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78)
특성 쌓는 김전사-178화(178/300)
178화 심장혈 –3-
“혀, 협상하자.”
백인 남자가 비굴하게 말했다.
“우릴 보내 주면 보물을 주겠다. 알고 있는 것도 다 말하지.”
나는 탐탁잖은 눈으로 남자를 주시했다.
이게 어디서 협상을 걸어?
자연스럽게 오른팔과 왼손에 힘이 들어간다.
“캬아앙!”
고양이가 발악하자 남자가 다급해진다.
“제발! 제발 그냥 보내 줘! 다시는 한국 땅을, 아니, 아시아에 들어오지 않겠다! 마법으로 맹세할 테니 제발!”
남을 암습할 때는 언제고 살려 달래?
서서히 죽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때였다.
“으으으!”
남자가 안간힘을 쓰며 몸을 비틀었다.
도망치려는 게 아니다.
자기 손을 겨우 움직여 허리띠에 손을 가져갔다.
정확히 말하면 허리띠 버클에.
팟!
빛이 반짝이더니 남자의 손에 작은 목걸이가 잡혔다.
필사적으로 내게 목걸이를 내미는 남자.
“우릴 보내 주면 이걸 주겠다!”
보석 목걸이.
줄은 천상금과 지옥금의 합금.
장식은 여러 마법 보석을 쌓듯이 연결해 만든 한 마리 용.
어, 잠깐만.
정체가 입력되자 내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왜 저게 여기서 나와?
“요, 용의 모, 목걸이다.”
남자가 더듬더듬 설명했다.
“스승님에게 물려받았지. 이게 있으면 전사는 용을 부릴 수 있다. 강화병은 용혈을 개화하고, 마법사와 사제는 강력한 언령을 사용하게 되지.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다. 나 같은 허약한 드루이드 한 명 죽이느니, 이걸 받고 보내 주는 게 낫지 않아?”
[용언]의 목걸이.용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용울음, 용기사, 용군주 등 특성을 얻으려면 꼭 필요한 특성이다.
사실 난 굳이 용기사 특성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말이야.
이미 탑승, 운전, 일체, 조종 같은 특성이 있는데 안 만들 이유가 없다.
고룡은 아케인 서울 최고의 전투용 탈것이기도 하고.
“귀속했나?”
“다, 당연하지!”
살짝 목걸이를 건드려 보았다.
목걸이가 나를 거부하듯 스스로 멀어진다.
자석 똑같은 극이 서로를 밀어내듯이.
그걸 본 남자가 기세등등해서는 외쳤다.
“나, 날 죽여도 목걸이를 가지지는 못할걸! 영혼의 귀속은 죽어도 풀리지 않아!”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
“우선 아는 것부터 풀어 봐라. 얘기는 그다음이다.”
“묵호검주님?”
“가만히 보고 계세요.”
수행 비서가 뭐라고 하려 했지만 제지.
남자가 수행 비서를 힐끔 보고는 침을 삼켰다.
내게 결정권이 있지만, 어지간해서는 쉽게 넘어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직감한 것.
“나, 나한테 암살 의뢰를 넣은 건 어둠 재규어 교단이다. 옛날 아즈텍의 악신을 섬기던 교단인데…….”
“그건 알아. 배경 설명은 됐고, 빠르게.”
“젠장. 하여튼 그 교단에서 나한테 독 두 병을 줬다. 한 병은 먹이고, 한 병을 매개로 특수한 의식을 진행하면 된다고 했어. 난 그대로 한 죄밖에 없어!”
“그래서 남은 한 병은 어디에 뒀지? 내가 알기론 의식을 한다고 사라지지는 않을 건데.”
“그건…….”
남자가 대답을 망설였다.
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좋아. 고양이 배를 가르면 되겠네.”
“아, 안 돼!”
“배 가른다고 안 죽어. 알지? 하여간 협조 고맙고, 계속 얘기해 봐. 또 뭘 알고 있지?”
“그, 그러니까…….”
남자가 두서없이 말을 주워 삼켰다.
접선 방법, 의뢰 보상, 교단의 비밀 거점, 비밀 신도 등등.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한참 들은 끝에 기다리던 항목이 나왔다.
