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사라진 불사조 -2-
“피, 피요?”
“네. 헌혈한다고 생각하시고 400cc만 뽑아 주세요.”
400cc 헌혈팩과 정맥 주사기를 건넸다.
김마법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스스로 의료용 고무줄을 자기 팔에 묶었다.
뚱딴지같은 요구를 잔말하지 않고 들어줄 정도로 신뢰가 쌓였던 것.
곧 빨간 피가 헌혈팩에 조금씩 차올랐다.
나는 그 옆에서 쪼그려 앉았다.
‘조제랑 제작만으로는 부족해.’
지금 만들 물건은 상위 특성이 필요했다.
재료 특성은 대부분 모았지만 딱 하나가 모자랐다.
세계철과 진은, 태양 구리에 손을 뻗었다.
‘시간 좀 걸리겠네.’
어쩌겠어.
지금이라도 만들어 봐야지.
화악!
마법 화로에 불을 붙였다.
세계철을 먼저 녹여서 쇳물로 만들고, 냉각로에 옮긴 다음 급속 냉각시켰다.
아울러 마법 저항, 화염 저항, 흑염을 장착하고 주물거려 어설프게나마 철사로 만든다.
“묵호검주님? 400cc 다 뺐는데요…….”
“아무 데나 놔두세요. 보존 마법 걸려 있어서 괜찮아요.”
“음, 네, 알겠습니다.”
삐뚤빼뚤 낙서 같은 철사.
이리저리 구부렸다.
진은을, 또 태양 구리를 녹이는 한편 철사로 새를 만들었다.
틀렸다.
새가 아니라 기괴한 철사 조형이 나왔다.
나는 잠깐 침묵한 다음 철사를 다 폈다가 구부리는 것을 반복했다.
또각!
힘을 너무 줬는지 철사가 몇 번이나 끊어졌다.
어차피 세계철은 많이 있다.
철사를 만들고 구부려 새를 만들기를 수십 번.
해가 지기 직전이 되어서 붉은 노을이 찾아왔을 때야 겨우 느낌이 왔다.
내 손이 영활 하게 움직이며 철사 불사조를 만든 것.
비로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공예] 특성!바로 특성을 장착한다.
내 첫 집에서 마력천을 파며 얻었던 [제작][개조][수리] 3종.
인간 사냥꾼의 아낌없는 헌사로 획득한 [조제].
초반 앵벌이 김전사를 만들겠다고 가져간 [합성]까지.
여기에 방금 개방한 [공예]를 더하면 완성된다.
[장인]이.약사, 마개조자, 야장 같은 특성도 괜찮지만 내게는 장인이 가장 어울린다.
제작 계열에 깊이 파고들 생각은 없으니까.
두루두루 여러 가지 잘하는 게 낫지.
나중에 필요하면 그때 만들어도 되고.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
손을 번개처럼 움직였다.
세계철을 몽땅 화로에 투여한 다음 냉각로에 녹여 철판으로 만든다.
묠니르로 뚱땅뚱땅 두들긴다.
세계철을 새 모양 철판으로 가공한다.
그 위에 진은을 살짝 덮고 태양 구리로 잎맥 같은 무늬를 박아넣는다.
어설픈 내 솜씨.
그러나 장인 특성이, 또 시시때때로 갈아 끼우는 특성들이 보조해 주고 있었다.
덕택에 겉에서 보기에는 꽤 괜찮은 모양이 나왔다.
보글보글.
여기에 김마법의 피를 끓이고, 미리 준비해 온 재료를 넣고, 마지막으로 3레벨 마력핵을 넣었다.
피가 졸아들면서 마력핵에 스며든다.
기이한 주황색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마력핵.
김마법이 흥미진진하다는 눈으로 마력핵을 쳐다보았다.
“이런 건 어디서 배우셨어요?”
“밑바닥 생활 20년이면 배우기 싫어도 배우게 됩니다.”
“아니던데…… 제가 아는 인간들이 아는 건 욕이랑 패드립밖에 없었어요.”
“그 사람들이랑 제가 같습니까?”
“그건 아니지만요.”
마력핵을 건져 냈다.
