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73)
특성 쌓는 김전사-173화(173/300)
173화 네피림의 검 –1-
지상으로 빠르게 복귀했다.
혈왕은 없었다.
총재직도 내팽개치고 십만대산으로 돌아갔다나.
수호자 연맹이 술렁이는 것을 무시하고 나도 하늘배에 올랐다.
식량 등 필수품을 넉넉히 챙긴 상태.
올 때와는 다르게 관광 따윈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저, 선생님.”
멀어지는 아헨을 보고 있자 쟈네트가 다가온다.
“왜?”
“그게요,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쟈네트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이거요. 네피림의 검? 선생님한테 어떻게 가르쳐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직 완벽히 귀속되진 않아도 대강의 개념은 잡힌 모양.
그럴 것이다.
네피림의 검은 마르스 검투법과는 또 다르니까.
“자세히 설명해 봐.”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이거 익히려면 조건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선천강기 같은 거요.”
그 말이 맞다.
마르스 검투법이 천살성을 요구한다면 네피림의 검은 강기 특성이 필수다.
다른 점도 있지.
마르스 검투법은 천살성이 아니어도 전승받을 수 있지만, 네피림의 검은 전승받는 사람도 강기 특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다.
강기.
선천강기가 아니라 강기.
다시 말해서 꼭 선천강기가 아니더라도 강기 계열 특성이 있으면 네피림의 검을 전승받는 게 가능하다는 뜻.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선천강기를 익히는 방법이 있나요?”
“없지. 이름부터 선천강기잖아.”
“이름이 왜요?”
“아…… 너 한자 잘 모르는구나. 선천적으로 타고났다는 뜻이야. 후천적으로 교육이나 훈련으로 배울 수는 없지.”
내가 한자는 못 읽어도 이런 건 잘 안다.
원래 세계에서 읽어댄 판타지 소설이랑 무협 소설이 얼만데, 당연하지.
“그럼 어떻게 하죠?”
“후천강기를 익히면 돼.”
그리고 곧 내 손에 잡힐 강기 특성이 하나 있다.
검의 주인.
아헨에 오면서 서우진과 신검합일 훈련하길 잘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한참 더 시간이 걸렸을 거다.
나는 몸에 새겨진 마력 회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무수하게 변화하고 전환되는 마력 회로.
거기에는 작은 씨앗처럼 숨은 조각도 있다.
신검합일의 조각.
아직 다이아로 발아할 수 없는 상태.
“훈련 시작하자. 쟈네트는 쉬고, 우진이를 날 도와줘. 소린이는 칼리 도와주고.”
“예, 선생님!”
“히잉. 실전이 하고 싶은데.”
“그래? 소린이 넌 대미궁에 남아도 돼.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칼리 너도 마찬가지야. 5레벨 될 때쯤에 넥타르 필요해지면 찾아오는 것만 잊지 말고.”
“그래도 돼요?”
“그럼.”
백소린은 당장이라도 뛰어내리고 싶다는 표정.
뭐, 낙하산은 있으니까.
칼리도 저 아래 아헨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선생님한테 안 배워도 돼요?”
“기초는 다 가르쳤어. 다음에는 칼라라트리를 배워야 하는데 그건 대균열에 있다. 5레벨 될 때만 돌아와도 돼. 실전 감각은 소린이가 나보다 더 잘 가르칠 거다.”
백소린이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었다.
서우진이 조금은 착잡한 얼굴로 백소린을 쳐다본다.
“그럼 저도 대미궁에 남을게요!”
“배신자들!”
쟈네트가 상처받았다는 듯이 으르렁거리자 백소린도 칼리도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그럼 저는 대미궁에 가 있을게요!”
“계좌로 용돈 보내 줄게.”
“아니에요! 저도 돈 많아요! 한국에서 마수를 얼마나 많이 잡았는데요! 의뢰도 많이 받았고! 칼리, 가자!”
“응! 쟈네트 언니! 나중에 봐!”
“완전 배신자들!”
발을 동동 구르는 쟈네트를 뒤로 하고 둘이 몸을 던진다.
