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75)
특성 쌓는 김전사-175화(175/300)
175화 네피림의 검 –3-
쟈네트만 남기고 모두 내보냈다.
“선생님? 대련하면 될까요?”
“대련으론 힘들지. 너도 나도 오래 유지하기 힘들잖아.”
백소린 때와는 다르다.
마르스 검투법이 실전검형이라면, 네피림의 검은 강기검리(罡氣劍理)라고 표현해야 하니까.
오로지 검강 구현에만 집중한 검법.
그것이 네피림의 검.
초식이나 동작은 전혀 포함하지 않았다.
게임에서도 추가 공격력만 엄청나게 붙지, 추가 적중이나 방어는 전혀 안 붙었지.
“시범부터 보여 줄래?”
“네.”
“최대한 천천히.”
“노력해 볼게요.”
쟈네트가 칠흑검을 뽑았다.
손바닥에 착 감기는 까만 광선검.
네피림의 검을 발현한다.
마력 회로 일부에서 혼돈의 빛이 일어나며 칼날에 집중된다.
뒤섞이듯 발현되는 흑백 혼원 검광.
“하아!”
단 몇 초 만에 꺼져 버린다.
쟈네트가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
“보셨어요?”
“응. 보긴 봤는데…….”
모르겠다.
검의 주인을 장착하고 귀안에 육감, 다른 감각계 특성을 총동원했는데도 와닿는 게 없었다.
하긴 한 번 보고 뭘 깨우치면 내가 서우진이지 김전사겠냐.
마력 흐름은 확실히 봤고 속성도 확실히 느꼈지만 그것뿐이다.
‘구경만 해선 안 돼.’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스타 스폰 방호복 왼팔을 걷어 올리고 쟈네트에게 내밀었다.
“여기에 써 봐.”
“예? 진심이세요?”
“어.”
“안 돼요! 선생님, 그러다 팔 잘려요!”
“다시 붙이면 돼.”
“미치셨어요?”
뜨악해서는 날 쳐다보는 쟈네트.
나는 어깨만 한 번 으쓱했다.
“이게 초인의 방식이야. 괜찮아. 금방 붙어.”
“아니 진짜…… 선생님 몸을 너무 막 굴리시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막 쓰실 거면 저 주세요!”
“하하하. 막 굴려서 이렇게 강해진 거야. 안 죽고 이겨 내면 돼.”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몇 번 재촉하자 쟈네트가 칠흑검을 내 왼팔에 가져다 댔다.
왼손 무쇠주먹도 빼고 맨살을 드러낸 상태.
쟈네트가 한참 망설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마력이 진동하며 강기를 뿜어낸다.
순식간에 토막 나는 내 팔뚝.
그리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내 마력 회로.
혈맥, 신경계, 정신.
‘끄으으윽!’
어마어마한 격통이 나를 강타했다.
범람하듯이 몰려온다.
신열보다 오히려 강력한 고통.
단순히 칼로 팔을 자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강기가,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가 존재 자체를 난자하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참아 냈다.
고통에는 이골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를 악물자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겨우 특성을 교체하고 잘린 팔을, 아니 터지듯이 망가진 팔 잔해를 팔뚝에 가져다 댔다.
부글부글 피와 살이 끓으면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난 괜찮아.”
맞아 보니 알겠다.
이것도 틀린 방법이라는 걸.
육감 특성과 예언자의 고리가 절대 다시 하지 말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전승받아야 하지?
‘게임에서는…….’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가 직접 플레이한 적은 없다.
대신 스트리머들 하는 건 많이 봤지.
인터넷 방송에서 본 화면 속, 3대 검법 전승 장면은 제각기 달랐다.
마르스 검투법은 대련.
칼라라트리는 춤과 추격전.
네피림의 검은…… 토론이었지.
‘어? 토론?’
맞아. 토론이었다.
쟈네트가 근엄한 어조로 포문을 열고, 전승받는 캐릭터가 반박하면서 무리(武理)에 대해 논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전승받는 캐릭터가 최소한 소드마스터니까 가능한 연출.
나는 쟈네트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얘랑 토론할 수가 있나?’
내가 바라보자 눈을 내리까는 쟈네트.
아직 어리다.
게임보다 10년 가까이 이른 시점이라 중학생 정도밖에 안 된다.
약간의 의구심을 안고서 질문했다.
