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91)
특성 쌓는 김전사-191화(191/300)
191화 올림포스 –1-
기이한 광경이다.
분명히 위로 올라가는데 내려가는 듯한 이 기분.
뒤집힌 세계가 내 머리 위로 내려앉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세상이 180도 회전하여 뒤집힌 땅에 첨벙 뛰어들게 된다.
그런 후에야 내 발밑을 받쳐 주는 대지.
이것이 지저 올림포스.
“특이하네요.”
“기간토마키아 후 올림포스가 한번 침몰해서 그렇습니다.”
날 안내하던 사제가 말했다.
“천상의 열두 신께서 모두 사망하셨으니까요. 본래 올림포스를 유지하던 것은 하늘의 권좌셨으나, 기간테스의 왕과 싸우다 죽고 말았지요. 그 이후 가장 무거운 어머니께서 침몰한 올림포스를 끌어 올려 재건한 후에 이 자리에 고정하셨습니다.”
곳곳에 황금 숲이 보인다.
눈에 마력을 주입해서 보면 그 정체가 보인다.
황금 사과나무 숲.
거기서 나오는 빛이 지저 올림포스를 밝히는 중이다.
그리고 푸른 수정 호수.
파랗고 창백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저승화.
저마다 발광하며 뿌리는 마력이 뱀처럼 지표면을 따라 질주한다.
라라라라라.
어디선가 흐릿하게 음악이 들린다.
귀를 기울이자 하프 든 아기 천사들이 튀어나와 깔깔거렸다.
심신을 이완시키는 음악.
한 아기 천사가 내 볼에 입을 맞추고는 도망쳤다.
“어이쿠, 이놈아! 장난치지 마라!”
사제가 기겁해서는 아기 천사들을 쫓아냈다.
“조심하세요. 에로스의 자손이라 잘못하면 엉뚱한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나도 안다.
게임에서는 [매혹] 디버프로 구현되었지.
그래 봐야 불굴에 포함된 정화 한 방이면 끝이지만.
말이 좋아 에로스의 자손이지, 정신 계열 정령에 불과한 아기 천사들이다.
나는 지저 올림포스 중심, 거대한 신전을 보며 물었다.
“저기가 대궁정입니까?”
“예. 가장 무거운 어머니께서 기거하시는 곳이지요. 필멸자가 들어가는 방법은 오로지 신들의 연회에 초대받는 법뿐입니다.”
토르는 토르 연공법이나 다른 특성을 전승받을 때 볼 수 있었다.
가이아는 다르다.
얼굴을 보려면 신들의 연회에 초대받아야 했다.
그나마 7레벨이 아니어도, 설령 0레벨이어도 가능하다는 게 차이점.
신들의 연회 때 생성되는 특이한 힘이 필멸자라도 신들을 직시할 수 있게 해 주니까.
“그러려면 과업을 수행해야 하고요.”
“예. 가장 무거운 어머니께서는 연회에 참석한 모든 필멸자에게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십니다. 당연히 자격을 증명해야 하지요.”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바로요? 조금이라도 쉬시지 않고요? 올림포스에서 며칠 기거하며 쉬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렇긴 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해도 경험치가 오르는 장소.
매일 같이 천상의 진미와 진귀한 미주를 내준다지?
넥타르, 암브로시아만큼은 못해도 다이아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음식과 술.
함정이다.
페르세포네가 석류 몇 알을 먹은 것 때문에 1년 중 일정 기간을 명계에서 보내게 된 것처럼, 여기서 음식을 얻어먹으면 나도 올림포스 진영의 일원이 되고 만다.
과업을 몇 개 수행하면 탈퇴할 수 있지만 그럴 필요 뭐 있냐.
시간 아깝게.
“할 일이 많아서요. 다음에 있을 연회에 참석하고 대균열에 가봐야 합니다.”
“아아, 대균열에요…….”
사제가 묘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요. 따라오시겠습니까? 과업은 1년 내내 도전하실 수 있습니다. 연회는…… 오늘 밤에 열리고요. 다음 연회는 보름 뒤에 열립니다. 세 과업을 모두 완수하시긴 힘들겠지만 첫 번째 과업은 가능하시겠습니다. 다른 용도 아닌 황금용을 잡으신 분이시니까요.”
사제가 날 데려간 곳은 올림포스 외곽 큰 과수원.
황금 사과나무가 빽빽하게 심겨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본 황금 사과나무와는 다르다.
색이 노랄 뿐, 다른 황금 사과처럼 반짝반짝 빛나지를 않는다.
사과나무마다 순례객들이 한 명씩 달라붙어 있었다.
