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24)
특성 쌓는 김전사-124화(124/300)
124화 아차원 미궁 -1-
금지된 의식?
뭔지 안다.
그런데 그게 왜 벌써 나와?
원래는 태양 마탑의 SSR 캐릭터, 지극화를 시작 특성으로 가지는 캐릭터의 개인 퀘스트에서나 등장하는 의식이다.
즉, 그 의식이 실행되려면 몇 년은 지나야 한다고.
‘나 때문이구나.’
나비 효과다.
나와 조 장로의 제자가 얽히고, 마탑에서 추방당하고, 마법병으로 전직하면서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진 것.
“금지된 의식이요?”
모르는 척 묻자 마탑주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게 있어. 흥. 그년이 생각하는 건 뻔하지. 바로 출발하지.”
마탑주가 손을 들었다.
번쩍, 주황색 빛이 사람들을 감싼다.
눈이 밝아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나는 눈이 파랗게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언제 태양 마탑 안이었냐 싶게, 우리는 푸르른 바다 위에 떠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래쪽에 보이는 섬 하나.
초록 나무와 깎아지르는 절벽이 조화를 이룬 섬.
울릉도.
역시 마탑주는 마탑주.
수백 킬로미터를 단숨에 가로질러서, 그것도 나와 김마법, 장로들, 수행원들, 다 합쳐 수십 명을 끌고 공간 이동한 것이다.
“이건…….”
“벌써 시작되었네요.”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바다는 아름답고 울릉도는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런데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지금은 낮.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어야 할 태양이 시커먼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
가장자리 조금은 누군가 베어 먹은 것처럼 까맣게 변한 상태.
일식.
학파 이름다운 현상을 일으킨 것.
단순히 마력을 피어서 빛을 가린 것이 아니다.
태양 마력을 전력으로 흡수하고 있었다.
단순히 거기까지라면 금지될 이유가 없겠으나 태양 마력만 빨아들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
하늘의, 땅의, 바다의 마력을 몽땅 빨아먹는다.
심지어 생명의 마력까지도.
장로들의 얼굴이 음울해졌다.
“결국 이 의식을 강행하다니…….”
“미친 거 아닙니까?”
“서둘러야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사특한 의식을 치렀다간 우리 마탑이 망할 수도 있어요.”
“빙하 마탑이 좋아하겠지요.”
조 장로는 일식 의식의 부작용을 극복한 걸까?
게임에서 조 장로가 지극화 개발 전에는 일식 의식을 치르지 않은 이유.
잡스러운 마력을 빨아들여 8레벨로 도약하기 때문에 마력 폭주가 일어나기 쉽고, 8레벨이 되어도 이성을 잃고 변이체가 되기 때문이다.
살아서 부귀를 누리지 못하고 괴물이 되면 8레벨이 무슨 소용이야.
“저쪽일세.”
마탑주가 손을 내렸다.
둥둥 떠 있던 사람들이 바람을 가르며 강하한다.
울릉도 중심 나리 분지.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간 곳.
원래 세계에서는 백리향이 흐드러지게 폈던 곳에 오래된 저택이 서 있었다.
마치 성벽 같은 담장을 두르고서.
우우우웅.
어마어마한 마력이 느껴진다.
태양으로부터, 대지로부터, 대기로부터 마력이 흡수되고 있었다.
싸아악, 철썩.
수 킬로미터 밖 파도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바람이 이상해…….] [태풍이 오려나?] [이 겨울에?] [너 목소리가 이상해. 자꾸 울려.] [너도.] [하늘은 왜 또 저러지?] [경찰에 전화를 해야…… 전화가 안 되네?]정말로 간발의 순간이었다.
우리가 들어오기 무섭게 외부와 전파가 차단된 것.
조금 더 늦었다면 공간마저 격리됐겠지.
특수한 장비를 쓰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했을 정도로.
“흠!”
마탑주가 저택을 보며 잇소리를 냈다.
“이년 이거 아주 제대로 호박씨를 깠고만. 뭔 개지랄을 해 놓은 거야?”
“왜 그러십니까?”
“그년을 잡으려면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차원 미궁이 설치되어 있네. 안에서 한참을 헤매야 그년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지.”
