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76)
특성 쌓는 김전사-176화(176/300)
176화 심장혈 –1-
이상하긴 하다.
어째서 성희영이지?
신화 그룹 회장이 아니라?
성희영이 요즘 영향력이 커졌다곤 하나 신화 그룹 회장만은 못한다.
신화 그룹 회장은 8레벨이니까.
‘생각은 나중에.’
지금은 살려 놓고 봐야 한다.
수련실 한쪽에 처박아 뒀던 골프백을 들었다.
“가자.”
바로 이동.
나와 최 소장은 레드 쿠거를, 서우진은 자기 비행차를 타고 송파구에 위치한 금오 병원으로 움직였다.
옥상에서 김 비서, 새롭게 비서실장이 된 김 실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침중한 얼굴.
“오셨습니까?”
“회장님은요?”
“많이 안 좋으십니다.”
비밀도 아닌 모양.
힐끗 아래를 내려다보니 방송국 차들이 잔뜩 몰려와 있었다.
심지어 개인 방송인들도 보인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드론을 날리다가 공중 방어 드론에 격추당하는 장면이 보인다.
“어떻게 된 겁니까?”
김 실장을 따라가며 물었다.
“독을 드셨습니다.”
“그 뭐지, 기미 하시는 분 있지 않아요?”
“예. 기미 비서가 따로 있지요. 기미 비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회장님께서 드시자마자 발작하셨습니다. 수행 비서가 바로 대처했습니다만, 엘릭서를 드시고 더 심해지셔서…….”
맞네.
정확한 건 직접 확인해야 알겠지만 예상대로다.
병원 본관 가장 깊숙이 있는 VVIP실에 도착.
초인 의사들이 쩔쩔매며 나와 김 실장을 맞이했다.
“회장님께선?”
“심정지가 와서 CPR 중입니다.”
“뭐?”
바로 문을 열어젖히고 뛰어드는 김 실장.
쿵! 쿵! 쿵! 쿵!
근육질 초인 의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CPR 중이었다.
몸무게는 물론 마력까지 동원해 내리찍는 까닭에 한 번 힘을 줄 때마다 가녀린 몸이 튕기듯 반동이 터진다.
어쩔 수 없다.
7레벨 초인은 내구도가 어마어마해서 어지간한 충격은 다 분산시키고 흡수하니까.
중장비로 때려 박는 충격을 줘야 심장에 겨우 닿을 것이다.
“제, 젠장! 뭐 하는 겁니까! 조금 전만 해도 괜찮으셨잖습니까!”
“며, 면목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 최서언? 회장님 돌아가시면 당신들도 다 죽을 줄 알아! 누가 당신들 장학금 주고 월급 주고, 초인으로 만들어 줬는지 잊었어? 순장 당하기 싫으면 반드시 살려 내!”
“며, 명심하겠습니다.”
머리 벗겨진 의사가 밖에서 총총 걸어온다.
품에 소중히 황금빛 수정병을 들고 있다.
엘릭서.
이미 한 번 실패했지만,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으니 다시 써 보려는 모양.
“그만두세요.”
손을 뻗어 제지.
김 실장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정신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엘릭서 드시고 이 지경이 됐는데 또 엘릭서를 써요?”
“우리 병원만의 비전이 있습니다. 엘릭서로 그 비약을 만들면…….”
“불멸의 비약이요? 그거 쓰면 회장님 즉사하십니다. 도로 가져가세요.”
“이 인간들이…….”
김 실장의 목에 핏대가 선다.
뭐라고 퍼붓기 전, 나는 김 실장을 보며 말했다.
“비서님. 사령술사들 수배해 주세요. 지금 당장.”
“사령술사라니요?”
“지금은 회장님을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령술사가 있으면 더 심해지는 건 막을 수가 있어요.”
시간을 확인했다.
“5분, 5분입니다.”
시계를 가리키며 강조한다.
“5분 안에 한 명이라도 사령술사가 도착해서 마력을 주입해야 합니다. 그러면 회장님은 살고, 못 하면 죽습니다.”
5분!
너무 짧은, 뭘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
김 실장의 목젖이 꿀꺽 움직였다.
바로 자기 귀에, 의체에 손가락을 대고 지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경호실에 알린다. 즉시 4팀 전원을 VVIP실로 보낼 것.”
