한 병이니까 다음 레벨 업까지는 쓸 수 있다.
금고에서 넥타르 네 병을 꺼내 와 재료 칸에 넣었다.
재구성 영약을 압축하기 시작.
치이이익!
수증기가 뿜어진다.
황금빛 연기가 뿌옇게 뿌려지다가 흩어진다.
적잖은 마력이 배출되고 있다.
내가 가진 마력보다 더 많이.
[완성되었습니다.]마침내 완성된 재구성 영약.
돌연변이 영약이라고 해야 할까?
황흑백청홍 오색을 품고 다섯 갈래로 흩어져 소용돌이치다가 모여서 일렁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주인님. 모든 능력을 제거하고 복용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완전 생으로 먹으라고?”
[예. 그래야 영약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단, 매우 고통스러우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하…….”
예전엔 특성 풀로 장착하고 넥타르 먹어도 죽는 줄 알았는데 생으로 맞고 품으라고?
어쩔 수 없다.
강해져야지.
대충 살다가 죽을 거 아니면 지금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
당장 옛 아버지 교단만 해도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잖아.
신멸 조약 아니었으면 진작 끌려가서 개처럼 세뇌당했을 것이다.
눈을 질끈 감고 재구성 영약을 들이켰다.
“커허억!”
몸이 부서진다.
낱낱이 깨지고 허물어진다.
뼈가 조각나고 근육이 해체된다.
세포 단위로 뜯어져 나갔다가 재조립되는 듯한 느낌이다.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다.
몇 번을 까무러치고 기절하고 실신했다.
실제로 숨통이 끊어지고 심장이 정지했다.
그러나 살아남았다.
내가 대단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순전히 영약 안의 기본 성분, 즉 넥타르 때문이었다.
마법 정령이 넥타르를 괜히 세 병이나 가져오라고 한 게 아니었던 것.
“허억,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는 내게 마법 정령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특성 영약을 복용하세요. 지금 바로 복용하셔야 효과가 제대로 발휘됩니다.]“후, 알았어.”
특성 영약이라고 약하지는 않았다.
죽을 듯이 나를 괴롭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좋았다.
[맹공]염소 악마의 심장이 준 선물과 함께.
마침내 5레벨이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