마탑에 있던 클론도 그렇고 미궁도 그렇고 죄다 시간 끌기.
김마법이 마탑주에게 질문했다.
“밖에서 마법 꽂으면 안 돼요?”
“미궁이 너무 견고하다. 내 태양불꽃으로도 안 돼. 유성우를 때려 박아도 견딜걸? 섬이 침몰해도 멀쩡하도록 설치되어 있다.”
“와…… 돈 엄청 퍼부었나 보네요. 조 장로님 돈이 그렇게 많았어요?”
“보나 마나 횡령했겠지. 일식 학파 그것들이 돈이 어디 있다고? 이 쌍놈의 새끼들. 일 다 끝나면 어디 두고 보자.”
다들 난처한 얼굴.
장로 하나가 허리띠를 풀더니 마법 보석 여럿을 허공에 띄웠다.
“탑주님. 급한 대로 의식을 방해하도록 하지요. 아차원 미궁이면 탐사대를 꾸려야 합니다. 안에 들어가서 조 장로와 싸우느니 탐사대 들여보내서 미궁을 깨뜨리는 게 낫지요.”
“김 장로님 말씀이 맞습니다. 준비된 마법사에게 들이박을 이유가 없어요. 그러다 누구 하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에도 그게 최선입니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는 마탑주.
“언제 또 탐사대를 만들란 말인가? 초인 협회 통해서 공고 내고 어쩌고 하는 사이에 의식이 완성될걸? 저기 태양을 보게. 벌써 마력이 상당히 빨려 나갔어. 하루 이틀이면 끝날 게 분명해.”
“그야 그렇습니다만…….”
방법이 없지 않냐.
장로들은 눈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탑주가 팔짱을 끼고 고심에 잠겼다.
나도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나서는 게 맞나, 아니면 구경만 하는 게 맞나 싶어서.
‘해 보자.’
승산은 있다.
조 장로의 아차원 미궁이 게임에서 나왔던 것과 똑같다면.
또, 장로들이 말하길 조 장로와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미궁을 깨뜨린다고만 했지.
게임에서는 보스화된 조 장로와 싸우게 되지만 여기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나는 아직 5레벨.
7레벨, 혹은 8레벨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조 장로와는 절대 싸울 수 없다.
“제가 들어가지요.”
“뭐? 자네가?”
“예. 필요한 장비와 소모품만 지원해 주시면 안에 들어가서 미궁을 부수겠습니다.”
“너무 위험하네.”
“울릉도에 적어도 만 명은 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사람들이 다 죽는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말할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죽건 말건 관심 없다.
숫자가 좀 많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한 몸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
보상뿐이다.
그것이 이 막장 세계를 살아가는, 다가올 에피소드 폭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내 방식이었다.
“묵호검주라면 믿을 수 있지요.”
“5레벨 전사라면 충분합니다.”
“아무리 조 장로여도, 일식 학파여도 몰래 건설할 수 있는 아차원 미궁에는 한계가 있지요.”
“우리나 탑주님이 들어가면 미궁 전체가 반응하겠지만 고작 5레벨 전사가 들어간다? 그럼 통상적인 방어 체계만 작동할 겁니다.”
그래서 탐사대를 꾸리자고 한 거지.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레벨 초인을 투입하는 게 아차원 미궁 공략의 정답이니까.
한참 고심하던 마탑주가 머리를 끄덕였다.
“좋네! 자네에게 또 신세를 지게 생겼군. 내 부탁하겠네. 안에 들어가서 중화기만 몇 개 설치해 주게. 적당히 띄엄띄엄 설치하면 끝이네. 그럼 내가 간섭 없이 들어갈 수 있어.”
“맡겨만 주세요.”
“보상은 내 섭섭잖게 챙겨 주지. 아, 이것도 받게.”
마탑주가 마법 주사위 몇 개와 반지 하나를 건넸다.
마법 주사위가 바로 아차원 중화기.
그리고 반지는…….
“대탈출 반지일세.”
“대탈출이요? 이거 비싼 거 아닙니까?”
“비싸도 자네 목숨보다는 덜 비싸지. 위험하면 바로 쓰게. 태양 마탑 탑주실로 이동될 걸세.”
