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23)
특성 쌓는 김전사-223화(223/300)
223화 망령왕 –2-
이해가 안 된다.
왜 상파울루지? 서울이 아니라?
아케인 서울 세계관에서 상파울루는 별 가치가 없다.
현인신 포카가 산다고 하지만 그뿐.
핵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핵미사일 얻어맞고 폐허가 되는 도시 중 하나다.
‘혹시, 뒤통수?’
대제사장이 성녀 뒤통수를 후린 걸까?
아냐. 불가능해.
어둠 재규어 교단이 뭔 수를 써도 단독으로는 마마퀼라 교단을 어쩔 수 없다.
마마퀼라 교단이 뭐야.
포카 소교단도 못 이기지.
[이해][냉정][총명][집중]내가 가진 지능 계열 특성들.
마법뇌 재료 특성들을 장착하고 고민에 잠겼다.
의도를 알아내야 한다.
성녀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끌려가고 끌려간 끝에 옛 아버지의 먹이가 될 테니.
‘두 교단의 비밀 동맹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해.’
옛 아버지와 어둠 재규어 모두 상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두 신격의 목표는 분명하지.
부활.
옛 아버지도, 어둠 재규어도 온전히 부활하는 것을 꿈꾼다.
‘상파울루를 제물로 바친다?’
그러기에는 옛 아버지 교단이 브라질에 기반이 너무 없어.
브라질이 대한민국만은 못해도 지역 강국이라고.
지부 전력이 깔짝대기에는 너무 강하다.
아니지.
생각을 바꿔 보자.
내 입장이 아니라 옛 아버지 교단 입장에서, 성녀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서울 테러는 실패로 끝났다.
옛 아버지 교단은 아무런 전략적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요인 암살도, 사회적 혼란도, 정부 무력화도 모두 실패했지.
좀비 사태는 어때?
내가 휘젓고 다닌 까닭에 좀비 사태를 이루는 네 축이 모두 부러져 버렸다.
이래서야 어둠 재규어 교단을 총동원해도 좀비 사태를 일으키기 힘들다.
해 봐야 좀비 사건이겠지.
그야말로 찻잔 속의 태풍.
내가 성녀라면 말이다.
당연히 플랜 B로 넘어간다.
어둠 재규어 교단을 아껴 놓거나 다른 곳에 쓰겠지.
‘왜 서울로 가고 있었냐고 물어볼걸.’
나는 당연히 좀비 사태를 일으키려고 오는 줄 알았지.
아, 아니구나.
병진 작전이겠다.
망령왕 강림은 상파울루에.
어둠 재규어 교단은 서울에.
대제사장과 사제단이라면 규모는 작아도 테러나 대규모 좀비 사건은 크게 일으킬 수 있으니까.
당장 인터넷에 좀비 목격담이 퍼지는 것만 봐도 알지.
대제사장이 죽고 사제단이 몰살당하면서, 미리 준비해 놨던 좀비들의 통제가 풀려 거리로 나온 게 분명했다.
‘상파울루로 가 봐야겠다.’
성녀의 플랜 B는 어둠 재규어 부활이겠지.
언젠가 말했지?
포카는 지금 어린아이라고.
현인신이자 환생신이라 현실에 직접 개입하는 건 좋은데, 필연적으로 죽은 뒤 환생하면서 성장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못 한다.
어둠 재규어 교단은 버림패.
포카 소교단의 시선을 돌려 놓고 망령왕을 강림시켜 충분한 망령 군대를 준비하고, 대규모 혼란을 촉발시킨 다음 옛 아버지 교단이 포카를 납치한다면?
해 볼 만한 수.
다른 현인신들이 달려와도 포카는 이미 납치당한 다음일 것이다.
신위를 빼앗기고 어둠 재규어가 부활해 있을 테니까.
[최 이사. 요즘 서울에 좀비들 나타나고 있다는데 한번 조사해 봐. 정부에 다 맡기지 말고.] [예. 검성님.]메시지 하나 보내 놓고 일어나다가 멈칫했다.
