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76)
149화 폭주 -2-
“대, 대모님의 피를?”
거수곰이 난색을 표했다.
그만큼 귀한 물건.
명색이 신의 피니까.
하지만 내가 설득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었다.
아까 해골뱀 입 위로 드리워졌던 나뭇가지.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리더니 나뭇잎을 둥글게 말아 떨어뜨린 것.
정확히 두 장.
맑고 영롱한 액체를 머금은 채.
샤르릉 하는 기이한 소리를 내며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대모님…….”
거수곰이 송구스럽다는 듯 나뭇잎을 받았다.
안에 고인 액체가 바로 나무신의 피였다.
맑고도 맑아 눈물처럼 보이는 수액.
거리가 꽤 있는데도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거수곰이 나뭇잎을 내게 건넸다.
“꼭 성공해 주게. 대모님께서 이런 희생을 하시다니…… 그분의 신도이자 제사장으로 면목이 없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거면 돼, 그거면.”
곧 사냥꾼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다들 무장을 해제한 상태.
신기하다는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상상했던 거랑은 다른데?”
“여기가 그 괴…… 희망 마을이라고?”
선두에는 협회장이 보인다.
여전히 동글동글한 얼굴에 훤하게 벗겨진 이마.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하루 사이에 머리가 더 벗겨졌다.
협회장이 나를 보고는 반색하며 달려왔다.
“묵호검주님! 부르셨습니까?”
“예. 잘 오셨습니다.”
나는 골프백에서 필요한 물건을 쭉쭉 빼냈다.
자동차 트렁크처럼 광활한 공간.
언젠가부터 항상 가지고 다니는 제작 도구.
그중에서 연금술 도구를, 특히 주사기와 유리병을.
“협회장님이 저격수였죠? 헌혈 좀 해 주세요.”
“예에? 헌혈이라뇨?”
“급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일단 피부터 뽑아 주세요. 아, 협회장님 의수에 윤활유랑 마력액도요.”
“어…… 묵호검주님?”
나는 조용히 눈짓을 보냈다.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협회장이 알아듣고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철컥.
손을 꺾은 다음 몇 군데를 조작하자 작은 구멍이 열렸다.
거기서 나오는 까만 윤활유와 투명한 마력액.
모조리 받아서 유리병에 넣었다.
주사기를 다른 팔에 꽂아 피도 받으면 완료.
“다른 분들도 부탁드립니다.”
“어? 저희도요?”
“이게 뭔 일인지…….”
“이사님 아니고 다른 사람이 부탁했으면 거절했을 겁니다.”
사냥꾼들의 피, 기름, 마력액을 받았다.
오로지 강화병들에게만.
생체 변이 강화병과 의체 삽입 강화병을 가리지 않고.
그러면서 나는 명상 특성을 이용, 옛날 기억을 뒤지고 있었다.
‘방사능 돌연변이가 있어야 좋은데.’
앞서 말했듯 돌연변이를 치료하는 방법은 세 가지.
두 개에는 방사능 돌연변이의 신체 일부가 들어간다.
남은 방법도 그 신체를 어떻게 대체하느냐가 핵심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것.
마력 돌연변이의 신체 일부.
강화병의 신체 일부.
초월적인 존재의 신체 일부.
사실상 초월적 존재의 신체로 부족한 것을 벌충하는 거라고 보면 되겠다.
“거수곰 님도 피 조금 뽑아 주세요.”
“나도? 여기 있네.”
“다른 분들도 조금씩만요. 그렇게 많이 뽑을 필요 없어요! 100cc씩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몇 명이나 뽑아야 하는데?”
“최대한 많이요. 그렇다고 다 뽑으실 필요는 없고 변이종별로 하나씩이면 됩니다.”
돌연변이들이 몰려들어 피를 뽑았다.
다 가져가라고 소리치는 통에 귀가 따가울 지경.
커다란 유리통을 가져오게 해서 강화병의 체액과 돌연변이의 피를 구분해서 대충 섞자 혼탁하고도 끔찍한 액체가 완성되었다.
사람이 많으니 100cc씩만 뽑아도 양이 무척 많았다.
거의 1만 cc 이상.
합치면 욕조를 하나 채우고도 남을 분량이다.
