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58)
특성 쌓는 김전사 258화
잠적 –2-
하지만 내 말에 찬동하지는 않았다.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조용히 반론.
“검천님과 옛 아버지 교단 관계는 저도 들어서 압니다. 하지만 옛 아버지 교단은 비록 좀 극성스럽긴 해도 그 정도로 막 나가는 교단은 아닙니다. 어쨌든 베스트팔렌 조약에 기재된 100좌 신격, 그중에서도 수위 아닙니까. 우리나라 독립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고요. 사이비 교단도 아니고, 마신 교단도 아니고, 광역시 하나를 통째로 공양한다는 건 믿기 어렵습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이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옛 아버지 교단은 썩 나쁜 교단이 아니라는 것.
상당히 폭력적이고 무척 광신스럽긴 해도.
당장 일본에 있는 아마테라스 교단을 누가 밀어냈겠어?
교세 확장하겠다고 싸운 게 지금은 독립운동에 기여한 게 되었고, 지금도 정치권에서 뒤를 봐주는 근거가 되었다.
‘증거를 보여 줘야겠지.’
나는 골프백을 뒤져 마법칩을 하나 꺼냈다.
어둠 재규어 교단 대제사장에게 받은 것.
원본은 아니다.
원본은 어디까지나 하늘강에 옮겨 놓은 내 비밀 금고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
8레벨이 된 후, 이럴 때를 대비해 몇 개 복사해서 가지고 다니는 중.
“이게 뭡니까?”
“한번 보세요. 옛 아버지 교단의 실체가 거기 들어 있습니다.”
대통령이 매 같은 눈으로 날 주시했다.
그러다 마법칩을 받고는 자기 안경테에 꽂는다.
주르륵주르륵 안경알에 올라가는 녹색 글자들.
그래프, 도형, 서류들.
대통령도 극소형 컴퓨터 의체 정도는 이식했나 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멍하니 보고만 있었을 열람 속도를 모조리 따라가고 있었다.
“어둠 재규어 교단이라…….”
“아시겠지요? 어둠 재규어 교단이 공식적으로 멸망한 지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살아남은 이유가 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옛 아버지 교단과 원수처럼 지냈지만, 실은 비밀 동맹이었던 겁니다.”
공식 사이비로 지정된 어둠 재규어 교단.
국제 범죄 조직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상파울루에 대규모 테러도 일으켰잖아?
이걸 보면 대통령의 마음도 바뀌겠지.
기대와 다르게, 대통령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확실히 옛 아버지 교단이라면 이런 일을 벌이고도 남지요. 정의로운 곳도 선량한 곳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게 어떻다는 겁니까?”
“예?”
“검천님도 아시다시피 4대 세력, 특히 종교 세력들도 물밑에서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합니다. 사이비 교단 지원이요? 사교와 비밀 동맹? 검천님께서 몸담으신 토르 교단, 가이아 교단, 마마퀼라 교단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지원하는 사이비를 대라면 제가 열 개씩은 넘게 댈 수 있어요. 당장 검천님께서 동생 삼으신 황금 마신 교단도 사이비 아닙니까?”
아니, 이거랑 그거랑 같아?
어떻게 사제네 교단을 어둠 재규어 교단이랑 비교해?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겨우 삼켰다.
대통령의 말도 맞는 말이었으니까.
김사제는 성격이 순후해서 정직하게 돈을 벌었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도 기공치료사 노릇을 하고 있었지.
다른 사제들은 어떨까?
황금과 재물을 주관한다는, 이름조차 잃어버린 신의 사제와 주교들은?
죄다 사기꾼들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좇는다.
피해자들이 자살하든 말든 고통받든 말든 개의치 않고서.
교세가 약해 대규모 테러를 벌이지 못할 뿐, 돈을 벌 수 있다면 기꺼이 도시급, 국가급 사기 행각을 벌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 그렇겠네요. 하고 수긍할 수는 없다.
“대통령님. 저번 테러 사건 기억하시지요?”
“예. 당연하지요. 저도 죽을 뻔했는데요. 지금도 검천님께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때 저는 뒷골목에서 우연히 정보를 얻었습니다.”
“예. 그렇다고 하셨지요.”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제가 얻은 모든 정보가 옛 아버지 교단의 일탈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대체 그들이 왜 그런 짓을 벌인답니까?”
“딱 하나죠. 옛 아버지의 부활.”
“크흠…….”
눈에 힘을 주고 경고한다.
서울 테러를 빗대어 경고하니 대통령도 무시할 수만은 없지.
그럴 리 없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얼굴을 찡그린다.
이번만은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옛 아버지 교단이 우리나라 독립과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점, 저도 인정합니다. 거기까지 부정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대통령님. 옛 아버지가 부활하는 것을 보고 싶으십니까?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그건 아닙니다.”