맞다.
레드 쿠거 지금 못 쓰지.
어쩔 수 없이 전용기를 한 대 빌렸다.
이 세상에도 브라질로 가는 직행 항공기는 없었다.
레드 쿠거를 타면서 높아진 눈 때문에 비행차도 불가능.
고레벨 초인 대상으로 영업하는 전용기가 최선이었다.
“영광입니다. 검성님.”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장 겸 기장이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다 필요 없으니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기를 운용합니다. 마하 2의 속도로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원래 세계 콩코드를 닮은 전용기.
동체는 날렵하고 기수는 뾰족했다.
콩코드는 연비가 극악에 항속 거리도 짧았지만 이 전용기는 달랐다.
18,000킬로미터 거리의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가는 것.
구아아앙.
전부 마도과학 엔진 때문이다.
비행차에 들어가는 그 물건.
마력핵이 원료.
대신 한 번 운행할 때 엄청난 돈을 써야 하지.
한 번 탈 때 적어도 백억 단위 값을 내야 한다.
‘국제 택시 한 번에 백억이라…….’
마력핵 소모.
인건비.
품위 유지비.
다 합산되어 이 정도.
폭리라면 폭린데 대신 마하 2로 실어다 주니까.
조금은 속이 쓰렸다.
‘레드 쿠거만 멀쩡했어도.’
나도 비행기 하나 살까?
초음속 전투기, 하다못해 전용기만 하나 있으면 내 특성까지 생각해서 마하 4에서 5 속도로 날아다닐 수 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대한민국 정부에 한번 문의해 봐야지.
과아아앙!
전용기가 하늘을 가로질렀다.
빠르기는 빨랐다.
일반 비행기로 경유해서 갔으면 최소 25시간 걸렸을 거리.
이륙 후 단 여덟 시간 만에 도착했고, 입국 절차는 미리 전용기 대여 회사에서 처리해 주었다.
사장 겸 기장이 내게 와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든 불러만 주시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예. 고생하셨습니다.”
돌아가는 건 문제가 안 된다.
대탈출 마법칩을 쓰면 되니까.
일회용 주제에 억 소리 나게 비싸지만 100억까진 아니다.
100억 태워서 전용기 타는 것보단 대탈출 쓰는 게 훨씬 낫지.
공항 활주 도로에는 까만 리무진이 대기중이다.
이것도 전용기 대여 회사에서 불러 준 것.
대신 이후 일정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운전수가 내게 인사하고, 조수석에 타 있던 현지 일일 비서가 태블릿 PC를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검성님. 검성님께서 브라질에 체류하시는 동안 검성님을 보좌할 마르시아 삼파이우입니다.”
“반갑습니다.”
“30분 후에 마마퀼라 교단 포카 소교단 상파울루 주재 대주교님과 면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혹시 일정에 변동 사항이 있으셨을까요?”
“없습니다. 바로 가죠.”
“예. 상파울루 대신전으로 모시겠습니다.”
마마퀼라 교단은 영역이 넓은 만큼 특이한 체계를 갖고 있다.
내부를 다섯 소교단으로 나누고, 소교단마다 영역을 분담하여 지배하고 있는 것.
브라질은 포카 소교단의 영역.
총대주교와는 아무리 나라 해도 바로 만날 수는 없다.
나는 초조하게 가슴에 매달린 휘장을 매만졌다.
‘내가 마마퀼라 교단 성기사면 프리패슨데.’
토르 교단이나 가이아 교단에 간다고 생각해 봐.
대주교가 나오겠나?
바로 법황이 달려 나오지.
하지만 나는 마마퀼라 교단과는 인연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대균열에서 특별히 어떤 기여를 한 것도 없고.
“도착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밖에서 대기하세요.”
일이 내 마음대로 진행되리라는 법은 없다.