장로들이 화악 바뀐 눈으로 날 보았다.
모든 마법 무구가 그렇지만 공간과 시간 관련된 마법 무구는 특히나 비싸고 희귀하다.
여벌의 목숨이라고 하는 대탈출은 특히 그렇다.
사용 시간은 없다시피 하고 어디에서든 쓸 수 있으니까.
외부와 격리된 금역에서도, 아차원 미궁에서도, 대미궁이나 대균열에서도.
“한 번 쓰면 1달이 지나야 다시 쓸 수 있네. 위험하면 바로 쓰게. 미래의 태양 보안 사장님이 여기서 죽으면 안 되지.”
“이겨서 소원 빌 거라니까요?”
“그래, 그러게나.”
마력 저장 반지를 빼고 대탈출 반지를 꼈다.
손가락은 열 개니까 다 끼면 안 되냐고?
그건 힘들다.
자칫 마력을 주입해서 발동하다가 다른 반지가 발동하는 수가 있다.
내가 저택으로 몸을 돌리자 김마법이 끼어들었다.
“저도 같이 갈게요.”
“네? 마법 씨가요?”
“예. 묵호검주님만 보내는 건 너무 위험해요. 괜찮겠죠? 할아버지?”
김마법이 두 손을 흔들었다.
한쪽에는 대탈출 반지가, 다른 한쪽에는 정체 모를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아마 방어용 반지가 아닐까?
굳이 마탑주 앞에서 저러는 걸 보면.
“위험하니까 조심해라. 반지 발동하면 바로 대탈출 쓰는 거 잊지 말고.”
안 된다고 할 법도 하건만 마탑주는 김마법의 합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실 그게 맞다.
후손을 오냐오냐 하며 품 속에서만 키웠다면 마탑주 가문은 그토록 오랫동안 태양 마탑을 지배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마법사들은 합류하지 않았다.
대탈출 반지가 없었으니까.
혹시 조 장로를 만나더라도 몸을 뺄 수 있는 나와 김마법, 이렇게 둘이서만 아차원 미궁에 진입하기로 결정되었다.
“조심해라.”
마지막으로 당부하곤 손을 긋는 마탑주.
기이이잉.
공간이 갈라졌다.
푸른 차원문이 소용돌이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서 보이는 것은 흐릿한 잿빛 세상.
나는 묵호검을 쥐고 진입했다.
“가죠.”
“어, 어어어! 잠깐만요! 마음의 준비를 좀…….”
“시간 없습니다.”
차원문 통과.
잠깐 아찔한 느낌이 이마를 스쳤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텁텁하고 건조한 공기가 폐를 송곳처럼 찔렀다.
대기에 가득한 화염 속성 마력.
오염 구역만큼이나 마력이 농밀하게 퍼져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면 저절로 인체 발화가 일어나 타죽을 정도로.
“왁! 이게 뭐야?”
김마법이 따라 들어와선 질겁했다.
그럴 만하다.
화염 속성 마력은 그렇다 치고, 주위 환경이 영 괴상했으니까.
대지는 푸석푸석한 회색 재투성이.
하늘은 시커먼데 기이한 빛이 내리쬐고 있다.
주변에는 잿빛 벽이 답답하게 서 있다.
재가 된 사람을 수도 없이 겹쳐 만든 듯한, 기괴하고도 끔찍한 조형이자 벽.
“으, 징그러.”
“조 장로라는 그 사람, 정신이 좀 이상한 거 아닙니까?”
“일식 학파는 거의 다 그래요. 원래는 흑마법 학파였거든요. 요즘에는 정통 마법사처럼 바뀌었지만 뿌리는 못 속이는 법이죠.”
“그럴 것 같았습니다. 아, 조심하세요.”
푹!
묵호검을 찔렀다.
섬광을 쓰지도 호왕검법을 쓰지도 않은 공격.
묵호검이 김마법 바로 옆을 스쳐 벽에 박혔다.
“끄어어!”
막 벽을 비집고 나오던 마물, 소사체가 신음을 흘렸다.
왼쪽 눈. 내 금오안에 유독 마력이 짙은 부위에 묵호검이 꽂혀 있었다.
손끝을 타고 전해진다.