미리 만들어 둔 합금 불사조에 마력핵을 꾹 눌렀다.
동시에 [합성] 사용.
합성 특성은 마력핵 합성에만 쓰이지 않는다.
정확한 레시피를 따르면 이종 소재나 전혀 다른 물건 사이에서도 쓸 수 있다.
잘못하면 증발할 수 있어서 그렇게는 잘 안 쓰이긴 하지만.
파앗!
마력핵이 빛을 뿜었다.
이내 흐물흐물해져서 녹아내리더니 합금 불사조에 흡수된다.
합금 불사조 표면에서 빛이 일어났다.
불꽃송이 색깔 빛.
살아 있는 불사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빛깔이었다.
“허!”
“마법 정령?”
“그런 게 아냐. 불사조야! 인공 불사조를 만든 거야!”
“우리도 못 하는 걸 전사가 했다고?”
“다 찍었지?”
“당연하지! 저대로 똑같이 따라 하면 우리도 인공 불사조를 만들 수 있어!”
너무 많은 걸 보여 줬나?
그만큼 뜯어내면 그만이지.
나는 합금 불사조를 힘껏 하늘로 날렸다.
종이비행기처럼 솟구치던 합금 불사조가 이내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날아가기 시작한다.
북동쪽 어디론가로.
피에 잠재된, DNA에 잠재된 회귀 본능을 따라.
어미를 향해서.
즉, 어딘가에 숨어 있을 불사조 계곡으로.
“마법 씨. 타세요.”
나는 당연하다는 듯 레드 쿠거 조종간을 잡았다.
김마법이 입맛을 다시고는 조수석에 탔다.
“제가 운전하면 안 될까요?”
“안 되죠.”
“한 번만요.”
“안 됩니다.”
합금 불사조를 따라가려면 섬세하고 부드러운 운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겠다고?
안 되지. 안 돼.
스르륵 조종간을 끌어당겼다.
운전과 탑승, 두 특성에 힘입어 레드 쿠거가 내 몸처럼 움직인다.
소음 하나 없이 떠올라서는 합금 불사조를 따라갔다.
어느새 내린 어둠 아래, 합금 불사조가 등대처럼 빛나고 있었다.
느리디느린 합금 불사조.
레드 쿠거는 정확히 10미터 간격을 두고 합금 불사조를 따라갔다.
“너무 느린 거 아니에요?”
“느리죠. 진짜 불사조도 아니고 적당히 만든 인형인데.”
“이걸로 불사조 계곡을 찾을 수 있나 보죠? 뒷골목에 불사조 전문가가 있었나 봅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아마 불사조 연구원이었나 보죠.”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서요.”
“아…….”
게임 기획자였을 테니까 이 세상 사람은 아니지. 암.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갔다.
김마법은 하품을 쩍쩍하다가 잠이 들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밤이 다 가고 동녘이 밝아올 무렵 합금 불사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가 위험하다.
나는 급히 창문을 열고 묠니르를 집어 던졌다.
꽝!
즉시 합금 불사조가 터져 나갔다.
“헉! 뭐, 뭐예요?”
잘 자고 있던 김마법이 놀라 퍼뜩 깨어났다.
무시하고 조종간을 앞으로 밀었다.
레드 쿠거가 느리게, 절대 자극적이지 않은 속도로 강하했다.
나는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웠다.
육감과 통찰, 민감 등 감각 계열 특성을 모조리 장착한 상태.
모든 정신이 아래쪽, 합금 불사조가 하강하던 방향에 쏠려 있었다.
‘눈치 못 챈 것 같지?’
신수 불사조는 9레벨.
감지 범위가 초월적이다.
괜히 시비 털려서 죽기 싫으면 미리미리 조심해야 한다.
“도착했습니다.”
“도착했다고요? 어디 있어요?”
“지금부터 찾아야죠.”
불사조 결계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찾기 힘들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만 알면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
나는 내 감각 계열 특성에 정신을 집중했다.
결계가 있다면 반드시 괴리감이 느껴질 터.
확실히 그랬다.
분명히 나는 직선으로 강하하고 있는데 육감과 통찰은 그게 아니라고 속삭였다.