“위대한 가이아시어, 그대의 자녀를 불쌍히 여기시어…….”
“흐읍! 흐읍! 흐읍!”
“많이 먹고 많이 커라. 알았지?”
“이 짓을 몇 년을 더 해야 하나…….”
가이아에게 기도하는 순례객.
숨을 헐떡이며 사과나무에 마력을 불어넣는 순례객.
지상에서 공수해 온 마력 비료와 마력 배양수를 뿌리는 순례객.
주저앉아 먼 산만 쳐다보는 순례객.
다들 지친 얼굴이었다.
“첫 번째 과업은 황금 사과를 키우는 겁니다. 사과나무가 완전히 성숙해지면 사과가 금빛으로 발광하고, 사과 하나가 떨어지는데 그걸 드시면 완료되지요. 신들의 연회에 하인으로 참가할 자격을 얻으시게 되고요.”
“알겠습니다.”
“제 사견입니다만 용의 피와 살을 비료로 쓰고, 마력을 적당히 주입하시는 게 가장 좋아 보입니다. 가장 무거운 어머니께 기도하시면 더 좋고요. 아무리 명예 성기사라고 해도 성기사 아니십니까.”
“조언 감사합니다.”
“흠! 흠! 이 정도야 어떤 순례객에나 드리는 조언인걸요. 부디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다음 연회에는 참석하셔야 대균열까지 가실 시간이 나지요.”
나는 그저 웃어 보였다.
다음 연회?
보름 뒤에나 열린다는 그 연회?
그럴 생각 없다.
오늘 안에 과업을 다 처리할 생각이다.
쿠웅!
골프백을 내려놓았다.
어찌나 무거운지 땅이 한 차례 진동했다.
황금 사과나무에 집중하던 순례객들이 나를 돌아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들을 무시하고 적당한 사과나무를 골라 다가갔다.
‘황금 사과는 마력과 간절함을 먹고 자라지.’
그래서 순례객들이 마력을 주입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사실 정답은 아니다.
정답은 따로 있다.
[신성력][광휘][성광] [신기][치유][정화]바로 신성력.
압도적인 신성력이야말로 황금 사과나무를 성장시킨다.
콰아아아.
신성력을 퍼붓기 시작한다.
어마어마한 신성력이다.
거기다 왼 팔뚝에 찬 아이기스가 백열하듯 타오르고 있다.
아이기스를 거쳐 대지 속성이 부여된 신성력이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광휘와 성광을 휘감고.
치유하고 정화하면서.
대주교조차 능가할 정도로 강렬하게.
“가이아시어…….”
날 안내하고 떠나려던 사제가 부지불식간에 성호를 긋는다.
말 그대로 신성력 폭탄이었다.
내게서 비롯된 신성력이 한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나는 마력 심장을 다 비워 버릴 기세로 신성력을 게워 냈다.
실제로도 비어 버렸다.
단 십여 초 만에.
마법사나 사제는 따라 할 수 없는, 전사 특유의 마력 집중.
뽕!
여기서 그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골프백에서 마력 물약을 꺼내서 마셨다.
황금용에게 지옥불 사우나를 가할 때와 비슷하다.
회복 계열 특성과 물약 계열 특성을 사용해서 마력을 보충한 후 다시 신성력을 발사했다.
“미친?”
“뭐야. 어디 교단 대주교라도 돼?”
“저런 사람이 왜 과업을 한데?”
“그러게. 휘장 보니까 가이아 교단 성기사고만. 자기 공헌치 써서 알현 요청할 것이지.”
공헌치 쓰면 아깝잖아.
과업하면 공짠데 왜 공헌치를 써?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누가 알고.
퐁!
맑은 소리가 터졌다.
가장 아래쪽에 열린 황금 사과.
누리끼리하기만 하던 사과가 반짝이기 시작한 것.
이내 황홀한 빛을 사방에 퍼뜨린다.
“버, 벌써?”
“몇 분이나 지났다고?”
“10분도 안 걸렸어!”
“허, 신참이 오늘 밤 연회에 참가하겠어!”
더욱 힘을 끌어 올렸다.
골프백의 마력 물약을 다 쓸 각오로 신성력을 쏘고 또 쏘았다.
퐁! 포포포퐁!
전구에 불 들어오듯 황금 사과가 반짝인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차례대로.
정전이 찾아왔던 마을에 전기가 돌아오는 광경을 보는 듯하다.
배에 힘을 주고 더 힘을 냈다.
조금만,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된다.
파아앗!
그리고 마지막.
나무 꼭대기에 크리스마스트리 별처럼 달려 있던 황금 사과가 빛을 뿜었다.
그러더니 저절로 톡 떨어진다.