“마법 욕조 있습니까? 사람 하나 들어갈 크기로요.”
“있어! 나 집에 있어! 가져올까?”
“부탁드립니다.”
썬더가 날 듯이 마법 욕조를 들고 뛰어왔다.
내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종류.
전기 인간도 목욕을 해?
호기심을 참고 강화병의 체액 3종과 돌연변이의 피를 몽땅 집어넣었다.
이어 온열 기능까지 작동.
피가 끓으면서 끔찍하고도 기괴한 냄새를 사방에 풍긴다.
“윽!”
“무, 무슨 냄새가…….”
사냥꾼들은 물론, 오감이 뒤틀린 돌연변이들도 냄새를 참지 못했다.
코를 감싸 쥐고 뒤로 물러난다.
그들을 보며 먼저 경고했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지금부터 아주 위험한 시술을 할 예정입니다. 언제든 마력 폭주가 일어나서 마력핵 폭발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마, 마력 폭주라니요?”
“마력핵 폭발!”
“가능하면 조용한 곳에서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거수곰 님? 대모님께 말씀드려서 축복이라도 해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협회장님.”
“예?”
“위험을 감수할 마음이 있으시다면 남아서 저를 도와주세요. 자리를 피하셔도 원망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가능하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사냥꾼들이 웅성거리며 서로를 마주 본다.
당황스럽겠지.
괴물촌으로 초빙된 것도 갑작스런 일인데 마력핵 폭발이라는 소리가 나왔으니.
협회장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내가 똑바로 주시하자 곧 마음을 다잡고는 말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묵호검주님께서 부탁하시는 일이고, 우리 김 이사님 일이 곧 우리 협회 일 아닙니까? 안 그런가들?”
“으흠!”
“묵호검주님이 하시는 일이니까…….”
“우리 이사님이잖아. 우리 이사님!”
“설마 우리한테 해가 되는 걸 시키진 않겠지.”
사냥꾼들도 얼떨떨한 가운데 자리에 남았다.
설마 하는 마음 절반. 나한테 잘 보이려는 마음 절반.
역시 사람은 명성이 있고 봐야 한다.
내가 묵호검주가 아니고 명예 이사가 아니었으면 이중 절반이나 남았겠어?
대부분이 위험하다고 도망치고도 남지.
“그래서 뭘 하면 됩니까?”
“간단합니다. 여기 계신 사냥꾼분 중에 강화병분들 모두 마력 파장을 발해 주세요. 뭘 하실 것도 없이, 최대한 끌어 올려서 저기 마법 욕조로 흘려보내면 됩니다.”
“주입하라는 말씀입니까?”
“아뇨. 주입이 아니라 발현입니다. 발현. 마수랑 싸우다가 후퇴할 때 위협하잖습니까? 그때처럼요.”
“알겠습니다. 어렵진 않네요.”
“희망 마을 분들도 부탁드립니다. 돌연변이의 마력 파장도 필요해요.”
“알겠네.”
마력 파장은 직접적으로 필요한 재료는 아니다.
대신 성공 확률에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굳이 이 자리에서 시술을 진행하는 것.
나무 여신의 축복, 강화병과 돌연변이의 마력 파장.
이걸 계산하면 성공 확률이 10%에서 적어도 25%까지는 올라갔지 싶다.
‘터져도 대모가 어떻게든 해 주겠지.’
시작해 볼까?
돌연변이 쑥과 돌연변이 마늘을 욕조에 투여했다.
끓던 액체가 더욱 걸쭉해진다.
0레벨 마력핵 100개를 넣자 기괴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정령 가루, 사신의 머리카락, 천사의 눈물, 악마의 타액까지 넣자 지옥 용암처럼 변했다.
끔찍하도록 시커멓고 흉측하도록 뻘건, 한 마리 부정형 괴수 같은 모양새.
“후…….”
남은 재료는 둘.
엘릭서와 나무 여신의 핏방울.
먼저 내가 핏방울을 마셨다.
청량하다 못해 차가운 액체가 식도를, 위장을 씻어 내리고 심장에 맺혔다가 전신으로 퍼진다.
내 정신이 고고하게 떠오르며 따사로운 감각이 불을 지폈다.