어느 시점에서 완만한 곡선을 그렸다고.
어떤 공간을 비껴 가기라도 하듯이.
‘빙고.’
여기서 조종간을 더 꺾진 않았다.
합금 불사조가 여기로 날아온 걸 보면 신수 불사조도 불사조 계곡에 있을 테니까.
신수 불사조가 뻔히 버티고 있는데 들어가는 건 잡아 죽여 달라는 말밖에 안 된다.
“찾았습니다.”
“어디요? 안 보이는데.”
“바로 이 앞이에요. 결계 때문에 안 보이는 거죠.”
“그래요? 그럼 바로 들어가요!”
“안 됩니다. 신수 불사조가 안에 있어요.”
“아…….”
나와 김마법은 잠깐 서로를 마주 보았다.
무턱대고 들어갈 수도, 신수 불사조가 자리를 비우기만 기도하며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나는 명쾌하게 해답을 내놓았다.
“마탑주님께 도와 달라고 하죠.”
“할아버지한테요?”
“그 수밖에 없어요. 제 능력 밖입니다. 마탑주님께서 시선을 끌어 주시면 그사이에 잠입해야죠.”
“할아버지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하죠. 그래도 한 번은 오셔야 합니다. 그래야 불사조 계곡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죠. 만약 마탑주님께서 신수 불사조를 유인하면 제가 잠입하고, 신수 불사조가 자리 비울 때까지 기다리신다고 하면 저는 나중에 다시 합류하겠습니다.”
내 시간은 소중하다.
그리고 두 번째 불사조 계곡을 찾는 것으로, 불사조 계곡을 찾는 방법을 시현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
김마법이 마탑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 통화를 하고 마탑주가 공간 이동으로 도착했다.
“허!”
오자마자 감탄을 터뜨리는 마탑주.
“정말 불사조 계곡이로군. 파견 마법사들한테 소식은 들었네. 특이한 물건을 만들어서 찾았다지?”
“예. 예전에 배워 둔 건데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자넨 정말 신기한 사람이야. 처음에는 유망한 전사인 줄만 알았는데 전사의 심장, 강화병의 적응력, 마법사의 두뇌, 사제의 의지를 모두 갖고 있단 말이지! 어떻게 사람이 이럴까 싶어. 자네, 사람은 맞나? 화신 같은 거 아니지?”
“하하하. 그럴 리가요. 사람 맞습니다. 부모님은 모르지만요.”
“으흠, 맞아. 자네는 부모를 모르지.”
설정상 그렇다. 설정상.
김전사는 고아원 출신이니까.
마탑주가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나를 훑었다.
“흠…… 그렇지. 어쩌면 자네 부모가 고대의 혈통을 이었을지도 모르겠군. 듣기로는 천마가 자네처럼 다재다능하고 어마어마한 재능을 뽐냈다던데…….”
천마?
저절로 실소가 나왔다.
폐관 수련 중인 천마가 한국까지 와서 사생아라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모양.
안타깝게도 천마와 김전사는 전혀 안 닮았다.
착각은 자유.
내 능력은 오로지 특성 전환에서 기인한다.
나는 적당히 어깨만 한 번 으쓱였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저도 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압니다.”
“쯧, 몸값이 가면 갈수록 오르는구먼. 그래도 내기는 예정대로일세. 내기에서 지면 알지?”
“마탑주님이나 제 소원 들어주실 준비 하고 계세요.”
“하하하! 패기하고는. 좋네. 뭐든 들어주지! 마탑주 자리 달라는 것만 빼고 말이야!”
마탑주가 손을 뻗었다.
공간이 갈라지며 황금 권총이 손에 쥐어진다.
권총은 권총인데 마법 보석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총구에는 아예 큼지막한 마력핵이 봉 형태로 가공되어 꽂혔다.
지팡이 대신 마법 권총.
정장 차림 마탑주가 권총을 휘리릭 돌렸다.
“내가 불사조를 유인하지. 지구 한 바퀴 돌고 올 테니 잘 조사해 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
“조심하세요.”
“할아버지! 위험할 것 같으면 튀어요!”
