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23)
특성 쌓는 김전사-123화(123/300)
123화 사라진 불사조 -3-
“일식 학파라뇨?”
나는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벼, 별거 아니에요.”
김마법은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야 나는 외부인이니까.
마탑의 치부를 외부인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묵호검주님. 불사조 몇 마리만 더 잡아 주실래요? 할아버지가 보면 아실 거예요.”
“그러죠.”
탕! 탕! 탕!
비리비리한 불사조 몇 마리를 더 잡았다.
숨는다고 숨었지만 지능이 짐승 수준인 새끼 불사조들.
내 영탄에 얻어맞고는 픽픽 쓰러지는 신세가 되었다.
봉인은 김마법이 진행했다.
마법사가 아니게 된 김마법이지만 간단한 봉인은 할 줄 알았던 것.
불사조들을 레드 쿠거에 싣고 날아올랐다.
김마법이 스마트폰을 들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도 불사조 따돌리셨대요. 마탑에서 만나자고 하시네요.”
“어떻게 하셨대요? 신수 불사조 정도 되면 엄청 똑똑할 텐데.”
“클론을 쓰셨대요.”
“클론이요?”
“네. 딱 3분 동안 본체랑 똑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클론이요. 3분 지나면 죽어 버리지만.”
이 세상엔 별게 다 있네.
나는 스로틀을 최대한 앞으로 밀었다.
레드 쿠거가 유려하게 비행한다.
똑같은 최대 속도여도 김마법이 운전할 때와는 달랐다.
진동도 소음도 없이 바람처럼 공기 결을 따라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태양 마탑까지 돌아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분.
마탑주 전용 주차장으로 귀환했다.
문을 열고 내리자 마탑주가 싱글벙글 웃으며 맞이했다.
“왔나? 역시 묵호검주 자네는 우리 탑의 복덩이야! 미래의 태양보안 사장님다워!”
“미래 사장님이라뇨. 서운한 말씀을. 저 정말 엄청난 소원을 빌 겁니다.”
“에잉, 내 아들놈은 뭘 했는지 몰라. 아들만 낳지 말고 딸도 하나 낳았어야 했는데!”
“농담이시죠?”
성희영의 탐욕 어린 눈이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탑주가 한 번 크게 웃고는 싹 웃음기를 지웠다.
눈동자가 김마법이 들고 내린 새끼 불사조들에게 꽂혀 있었다.
“일식 학파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네. 할아버지.”
마탑주의 눈이 태양처럼 빛난다.
거기서 쏘아진 광선이 새끼 불사조들을 샅샅이 훑었다.
새끼 불사조들이 깨어나 구슬프게 울지만 구해 줄 어미는 없다.
한참 관찰하던 마탑주가 격노해서는 발을 굴렀다.
쿠르릉!
지진 난 것처럼 주차장 전체가 진동했다.
삐빅! 삐비빅!
수십 대나 되는 고급 자동차가 일제히 경고음을 뿌렸다.
“할아버지!”
김마법이 정색해서 소리치자 마탑주도 냉정을 되찾았다.
“이런. 내가 잠깐 흥분했군. 하여간 이놈의 마력 회로는 사람을 분노조절장애로 만든다니까. 확인했네. 누가 범인인지 알았어.”
“아셨다고요? 누굽니까?”
“당연히 그년이지. 학파 수장이라고 대우해 주고 탑의 법을 어겨도 적당히 눈감아 줬더니 내 머리끄덩이를 잡으려고 하는 그년!”
꽈르릉!
냉정해진 줄 알았더니 착각이었나 보다.
마탑주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종래에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천둥 터지듯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댄다.
대기가 떨리고 고막이 울리다 머리가 띵해질 지경.
쨍그랑! 퍼펑!
자동차들이 진동하다 못해 유리창이 깨져 버렸다.
빨간 스포츠카, 흰색 SUV, 검은색 세단, 척 봐도 격이 다른 자동차 셋만 온전할 뿐.
마탑주가 크게 손을 떨쳤다.
“따라오게! 내 이 기회에 이년을 아주 요절을 내야겠어!”