“그래요. 제 기우일 수도 있죠. 하지만 서울 테러를 먼저 알아냈던 접니다. 제가 태평양에서 어둠 재규어 교단을 잡은 것도 알고 계시죠? 그놈들 서울로 오던 거였습니다. 만약 순조롭게 서울에 왔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 같습니까?”
“으으음.”
“제가 장담하는데 2차 서울 테러가 일어났을 겁니다. 어쩌면 상파울루에 강림한 망령왕이 서울에 나타났을지도 모르고요.”
“설마 그랬겠습니까?”
“사이비 아닙니까, 사이비. 그 정도쯤은 저지르고도 남죠. 상파울루에 했는데 서울에는 왜 못 하겠어요?”
“그건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고심하는 표정으로 안경알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검천님. 심증만으로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드린 것만으로는 부족합니까?”
“어둠 재규어 교단이 한국에서 뭘 한 건 없지 않습니까. 기껏해야 금오그룹 성 회장님을 독살하려 한 것 정도인데, 그쯤이야 왕왕 있는 일이고요.”
재벌 그룹 회장 암살 시도가 별게 아니야?
하여간 이 세상은 심각하게 뒤틀려 있다니깐.
“아시다시피 옛 아버지 신도는 우리나라에만 2천만입니다. 제 동생도 옛 아버지 신도고, 장관 중에도 옛 아버지 신도가 꽤 있어요.”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후…… 검천님의 정보가 확실하다면 그렇지요. 검천님. 그래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그 정보 믿을 만한 겁니까?”
“제 마력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마법 맹약이라도 해 드릴까요?”
“아닙니다. 전 검천님을 믿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정보통을 판 보람이 있다.
대통령도 조금씩 믿기 시작한 것.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정도지만.
“일단 국정원에 경계하라고 명령하겠습니다.”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계엄령 정도는 내려야 해요.”
“예? 저 그러다 탄핵당합니다. 전쟁 난 것도 아닌데 계엄령이라뇨. 계엄령을 내리려면 확실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은 조선이 아니란 말입니다.”
증거가 필요하다는 거지.
어둠 재규어 교단과의 비밀 동맹 증거 같은 게 아닌 서울을, 혹은 대한민국을 직접 공격한다는 증거가.
어, 잠깐만.
이거 있잖아?
성희영이 슈퍼컴퓨터로 분석하고 있을 그거.
한강 아래 비밀 지부에서 발견한 암호 뭉치가.
“좋습니다. 증거를 찾아서 제출하겠습니다.”
“기다리지요. 어쨌든 저도 미리 대비하겠습니다. 검천님께서 근거 없는 말씀을 하시진 않았을 테니.”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바로 움직였다.
종로 대신전을 한 번 돌아본 후 레드 쿠거에 올랐다.
금오그룹 사옥이 있는 삼성동까지는 금방.
여전히 도깨비 나라와 결합된 상태.
성희영은 공중에 고정된 개인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검천님? 무슨 일이세요? 종로 대신전에 계신 줄 알았는데.”
성희영이 나를 보고 금테 안경을 치켜올렸다.
“예. 조금 전까지 종로 대신전에 있다가 오는 중입니다. 거기서 대통령님을 잠깐 만났어요.”
“대통령님이요? 그러겠네요. 대통령님 주변에 옛 아버지 신도가 꽤 많거든요.”
“그건 몰랐네요.”
“옛 아버지 교단은 정치인들이랑 친해요. 여야 가리지 않고 기부를 엄청나게 하죠. 커피 한잔하실래요?”
“주시면 마시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김 실장이 커피잔을 들고 들어왔다.
하지만 느긋하게 담소할 시간은 없다.
뜨거운 커피를 원샷 때리고는 본론을 꺼냈다.
“성 회장님. 예전에 한강 아래에서 얻은 암호문 말입니다. 제가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보여 드릴게요. 사실 제가 부탁드리고 싶었어요.”
성희영이 내게 총 쏘는 시늉을 했다.
내 군주관에 암호문이 배달된다.
마법광 화면에 쭉쭉 출력되는 암호문.
영어, 라틴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아라비아 숫자, 키릴 문자, 한자,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기계어, 어셈블리어, 16진수, 4진수, 마구 뒤섞여서 알 수가 없다.
[뜕섹저빛난옓뷹고어치질]옆에 한글로 주석이 달려 있으나 알아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
가장 핵심적인 작업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희영이 기대 섞인 눈빛을 보냈다.
“좀 아시겠어요?”
옆에서 김 실장이 쓰게 웃었다.
“회장님. 아무리 검천님이라고 해도 방금 보셨는데 금방 해독하시겠습니까?”
“검천님이잖아요. 바로 해독하셔도 이상하지 않죠.”