포카 교단 대주교가 내 부탁을 수락하면 다행이지만 적당히 넘길 가능성이 크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그렇다면 제 2안을 선택해야지.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는 여덟 시간.
나도 멍하니 시간을 때우진 않았던 것이다.
접견실에서 잠깐 기다리자, 문이 열리며 후덕한 인상의 대주교가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이름 높으신 성흔의 수호자께서 면담 요청을 하시다니요. 이리 뵙게 되어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전사입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기서도 날 성흔의 수호자라고 부르는구나.
그럴 만도 해.
대미궁을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이 책임진다면 대균열은 마마퀼라 교단이 책임지니까.
수호자 연맹과 함께.
미국도 상당한 국력을 쏟고 있고.
“저번에 대균열에 들렀다 가셨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허허, 대균열 지부의 형제들이 성흔의 수호자님을 뵙고 싶어 했었는데 아쉽게도 그냥 가셨습니다그려.”
“하도 바빠서요. 저도 마마퀼라 교단에는 항상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대균열을 일선에서 막아 주는 분들이 아닙니까.”
“과찬이십니다. 달의 종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하는 거지요.”
수호자 연맹 본부가 대균열이 아닌 대미궁에 있는 이유.
전적으로 마마퀼라 교단 덕분이다.
대균열이 범람할 시, 마마퀼라 교단은 현인신을 파견하여 이계종들을 때려잡으니까.
그래도 칼리의 할머니처럼 희생자가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지만.
잠시 간 보듯 환담이 이어졌다.
성격 급한 나로선 답답했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게 귀족식 사교 정치니까.
나도 7레벨 초인으로서 사실상 귀족이 된 이상 이 세상 관례를 따라 줄 필요가 있다.
상대가 고루하고 완고하기로 유명한 마마퀼라 교단의 성직자라면 특히 더.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한참을 어울려 준 다음 운을 뗐다.
“제가 굳이 상파울루까지 날아온 이유가 있습니다.”
“예, 그러시겠지요. 공사다망하신 분 아닙니까.”
대주교가 말해 보라는 듯 날 주시한다.
“혹시 대주교님께서도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제 저는 동태평양에서 어둠 재규어 교단의 대제사장과 교전했습니다.”
“잠시만요. 어둠 재규어 교단 대제사장이라고요?”
“예. 증거도 있습니다.”
대제사장에게서 빼앗은 여러 마법 무구.
사제 계열 초인에게 비싸게 팔 수 있는 그것이 내 골프백 안에 잠들어 있다.
대주교가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조니아에서 사교도 놈들이 비행기를 띄웠다는 소린 들었습니다. 브라질 공군이 요격하려고 했지만 쯧, 그 안에도 사교도가 있는지 회의한다 어쩐다 하는 사이에 놓쳐 버렸지요. 그놈들을 성흔의 수호자께서 잡은 것은 확인했습니다만 그게 대제사장 무리였습니까?”
“예. 확실합니다. 대제사장이 특이한 힘을 쓰던데요.”
“허허, 알겠습니다. 증거를 보여 주실 필요도 없습니다. 신께서 이미 저희에게 신언을 내리셨으니까요.”
“신언이요?”
“예. 어둠 재규어 교단이 궤멸했다는 거지요. 저 악독했던 하늘뱀 무리처럼요. 놈들은 수백 년 전에 이미 지리멸렬하지 않았습니까? 밀림에 남은 혈귀병 한 줌만 하늘뱀을 신앙하고 있고요. 대제사장도, 세 제사장도, 본부 사제단도 모두 죽었으니 어둠 재규어 놈들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겝니다. 잘하셨습니다, 아주 잘하셨어요.”
만면에 웃음을 짓는 대주교.
어, 이거 어쩌면 일이 잘 풀리겠는데?
“그런데 제가 그놈들을 잡으면서 입수한 정보가 있습니다.”
“정보라…… 뭡니까?”
“대제사장이 생각 없이 브라질을 빠져나온 건 아니었습니다. 상파울루에 수작을 부려 놨지요.”