마탑주가 둥실 떠올랐다.
몸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서는 유성처럼 질주한다.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엘리베이터 문을 찢어 버리고는 엘리베이터 통로로 날아가는데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나는 어떻게든 대공습으로 따라붙었지만 김마법이 뒤에서 헥헥거리며 소리쳤다.
“할아버지! 같이 가요!”
물론 마탑주는 신경도 안 썼다.
화염 속성 마법사답게 이미 눈이 돌아 버렸으니까.
“조옥분! 이 썅년아, 당장 튀어나와!”
마탑주는 커다란 문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힐끗 문 앞 명패를 확인했다.
[조옥분 장로]즉, 조 장로.
내가 처음부터 의심했던 인간을, 마탑주 역시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마탑주가 새끼 불사조를 손에 쥐고는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 썅년이 지 혼자 다 처먹으려고 들어? 장로 회의에서는 호박씨만 까던 주제에! 당장 튀어나와! 안 나오면 죽여 버리겠다!”
목소리가 기차 화통 삶아먹은 것처럼 크다.
장로실은 마탑 상층에 있는데 하층은 물론 지하 연구소까지 다 들리게 생겼다.
소음 차단 마법진?
소용없지.
8레벨 마법사가 사자후 날리듯 마력을 목소리에 꾹꾹 눌러 담아 터뜨리고 있는데.
“왜 그러십니까?”
“탑주님. 무슨 일 있었습니까?”
다른 장로실 문이 열리고 늙은 마법사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제자, 손자로 보이는 젊은 마법사들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마탑주가 자기 분을 못 이겨 새끼 불사조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퍽, 소리와 함께 불사조가 터져 버렸다.
“자네들도 눈이 있으면 와서 봐! 조 장로 그 개년이 뭔 짓을 해놨는지!”
마법사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다.
탐지 마법을 쓰는 마법사.
마력을 직접 불어넣어 확인하는 마법사.
방법은 달랐지만 결론은 똑같았다.
“일식 마법이네요?”
“화염 마력을 강탈한 흔적이 있습니다.”
“아주 전형적이네요.”
“그런데 이게 어쨌다는 겁니까?”
“어쨌기는! 이놈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아나? 암시장도 아니고, 우리 마탑도 아니야! 여기 이 묵호검주가 불사조들이 옮겨 간 새로운 불사조 계곡을 찾아서 가져왔어!”
“새로운 불사조 계곡이요?”
“허, 그럼…….”
“불사조들이 갑자기 사라진 게 일식 학파 때문이었다고요?”
“그러고 보니 조 장로를 요즘 마탑에서 보기가 힘들었는데…….”
“일식 학파 놈들이 휴가 신청해서 많이 사라지곤 했었죠.”
마법사들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머리 좋기로 따지면 마법사들이 최고.
마탑주가 더 설명하고 말 것도 없었다.
이미 제반 상황을 모조리 추리해 냈으니까.
“조 장로! 조 장로!”
“문 좀 열어 봐!”
“밖으로 나오라고!”
“계속 안에만 있을 거야?”
마탑주가 채근하지도 않았는데 장로실 문에 달라붙는다.
누구는 크게 소리를 치고, 또 누구는 부숴 버릴 듯 문을 두들겼다.
그러나 묵묵부답.
장로실을 관리하고 있을 마법 정령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 비켜!”
결국 얼굴이 시뻘게진 마탑주가 나섰다.
손에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가볍게 휘두르자 단단해 보이던 문이 단숨에 재가 되었다.
안쪽의 마법진이 발악하듯 반짝였지만 금방 녹아 버렸고.
파파팟!
보안 마법이 발동한다.
안쪽에서 화염 벼락이 내리꽂힌다.
발밑에서 치솟은 불기둥이 세상을 불태울 듯하다.
마탑주가 코웃음을 쳤다.
“이까짓 거!”
공들여 설치한 함정이지만 소용없었다.
마탑주가 가볍게 손짓하자 몽땅 와해되었으니까.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마탑주는 마탑주네.’
금오안 때문에 보였다.
마탑주의 손끝에서 퍼진 마력 파장이 어떻게 마법을 취소시키는지.