“그야 그렇습니다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둠 재규어 암호를 해석하려면 크게 봐야 한다.
넓게 펼쳤다.
마법광 화면 전체에 암호문을 전부 띄워 놓았다.
당연히 글씨가 깨알보다 작아져 읽지 못할 지경이 된다.
[귀안][육감][마법뇌] [성찰][명상][기원]어둠 재규어 암호를 해석하는 방법은 여럿이 있다.
제사를 올려 신격의 힘을 빌려도 좋고, 대규모 신성력을 퍼부어 정화해도 좋고, 신학자와 마학자를 모아 문자적으로 해석해도 좋다.
그중 가장 쉬운 방법.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빠른 방법.
바로 어둠 재규어와 직접 대면하는 것이다.
깊숙이 침잠한다.
암호문에 얼굴을 파묻듯이 의식을 가라앉힌다.
귀안과 육감으로 암호를 파헤치고, 마법뇌로 분석하지만 그 방향은 어디까지나 하위 특성이 결정한다.
성찰과 명상으로 무의식을 보되, 기원으로 어둠 재규어와 소통하는 것.
바로 이 암호문을 통해.
[크르르르…….]가래 끓는 듯한 소리.
포식자의 울음이 뇌 속에서 메아리친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을 뿐.
산악보다 큰 거체.
하늘을 뒤덮는 웅장한 존재감.
오로지 두 눈만 태양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미물.]흉폭한 목소리가 내 정신을 직접 찔렀다.
[감히 내 축복에 손을 대다니. 그 값은 네 육체로 치러라.]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보는 법.
예전에 내가 섣불리 어둠 재규어 암호문을 해독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럼 지금은?
나는 목소리를 향해 콧방귀만 한 번 뀌어 주었다.
“해 보든가. 이름 빼앗긴 허접 주제에.”
[감히!]특성을 교체한다.
[금강체][금강체]금강체는 육체만 아니라 정신까지 다이아몬드처럼 강하게 만든다.
이걸 2중첩했다?
동종 강화는 못 이뤘어도 이름 빼앗긴 허접이 어쩔 수준은 아니지.
여기에 불굴까지 추가.
나머지는 육감, 성찰, 명상을 유지한다.
[크윽, 이노옴!]“좀 닥쳐 봐.”
소신격은 대개 8레벨이다.
페르세포네, 마르스처럼 지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부신과 소신은 9레벨인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8레벨.
어둠 재규어처럼 이름 빼앗기고 자아만 유지 중이면 빼박이고.
8레벨 대 8레벨.
나는 전능자로서 격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망령 주제에 앵앵대?
본때를 보여 줘야지!
[마법뇌][마력혼][지고화]불로 태웠다.
날 은밀히 잠식하던 어둠 촉수까지 한꺼번에.
[끄아아악!]비명을 지르는 어둠 재규어.
세상을 뒤덮은 거대 그림자가 충격받은 듯 출렁인다.
답은 간단하다.
“네가 허접해서 그래.”
[미물 주제에 감히!]“이거나 먹어.”
[끄아아악!]불로 지졌다.
사르고 굽고 재로 만들었다.
교세를 잃고 심각하게 약해져 있는 어둠 재규어다.
교단이 온전할 때 내 정신에 침입했어도 어려웠을 것을, 자기가 약해진 것도 모르고 쳐들어온 결과는 뻔했다.
[이놈, 이노옴! 두고 보자! 네 육체를 내 그릇으로 삼고 말겠다!]죽일 수는 없다.
신을 죽이는 것은 해당 신의 신국 안에서만 가능한 일.
어둠 재규어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도망쳤다.
“흥.”
코웃음 한 번 치고는 그 흔적에 집중했다.
어둠 재규어가 남긴 발자취.
그것이야말로 암호 해석의 열쇠가 될 테니.
멀리서 보면 큰 원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발자국 같다.
각도를 달리하면 흐릿해진 불꽃, 피어오르다 만 연기 비슷하다.
아니, 문자 하나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가라앉은 의식.
바다처럼 찰랑거리는 무의식.
영감이 불쑥불쑥 차오른다.
사색하듯 잠긴 정신이 마침내 단서를 건져 냈다.
머리가 화악 트이는 기분.
[사색] 특성이 개화함과 동시에 글자가 새겨진다.내 머릿속에.
또, 용의 군주관 마법광 화면 가득히.
[Ω]글자 오메가를 닮은 형상.
어둠 재규어가 한때 가졌던 테스카틀리포카로서의 일면을 상징하는 힘.
죽음과 종말.
그러나 지금은 그 힘마저 스러지고 단순한 신성 암호에 불과할 뿐.
마침내 드러난 암호를 향해 특성 하나를 내질렀다.
[역천]암호가 스러진다.