마력핵 특유의 단단하면서 매끈한 질감이.
“어어? 으헉!”
김마법이 뒤늦게 놀라 펄쩍 뛰었다.
“깜짝 놀랐잖아요!”
“조금만 늦었어도 이놈이 마법 씨를 깨물었을 겁니다.”
“으…….”
“제 뒤에서 따라오세요. 벽에는 절대 붙지 마시고.”
나는 검을 휘저으며 추출 특성을 사용했다.
마력핵이 꼬치처럼 딸려 나온다.
크기를 보니 5레벨 마력핵.
수십 마리가 떼로 달려들면 나도 곤란해지겠지만 다 방법이 있다.
[육감][민감][밝은 눈] [통찰][탐지][예민 피부]오로지 감각 계열 특성으로 특성창을 도배한 것.
푹! 푹푹!
거기다 지형도 눈에 익었다.
게임에서 보던 바로 그 아차원 미궁.
비록 나는 태양 마탑 출신 SSR 캐릭터를 뽑은 적이 없지만, 개인 퀘스트로만 진입할 수 있는 던전은 아니었으니까.
장로들이 말했던 탐사대 모집.
아마 그게 게임에서 서브 퀘스트로 표현된 거지 싶다.
“와, 이게 다 보이세요? 전 봐도 모르겠는데.”
“보면 보입니다.”
“완전 신기하다. 어…… 그런데 묵호검주님 키가 좀 작아졌나요? 원래 저보다 훨씬 더 크셨잖아요.”
“제 초능력입니다.”
“아항. 하긴 거인화하는 사람도 있는데 키가 줄어들고 커질 수도 있죠.”
소사체 사냥은 쉬웠다.
묵호검을 쿡쿡 찌르기만 하면 다 해결되었다.
특별한 능력은 없어도 공격력은 아케인 서울 최강인 묵호검.
마력핵이 있는 곳, 즉 약점에만 찌르다 보니 모조리 치명타가 터지며 일격에 죽어나갔다.
[육감][민감][보물찾기] [통찰][탐지][검 전문가]특성을 아예 바꿨다.
마력핵 부위가 곧 약점이라서 마력핵만 찾아 검을 꽂으면 되지 싶어서.
“음…….”
그러다 다가오는 생경한 감각.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벽에 파묻힌 소사체들 몸 곳곳에 붉은색 십자 문양이 박혀 있었다.
실제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내 눈에 그렇게 보인다는 소리.
[약점 파악] 특성 획득.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약점을 공격하면 실제로 추가 피해가 터진다.
‘투시도 먹어야겠다.’
조 장로와 마주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투시를 얻고 상위 특성 귀안을 조합하면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겠지.
최소한 불의의 습격을 당하진 않을 것이다.
“여기다 중화기를 설치해야겠네요.”
“여기요? 아무것도 없는데요? 중화기는 맥점에 설치하는 게 효과가 좋아요.”
“맥점이 어디인지는 알고요?”
“어…… 전 모르죠. 제가 마법사도 아닌데.”
그 맥점이 여기 맞단다.
김마법에게는 안 보이겠지만 나한테는 보였다.
아차원 미궁의 마력 흐름이 교묘하게 여기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겉보기에는 평범하기만 한 벽 사이 틈에 불과한데도.
마법 주사위를 틈에 쑤셔넣었다.
기이이잉.
마법 주사위가 반짝이더니 보석광으로 변해 사라진다.
별가루가 흩뿌려지는 듯한 광경.
김마법이 깜짝 놀라서 날 돌아보았다.
“여기가 맥점이었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감이죠.”
“묵호검주님은 확실히 다르네요. 왜 할아버지가 묵호검주님을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알겠어요. 다른 전사들은 이렇게까진 못할 거 아녜요?”
“제가 능력 있긴 합니다.”
“하하하. 전적으로 동의해요.”
탐사는 순조로웠다.
소사체들은 나오는 족족 묵호검의 먹이가 되었다.
골프백에는 5레벨 마력핵이 가득하니 쌓였다.
이것만 해도 꽤 쏠쏠한 부업.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었다.
마법 주사위를 절반쯤 설치한 시점.
조 장로의 그림자가 우리 앞에 강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