“내 추측이지만, 어둠 재규어 교단은 한강 아래에 숨어 있다.”
“한강 아래? 어디?”
이게 핵심이다.
게임에서도 유저마다 비밀 금역 입구가 달라져서 공략만 보고 달려가는 플레이가 불가능했지.
어떤 특정한 다리를 지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자가 입을 우물거렸다.
“말 그대로다. 한강 아래다.”
“뭔 개소리야?”
“정말이다. 한강 아래, 수면 아래 특정 깊이가 트리거다. 놈들이 면으로 퍼져서 비밀 금역으로 진입하는 걸, 내가 물고기로 변해서 똑똑히 봤다.”
오케이.
이 정보면 충분해.
어둠 재규어 교단의 본거지를 찾았다.
여기까지 말한 남자가 내 눈치를 살살 보았다.
“사, 살려 주는 거지? 그렇지?”
수행 비서가 지긋이 나를 본다.
정말로 놔줄 거냐는 표정.
나는 남자를 마주 보았다.
간절한 얼굴. 절실한 두 눈동자.
살고 싶다는 감정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야오오옹.”
고양이도 구슬프게 울고 있다.
예전의 나라면 차마 죽이지 못했겠지.
그러나 이 세상에 떨어진 후 많은 일을 겪었다.
자연히 감정은 무뎌졌고 인성은 마모되었다.
그런 내가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초인을, 그것도 변신술사이자 드루이드 암살자를 보내 준다?
정보 좀 얻고, 보물 하나 받자고?
택도 없는 소리.
팔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남자가 꺽꺽거리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왜 이래? 다 말했잖아! 당신도 보물 받으면 좋잖아! 난 그냥 잔챙이 1이라고!”
“흥.”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콧방귀만 한 번 뀌자 목소리가 더 다급해진다.
“나 죽으면 당신도, 당신도 목걸이 못 가져!”
그 말은 틀렸다.
아케인 서울은 모바일 게임.
엄연히 귀속을 풀 방법이 있었다.
“조용히 죽어라.”
빠각!
뼈가 부러졌다.
인간도 동물도, 한꺼번에.
둘이 나란히 혀를 빼문다.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근육을 조여 죽여 버렸으니까.
그게 목걸이에 대한, 정보에 대한 내 나름의 보답이었다.
“배를 가를까요?”
“예.”
고양이 배에서 새끼손톱처럼 작은 수정병이 나왔다.
심장혈.
살짝 보기만 해도 불길한 마력이 안개처럼 일렁이고 있다.
수행 비서가 내민 특수 마법 주머니를 이용, 용언의 목걸이와 함께 적당히 챙겼다.
솨아아아.
미리 호출해 놓은 레드 쿠거가, 김마법의 비행차가 머리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적당히 나눠 타고 병원으로 귀환.
병원도 멀쩡하진 않았다.
금오 그룹 경호팀과 금오보안이 장악한 본관 건물.
기괴하게 생긴 마물들이 둘러싸고 공격 중이었다.
“키야악!”
“크아아앙!”
“막아! 막으라고!”
“절대 못 들어가게 해!”
“경찰은! 전투 경찰은 언제 온대?”
“5분 내로 도착한답니다!”
아까 백인 남자가 변했던 마물과 비슷한 놈들.
격만 따지면 훨씬 낮다.
잘 쳐줘도 3레벨.
하지만 죽을 것 같으면 펑펑 터지며 독을 뿌리는 통에 금오 그룹 초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젠장! 어디서 저런 놈들이!”
내 옆에 앉아 있던 수행 비서가 발을 동동 굴렀다.
어서 내려 달라는 눈치.
하지만 나는 착륙을 기다리지 않았다.
조종석 문을 벌컥 열고는 몸을 던졌다.
“묵호검주님?”
쌔애액!
바람이 내 뺨을 스친다.
저 아래.
인간과 마물 세력이 한눈에 들어온다.
게임하는 것처럼.
탑 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모니터하듯 모조리 내 망막에 맺힌다.
[고함][도발][마력 폭발] [토르 연공법][마력혼][심호흡]특성을 바꾸었다.
힘껏 숨을 들이마신다.
배에 힘을 준다.