당연히 낙하산을 펼친 채로.
즐거운 비명과 함께 스카이다이빙 후, 낙하산이 펼쳐졌다.
서우진이 그 모습을 보며 머리를 젓는다.
“소린이는 진짜 예측 불가네요.”
“천살성이니까. 그래도 귀엽지 않니?”
“그건 그렇습니다만 조금 당황스러울 때도 있어요. 천살성 이미지와는 너무 달라서요.”
“드라마 속 천살성보다는 훨씬 낫지.”
철컥, 철컥.
나는 장비를 하나하나 해체했다.
금오 세트, 스타 스폰, 무쇠주먹, 목걸이와 반지, 무장집과 무기류도 전부.
몸에 걸친 것이라곤 츄리닝 한 벌 뿐이다.
대신 골프백에서 수련용 뭉툭한 검만 한 자루 꺼냈다.
[검 전문가][묵호무적검법][토르 연공법] [집중][육감][훈련]신검합일 획득에는 최적의 특성.
“시작할까?”
“예. 갑니다!”
날카로운 검격이 내게 쇄도한다.
확실히 검술만 따지면 서우진이 나보다 훨씬 위.
더구나 장비도 다 벗은 상황.
나는 묵묵히 검을 쳐냈다.
검 전문가를 이용, 부드럽게 흘려 내고 짧게 쳐내며 전진한다.
챙챙챙챙!
검광이 유리 조각처럼 피어났다.
어느새 검에 가려 얼굴을 확인할 수 없게 된 서우진.
아니, 사람 자체가 한 자루의 검을 보는 듯하다.
자연스럽게 숨이 막히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래서 웃었다.
조금만 더 하면 신검합일이 내 것이 되지 싶어서.
시간도 잊고 침식도 잊기를 한참.
“식사하세요!”
멀뚱히 구경하던 쟈네트가 우릴 불렀다.
“후우!”
비로소 대련 중지.
나도 서우진도 흠뻑 땀에 젖어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
“어? 잠깐만.”
“네?”
“우진아. 잠깐만 이리 와 봐.”
대련에 골몰하는 사이 좋은 소식이 있었다.
마력 회로 속 씨앗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바로 다이아를 꺼내 허공에 밀어 넣었다.
다이아가 녹아내리고, 나와 서우진의 마력 파장에 반응하고, 서우진에게 몰려간 다음 마력 회로를 복사해 커다란 보석을 만들었다.
“휘유!”
서우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초능력 복사,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
“네. 그런데 이거 괜찮은 거예요? 저희 문파 장로님들은 이거 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잘못하면 마력 충돌로 더 허약해질 수 있다고요.”
“난 괜찮은데 넌 따라 하지 마. 무슨 부작용이 있을지 몰라.”
실험해 보고 싶긴 하다.
백지 신체도 특성 전환도 없는 초인이 다이아로 특성 복사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서우진의, 또 쟈네트의 마력 회로를 슬쩍 확인했다.
‘마력 회로는 6중이 한계야.’
게임으로 치면 특성 칸이 6칸인 것과 똑같다.
‘무예나 마법, 초능력은 수십 개까지도 갖고 있긴 한데…….’
내가 통찰로, 귀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여섯 개가 전부.
즉, 부가 효과가 적용되는 것은 여섯 개라는 뜻이다.
그런데 검의 주인 찍겠다고 섬광 가져오다가 신검합일이나 퍼스트 소드가 밀려난다면?
머릿속에 저장은 되어 있어서 쓸 수는 있겠지만 추가 능력치도 경험치 특전도 사라진다면?
‘그걸 마력 충돌이라고 표현했나 보네.’
어쨌든 나한테는 해당 사항 없다.
검을 쥐고 정신을 집중했다.
파아앗!
새하얀 검기가 솟구치고 검과 내가 일치하는 것이 느껴진다.
시야가 넓어진다.
세상이 좁게 보인다.
지극히 예리해진 감각은 하늘배를 단숨에 훑어 버릴 것 같다.
서우진이 억눌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신검합일…….”
검의 주인까지 남은 것은 단 한 걸음.