복잡한 마법 수식에 어떤 식으로 끼어들고, 연쇄 반응을 일으켜 무너뜨리고야 마는지.
나는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기예였다.
저벅저벅.
마탑주가 장로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백 평도 넘어 보이는 화려한 공간.
가구도 장식도 고급스러웠다.
장로실이 아니라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 같았다.
마법적으로 구현한 천문이 천장에서 회전하는 공간.
그 끄트머리, 수십 개의 천체 망원경 사이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세련된 회색 정장을 입은 70대 할머니.
쪽머리에 꽂은 황금 비녀가 이상하게 눈에 걸린다.
비녀가 발하는 마력 파장 때문일까?
마탑주가 조 장로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안에 있었으면서 왜 대답을 안 해?”
“티타임 중이여서요.”
“미친년. 언제부터 차를 그렇게 마셨다고.”
조 장로는 대답하지 않고 우아하게 찻잔을 들었다.
냄새와 색을 보니 홍차.
그런데,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별다를 것 없는 마법사들의 기 싸움처럼 보이는데, 묘한 위화감이 나를 살살 건드리고 있었다.
[총잡이][사격][조준] [육감][통찰][집중]현재 내 특성은 이 상태.
불사조들을 사냥할 때와 똑같다.
내 육감이 조 장로를, 황금 비녀를, 홍차가 든 찻잔을 가리키며 뭔가 속삭이고 있었다.
밝은 눈이나 개코, 탐지를 쓰면 확실히 알겠는데…….
안타깝게도 옆에 있는 마탑주가 마음에 걸린다.
지금도 나를 태양 보안 사장으로 만들겠다고 저러는데 특성 전환에 대해 알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설마 날 해부하겠다고 달려들진 않겠지?
휘익!
마탑주가 손을 뻗어 불사조 시체를 끌어당겼다.
“해명해 봐.”
그러고는 소파에 몸을 완벽히 묻고 방만한 자세를 취한다.
방심한 것 같지만 방심하지 않은 태도.
몸은 풀어졌을망정 금오안에 비친 마력 회로는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 장로가 불사조 시체를 일별하곤 말했다.
“계산 밖이었습니다.”
“계산 밖이었다?”
“네. 설마 저만 불사조들을 사냥한 거라고 생각하신 건 아니지요? 저만 아니라 우리 마탑의 자랑스러운 장로님들 모두가 불사조들을 잡았습니다. 장로님들 연구실에 가 보세요. 불사조 시체가 여럿 꽂혀 있을 겁니다. 저도 대세 따라서 소소하게 몇 마리 사냥해서 마력을 흡수한 것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제가 낫죠. 마력만 흡수했지, 다른 장로님들처럼 사냥하진 않았으니까.”
“흠, 흠흠!”
“엇흠!”
따라온 마법사들이 헛기침을 했다.
마탑주가 기가 막힌다는 듯 마법사들을 돌아본다.
“이 인간들이, 내가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불사조 밀렵을 했다고? 내가 말했잖아! 불사조 계곡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그걸 냅다 배를 갈라?”
“하, 하지만 마탑주님. 인간적으로 분배해 주시는 불사조가 너무 적었습니다.”
“맞습니다. 겨우 세 마리 가지고 누구 코에 붙입니까?”
“화염술사 만들어야지! 대기 순번이 몇백까지 올라갔는지 알기나 해?”
“그래도 너무 적습니다.”
“듣고 보니 조 장로 처지도 이해가 됩니다. 솔직히 저도 불사조 몇 마리 집어 왔어요.”
“허허, 이거 참.”
그러니까 태양 마탑에서 불사조 잡고, 장로들이 또 잡고 해서 이 사단이 났단 말이지?
납득되는 설명이었다.
마법사들 욕심이 오죽해야지.
모든 신수 중에 태양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불사조.
그걸 마음껏 연구할 기회가 열렸는데 날려 보내면 마법사 자격이 없다.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순간.
나는 보았다.
조 장로의 눈이 유리알처럼 투명한 것을.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
공허한 듯 무채색의 눈알은 초점이 없다시피 하다.