“쟈네트. 강기가 뭘까?”
“네?”
“네가 사용하는 선천강기. 또 네가 익힌 네피림의 검으로 구현하는 강기. 그리고 내가 소드마스터로서 발현하는 검강. 이건 도대체 뭘까?”
사실 별로 기대는 안 했다.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 너무 빨리 5레벨이 되고 네피림의 검을 수습한 탓에 이론적 바탕은 부족할 테니.
나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질문을 받으면 말이 궁해진다.
게임 설정에 있는 설명을 할 수는 있지만 거기서 끝.
“어…… 그러니까요…….”
쟈네트가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내 정좌하고 설명하기 시작한다.
“제가 생각하는 강기는요, 네피림의 검에서 설명하는 강기는요, 영혼의 빛이에요.”
“영혼의 빛?”
“네. 검기랑 다르게 단순히 마력 결정체가 아니라 마력을 육체로 삼고 영혼을 정신으로 삼은, 또 하나의 자신이자 분신이고 아바타, 즉 화신이에요.”
“아바타라…….”
“네. 그래서 고레벨 초인 중에서도 전사 계열만이 강기를 쓸 수 있는 거죠. 외부 인자로 강해지는 강화병, 세계의 진리를 비트는 마법사, 신격에게 힘을 받는 사제와 다르게 전사는 오직 자신의 내면으로, 무의식 속으로, 어쩌면 자신의 영혼 레벨까지도 도달해서 강해지니까요.”
얘 좀 봐라?
어리게만 봤던 내 선입견과 다르게, 쟈네트의 말은 진리의 조각을 품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쟈네트가 헤헤거리며 웃는다.
“그냥 제 생각이에요. 네피림의 검에서 뭐가 느껴지긴 하는데, 두루뭉술해서 명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어요.”
그렇겠지.
다시 말하지만 네피림의 검은 강기검리.
도가도 비상도라는 말처럼 모호하기 그지없다.
세세한 방법론이 아니라 일종의 깨달음이니.
“내가 생각하는 강기는 초월이고 성좌다.”
“초월? 성좌요?”
“그래. 괜히 별 이름 강(罡), 북두성 강(罡) 자를 쓰는 게 아니야. 단순히 기가 유형화되어 칼이 되었다고 할 거면 오러 블레이드라고 부르는 것으로 충분하지. 힘의 결집 그 이상, 초월로 향하는 길, 성좌로 통하는 문, 그것이 강기라고 생각한다.”
“너무 어려워요.”
“내가 너무 어렵게 설명했니? 네가 한 말이랑 비슷해. 너는 강기가 영혼의 빛이라고 했잖아? 이렇게 생각해 봐. 평범한 사람의 영혼이 눈에 보이냐?”
“아뇨. 안 보이죠. 사령술사가 마력을 집어넣고 꺼내지 않는 한은요.”
“그렇지. 오래 묵은 원혼, 마력에 절어 타락한 영혼이 아니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아. 하지만 검강은 눈에 보이지. 보이는 정도를 넘어서 완전히 유형화한다. 기체가 액체가 되고, 액체가 고체가 되는 것보다 더한 물성 변화지. 이게 뭘 말할까?”
“아! 알겠어요! 그만큼 영혼이 강해졌다는, 아니 격이 올라갔다는 뜻이네요!”
“그렇지.”
쟈네트가 뭔가 영감을 얻은 걸까?
별안간 자기 방패를 들었다.
허공에 퍽퍽 올려친다.
방패가 번들거리더니 중심에서 흑백 꽃이 피어났다.
‘그새 익숙해졌네?’
토론이 효과가 있는 모양.
쟈네트만이 아니었다.
나도 가슴이 간질거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뭔가 될 것 같은 기분.
“네피림의 검이 왜 만들어졌는지 아세요?”
갑작스레 날아온 질문.
“알지. 신이 되려고 만든 거잖아.”
“이제 알 것 같아요. 강기를 정련하고 정련하다 보면, 영혼을 완전히 화신체로 빚어낼 수 있어요. 화신체를 키우면 신이 되고요.”
“그걸로는 모자라.”
“네?”
“영체만 키운다고 능사가 아니다. 신들을 봐. 옛 아버지만 해도 죽어서 육체를 잃으니까 힘이 약해졌잖아. 영체도 필요하고 육체도 필요하다. 네피림의 검으로는 9레벨에는 도달해도 10레벨은 못 돼.”