그리고 내 압도적인 폐활량에 맺힌 공기를 배꼽 아래부터 긁어모아 일거에 뿜어낸다.
“그마아아아안!”
꽈르릉!
심호흡으로 공기를 양껏 마셔서일까?
아니면 마력 폭발로 뱉어내서?
고함이 아니라 충격파가 터졌다.
공기가 일그러졌다가 터지며 지면을 강타한다.
그러자 내가 대상으로 지정한 마물들만이 아니라 잘 싸우던 초인들까지 뻣뻣하게 굳어 버린다.
마비되는 것을 넘어서 개구락지처럼 엎어져서는 일어나질 못한다.
3레벨은 물론 4레벨도, 심지어 5레벨까지.
이건 고함이 아니다.
고함은 대상 능력치만 감소시킬 뿐, 마비 같은 CC기(군중제어기)를 거는 효과가 없다.
이건 [포효] 특성이다.
나도 모르게 새로운 특성을 획득한 것.
이러면 쉽지.
낙하하면서 등에 멘 소총을 들었다.
무장집이 2칸짜리라 항상 메고 다니는 다산 소총.
탄창을 결합하고 마구 갈겼다.
타타타탕!
당연히 특성을 교체한 채로.
총잡이가 쏘는 총알이, 사격과 조준, 집중 보정을 받는 총알이 비처럼 쏟아졌다.
단 한 발도 빗나가지 않았다.
분명히 연사하는데 모조리 마물 머리통에 꽂혔다.
“켁!”
“큭!”
“꺽!”
비명도 못 지른다.
흘리는 것은 외마디 신음뿐이다.
그렇게, 본관을 포위했던 마물 떼가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단 10초 이내에.
“하, 하하하.”
“도대체가…….”
금오 그룹 초인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
겨우 일어서서는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본다.
얘기할 시간조차 없었다.
빠르게 그들 사이를 지나쳤다.
본관으로 들어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질주하자 안을 지키던 초인들이 경기를 일으킨다.
“뭐, 뭐야!”
“헉! 묵호검주님이다!”
“쏘지 마! 쏘지 말라고!”
다행히 수행 비서가 밖에서 일 처리를 해 놓은 모양.
인이어에서 울리는 지령대로 초인들이 분분히 비켜섰다.
복도를 가로지르고 계단을 뛰어올라 VVIP실에 도달.
그 안도 썩 조용하진 않았다.
“정화! 정화가 필요합니다!”
“젠장! 이 악신 추종자 놈들!”
“회장님께서 살아나시기만 하면 네놈들부터 때려잡을 거다!”
스며드는 햇살.
기어 오는 그림자.
흐린 먼지 바람.
돌출되는 바닥 가시.
그 모든 것들이 성희영을 노리고 있었다.
사제 계열 초인이 정화를 퍼부어도 그때뿐이다.
멀리 숨어 있을 악신 교단의 저주가 성희영을 노리고 쏟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몸에 깃든 심장혈을 향해.
“비키세요!”
성희영을 덮치듯이 다가갔다.
초인들이 급히 자리를 비킨다.
급박한 와중에도 날 확인한 것.
김 실장이 초조한 얼굴로 부르짖는다.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괜찮아요. 10초만 벌어 주세요.”
초인들이 나를 둘러싼다.
위험을 직감한 걸까?
저주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빛이, 어둠이, 바람이, 땅이, 전기가, 전등이, 의료 기구가, 주사 용액이, 침대보가, 커튼이 제멋대로 날뛰며 날 덮쳐 오고 있었다.
“막아!”
“빨리요! 빨리!”
“젠장! 거지 같은!”
주머니에서 수정병을 꺼냈다.
불길하고 음습한 마력.
손으로 덮었다.
원래는 사제 계열 초인이 정화해야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신성력][벼락][성광] [광휘][정화][치유]여기 훌륭한 성기사가 있으니까.
신성력을 주입한다.
벼락이 타닥타닥 튀면서 마력을 정화한다.
성스러운 빛이 손에서 등에서 뿜어지며 치유의 힘을 발한다.
조금씩 옅어지는 어둠.
이내 찰랑찰랑 빛나는 황금혈만 남았다.
사실은 이것도 독.
평범한 생명체에게 먹이면 즉사한다.