마탑주를 보면서도, 나를 보면서도 아무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저건 이상하다.
저번에 한번 얽힌 후 나만 보면 얼굴을 찌푸리고 대놓고 싫어하는 분위기를 풍겼잖아.
특히 이번엔 자기 제자까지 죽이고 왔으니 내게 대놓고 살기를 뿌려야 정상.
여기까지 생각하자 떠오르는 사실 하나.
소소하게 몇 마리 사냥한 것치고는 빌빌거리던 불사조가 꽤 많았다.
적어도 수십 마리 이상.
비율로 따지면 그 많은 불사조 중 5%를 넘을 정도.
‘왜 거짓말을 한 거지?’
물타기로 잠깐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
하지만 마탑주도 바보는 아니다.
각 잡고 조사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
누가 불사조들을 그렇게 많이 잡았는지.
대신 시간이 걸리겠지.
기존 불사조 계곡에 드나든 인원을 조사해야 할 테니.
‘시간, 시간이라…….’
머리가 간질간질했다.
나는 허벅지에다 손가락을 두드리며 최대한 집중했다.
불사조들을 사냥할 때 집중 특성을 장착했던 것이 신의 한 수.
머릿속이 호수처럼 맑아지며 스쳐 지나가려던 영감을 잡아챘다.
“아!”
최근 있었던 사건이 좌르륵 연결되었다.
금오그룹 회장과 태양 마탑주의 격돌.
마법병이 되어 나타난 추방 마법사.
신수 불사조가 눈치챌 만큼 남획한 불사조.
그리고 눈앞에 있는, 굉장히 수상쩍은 조 장로.
태양 까마귀와 태양 마력 회로.
강화병과 마법사.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상황을 파악한 즉시 마탑주를 보며 말했다.
“마탑주님. 저거 가짭니다.”
“뭐?”
“클론입니다. 본체가 아니에요.”
마탑주가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 장로가 입술을 오므리며 웃었다.
“들켰네. 어떻게 알았지?”
“조금 전에 클론에 대해 들어서 알았지. 못 들었으면 몰랐을 거야.”
“연기는 완벽했는데?”
“눈빛 연기가 좀 서투르시더라고. 불사조도 그래. 내가 직접 불사조들을 확인했는데 거의 5%가 일식에 당해서 빌빌거리고 있었어. 그래서 확신했지.”
“그걸 다 확인했다고? 어떻게?”
뻥카였나.
하기야 전수 조사를 한 것도 아니고 일식에 당한 불사조 비율이 그렇게 높다는 걸 알 리 없다고 생각했겠지.
마탑주가 이를 드러내며 권총을 뽑았다.
“이 썅년이 클론으로 나를 농락해? 네년은 목숨이 두 개라도 되냐? 그러다 처맞으면 안 아파?”
“흥. 글쎄. 누가 처맞을지는 두고 봐야지.”
조 장로가 머리에서 비녀를 뺐다.
마력이 폭주한다.
얼굴에 시퍼런 핏줄이 쭉쭉 일어난다.
퉁망울처럼 툭 튀어나오는 안구.
내 짐작대로였다.
홍차도 황금 비녀도 일종의 억제기였다.
본체와 맞먹는 성능을 내는 대신 3분밖에 안 되는 클론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한.
“하…….”
마탑주가 머리를 흔들었다.
“어쩐지 안 처먹던 홍차를 처먹는다고 했더니.”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아무리 본체와 비등한 능력이라 해도 7레벨.
마탑주는 완숙한 8레벨이며, 태양 마탑 내 모든 학파의 정점에 있었다.
화염 마력 강탈 마법인 일식도 마탑주에게 먹히지 않았다.
조 장로가 바닥에 쓰러진 채 기괴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흐, 흐…… 이미 늦었어. 느껴진다…… 본체가 의식을 시작하는 것이…….”
아마도 8레벨로의 승급 의식.
원래는 태양 마탑 전체에서 축하하고 지원해야 할 일.
그러나 마탑주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해 있었다.
“결국, 그걸 하겠다고? 그 금지된 의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