“9레벨…… 꿈만 같네요.”
“일단 그렇게만 알아 둬.”
10레벨, 신이 되기 위해선 특수한 과정이 필요하다.
신살이나 위대한 과업을 수행해야 하지.
나도 10레벨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게임에서도 10레벨은 에피소드 9, 차원 균열에서 신격 레이드가 열리면서 개방되었으니까.
9레벨만 되어도 충분하지.
세계를 평정하는 데는.
성녀를 죽이고 고대신 부활을 막기까지는.
“영혼 강화가 핵심이네요.”
“맞아. 그 증거가 강기라고 본 거지. 네피림들은.”
“네피림은 천사 혼혈이라서 태어나자마자 강기를 쓸 수 있었대요.”
“용들이 마법 종족인 거랑 같아. 용들은 새끼 때부터 마법을 쓰잖아.”
“숨 쉬듯이 강기를 발현할 수 있어야 한대요.”
“숨 쉬듯이?”
“네. 자연스럽게, 손가락 복잡하게 쓴다고 사람이 일일이 그걸 다 계산하지는 않잖아요. 그냥 하는 거죠.”
그냥 하는 거죠.
그 울림이 내 가슴을 일렁이게 했다.
이게 핵심이구나.
손을 뻗어 본다.
손가락을 활짝 펼치는 한편 검강을 전개해 보았다.
당연히 잘되지 않았다.
나는 햇병아리 소드마스터.
정신을 집중하고, 심호흡을 삼키고, 배에 힘을 꽉 주어야만 검강을 발현할 수 있었다.
정상적이라면 앞으로 몇 년은 수련해야 쟈네트가 말한 것처럼 자유자재로 검강을 쓰게 되겠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쟈네트도 손을 내민다.
펼친 내 손에 자기 손을 겹치고 조곤조곤한 어조로 말했다.
“선생님. 숨 쉬세요. 그냥, 평소처럼요. 검강을 쓰는 게 아니에요. 숨을 쉬는 거예요.”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는 액티브 스킬 쓰듯이 검강을 썼는데, 그걸 패시브 스킬처럼 쓰라고 하면…….
“아.”
폭발하듯 뇌리를 스치는 어떤 영감.
액티브와 패시브의 차이.
게임에서라면 명확히 구분된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현실이 되어 버린, 엄연히 또 하나의 세계인 이 세상에서는?
가슴이 근질근질하다.
뭔가 잡힐락 말락 한다.
쟈네트가 날 보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더니 쎄쎄쎄 하듯이 내 앞에서 손을 펼치고 밀고 쥐고 휘젓는 걸 반복했다.
팟! 파바밧!
폭죽 터지듯이 명멸하는 흑백색 강기.
몇 번인가 내 손을 스치지만 아무 피해도 주지 않는다.
어느새 네피림의 검이 경지에 오른 것.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재된 마력 연공법을 쓸 정도는 아니지만.
그 파괴력을 완벽하게 갈무리할 정도로.
나는 홀린 듯이 빛무리를 쳐다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별빛.
성좌로 오르는 계단.
혹은 영혼의 빛.
그것들이 흐드러지게 춤추며 내게 강렬한 영감을 전승하고 있었다.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이치.
어떤 언어로도 문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가르침.
즉, 깨달음.
별자리가 머릿속에서 몽글거렸다.
그러다 마침내, 한 자루 광검이 되어 뇌를 꿰뚫었다.
“흐읍!”
끓어오르는 법열.
뇌가 펄펄 증발하는 것 같다.
전신의 피가 솟구쳐 머리를 두드린다.
뜨거움이, 고양감이, 환희가 전신을 덮쳐 온다.
손을 활짝 펼쳤다.
백색 강기가 솟아 갈라진다.
손가락을 타고서.
호랑이 발톱이라도 된 것처럼, 다섯 갈래로.
쟈네트가 상쾌하게 웃었다.
“성공하셨네요!”
“이제 시작이지.”
나는 백색 강기를 보며 말했다.
한순간의 돈오.
분명히 성공적이다.
나는 오늘 소드마스터가 된 주제에 숙련된 소드마스터의 강기 제어 능력을 얻었다.
그렇다고 네피림의 검을 얻은 거냐면 그건 아니다.
강기 색깔이 흰색이니까.