“금오보안에 알린다. 비상 상황이다. 금오보안 2과 4팀, 4과 4팀, 8과 4팀을 소환하여 금오 병원으로 보낼 것.”
“금오상조 이사들은 전원 모이시기 바랍니다.”
번개 같은 일 처리.
4팀 어쩌고 하는 걸 보아 거기 사령술 익힌 초인이 있나 보다.
숫자 4는 미신이지만, 이 세상에서는 미신도 힘을 가지는 법이라 마냥 무시하지는 못했겠지.
곧 경호 4팀이 들이닥쳤다.
초인들이 의식 없는 성희영에게 경례하자 김 실장이 나를 보았다.
“묵호검주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CPR 중단하고, 마력을 뇌에다가 불어넣으세요.”
“뇌에요? 그러면…….”
“괜찮습니다. 식물인간 안 돼요. 제가 책임집니다.”
“후…….”
김 실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나와 성희영을 번갈아 보고는 이를 악문다.
“묵호검주님만 믿겠습니다. 이번에도 기적이 있기를. 김선영 대원님, 박지후 대원님. 두 분 마력을 회장님 뇌에 주입해 주세요.”
“예?”
“잘못 들었습니다?”
“급합니다. 제가 책임집니다. 실패해도 두 분한텐 피해가 안 가게 할 테니 빨리하세요.”
두 대원이 머뭇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한 명은 사령병, 한 명은 사령술사.
양쪽에서 서서는 성희영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삐-
CPR을 중단하자 뾰족한 기계음이 울린다.
눈을 감고 마는 김 실장.
“시작하겠습니다.”
마력이 주입된다.
싸늘하고 거무튀튀한 죽음의 마력이 뇌로 투사된다.
잠시 적막.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지나가고.
삐삐삐삐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어?”
“휴!”
“회장님!”
그러나 심장만 뛸 뿐이다.
산소 포화도가 올라가고 호흡이 돌아왔으나 그뿐.
정신을 차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김 실장에게 다가가 당부했다.
“최대한 마력을 많이 주입하세요. 뇌 밖으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조절해서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회복되실까요?”
“아뇨. 치료는 안 됩니다. 임시에요, 임시. 며칠 지나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할 겁니다. 한 달 지나면 저것도 소용없어요.”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근원지를 찾아야죠.”
내가 말했지.
저건 독인 동시에 저주다.
따라서 저주를 건 근원을 찾아서 제거하고, 반드시 소지하고 있을 해독제를 가져와 먹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죽는다.
문제는 저주 건 놈을 어디서 잡을 거냐는 건데…….
‘주변에 있겠지.’
독을 먹이려면 주변 인물이어야 한다.
또, 저주는 일정 거리 안에서만 작동한다.
‘하지만.’
그 전에 처리할 일이 있다.
게임에서의 상황을 생각하자.
신화 그룹 회장도 엘릭서를 마셨지만 바로 죽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연명했고, 몇 차례 암습과 습격, 저격을 더 당한 다음에야 죽었다.
그 첫 번째 암습은 음독 직후에 이뤄졌다.
그것도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덜컹덜컹.
“실례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예, 잠시만요.”
복도 끝에서 의료용 카트를 끌고 오는 간호사 둘.
그 뒤를 따라오는 의사 한 명.
내 눈이 자연스럽게 셋에게 꽂혔다.
똑같은 구성이다.
게임에서 첫 번째 습격을 가했던 적들과.
[귀안][육감]물론 겉으로 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
특성 전환하고 봐도 마찬가지다.
카트에는 의료용 기구만 있고, 셋 다 사제 계열 초인이면서 회복이니 치유니 하는 특성만 갖고 있었다.
있다면 딱 하나.
내 마력 폭발에 대응하는 사제 계열 특성.
평소라면 이상할 게 없다.
신성 폭발은 악마, 유령, 언데드 같은 사악한 존재에게만 치명적으로 반응하니까.
환자한테 쓰면 되레 극적으로 상태를 호전시키지.
그런데 성희영에게라면?
악신의 독혈이자 저주에 걸린 환자에게라면?
“잠깐만요.”
그래서 앞을 막아섰다.
“예?”