거기서 비롯되는 어떤 힘.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마력이 있었다.
[신성력]따사로운 빛이 내 머리 뒤에서 후광처럼 번진다.
아울러 따라오는 특성 하나.
[성광]다른 말로 표현하면 홀리 웨폰 정도 될까?
내가 전사 계열이라 성광을 각성한 모양.
전사 계열 초인이 신성력을 얻으면 성광이나 광휘, 둘 중 하나를 같이 얻으니까.
‘이게 이렇게 오네.’
성기사 빌드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어쨌든 하나 더 있어서 나쁠 건 없다.
나는 두 손 가득 성광을 머금고 해골뱀을 주시했다.
심장에 난 균열이 깊어지고 있다.
조금만 더 늦어도 돌이킬 수 없게 되겠지.
“염동력 쓰시는 분, 해골뱀 님 욕조로 옮겨 주세요. 절대 손대지 말고요.”
“내가 하지.”
눈썹을 수염처럼 기른, 덩치 작은 올빼미 인간이 손을 뻗었다.
비밀빼미.
돌연변이 중에서는 흔하지 않은 마법사형 돌연변이.
해골뱀이 살포시 떠오른다.
아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옮겨져서는 욕조에 풍덩.
“아아악!”
비명이 터졌다.
욕조에 들어선 괴물이 해골뱀을 잡아먹고 있었다.
손뼈를 아귀처럼 뜯어먹고 발뼈를 구렁이처럼 집어삼킨다.
심지어 심장에도, 두개골에도 치아 자국 같은 흠집이 났다.
거수곰이 발을 동동 굴렀다.
“묵호검주! 어떻게든 해 봐!”
“조용히 좀 하세요. 집중해야 합니다.”
“어, 얼른!”
“그러다 욕조 흔들려서 피 넘치면 해골뱀 님 죽어요.”
일침을 가하자 겨우 조용히 하는 거수곰.
아이기스를 팔뚝에서 떼어 냈다.
장착하는 대신 왼손으로 잡고, 묠니르를 다른 손에 쥐었다.
[신성력][성광][감응]핵심은 이 세 특성.
여기서…….
침잠해 들어간다.
내 안으로.
양손에 쥔 신기 속으로.
급한 상황도 잊었다.
옆에 서서 심장을 북처럼 울리는 거수곰도, 안절부절못해 하는 협회장도 잊었다.
오로지 나에게만.
내 영혼의 동반자에게만.
짜릿한 번개와 웅장한 대지의 힘에 모든 정신을 집중한다.
그러자 속삭임이 들렸다.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웅장하고도 저릿한 목소리와.
따스하고도 무거운 목소리가.
파아앗!
빛이 번뜩였다.
묠니르가 망치를 넘어 번개 덩어리가 되어 타오르고, 아이기스가 무형 방패를 초월하여 대지 방패가 되어 군림한다.
그리고 느껴지는 시선 둘.
저 천공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하나, 떠받치듯 날 주시하는 시선이 하나 있었다.
가만히 눈을 떴다.
시선을 직시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
영혼의 격이, 육체의 품위가, 본신의 레벨이 너무나 하찮고도 하찮다.
그래도 이것으로 충분했다.
두 존재가.
두 신격이.
흐릿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으니까.
구아아앙!
울리는 굉음.
나는 가까스로 미망에서 깨어났다.
세상을 가득 메웠던 존재감은 사라진 다음.
하지만 빛 속에서 퍼덕이는 번개가, 회전하는 대지가 조금 전 일이 꿈이 아니었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내 상태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전능감이 넘쳐흘렀다.
6레벨이 아니라 7레벨이 와도 이길 것만 같다.
학살 여제?
다시 붙어 보자고 그래.
아주 떡발라 줄 테니까.
이유는 간단하다.
버프 세 개.
절대 평범하지 않은 버프 3종이 날 감싸고 있었기 때문.
게임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케인 서울의 7대 교단.
그 교단의 신들은 절대 다른 신과 같은 대상에게 축복을 내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특수한 상황이라 가능했던 것.
즉, 나무 대모가 자신의 영역에 두 신의 손길을 허락했기 때문에.
“감사합니다.”