네피림의 검 고유의 흑백색이 아닌, 내 영혼에게서 비롯된 창백한 백색.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금고에서 다이아를 꺼내 왔다.
이제 남은 것은 없다.
학살 여제를 잡고 얻은 걸 다 쓰는 것.
우우웅.
다이아가 긴 울음을 토했다.
쟈네트가 네피림의 검 보석이 생성되는 걸 보며 웃었다.
“하루 만에 끝났네요? 예전에 소린 언니 때는 오래 걸렸잖아요.”
“그러게. 그때는 소린이도 나도 고생했지. 오늘은 금방 끝났다.”
“헤헤. 저 아헨 가도 돼죠?”
“당연하지. 일등석 예약해 줄게.”
“와! 진짜요?”
“그럼. 나 돈 많아.”
쟈네트가 아이처럼 기뻐했다.
이런 걸 보면 진짜 중학생 같은데.
조금 전 모습을 보면 어리다고 무시하면 안 되겠어.
제자로 들인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키도 많이 컸고 내면은 더 많이 컸으니까.
과아아앙.
네피림의 검이 흡수된다.
마력 회로가 벌겋게 달아오른다.
마르스 검투법 때와 비슷했다.
무시무시한 격통이 내 신경계와 혈관계를 난도질했다.
서우진에게 신검합일을 전승받을 때와는 다른, 수십 배는 강렬한 통증.
“후욱, 허어어억.”
아니야.
그래도 마르스 검투법보단 나아.
그땐 천살성까지 체험하면서 괴상한 환청이 들리고 심각한 충동까지 느껴졌잖아.
이번에는 없었다.
내 검의 주인 특성이 진동하고 흔들릴 뿐, 상대적으로 온화하게 특성이 이식되고 있었다.
피 좀 토하고 손톱이 다 빠지도록 바닥을 긁은 게 전부.
“후우우.”
손을 휘둘렀다.
손날 뒤로 흑백색 강기가 묻히듯 따라온다.
여전히 심각하게 마력을 소모하지만 안정적인 발현.
쟈네트가 손뼉을 쳤다.
“완벽하세요!”
“고맙다.”
“제가 더 감사하죠. 선생님 아니었으면 전…….”
쟈네트가 몸서리를 친다.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는 모양.
“전 조금 쉬었다가 아헨 갈게요.”
“그래. 출발할 때 우진이 불러 주고.”
“네!”
검을 휘두른다.
묵호검으로 네피림의 검을 발현한다.
확실히 검강만 쓰는 것보다 마력 소모가 많았다.
대신 공격력은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검강 자체가 곱연산 추가 공격력인데, 거기에 추가 공격력을 곱한다고 할까?
‘마르스 검투법으로 틈을 만들고 네피림의 검을 꽂으면…….’
여기에 칼라라트리로 확정타를 꽂으면 끝.
머릿속 3대 빌드가, 3대 검법 연속 전환이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었다.
훈련의 시간.
꼬박 며칠을 수련실에 박혀서 보냈다.
쟈네트는 진작 떠났고 서우진이 나와 대련하며 도와주고 있었다.
그렇게 최소한 2주는 보낼 작정이었는데.
급한 소식이 최선수를 타고 날아왔다.
“묵호검주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성 회장이, 성 회장님이 위독하시답니다!”
성희영이?
이상하네.
7레벨 초인이 위독할 수가 있어?
“왜? 테러라도 당했대?”
“그, 그게 중독되셨답니다!”
“엘릭서 쓰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이해가 안 되네.
죽은 사람도 살려 내는 게 엘릭서고, 금오 그룹 정도면 엘릭서를 쌓아 두고 있을 텐데.
최선수가 급하게 머리를 휘저었다.
“이미 썼답니다! 그런데 독이 더 심해지셨대요! 처음엔 정신을 잃으신 정도였는데, 지금은 돌아가시기 직전이랍니다!”
“뭐?”
엘릭서를 썼는데 해독이 안 되고 더 심해졌다?
내가 아는 한 그런 특징을 가진 독은, 저주는 딱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독혈은 게임에선 딱 한 번 사용되었다.
에피소드 2 좀비 사태가 발발하기 몇 달 전에.
5대 재벌 중 가장 강한 세력을 미리 꺾어 놓고자.
금오 그룹이 아니라 신화 그룹에게.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정확한 사정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다.
좀비 사태.
에피소드 2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