간호사들이 날 올려다본다.
“흠, 흠.”
의사가 헛기침을 몇 번 뱉었다.
“동맥혈 채혈해야 합니다만…….”
카트에 놓인 것은 그럴듯한 의료기구.
목에 패용한 것은 금오 병원 직원증.
실제로 직원이겠지.
옛 아버지 교단의 수작은 이 땅에 도래한 이래 수백 년 동안 이뤄졌으니.
하지만 나를 속일 수는 없다.
“어둠 재규어가 보냈나?”
그들이 믿는 신을 지목하는 별칭.
의사와 간호사의 눈가가 꿈틀거린다.
그러나 어떻게든 참아 낸다.
아직은 들통났다고 믿고 싶지 않은 모양.
“무슨 말씀이신지?”
꽈앙!
의료용 카트를 내리쳤다.
스테인레스 카트가 쪼개지면서 라텍스 장갑과 주사기, 알콜솜이 마구 흩뿌려졌다.
경호팀들은 이미 의미심장하게 이쪽을 보는 상황.
몇 명이 그림자 속에 녹아 사라지더니 복도 반대쪽을 막아선다.
셋을 들여다보며 힘주어 말했다.
“따라 해 봐. 어둠 재규어는 날개뱀에게 따먹힌 비루한 종자다.”
둘 다 아즈텍의 유명한 신.
신대륙을 개척하던 옛 아버지 교단에게 살해당했고, 그 이후엔 남미 오지로 숨어들었다.
설정상으로는 그랬지만 진실은 달랐다.
옛 아버지 교단이 훗날을 기약하며 내부에 빨대를 꽂은 것.
셋의 눈이 흔들렸다.
못 하지, 암.
다른 중소 교단 소속으로 위장했지만 진실한 신앙은 어둠 재규어를 향하니까.
신성 모독을 했다간 바로 신성력을 박탈당한다.
“비, 빌어먹을! 죽여!”
“이이익!”
간호사가 달려든다.
주사기를 꽂고 용맹하게 내 목에 꽂으려 한다.
되겠냐?
발을 들어 걷어찼다.
간호사가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진다.
다음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카트를 들어 후려치려고 했으나 내가 터뜨린 마력 폭발에 튕겨 나갔다.
“개새…… 커헉!”
의사라고 다를 건 없었다.
몸도 약해, 공격 특성도 없어, 아티팩트를 가진 것도 아니야.
얌전히 항복할 것이지 왜 반항을 해?
나한테 한 대 처맞고는 경호팀에 붙잡혔다.
자살 못 하게 재갈을 물리고 수갑과 족쇄를 채웠다.
“우읍! 읍!”
몸부림치지만 의미 없다.
셋 다 경호팀에게 끌려갔다.
VVIP실로 돌아오니 병원장이 김 실장에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김 실장은 잔뜩 격앙됐고 병원장은 완전 사색이 된 상태.
“죄, 죄송합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김 과장이, 아니 저 개새끼가 암살자인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병원장님! 지금 이 일이 죄송하다는 말로 끝날 일입니까? 만약 회장님 털끝이라도 다쳤으면 당신이 자살해도 넘어갈 수가 없어!”
“관두세요.”
적당히 김 실장을 진정시켰다.
이러고 있어 봐야 죽도 밥도 안 된다.
의료진을 이용한 신성 폭발은 시작에 불과하니까.
앞으로 습격은, 암습은 성희영이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병원장님이 어쩌긴 힘들었을 겁니다. 저놈들 어둠 재규어 광신도예요.”
“어둠 재규어요? 소멸한 거 아니었습니까?”
“소멸하긴 했어도 잔당은 남아 있죠.”
“그놈 광신도들이 왜요? 우리 회장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거기까진 모르겠습니다.”
실은 안다.
성녀가 교묘하게 유도했다.
서울 테러를 일으킨 것이 권리 연맹이라면 좀비 사태를 일으키는 건 어둠 재규어 교단.
좀비 사태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재벌 총수를 암살하려는 것.
‘요즘 금오 그룹이 활발하게 움직이긴 했어.’
아케인 서울의 세력들은 여간해선 움직이지 않는다.
가진 게 많고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성희영은?