“쯧, 걱정하지 마라. 이 할애비도 실전 꽤나 겪은 몸이다. 멀린 님과 함께 신수를 잡은 적도 있어. 멀리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라.”
마탑주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잠시 후.
서쪽 멀리에서 커다란 태양이 피어올랐다.
태양불꽃.
불문곡직하고 불사조 계곡이 있을 지점을 강타.
반투명한 주황빛 결계가 드러내며 태양불꽃을 막아 냈다.
“꾸어어어어어!”
잔뜩 성에 난 울부짖음.
화염이 치솟는다.
작은 산을 보는 듯한, 순수한 불꽃의 정수가 새의 형상을 하고 비상하고 있었다.
그 즉시 마탑주가 서쪽으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초음속을 간단히 넘는 속도.
그러나 신수 불사조가 더 빨랐다.
“꾸어어어!”
한 번 더 우짖나 싶더니 날개를 떨친 순간, 마탑주를 단숨에 따라잡는다.
김마법이 사색이 되어 외쳤다.
“하, 할아버지!”
걱정하기엔 일렀다.
빛이 터지면서 마탑주가 몸을 감췄으니까.
아마도 공간 이동.
“꾸어어어!”
신수 불사조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머리를 고정했다.
두 눈이 북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최소한 수십 킬로미터 이상 공간 이동했을 텐데도 기척을 잡아 낸 것.
이내 날개를 펼쳐 쏜살같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괘, 괜찮겠죠?”
“괜찮으실 겁니다. 은신의 망토 갖고 계시죠?”
“네? 아, 네! 있어요!”
“그거 쓰세요. 들어갑시다.”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산란장을 이전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불사조 계곡이 완성되어 있었다.
총천연색 별천지.
다채로운 색채가 내 눈을 유혹했지만 나는 오로지 불사조들만 살폈다.
[육감][민감][밝은 눈] [통찰][탐지][집중]그 결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불사조 중에 비틀거리는 녀석이 많다는 것을.
외견상으로는 비슷하지만 마력 파장을 보면 확실하다.
비슷한 나이 불사조와 비교해서 확실히 약해져 있었다.
탕!
저격총을 겨누고 쏘았다.
부여한 속성은 영탄.
별안간 울린 총소리에 불사조들이 빼액 대며 도망쳤다.
“헉! 묵호검주님! 깜짝 놀랐잖아요! 불사조는 왜 잡으신 거예요?”
“기절시킨 거예요. 조사하려고.”
기절한 불사조를 확인했다.
내가 중점을 두고 살핀 것은 바로 심장과 혈맥, 신경계.
불사조 화염술의 기반이 되는 그곳.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의심했던 인간이 저지른 짓이 맞는다면 반드시 여기에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김마법도 불사조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요.”
“뭐가요?”
“얘는 분명히 20살 넘은 앤데 왜 이렇게 비실거리는지 모르겠어요. 10살짜리 불사조보다 약해요.”
“마법 씨가 보기에도 그렇죠?”
내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김마법이 결론을 내려 주는 게 편하다.
나는 정답을 알면서도 김마법이 불사조를 뒤적거리는 것을 기다려 주었다.
한참 불사조를 살피던 김마법.
급기야 자기 마력을 불어 넣어 마력 상태를 제대로 확인했다.
홍염이 불사조를 머리부터 꼬리까지 샅샅이 훑는다.
한참을 그러던 김마법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알아내신 게 있습니까?”
“이유 없이 약해진 게 아니에요. 이 녀석, 마력을 강탈당했어요.”
“강탈당했다고요?”
“네. 심장부터 혈맥까지 다 말라붙었네요. 완전히 바싹이요. 이런 흔적을 남기는 건 별로 없는데…… 그것도 화염 속성으로 그러려면…….”
어, 맞아.
바로 그거야.
얼른 말해.
김마법, 너라면 알 수 있잖아.
아무리 마법사가 아니어도 마탑주의 친손자인 너라면.
잠시 후, 김마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일식 학파?”
빙고.
일식 학파.
태양 마탑을 구성하는 여러 학파 중 하나.
내게 죽은 마법병의 스승인 조 장로가 수장으로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