신성 봉인이 흩어지고 진면모가 드러난다.
[좀비 군단 계획서]좀비 군단!
나는 빠르게 계획서를 훑어내렸다.
마법뇌를 장착하고 읽자 금방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는 것은.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어?”
“설마, 벌써요?”
내가 아는 내용이다.
바로 에피소드 2, 좀비 사태.
수십 년 동안 준비했던 내용이 난잡하기는 해도 제대로 기록되어 있었다.
하나 더.
이를 위해 옛 아버지 교단에게 지원받았던 내용도.
당연한 일이다.
서울에 아무 기반도 없는 어둠 재규어 교단이 어떻게 비밀 지부를 설치하고, 좀비 사태를 준비했겠어?
다 옛 아버지 교단에게 도움을 받았지.
암호 내용을 공유한 후, 골프백을 뒤져 마법칩도 하나 꺼냈다.
대통령에게 줬던 것과 똑같은 마법칩.
“이것도 확인해 보세요.”
“이건…… 하! 이 씹어먹을 것들이!”
성희영이 격노해서는 책상을 내리쳤다.
값비싼 천계목 책상이 그대로 둘로 쪼개졌다.
“옛 아버지 교단 그 새끼들,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회장님? 왜 그러십니까?”
“김 실장도 봐.”
“음…… 허어, 어둠 재규어 교단이 사실은 옛 아버지 교단에 복속되어 있었다고요?”
“그래! 날 공격한 것도 사실은 그놈들이고!”
“이 계획서대로 됐으면 정말 큰일 났겠습니다. 저번 테러보다 더 야단이 났겠어요. 흐, 멍청한 놈들이 괜히 회장님 건드렸다가 뿌리째 뽑혔습니다.”
“그게 내가 한 거야? 검천님이 다 하셨지.”
“아차차, 그랬지요.”
김 실장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성희영을 보며 말했다.
“옛 아버지 교단은 이미 행동에 들어갔어요. 제가 볼 때, 며칠 내로 사단이 나도 날 겁니다.”
“바로 움직이죠! 검천님 세력이랑 저희 그룹만 합쳐도 충분해요!”
“아뇨. 그거론 모자랍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가 되어야 해요.”
“예? 그건 불가능해요!”
맞다.
불가능하지.
당장 대통령만 해도 난색을 보였잖아.
새롭게 해석한 증거를 들이민다고 해도 당장 똘똘 뭉치기는 어렵다.
옛 아버지 교단에 줄을 댄 정치인들이 방해할 테니.
4대 세력 중에 딴생각하는 곳도 많을 거고.
태양 마탑만 해도 그렇다.
어기적어기적 미적거리며 간을 보겠지.
좀비 사태를 일으키려 한 건 어둠 재규어 교단이지, 옛 아버지 교단이 직접 한 건 아니지 않냐고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금오그룹과 동부군 말고는 내 우호 세력 중에도 바로 움직일 세력이 없다.
그렇게 며칠만 지나도 옛 아버지 교단의 승리.
시간 싸움.
나는 몸을 일으켰다.
“성 회장님. 뒷일은 맡기겠습니다.”
“네? 어디 가시게요?”
“놈들의 거점에 잠입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가져오겠습니다.”
가능하면 분탕질도 치고.
계획 실행까지 시간 좀 걸리게.
“미쳤어요? 너무 위험해요!”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접니다. 전 진짜 목숨이 걸린 문제예요.”
“그래도…….”
그나마 성희영이 직접 이해 당사자라 다행이다.
성희영이 없었으면 최선수가 해야 하는데, 7레벨 초인이자 재벌그룹 회장과 내 부하 이사의 발언력은 크게 차이가 나니까.
“꼭 부탁드립니다.”
손을 쥐고 간곡히 말하자 성희영의 눈썹이 부르르 떨렸다.
“좋아요. 어떻게든 정부를 움직여 볼게요. 테러 사건 때처럼 공동 전선도 펴고요.”
과연 가능할까?
된다면 어느 정도 규모일까?
지금은 성희영을, 또 최선수를 믿는 수밖에 없다.
용의 군주관을 조작해 최선수에게도 지령을 보냈다.
레드 쿠거에 몸을 날리려는 찰나, 성희영이 촉촉한 눈을 하고 물었다.
“어디로 가시게요? 옛 아버지 교단이 숨어 있는 곳은 알아요?”
“예. 압니다.”
단 한 곳밖에 없다.
“광주로 갑니다.”
경기도 광주.
내가 예전에 조철을 만나 신품 방호복을 만들었던 곳.
사실 장인촌은 위장에 불과하다.
그곳에는 비밀 거점이 숨겨져 있다.
그림자 신전.
종로 대신전과 맞먹을 정도로,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는 지하 기지가.