하지만 특수한 의식을 거친 저주의 근원과 만나면 정반대로 작용하지.
해독제이자 해주제로.
또르륵.
마침 보인 진은 수저에 황금혈을 따랐다.
보글보글 끓는 진은 수저를 성희영의 입에 물렸다.
성희영이 본능적으로 진은 수저를 빨았다.
아기가 엄마 젖 빨 듯이.
직후, 세상이 정지했다.
“어?”
“음?”
초인들이 당혹스런 소리를 낸다.
미친 듯이 달려들던 저주들이 힘을 잃은 까닭.
햇살이 마비된다.
그 끝이 반 토막 나서는 위태롭게 겨우 버티고 있다.
그림자는 중간에 구멍이 뻥 뚫렸다.
바람은 허공에 머무르며 회오리친다.
요동치던 의료 기구와 주사 줄, 이불이 정상으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금빛과 먹빛이 성희영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파아앗!
빛이 그치고.
마침내 성희영이 눈을 떴다.
어색한 듯이 눈을 깜빡이는 성희영.
자기가 입은 환자복을 보고, 또 병실 내부를 보고 당황하며 입술을 연다.
“여긴 어디죠?”
“회장님! 정신이 드십니까!”
“김 실장? 무슨 일 있었어요?”
“회장님 돌아가실 뻔했습니다!”
“네?”
김 실장이 브리핑하듯 앞뒤 상황을 설명했다.
병실 안은 안정을 찾은 다음.
바깥에서도 더는 전투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성희영은, 7레벨 초인은 충분히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다.
병실 안을 지키는 초인들 모두 땀에 젖어 있었으니까.
전투 직후임을 증명하듯, 마력 파장이 넘쳐흘렀고.
“하아아…….”
성희영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또 신세를 졌네요. 묵호검주님.”
“신세는요. 서로 돕고 사는 거지요. 저번에 도와주셨으니 이번엔 제가 도울 차례죠.”
4천억.
엄청난 금액이었지.
그 덕에 구로동과 대림동을 쉽게 재개발할 수 있었어.
성희영이 자기 가슴에 손을 꼬옥 묻었다.
“겨우 돈 몇 푼이었는걸요. 묵호검주님은 이번에도 제 목숨을 구해 주셨어요.”
몇 푼이라고 하기는 좀…….
“제 못난 오빠들 때문에 고생하셨어요. 이젠 제가 알아서 할게요. 가만히 있었으면 저도 굳이 손대진 않았을 건데…… 어쩔 수 없죠. 끝장을 보는 수밖에.”
응? 그거 아닌데.
성희영은 이번 일의 배후가 자기 오빠들이라고 생각하는 모양.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김 실장은 말만 안 하고 있다뿐이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아닐 겁니다. 제가 보기엔 회장님 오빠들이 한 짓이 아니에요.”
“그럼요?”
“지금부터 찾아봐야죠.”
바로 옛 아버지 교단을 지목할 수는 없다.
성녀는 철저하게 꼬리를 잘라 가며 어둠 재규어 교단을 움직였을 테니.
어둠 재규어 교단도 모를걸?
자기네들이 성녀의, 옛 아버지 교단의 꼭두각시가 됐다는 사실을.
되레 공격받기 쉽다.
두 교단 사이는 원수지간인데 함께 움직였겠냐며.
‘그래도 성희영은 믿어 주지 않을까?’
아냐.
성희영은 권력을 위해선 뭐든 이용하고도 남을 인간이야.
차라리 동부군 군단장에게 털어놓으면 털어놓았지, 절대 성희영에게 섣부른 말을 해선 안 돼.
성희영이 모호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짚이는 게 있으세요?”
“있습니다.”
“역시.”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성희영.
“그럼 정식으로 의뢰할게요.”
이내 정색하고는 날 쳐다본다.
“감히 절 암살하려고 한 놈들을 찾아 주세요. 실행자는 이미 죽이셨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끝난 건 아니잖아요? 어둠 재규어 교단, 그놈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고 배후에 있는 놈들도 죽여 주세요. 만약 묵호검주님께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증거만 가져오셔도 좋아요. 제가 처리할게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성희영 본인은 모르겠지만, 사실상 대 옛 아버지 교단 대항군으로 참전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