오빠들을 짓밟고 권좌에 오른 만큼, 또 내 힘을 빌려 전쟁에 승리한 만큼 실적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권리 연맹을 잡는 데 그룹의 힘을 총동원했고, 내 재개발 사업에 4천억이나 쾌척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깐이지만 그 영향력이 신화 그룹을 넘어설 지경.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 거지.
8레벨인 신화 그룹 회장을 놔두고 성희영을 찌를 정도로.
“하…….”
김 실장이 자기 머리를 엉클어뜨렸다.
“피 그림자를 썼나 봅니다.”
정확한 명칭은 어둠 재규어의 심장혈.
아즈텍 전쟁 당시, 옛 아버지의 사도였던 롱기누스가 어둠 재규어의 심장을 창으로 찔렀다.
그때 심장혈이 흘렀고 롱기누스의 창은 신기가 되었지.
롱기누스의 창에 묻은 심장혈은 독이자 저주로 타락했고.
어둠 재규어는 어떻게든 도망쳤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그나마 어둠 재규어 교단은 롱기누스의 창을 챙겼다.
거기 묻은 심장혈이 희망이었으니까.
추후 어둠 재규어에게 이름을 되찾아 주고 부활시킬.
“그렇죠.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아시겠지요?”
“예.”
김 실장이 폭풍처럼 지시를 내렸다.
우선 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을 전부 쫓아냈다.
그리고 방어진을 구축했다.
믿을 만한 사람들로만.
결계에 방어 마법진, 방어 드론, 수호 골렘으로도 모자라 인의 장막을 건설.
아예 본관에서 사람이란 사람은 모조리 쫓아냈다.
막대한 보상을 약속하면서.
“사제 계열은 빼세요. 아시죠? 어둠 재규어 광신도들 능력이요.”
“알지요.”
다른 별칭으로는 연기를 토하는 거울이라고도 한다.
그에 걸맞게 예언과 전지, 환상과 변신, 사기와 절도의 영역도 지배하는 신이다.
다른 교단인 척, 다른 신을 믿는 척하는 것은 쉬운 일.
조금 전 들어오려고 했던 세 명처럼.
금오 그룹에 오래 재직했어도 믿을 수 없다.
“후우우.”
김 실장이 신경질적으로 이마에 난 땀을 닦았다.
콰앙!
때맞추어 밖에서 폭음이 터졌다.
멀리서도 보일 폭발.
마력 파장이 아득하게 번지고 있었다.
김 실장이 반사적으로 거길 보려고 했으나 나는 손을 휘저었다.
“성동격섭니다. 지하를 조심하세요.”
“지하요? 2팀장. 확인해 보세요.”
“예.”
경호팀 일부가 자리를 비웠다.
잠시 후 돌아왔는데 송아지처럼 큰 쥐 시체를 둘러메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에서 발견했습니다. 환기구 타고 침입하려는 걸 막고 있습니다.”
딱 봐도 변이체.
유전 공학을 이용해 돌연변이 시킨 게 분명한.
“하…….”
김 실장이 아득해진 얼굴로 날 본다.
“묵호검주님. 저희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저희 능력만으로는 회장님을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식으로 의뢰를 넣지요.”
이를 거칠게 몇 번 갈고는 말을 잇는다.
“회장님께 심장혈을 먹인 놈, 저주를 건 그놈을 잡아 주십시오. 잡아서 아주 갈기갈기 찢어 주십시오. 그동안 회장님은 저희가 어떻게든 지키겠습니다.”
“그러려고 온 겁니다.”
병상에 누운 성희영을 내려다보았다.
항상 여유 넘치던 얼굴.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짓던 입술.
지금은 창백하기 그지없다.
시퍼런 입술을 하고 시체처럼 누워 있다.
감정은 없다.
성희영이 지금 당장 죽어도 특별한 감흥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 뒤에 있을 성녀.
독살을 사주한 옛 아버지 교단.
그것들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절대로 놔둘 수 없지.
절대로.
성녀에게 고춧가루를 뿌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맡겨만 주세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기필코 해내겠습니다.”
해내기만 할 것 같아?
아주 뼛속까지 씹어 먹어 주마.
저주를 건 초인도.
한강 아래 숨어 있을 어둠 재규어 교단도.
몽땅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