“수작이요?”
“예.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상파울루에 곧 망령왕이 강림합니다. 망령왕은 아시지요? 어쩌면 이미 강림해서 망령 군대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허허, 망령왕이라니요.”
대주교가 눈살을 찌푸린다.
망령왕은 최상급 언데드.
온전한 상태로 강림하면 준신급이니까.
죽음의 기사나 리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신께서 직접 거하시는 도시입니다. 그런 이 도시에 한낱 언데드 따위가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신의 도시라고 해서 신국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림자 속 어디에 망령왕이 숨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지요.”
상파울루에도 빈민가는 있다.
쓰레기 매립지는 있다.
도시가 필연적으로 생산하는 부정적 사념, 음차원 마력, 오염 물질이 고이는 장소는 망령왕을 비롯한 언데드에겐 정말이지 좋은 장소다.
주기적으로 청소하지 않으면 재앙이 일어날 정도로.
나는 대주교를 보며 당부하듯 말했다.
“확실한 정보입니다.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허허, 참.”
대주교가 얼굴을 찌푸린다.
명백히 망설이는 느낌.
속내가 훤히 읽힌다.
지금도 장착하고 있는 이해 특성이, 냉정과 총명 특성이 대주교의 본심을 꿰뚫어 보게 해 주었다.
그래서 재차 당부했다.
“꼭, 꼭, 조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괜히 여기까지 날아왔겠습니까? 전용기까지 빌려서?”
“쯧…….”
대주교가 혀를 찼다.
“알겠습니다. 성흔의 수호자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힘을 써 보지요.”
“부탁드립니다.”
내 참.
남의 종교 성지가, 남의 나라 수도가 위험할 걸 경고하는데 부탁까지 해야 해?
그런데 난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포카가 미성년인, 미각성 상태인 지금이다.
경고를 한다고 들어먹을 리가 없지.
오로지 포카를 지키고 호위하는 데에만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테니.
도시 정화?
망령왕 강림?
알 거 없다.
살아 있는 우리의 신께서 하루하루 자라고 계시잖는가.
도시를 지키고 조사할 인력이 있으면 신을 한 번이라도 더 뵙는 게 낫지.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자.
어린 신 주위에 흐르는 고귀한 신성력이 우리에게 천국 입장권을 허락할 테니.
육체를 가지고 지상을 거니는 현인신.
실존하는 사후 세계.
그 조합에서 일어나는 탐욕이, 포카 소교단의 눈을 철저하게 가리고 있었다.
“망했다.”
나는 접견실을 벗어나며 한숨을 흘렸다.
쉽게 갈 걸 어렵게 가게 만드네.
하긴 포카가 온전했으면 애초에 상파울루를 공격할 생각도 안 했겠지.
플랜 B로 가자. 플랜 B로.
상파울루의 인구는 대략 3천만.
원래 세계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당연히 망령왕 출현 가능성이 큰 곳이 수십 개는 되었다.
어쩌겠어.
하나하나 수색해야지.
시간을 줄수록, 거느린 군대가 늘수록 망령왕은 강해지니까.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붉게 드리워진 석양.
원래는 내 리무진이 주차되어 있어야 한다.
그 옆에는 현지인 일일 비서, 전형적인 라틴인 마르시아가 서 있어야 하고.
그런데 이상하다.
리무진은 온데간데없다.
대신 빨간 스포츠카가 한 대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스포츠카에 기대고 서 있는 여인.
“너!”
주근깨투성이 얼굴.
어디서나 보일 법한 평범한 인상.
그러나 몸에 걸친 흑금 흉갑이, 굳이 내게 맞춰 7레벨로 조정한 마력 파장이 그녀의 특별함을 웅변한다.
“우리 벌써 세 번째죠?”
그녀가 웃는다.
옛 아버지 교단 성기사 최주희가 웃는다.
성녀가.
내 앞에서.
서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