밥을 챙겨 먹고 아까 벗어 둔 소총을 서우진에게 건넸다.
“선생님? 이건 왜요?”
“나한테 쏴.”
“예? 농담이시죠?”
“알잖아. 나 이런 걸로 안 죽어.”
“하지만 아까…….”
“그건 내 능력이고.”
서우진이 불신에 찬 표정을 짓는다.
정말로 괜찮냐는 듯이.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직접 탄창을 결합해서 건네주자 서우진이 엉겁결에 소총을 받았다.
“정말 쏴요?”
“쏴.”
“진짜로요?”
“쏘라니까.”
망설이는 서우진과 다르게 쟈네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아직도 조금 멍한 상태로 나와 서우진이 실랑이하는 걸 보고 있다.
서우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십 미터 정도 내게 거리를 벌린 후 소총을 겨눴다.
“그, 그럼 쏩니다. 선생님. 조심하세요.”
“어, 쏴.”
타타타탕!
총성이 쏟아졌다.
나는 이미 특성을 바꾼 상태.
[검 전문가][검기][묵호무적검법] [토르 연공법][집중][훈련]요령은 신검합일 때와 같다.
묵호무적검법의 네 번째 초식, 묵호흑영을 연거푸 사용한다.
총알이 날 두드리건 말건.
죽음 속성이 날 깎아 내건 말건.
특제 재구성 영약을 두 번이나 먹고 한계 돌파한 나다.
육체가 인간의 한계를 이미 벗어난 다음이었다.
방어 특성 없이도 소총탄을 견딜 수 있다.
비록 피륙이 찢어지고 뼈에 금이 갈망정,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는 않는다고.
“선생님…… 괜찮은 거 맞아요?”
그래도 피투성이가 되는 건 피하지 못했다.
탄창 하나를 비운 서우진이 총구를 슬며시 내렸다.
나는 묵호흑영을 사용하는 한편 손을 휘저었다.
“계속해. 난 괜찮아.”
“그러다 큰일 납니다!”
“골프백에 최상급 치유 물약 있어. 그거 마시면 돼.”
“아, 그러면 괜찮지요.”
그 말을 듣고서야 안심한 기색.
서우진이 마구 총을 갈겼다.
미리 빼 둔 탄창을 갈아 가며 방아쇠를 당긴다.
날아오는 총알이 내 몸을 찢고 부수고 망가뜨렸다.
“후우욱, 후욱.”
다 무시한다.
오로지 묵호무적검법에만 골몰한다.
내 뇌에 기록된 묵호흑영.
그걸 구현해 낸다.
검 전문가로. 또 검기로.
토르 연공법이, 집중과 훈련 특성이 나를 보조하고 있었다.
확실히 묵호무적검법은 좋은 가이드였다.
검막으로 향하는 길을 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아무리 김전사가 백지 신체를 갖고 있어도 몇 주는 걸렸어야 획득했을 검막.
벌써 그 대강을 더듬게 된다.
“허억, 허억.”
총만 갈기던 서우진이 나보다 먼저 지쳤다.
사격에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어쩌면 날 대상으로 쏘는 게 스트레스였을 수도 있지.
구경하던 쟈네트가 스르륵 일어났다.
“오빠. 교대해 줘요?”
“부탁할게.”
“응. 비켜 봐요.”
타타타탕!
쟈네트가 서우진보다 훨씬 더 나았다.
그럴 수밖에.
쟈네트는 퓨어 탱커라고.
금강체 덕에 피로도 잘 못 느낀다.
멘탈도 준수한 편이고.
저녁을 거르고 밤이 깊도록 쉬지 않고 쏴 대자 서우진이 좌절한 듯 푹 주저앉았다.
“난 왜 이렇게 허약하지…….”
“오빠가 허약하면 세상 사람들 다 스켈레톤이게?”
“넌 소드마스터부터 될 생각을 해.”
“네?”
“소린이는 광전사, 쟈네트는 방어 전사, 칼리는 암살자야. 그리고 넌 무사지. 무사는 완성되기 전까진 방어 능력이 약할 수밖에 없어.”