나무 대모는 정말이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귀하디귀한 핏방울을 내려 주고도 모자라 자기 영역에 다른 신이 접근하는 걸 허락하다니.
이제 실패할 가능성 따윈 없다.
세 신의 축복이 함께 하는 한, 확률 보정은 시스템마저 뚫고 승천하고 있으니.
고개 숙여 묵례를 하고 팔을 뻗었다.
아이기스와 묠니르가 튀어 나간다.
땅으로 파고드는 아이기스.
하늘로 치솟는 묠니르.
원거리에서 잡듯이 손을 움직였다.
왼손은 활짝 펴서 보자기를 만들고 오른손은 꽈악 주먹을 쥔다.
그 상태로 내리쳤다.
쿠르릉!
번개가 꽂혔다.
순수한 신의 벼락이 강림했다.
그 아래를 받치는 것은 신의 대지.
토르가 망치질하고 가이아가 모루질하는 광경.
신의 벼락과 신의 대지가 마찰하며 빚는 파장이 욕조 안 물성을 한순간에 뒤바꿨다.
“아아악!”
터지는 비명.
덧입혀지는 괴물 액체.
“어?”
“헉?”
보고 있던 돌연변이들이 괴상한 소리를 냈다.
“허…….”
“세상에나.”
사냥꾼들도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를 흘렸다.
한 번만으로는 부족하지?
나는 다시 묠니르와 아이기스를 움직였다.
꽈르르릉!
또 한 번 물성 변화.
꽈르르릉!
다시 한번.
꽈르르릉!
또, 또, 또, 한 번.
연거푸 주먹을 내리친다.
신의 벼락과 신의 대지가 빚는 광채가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 나간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어쩌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물리 법칙을 뚫고 관측될 기적.
묵묵히 망치질을 했다.
장인 특성까지 장착한 채로.
마지막으로 엘릭서를 끼얹자 완성된다.
내 필생의 역작.
아마도 내 장인 특성 최고의 결과물.
돌연변이의 돌연변이가.
“아…….”
“뱀아…….”
“허허, 참.”
“이, 이게 가능한 일이에요?”
욕조에 가득하던 괴물 액체는 더 이상 없다.
대신 남은 것은 단 하나.
백옥 같은 살결의 여인뿐.
배꼽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어딜 봐도 사람 같은 형상.
“으으음.”
여인이 눈을 떴다.
사람의 눈이 아닌 붉은 안광이 불길하게 번뜩인다.
하지만 이래서 더 사람 같다.
초인 중에는 저런 눈빛을 한 사람이 왕왕 있으니까.
“여긴…… 천국이야? 난 지옥 갈 줄 알았는데?”
여자, 해골뱀이 시선을 고정한다.
자기 손에다가.
한참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다가 자기 몸을 더듬었다.
부드럽고 매끄럽기만 한 그 몸.
언데드의 해골 몸이 아닌 인간의 육체를.
“이, 이거 꿈 아니지?”
“뱀아!”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이 나쁜 년! 걱정이나 시키고!”
거수곰이 울며 달려들었다.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몸을 트는 해골뱀.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몸이 말을 잘 들을 리가 없다.
발이 꼬이고 몸이 흔들리면서 욕조 안에 쓰러지고 말았다.
“우욱! 우우욱!”
거기에 헛구역질까지.
거수곰이 깜짝 놀라 해골뱀을 들여다보았다.
“야! 괜찮냐? 어디 아파? 묵호검주, 이거 잘못된 거 아니지?”
대답은 해골뱀이 먼저 했다.
“우웨엑!”
허리도 꺾고 격하게 구토하는 해골뱀.
투명한 침에 섞여 반짝이는 물체가 튀어나왔다.
해골뱀이 그걸 쥐고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게 왜…….”
반지.
겉으로 보기에는 밋밋하기만 한 금반지.
하지만 반지를 확인한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꽉 쥐게 된다.
저게 바로 그 물건이었으니까.
해골뱀의 개인 퀘스트 끝에 나오는 보물.
[SSR 예언자의 고리]토정 이지함이 해골뱀의 심장에 심었던.
해골뱀이 2백 년을 넘게 산 원동력이 된.
하지만 해골뱀을 죽여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아케인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성능의 SSR 등급 반지가 바로 앞에서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