늦지 않게 잡아챘다.
황금 사과나무 전체가 발광하더니 길게 빛을 뿜는다.
쭈앙!
폭죽처럼 솟구치는 황금빛.
짧은 순간 빛의 기둥이 생겼다.
아기천사들이 사방팔방에서 공간을 열고 뛰쳐나왔다.
“와아!”
“와아!”
“황금 사과가 열렸다네!”
“열렸다네!”
“나무를 옮겨 심자!”
“옮겨 심자!”
“새 숲을 만들자!”
“만들자!”
그러더니 삽을 들고 빛나는 사과나무를 들어냈다.
이어 영차영차 노래하며 사과나무를 들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아마 새 숲의 종자가 되겠지.
내게 남은 것은 황금 사과 한 알.
바로 크게 베어먹었다.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나를 간지럽혔다.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그 풍성하고도 화사한 과육을 즐기느라.
‘맛있긴 맛있네.’
일반적인 사과 맛이 아니다.
수박 같기도, 멜론 같기도, 참외 같기도 했다.
아울러 몸 안의 마력이 찰랑찰랑 차올랐다.
약물 의존과 약물 중독으로 약해졌던 몸도 완벽히 치유된다.
하지만 여기 정신 팔고 있으면 안 되지.
사과를 베어먹는 한편 과즙을 손에다 치덕치덕 묻혔다.
깔끔하게 먹으려면 먹을 수 있지만 일부러 그런 것.
그러자 손이 금색으로 물들어서는 반짝인다.
빛이 마력 회로로 변환돼서는 손에 문신처럼 새겨진다.
[치유의 손] 특성.1티어 특성은 아니다.
치유량은 상당하지만 반드시 손을 접촉해야 한다는 단점 때문에 기본 특성 취급을 받았다.
N급 캐릭터 김사제의 시작 특성이니 말 다 했지.
하지만 성기사 상위 특성의 필수 재료인 걸 생각하면 반드시 얻어야 할 특성이기도 했다.
‘성검으로 갈지, 성휘로 갈지, 성관으로 갈지 고민해 봐야겠다.’
손을 한 번 털었다.
사과심까지 다 씹어먹은 다음.
조금 아쉬웠다.
하나만 더 먹으면 딱 좋겠는데.
“허허. 대단하십니다.”
구경하고 있던 사제가 다시 다가왔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짧게 한숨을 쉰다.
“시작하신 지 30분도 안 지나서 첫 번째 과업을 끝내시다니…… 제 동기들이 들으면 사기 치지 말라고 호통을 칠 겁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예. 중앙 대신전의 대주교님들도 조금 전 성기사님만큼은 못하실 겁니다. 성기사 서품을 받은 적도 없으신데 신성력을 쓰시고, 대주교님들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시다니…….”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다시 시계를 봐서 시간을 확인하고, 혹시나 하며 묻는다.
“두 번째 과업도 바로 시작하시겠습니까? 황금 사과를 드셨으니 연회에는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손님 대우는 못 받으시고, 하인으로 빗자루를 드셔야 하긴 합니다만.”
“바로 시작하죠.”
“허허허.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따라오시지요.”
두 번째 과업은 공터에서 치러진다.
확실히 순례객이 적었다.
아까 과수원에는 적어도 수백 명이 보였으나 공터에는 십여 명이 고작.
저마다 바이올린을 켜거나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중이다.
공터 중심에는 금발 미남이 리라를 들고 앉아 있었다.
“제대로 좀 하시오, 제대로 좀!”
미남이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야 신들께 들려 드릴 수가 있겠소? 못 하겠으면 포기하시오! 하인으로 연회에 참석하란 말이오!”
그러나 순례객들도 필사적이다.
다시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는 한편 악기를 연주한다.
미남이 욕을 하든 삿대질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제가 숨을 죽여 내게 속삭였다.
“두 번째 과업은 음악입니다. 저기 저분 보이시죠? 오르페우스 님이라고 하는데, 혹시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압니다. 아내를 찾아 명계에 내려갔던 음악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아내를 지상으로 데려가진 못했지만 가장 무거운 어머니께서 올림포스를 재건하시고 에우리디케 님을 음악의 여신으로 삼으신 후, 오르페우스 님을 되살려 대궁정 음악가로 삼으셨지요. 연회에 쓰일 음악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오르페우스 님을 탄복시켜야 두 번째 과업에 통과하시게 됩니다.”
쉽지 않다.
실력으로 뚫으려면 노래나 연주 특성의 상위 특성은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오르페우스가 들어 본 적 없는 음악을 선보이던가.
명색이 올림포스 대궁정의 궁정 음악가.