호신강기를 달아 주는 건 검의 주인을 찍은 다음.
그러면 서우진도 다른 제자들한테 안 밀린다.
결투로는 셋을 이길지도 모르지.
완성된 무사보다 일대일에 강한 초인은 없으니까.
아, 물론 나는 빼고.
서우진이 기운을 차리고 일어났다.
“저 더 강해질 수 있는 거죠?”
“당연한 소릴. 넌 갈 길이 멀어. 소린이가 90% 완성됐고 쟈네트가 90%를 향해 가고 있다면 넌 겨우 절반 정도 간 게 다야.”
“그거밖에 안 돼요?”
“그렇다니까. 갈 길이 멀어.”
맹공을 일기당천으로 강화하는 일이다.
절대 쉽지 않지.
서우진의 시작 특성도 아니고.
하지만 일단 성공하면 어딜 가도 절대 꿇리지 않을 것이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넌 천재니까 금방 강해질 거다.”
잠도 안 자고 훈련 속행.
서우진과 쟈네트는 번갈아 쉬었다.
반면 나는 밥만 챙겨 먹으며 총알을 맞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되고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터지기를 일주일.
하늘배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여 황해 상공에 진입했다.
“아!”
일주일 내내 멍해 있던 쟈네트가 정신을 차린 것은 이때.
“이제 알겠어요!”
손을 쭉 뻗는다.
손바닥 중심에서 검은색 검이 빠져나온다.
칠흑검.
살포시 그러쥐듯이 잡는다.
미간을 살포시 찌푸리자 칼날에 새하얀 빛이 타올랐다.
칠흑과 순백의 대비.
두 빛이 섞이며 뭐라 표현하기 힘든 광채를 완성한다.
회색? 회백색? 흑회색?
수묵화 속 먹의 농담(濃淡)을 자유롭게 담아 낸 듯한 빛과 어둠의 검.
대미궁의 네피림이 쓰던 것보다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검이었다.
“축하한다.”
“와…… 대단해, 너. 소드마스터가 된 걸 축하해.”
하지만 오래 유지되지는 않았다.
마력혼이 있다고 해도 쟈네트는 겨우 5레벨.
금세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는 휘청거리게 된다.
“힘 빼고. 칠흑검 쓰지 말고 처음에는 네 몸으로 구현해 보는 게 좋아.”
“선생님? 그러다 다치지 않나요?”
“쟈네트는 평범한 전사랑은 달라. 박투술을 따로 안 익혀서 그렇지, 손발도 훌륭한 흉기야. 강기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
“몰랐습니다.”
네피림의 검도 검법이자 마력 연공법.
쟈네트가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마력 소모가 줄어든다.
더 정확히는 쓰는 만큼 마력을 생산하다고 봐야지.
그러려면 몸으로 체험해 보는 게 좋다.
“해 볼게요.”
갑판 한쪽에서 손을 휘젓는 쟈네트.
흑백 강기가 일어났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질 수 없지.
나는 서서히 보이는 한반도를 보이며 서우진을 재촉했다.
“마저 끝내자.”
“네!”
타타타탕!
훈련 재개.
검을 휘둘렀다.
검기가 피어난다.
화사하게 치솟은 검기가 빗물처럼 나를 감싼다.
아직은 구멍투성이.
그러나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좋아졌다.
완벽한 검막은 아니더라도 90% 정도 전개된 검막이, 호랑이 그림자가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약 4시간 후.
서울 상공에 막 접어들었을 때.
나는 묵호검이 진동하는 것을, 환상 속 군단장이 미소 짓는 것을 온몸으로 감지했다.
“후아아…….”
길었다.
일주일은.
소총에 쉬지 않고 맞아가며 고문 아닌 고문을 자처했던 그 시간은.
내가 맞은 총알만 거의 수십만 발, 아니 수백만 발은 될걸?
대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었지.
[검 전문가][섬광][단월] [신검합일][검기][검막]최상위 특성, 명실상부 전사 계열 최고 특성 중 하나.
[검의 주인]의 재료 특성을 모두 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