오르페우스도 준신인만큼 난이도가 엄청나다.
사제가 반은 기대하고 반은 걱정하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포기하셔도 가장 무거운 어머니께 소원은 비실 수 있습니다.”
대신 한계가 있지.
첫 번째 과업 달성자는 하인으로 참석.
두 번째 과업을 성공하면 시종으로.
세 번째 과업을 완수해야 손님으로 초청받는다.
설계도만 받을 거면 하인으로 충분하다.
그 이상을 노릴 거면 세 번째 과업은 마쳐야겠지.
“도전하겠습니다.”
“역시 영웅다우십니다! 예술에도 일가견이 있으셨나 봅니다!”
사제가 기뻐하며 빈자리에 나를 앉혔다.
준신 오르페우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쳐다본다.
“이건 뭐 하는 뼈다귀지? 예술혼이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데?”
“오르페우스 님. 역사상 최단기간에 첫 번째 과업을 마치고 오신 분입니다. 30분도 안 걸리셨어요.”
“흥. 그래서? 첫 번째 과업을 빨리 해치웠다고? 그게 뭐? 예술혼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날 만족시킬 수가 있겠어? 어이! 창피당하지 말고 포기하지 그래? 예술혼이 없는 자, 가장 무거운 어머니만이 아니라 내 마누라를 시중들 자격도 없어!”
현재 내 특성은 이렇다.
[심호흡][마력혼][마력 안정] [쫑긋 귀][집중][훈련]예술혼이 없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게 정상이다.
춤 특성이라도 장착했으면 약간 다른 대사가 나오겠지만 어차피 의미 없는 일.
나는 오르페우스를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연주 부탁드립니다.”
“허어, 연주? 연주해 주면 뭐 하게? 노래라도 하게?”
“예.”
“내 참, 노래라고는 전혀 못 할 것 같은데…… 뭐, 좋네. 연주해 주지. 천번 만번이고 말이야.”
디리링.
오르페우스가 리라를 길게 한 번 훑었다.
유려한 음률이 귀를 간지럽힌다.
준신이 직접 연주하는 곡.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튕기는 가락이지만 어떤 특성을 개방하는 데는 최고의 환경이다.
나는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당연히 오르페우스의 연주와는 동떨어져 있다.
불협화음.
오르페우스가 손을 삐끗해서는 찌이익! 소리를 냈다.
“그거 진심인가? 그게 최선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날 쳐다보는 오르페우스.
“설마 날 놀리는 건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지만, 나는 진심을 담아 다시 청했다.
“연주 부탁드립니다. 꼭이요.”
“날 모욕하는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닙니다. 1시간 안에 성과를 보여 드리죠.”
“내가 이래 봬도 준신일세. 허언하는 건 아니겠지?”
“절대로 아닙니다. 여신님의 부군께 허언하다니요. 저도 제 목숨 아까운 줄은 압니다.”
“1시간, 1시간일세.”
뿌드득!
오르페우스가 이를 한 번 갈았다.
그러더니 재차 리라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천상의 선율이 풀려나오고, 나는 그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모든 것이 안 맞다.
음정도 박자도.
이쯤 되면 듣기 싫은 소음에 불과할 뿐.
오르페우스의 얼굴이 갈수록 안 좋아진다.
당장이라도 집어치우고 싶은 걸 억지로 진행하는 중이다.
“성기사님…….”
사제가 손을 떨며 날 쳐다본다.
“쯧쯧.”
“괜히 객기를 부려선.”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빌어야 할 텐데.”
순례객들이 혀를 찬다.
다 무시했다.
생목으로 빽빽 노래를 불렀다.
조금만 음악에 관심이 있어도 노래가 아니라 고문으로 받아들일 소리를.
찌이잉!
오르페우스가 손을 내쳤다.
뾰족한 소리가 창 촉처럼 내 심장을 찔렀다.
“1시간 지났다.”
고개를 치켜드는 오르페우스.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해 보아라. 나를 만족시켜라. 그렇지 않으면…….”
찌이잉!
리라 현을 튕기는 오르페우스.
순간 하늘이 일그러졌다.
아주 살짝 드러낸 준신의 격.
백지 신체와 특성 전환이 개사기라곤 해도 이걸 무시하면 안 된다.
오르페우스는 9레벨이니까.
인간의 한계쯤, 수천 년 전에 벗어던졌으니까.
“예.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노래]새롭게 얻은 이 특성.
혼자 쓰면 별것 아니다.
오르페우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예전에 얻은 어떤 특성과 함께 사용한다면?
[용언]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탄생한다.
지상에도 없고 천상에도 없었으며 지저에도 없을 음악.
용의 노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